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는 두 개의 달이 있습니다. 포보스와 데이모스...다른 행성들의 달들이 모두 번듯한 구(球)형의 완벽한 천체들이라면 이 화성의 포보스와 데이모스는 이마트 식료품 코너의 감자 쌓아놓은 곳에서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 감자 두 개를 집어든 것 같은 모양이지요.
포보스와 데이모스...웬만하면 생긴 것 가지고 뭐라하고 싶진 않지만...--;; (그리고 저 9,378km는 화성의 중심에서 잰 거리...밑에 6,000km 얘기가 나와서...--;;)
포보스나 데이모스나 보잘 것 없기로는 거기서 거기지만 그나마 둘 가운데 더 큰 놈이 포보스, 작은 놈이 데이모스입니다. 포보스는 워낙 화성 가까이서 화성을 돌고 있어서 (화성 표면에서 약 6,000km 상공을 돌고 있습니다. 참고로 지구의 달은 지구 표면에서 약 380,000km정도 떨어져 있고 1년에 약 3.8센티미터씩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관찰이 어려웠습니다. 화성이 반사하는 빛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가 않았으니까요.
화성로버 큐리오시티가 관측한 화성의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포보스...(화면 가운데 이동하는 하얀 점)
르네상스 시대의 뛰어난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는 화성이 두 개의 위성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추측했습니다. 그의 추측은 매우 과학적인 사실에 기반을 둔 것이었는데 그에 따르면 지구는 하나의 위성이 있고 목성은 (당시 알려진 바로는) 4개의 위성이 있으므로 그 중간에 있는 화성은 2개의 위성이 있을 거라고 한 것이지요...(역시 위대한 과학자의 과학적 추론이라고 하는 것은...--;;)
화성의 위성들을 실제로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은 미국의 천문학자 아사프 홀입니다. 그는 끈질긴 관찰 끝에 1877년 8월 22일 화성의 위성을 발견합니다. 그가 처음 발견한 것은 데이모스였습니다. 데이모스를 발견하고 난 후 6일 후에 그는 또 다른 화성의 위성을 발견하는데 그게 바로 포보스였습니다.
제가 처음 발견했습니다...제가 말이죠...(아사프 홀)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포보스와 데이모스는 전쟁의 신 아레스의 쌍둥이 아들들입니다. 아레스는 늘 전투에 이 두 아들들을 대동하고 다녔다고 하는데 포보스는 "공포"를 의미하고(공포증을 얘기할 때 "포비아(phobia)"라는 말을 쓰는데 같은 어원입니다.) 데이모스는 "패배"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 내용과 관련해서는 밑에 Galvatron님의 댓글 내용도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포보스와 데이모스의 기원을 놓고는 여러 가지 설들이 있습니다. 우선 이 둘이 원래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대에 있던 소행성들이었는데 오래전에 목성의 중력 때문에 소행성대에서 튕겨져 나가셔 화성에 붙들렸다는 설이 하나 있습니다.
소행성대...과연 여기가 두 위성들의 고향인가?...
이 설에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데 일단 포보스와 데이모스의 화성 공전 궤도가 지나치게 원형이라는 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어떤 천체가 다른 천체의 중력에 붙들리는 경우는 이처럼 공전 궤도가 완벽한 원에 가까운 형태가 되지 않는 게 통상적이라는 거지요.
두 번째 설은 이들이 자연적으로 화성이 생성될 때 같이 생성이 되었다는 주장입니다. 즉, 화성이 생성되면서 그 주변의 남은 물질들이 자연스럽게 뭉쳐져서 포보스와 데이모스가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세 번째 설은 좀 과격합니다. 지구의 달 탄생 이론과도 매우 흡사한데 화성도 지구처럼 아주 오래전에 다른 천체가 와서 충돌했던 일이 있었다는 겁니다. 지구의 경우처럼 그 충돌로 인해 화성의 물질들이 화성 주변의 공간으로 펴져나갔고 화성의 중력 때문에 다시 뭉쳐져서 달이 되었는데 그만 그 달이 다시 화성으로 추락(!)해서 화성과 합쳐졌고 그 달의 남은 잔해가 포보스와 데이모스가 되었다는 겁니다. 이 설이 맞는다면 화성도 우리 지구처럼 번듯한(?) 구(球)형의 달을 가질 뻔했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아깝네요. 그랬다면 더 멋있었을 텐데...화성이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오지 않았을까요?...
어디서 본듯한 이 기시감은 뭐지?...--;;
포보스의 크기는 가로, 세로, 높이 약 17km x 22km x 18km 정도이고 표면에는 약 1미터 두께의 분말 형태의 토양이 덮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토양은 유성들이 충돌해서 생긴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또 포보스에는 커다란 충돌 크레이터도 있습니다. 이 크레이터는 스티크니 크레이터(Stickney Crater)라고 불리는데 스티크니는 포보스와 데이모스를 발견한 천문학자 홀의 아내의 처녀 때 성이라고 합니다. (화성의 위성이 잘 안 찾아져서 홀이 포기하려고 했을 때 홀의 아내가 남편을 독려해서 계속 관측을 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그 공을 기려서 포보스의 크레이터에 그녀의 이름을 붙인 거지요. 역시 부인 말은 잘 듣고 봐야...--;; 그녀 역시 수학자였습니다.)
스티크니 크레이터...
포보스는 낮에는 기온이 영하 4도까지 올라(!)가고 밤에는 뚝 떨어져서 영하 112도까지 내려간다고 합니다. 포보스에 관광 가실 분은 두툼한 방한복을 꼭 챙기도록 하세요. 포보스의 중력은 아주 약해서 지구에서 약 68kg 정도 나가는 사람이 포보스에 가게 되면 약 57그램 정도가 되게 된다고 합니다. 다이어트 때문에 고민하시는 분들 역시 포보스에 가시는 걸 추천합니다.
그런데 이런 포보스도 비극적 최후를 피할 수 없을 거라고 하네요. 현재 포보스는 1년에 약 1.8센티미터씩 화성 쪽으로 끌려들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약 5천만 년 이내에 포보스는 화성에 충돌하거나 아니면 그 전에 버티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나서 우주 공간에 흩어지게 될 거라고 합니다. 따라서 포보스 보길 원하시는 분들은 지금 실컷 봐 두시길 바랍니다. 곧(?) 없어질 지도 모르니까요.
생자필멸(生者必滅)이라...언젠간 없어질 운명이라고 하니 오늘 따라 포보스가 좀 새롭게 보이는 것 같지 않습니까?
저 포보스는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을까?...말을 해주는 게 좋을까? 그냥 모르는 척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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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증이 예전부터 있었는데 소행성대는 목성의 중력으로 인해 뭐가 파괴되어서 그렇게 쪼개졌다고들 하고 본문에서도 화성의 두 위성이 목성의 중력에 위해 튕겨왔다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중력은 당기는 힘인데 왜 튕겨지고 부서지고 하는지 예전부터 이해를 못했었습니다. 그냥 당기는 힘이 중력 아닌가요? 왜 당기던 애가 밀어내고(?) 뽀개고(?)하는거죠
기조력 이라는게 있습니다.
가까운데는 중력이 세고 먼데는 중력이 약하잖아요. 그러면 천체 내부에서 찌그러지고 쪼개지는 힘이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서 찰흙 공을 한쪽 귀퉁이만 잡아 당기면 공 전체가 끌려가긴 하지만 찌그러지다가 뜯겨져 나가는 걸 생각하시면 편할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