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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9/10 18:28:54
Name 운동화12
Subject [일반] 헤비급과의 스파링


미국 유학을 하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운동삼아 복싱 체육관에를 다녔는데,

그 체육관은 오픈링이라고 매주 토요일 오전마다 스파링을 했습니다.

선수급도 있고 "위크엔드 워리어"도 있고 저같은 쭈구리도 있고 뭐 그랬습니다.


그날따라 하필 사람이 없어서 저는 어떤 60대 할-저씨와 스파링을 하게 되었습니다.

딱 봐도 키 180 몸무게는 최소 90kg는 되보이는,

아메리카에 흔한 백인 근육돼지셨습니다.

저는 그당시만 해도 70kg 초반의 날렵함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미들급과 헤비급의 시합이라니.  

일보가 마모루와 붙는 격이었습니다.


저는 안할려고 했지만 전직 헤비급 프로였던 트레이너가  

"흙처럼 늙은 할아버지라서 괜찮을거다" 라며 싸움을 부추겼습니다.




막상 링에 올라가 보니까 이 사람은 그냥 일반 할아버지가 아니었습니다.

복싱을 원데이 투데이 한 실력이 아닌것입니다.  


덩치는 큰데 날렵하긴 또 어찌나 날렵한지.

최소한의 스텝으로 링을 끊어서 공간을 줄입니다.

제가 던지는 주먹은 다 툭툭 쳐내고, 한번씩 펀치를 딱 딱 던집니다. 

헤비급의 펀치는 무거웠고 무서웠습니다.

14온스 글러브를 쓰고 헤드기어를 썼는데도 골이 흔들렸습니다.


앞마당 안먹은 이윤열처럼 자원을 짜내, 있는 힘껏 싸워봤지만 도저히 상대가 되지를 않았습니다.


3분 3 라운드 동안 두들겨 맞았습니다.  

시간 끝! 을 알리는 소리가 마치 엄마 목소리 같았습니다. 


끝나고 나니 헛구역질이 나왔고 며칠을 두통으로 고생을 했습니다.



스파링이 끝나고 링에서 내려왔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애써 날 안쳐다볼려고 하는게 느껴졌습니다.


아프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했습니다.



구석에 쭈구리고 앉아 있는데, 트레이너가 슬쩍 다가왔습니다.  


지도 좀 미안하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트레이너가 내옆에 앉아서 말을 걸어옵니다.



"있지, 내가 가만히 보니까."


"저 사람이 너보다 확실히 잘하더라."

"너보다 파워도 있고."

'너보다 리치도 길고."

'너보다 손도 빠르고"

"눈도 더 좋고"

"링도 더 잘쓰고"

"밸런스도 더 좋더라."


(이 새키가 누구 놀리나)




"그게 무슨 뜻인줄 알겠니"





"....."




"니가 훨씬 더 용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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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12
17/09/10 18:29
수정 아이콘
글쓰기 버튼 정말 무겁네요 무슨말인가 했는데
아시안체어샷
17/09/10 18:34
수정 아이콘
그 버튼을 누른것도 용감하셨습니다. 크크
운동화12
17/09/10 18:38
수정 아이콘
쎈쓰쟁이시네요 하하
마스터충달
17/09/10 18:34
수정 아이콘
어딜 말 한 마디로 퉁치려고!!

하지만 용감한 건 인정? 어 인정!
운동화12
17/09/10 18:35
수정 아이콘
용감하게 그 다음주에 때려쳤습니다
마스터충달
17/09/10 18:38
수정 아이콘
때려치길 잘 하신 것 같아요. 트레이너가 60대 할저써 실력을 못 알아 봤다면 그건 실력이 없는 거고. 만약 알고서 그랬다면 아시안 골려주려는 못된 심보였을테니까요. 아무리 할저씨라 그래도 헤비급하고 미들급을 붙이는 건 좀 위험해 보이는 데 말이죠;;;
운동화12
17/09/10 18:40
수정 아이콘
말씀 듣고 생각해보니 날 멕일려고 그랬나....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 양반이 한국여자를 너무 좋아해서 저를 무척 귀여워하긴 했어요 하하 같이 놀자고 문자오고..
MC_윤선생
17/09/10 19:00
수정 아이콘
한국 여자.. 이십니까?????
운동화12
17/09/10 19:04
수정 아이콘
아녀 한국여자를 많이 알게 생긴 쭈구리 김치맨 입니다. 실망시켜드려 죄송합니다.
17/09/10 19:09
수정 아이콘
별거 아닌데 반응이 왜이리 웃기죠 크크크크
17/09/10 19:48
수정 아이콘
https://pgr21.com/?b=10&n=311697
혹시 이 글의 주인공분이신가요?
최초의인간
17/09/11 11:33
수정 아이콘
내 감동 으악 크크크크
Janzisuka
17/09/10 18:38
수정 아이콘
배운 사람끼리는 체급이 확실히 무섭죠..
뭐 초급끼리는 맞지만 않으면...
운동화12
17/09/10 18:47
수정 아이콘
작은 체급은 또 그들대로 무섭더라고요 톡톡 쏘는 맛이...
루카와
17/09/10 18:47
수정 아이콘
오 재밌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17/09/10 18:52
수정 아이콘
트레이너가 자기 책임 피할려고 말로 때우는 느낌이 -_-;
인생은에너지
17/09/10 18:52
수정 아이콘
실화맞죠..? 어디 영화에서 나올법한 대사네요
운동화12
17/09/10 18:56
수정 아이콘
트레이너는 그게 직업이죠.. 파이터들의 전의를 북돋아주는 스피치... 혹은 회원관리...
구라리오
17/09/10 19:23
수정 아이콘
혹시 그 할저씨가 신입이라 용기를 북돋아 주려.....
운동화12
17/09/10 19:25
수정 아이콘
사장님 안녕하세요 팔팔한 아시아 쭈구리가 하나 들어왔는데 어떻게 손맛좀 보시겠습니까?
지탄다 에루
17/09/10 19:04
수정 아이콘
미국틱하다~ 라는 느낌이 물씬 드네요.
This-Plus
17/09/10 19:36
수정 아이콘
말이나 멋있지...
그 조던 필레가 연출한 흑인 요리사 반전유머 짤방도 아니고 말이죠.
마스터충달
17/09/10 20:16
수정 아이콘
니가 훨씬 더 용감했다. 마인 밭에 닥돌하는 질럿처럼 말이지.
17/09/11 00:56
수정 아이콘
죄송합니다. 트레이너
앙구와젤리
17/09/10 19:47
수정 아이콘
솔직히 체급이 거꾸로여도 동양인이 운동 레벨에서 흑인 백인 이기는것 쉽지 않습니다..

