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무살은 우울하게 시작되었다. 수능을 완전히 망쳐버려서 그토록 꿈꿔왔던 상경(上京)은 커녕 너무나 가기 싫었던 집 근처의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던 것이다. 명문대에 진학해서 폼도 좀 잡고, 서울 문물도 누리고,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고, 연애도 하고, 되게 멋있고 대단한 대학생활을 할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냥 중학생 때부터 맨날 놀러다니던 그 대학교를 한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들과 다녀야만 했던 것이다.
애정이라고는 전혀 없이 그렇게 학교를 다니다보니 당연하게도 적응을 하지 못해서 수업은 거의 빠지기 일수였고 인간관계도 전혀 쌓지 못했다. 연애는 커녕 연락하는 여자사람친구 한명 안생기더라. 한 학기를 마쳤을 때 내게 남은건 끝없는 좌절과 자괴감, 그리고 0점대의 처참한 학점 뿐이었다.
여름방학이 되고, 그 좋은 스무살의 여름을 술만 마시며 보내다가,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빠른년생이니까, 아직 열아홉살이잖아? 나에게 아직 스무살은 오지 않았어. 내 진짜 스무살은 내가 꿈꾸던 그런 아름다운 모습일거야.'
나는 그 다음날 아침 바로 휴학신청을 하고, 문제집을 사와서 수능공부를 시작했다. 수능이 100일 조금 넘게 남은 시기였다. 그래도 나름대로의 절박함이 있어서였던지, 어찌 어찌 수능을 치렀고 그 다음해 나는 그토록 꿈꾸던 서울 소재의 학교로 입학하게 되었다.
3월 2일, 새로운 학교에 처음 등교하는날, 그리고 내 두번째 스무살이 시작되던날. 나는 엄청나게 설레였다. 잠을 설치고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몇개 되지도 않는 옷을 다 꺼내서 입었다 벗었다 해보고, 잘 쓰지도 못했던 왁스를 덕지덕지 발랐다가 마음에 안들어서 머리를 감고 또 발라보고...
캬 내가 봐도 멋있었다. 오티때 같은 조였던, 일주일동안 나를 두근두근하게 만들었던, 그 예쁜 여자애와도 잘 될수 있을것만 같았다. 세상이 마냥 아름답게 보였다.
그렇게 설레이는 마음으로 나섰던 등교길,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도착하고 문이 열리는데....헉 이게뭐야.
그 여자애가 내 눈앞에 서있던 것이었다!
이어폰에서는 소녀시대의 Kissing You가 흘러나오고, 내 눈앞에는 나를 두근거리게 했던 그 애가 너무나 드라마틱하게 서있고, 그 애가 수줍게 안녕? 인사를 걸어주는데 진짜 설레이고 또 설레여서 미쳐버리는줄 알았다.
이게 무슨 영화도 아니고, 어떻게 이럴수가 있지. 아 이건 운명이 짝지어준 인연이구나. 역시 내 두번째 스무살은 아름다운 것이었어!
라고 그 때는 생각했었는데......
결국 그 애랑 썸을 타긴 했습니다. 저 혼자..... 역시 그런 운명같은 사랑은 영화에서나 나오는 개소리지요.
그 친구는 작년에 결혼 했어요. 축의금 3만원 하려다가 그래도 옛정을 생각해서 5만원 해버렸는데, 그 돈이 그렇게 아깝더라구요 크크
그리고 저는 그 때 들은 키싱유가 너무나도 인상에 강하게 남아서 소녀시대의 팬이 되었고 아직도 덕질을 하고 있습니다.
아 윤아 넘나 좋은것
-이 글은 퀵소희 영상을 찾아보다 나오던 빠른생일이야기에 문득 예전 생각이 나서 써봤습니다.
아 소희 넘나 좋은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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