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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8/11 15:34:46
Name Neanderthal
Subject [일반] 나무 v 해충...독극물 전쟁의 서막...
나무들이 내뿜는 물질들 가운데 VOC라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VOC는 "volatile organic compound"의 약자로서 우리말로 하면 "휘발성 유기 화합물"입니다. 나무들이 내뿜는 VOC는 나무에 필수적인 영양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이 되는 것으로 추정이 되고 있는데 이들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합니다. 그래도 과학자들이 몇 가지 용도는 밝혀내기도 했는데 예를 들어 유칼립투스 나무의 경우 이들이 내뿜은 VOC는 자신의 나뭇잎들과 나무껍질이 상처를 입었을 때 감염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소독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숲에는 우리가 느낄 수는 없지만 나무들이 내뿜든 이러한 VOC로 가득 차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번은 이런 VOC를 얕본 해충이 크게 타격을 입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1977년 워싱턴 대학교에서 연구 목적으로 관리하고 있던 숲이 해충에 의해 큰 피해를 봤습니다. 천막벌레나방유충(tent caterpillar)이라고 불리는 해충들이 숲을 공격하여 나무들을 말라죽이고 많은 활엽수종에 큰 피해를 입힌 것입니다. 다행스럽게 그 와중에 살아남은 나무들도 있었습니다.



천막나방벌레유충...내 앞길에 자비란 없다...


그로부터 2년 뒤인 1979년, 워싱턴 대학교의 과학자들은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2년 전 천막벌레나방유충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은 나무들의 나뭇잎들을 실험실에서 천막벌레나방유충들에게 먹이로 공급해 본 것입니다. 그런데 이 나뭇잎들은 먹은 천막벌레나방유충들은 다른 천막벌레나방유충들에 비해서 성장 속도도 더디고 건강 상태도 별로 안 좋아 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똑같은 나무의 나뭇잎들을 갉아먹었던 2년 전 선배 유충들에 비해서 이놈들의 상태는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나빠 보였던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추가적인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 숲에서 약 1마일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 있던 버드나무 잎들을 따다가 다시 유충들에게 먹여본 것입니다. 그 버드나무들은 2년 전 천막벌레나방유충들이 습격했을 때 전혀 피해를 보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동일했습니다. 이 버드나무 잎들을 먹은 천막벌레나방유충들 역시 잘 자라지 못하고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이들의 상태는 아주 안 좋아서 지금 숲에다 풀어 놓는다고 하더라도 숲에 전혀 해를 끼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과학자들이 내린 결론은 이랬습니다.

서로 인접해 있는 나무들끼리는 뿌리를 통해서 정보를 주고받는다고 합니다. 2년 전 처음으로 숲이 천막벌레나방유충들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때 나무들은 큰 피해를 입긴 했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나무들은 천막벌레나방유충들에게 독이 되는 독성물질들을 만들어 내어 그것을 자신들의 잎에 저장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따라서 2년 전 유충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은 나무들은 서로 서로 이러한 정보들을 공유하면서 독성물질을 잎에 저장할 수 있었고 2년 후 그 잎을 먹은 새로운 천막벌레나방유충들은 당연히 건강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해당 숲에 있던 나무들의 잎에 왜 천막벌레나방유충에 독성을 가진 성분들이 저장될 수 있었는가에 대한 설명은 됩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이 숲에서 1마일 정도 떨어져 있어서 뿌리로부터 정보를 전혀 받을 수 없었고 자신들이 직접 천막벌레나방유충들의 공격 대상이 되지도 않았던 버드나무들 역시 잎에 이런 독성 물질들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될 수가 없었습니다.

이때 과학자들이 눈을 돌린 대상이 바로 앞에서 얘기한 VOC입니다. 과학자들은 이 휘발성 유기 화합물들은 일단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면 대기 중에서 비교적 먼 거리까지 이동이 가능할 것으로 봤습니다. 따라서 "천막벌레나방유충들의 공격을 받은 나무들이 이러한 정보를 담은 VOC를 내뿜었고 그것이 1마일 정도까지 이동하여 버드나무들에게도 전달이 되었으며 이러한 정보를 획득한 버드나무들 역시 앞으로 다가올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여 미리 자신들의 잎에 역시 천막벌레나방유충들에게 독성이 있는 성분을 저장한 것이다"라는 것이 과학자들이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즉, 나무들끼리 원거리 무선(?) 통신을 한 결과 버드나무들도 잎에 독성물질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워싱턴 대학교에서 관리하고 있던 숲을 공격했던 천막벌레나방유충들은 결국 서서히 개체수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1980년대에 이르러서는 그 숲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고 합니다. 나무와 해충의 생존을 건 전쟁에서 결국 최종적으로 나무들이 승리를 한 것입니다. 초반의 전투에서는 크게 패하며 위기를 겪었지만 결국 연합전선을 구축한 나무들은 전쟁에서는 승리를 거둔 것이지요. "전투에서는 졌지만 전쟁에서는 이겼다."라는 표현이 이보다 더 잘 들어맞는 예를 찾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오늘따라 나무들이 괜히 존경스럽게 보이는 건 왜일까요?...--;;



촘촘한 유무선 네트워크...이것은 5G?...