전 미국에서 킥복싱 가르치는 짐을 다녔는데 개인적으로 동양인 치고는 체격이 상당히 큼(키189)에도 불구하고 백인친구들하는거 구경하다 보면 감당 안되겠다 싶은 경우가 많았어요
동양인들 조용하고 착하다? 너희들이 무서우니 조용해지고 착해지지! 몸쓰는걸 못하는데!
달토끼
17/09/10 20:31
수정 아이콘
체급이 같아도 불리하단 말씀인데 왜 그렇죠? 전 동양인이 체격이 작아서 불리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17/09/10 20:34
수정 아이콘
똑같은 키,몸무게라도 근육량이나 폭발력에서 차이가 나죠.
윙스팬이나 다리길이도 동양인이 제일 짧은걸로 알고 있습니다.
Aggro Druid
17/09/10 20:34
수정 아이콘
축구 볼 때도 확실히 같은 키에 같은 덩치면 이란 애들이 훨씬 강하고 빨라보이더군요. 타 중동 팀이랑 붙을때도 그렇고... 그냥 최근에 한국이 못해서 그런가 크크크
17/09/10 20:18
수정 아이콘
그래도 체급은 낮아서 다행이시네요^^
다 내가 우위인데 털리면 그 멘붕은 진짜 오래갑니다;;
17/09/10 21:08
수정 아이콘
주관적으로 봤을 때 동양인이 일반인 피지컬 레벨에서 흑인 백인을 못이기는 가장 큰 이유는 인종 차이보다는
어릴 때 공부만 했냐 vs (웨이트 트레이닝 or 격투기가 아니더라도)운동을 꾸준히 했냐의 차이죠.
굳이 백인 흑인까지 가지 않더라도 주변에 어릴 때 태권도라도 꾸준히 보낸 집 아이 vs 공부만 시킨 아이끼리
성인이 된 이후 운동을 시켜봐도 퍼포먼스가 올라가는 속도가 다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보이진 않지만 어릴 때 쌓아둔 운동의 경험치 차이가 운동한 시간만으로 따져도 몇년 이상 차이인데
그걸 쉽게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게 오히려 거저 먹으려 드는 거죠.
운동화12
17/09/11 03:31
수정 아이콘
솔직히 저도 이말에 동의합니다. 문화적인 차이도 무시못하죠.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양인들은 또 다르더라고요
윌로우
17/09/10 22:25
수정 아이콘
멋진 말이네요. 스파링 시 실력차가 확연히 나거나 상대가 전의를 잃었을 땐 살살하게 되지요. 할배가 봐주면서 했다는 내용이 없는 걸로 봐선 글쓴이가 그만큼 파이팅했다는 것 같네요. 펀치드렁크가 며칠이나ㅜㅜ 말만들어도 어질하네요.
Dark and Mary(닭한마리)
17/09/11 00:10
수정 아이콘
애초에 저정도 체급차이면 친분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붙여주면 안되는데요. 미대륙의 기상인가 싶네요.
운동화12
17/09/11 06:27
수정 아이콘
변명(?)을 하자면 키는 비슷했고 저도 한창 운동하던때라 근육량도 큰 차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시작종이치는데....
17/09/11 10:24
수정 아이콘
'니가 훨씬 용감했다' 크크크크
왠지 서양스러운 말인것 같아요. 고생하셨습니다.
고분자
17/09/11 15:17
수정 아이콘
"흙처럼 늙은 할아버지" 라는 표현이 너무 재미있는데 영어로 뭐라고 하나요? 잊고싶으신 기억일수는 있겠지만...
운동화12
17/09/11 17:51
수정 아이콘
Old as dirt라고, 왕왕 쓰는 관용구에요 하하
파란아게하
17/09/11 16:59
수정 아이콘
아아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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