본문은 Hope Jahren의 저서 [Lab Girl]의 내용을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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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11 15:35
수정 아이콘
전쟁의 서막은 닦아야죠..

네덜란드님 글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16/08/11 15:38
수정 아이콘
헐.. 이게 가능한 일인가요..

나무끼리 정보교류를하고 또 독성물질을 만들어낸다니..

뭔가 비현실적인(?) 이야기인거 같은데..

나무가 사람을 적으로 인식하는날 과일은 못먹겠군요 ㅠㅠ
16/08/11 15:52
수정 아이콘
과일은 먹히기(퍼지기)위해 진화 해왔으니 그런 일은 없지 않을까요
잠만보
16/08/11 15:53
수정 아이콘
이건 길들인 동물과 비슷하게 봐야하는게

인간이 과일을 따긴 하지만 그 전에는 꾸준히 거름주고 물주는 등

나무성장에 많은 도움을 주죠

그리고 열매는 뺏기지만 씨앗을 심어서 다른곳에서 재배하니

결과적으로 보면 나무 성장에 도움을 주는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위에도 적었지만 가축의 경우에도 온몸으로 고기 및 부산물을 인간에게 주지만

역으로 인간이 잡아먹기 위해서 온갖 곳에서 키우기 때문에 가축의 번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죠
닭, Chicken, 鷄
16/08/11 15:41
수정 아이콘
나무위키와 해축갤러리가 전쟁 붙은 줄

그럼 인간이 접한 시점에서부터 이미 강한 독성을 지닌 식물종은 설마 이런 경험을 계속 겪고 겪은, 오랜 세월간 이룩해온 진화의 결과일까요?
유리한
16/08/11 16:18
수정 아이콘
2222
저도 나무위키 얘기인줄 크크
마스터충달
16/08/11 15:42
수정 아이콘
영화 <해프닝>이 생각나네요. 식물 네트워크가 인간을 해수로 판단하게 된다면? 인.류.멸.망!
16/08/11 16:15
수정 아이콘
저도 딱 해프닝 생각이 났네요.
써니지
16/08/11 16:22
수정 아이콘
딱 그 이야기인거 같아요. 단, 해프닝에선 독이 아니라 사람들을 자살하게 만든다는 어이없는 설정이 황당했지만요.
Neanderthal
16/08/11 16:47
수정 아이콘
인간의 지속적인 삼림황폐화에 분노한 나무들은 VOC를 통해서 신호를 보내고....상주 참외, 청송 사과, 제주 감귤, 고창 수박에 테트로도톡신(TTX)이 함유되기 시작하는데...--;;
마스터충달
16/08/11 16:55
수정 아이콘
성주 참외를 먹고 사람들이 죽어나가자 사드 배치를 반대한 주민들이 의심받고, 독극물을 들여온 외부세력의 존재와 북의 개입이 의심받기 시작하는데...
대장햄토리
16/08/11 15:43
수정 아이콘
자연이 그대를 거부하리라
설탕가루인형
16/08/11 15:58
수정 아이콘
천막벌레나방유충 졌지만 잘 싸웠다
달토끼
16/08/11 16:12
수정 아이콘
신가하네요. 웬지 불교 생각이 나기도 하고... 아바타 생각도 나고... 흐흐
16/08/11 16:20
수정 아이콘
꿀잼이네요. 나무들끼리의 네트워크라.. 이게 도움이 된다는 판단은 어떻게 하는건지 궁금하네요. 살아남은 개체가 대를 이은게 아니라 동세대의 다른 종이 판단했다는 얘긴데..
Betelgeuse
16/08/11 16:29
수정 아이콘
삐빅. 이미 자연화 당한 해충입니다.
토니토니쵸파
16/08/11 17:04
수정 아이콘
느엄마 가이아
다혜헤헿
16/08/11 17:09
수정 아이콘
피식자와 포식자의 군비경쟁은 언제 들어도 흥미롭습니다.
한가지 의문인 점은 천막나방벌레유충도 손 놓고 있지만은 않았을텐데 왜 80년에 와서는 완벽하게 져버린 걸까요?
-안군-
16/08/11 17:24
수정 아이콘
사실 식물이 전멸해버린다면, 천막나방벌레도 먹을게 없어서 죽을테니.. 적당히 순응한게 아닐까요?
다혜헤헿
16/08/11 17:40
수정 아이콘
그렇다고 해서 일대에서 없어질 정도면 순응이 아니죠. 독성적응에 개체수 조절 정도가 순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6/08/11 17:33
수정 아이콘
요새 미쿡 선녀벌레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던데
외래 해충도 위 사례처럼 자연 네트워크5쥐망으로
해결이 가능할까요?
양지원
16/08/11 18:37
수정 아이콘
재선충이나 꽃매미도 어떻게 안된답니까ㅠ
16/08/11 18:39
수정 아이콘
대다나당....
좀 더 연구해서 어떤 화학물질이 저런 메시지 역할을 하는지 밝혀낸다면
가령 중국에서 병충해가 엄청나게 심하게 일어날 때 우리나라에서 미리미리 나무들에게 예방접종 비슷한 걸 놓을 수도 있겠네요.
정치경제학
16/08/12 00:14
수정 아이콘
전지구적 네트워크 유기체..

자연은 아름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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