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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7/04 09:35:38
Name Neanderthal
Subject [일반] 왜 우주 탐사선에는 저성능 cpu를 쓰나?
이번에 목성을 탐사하는 탐사선 주노(Juno)에 탑재된 cpu는 RAD750이라는 모델로 성능만 놓고 따진다면 90년대의 팬티엄 모델 정도의 성능이라고 합니다. 우주를 탐사하는 탐사선의 두뇌인 cpu라면 가능한 한 최고 성능의 cpu를 장착해야 할 것 같지만 이런 상대적으로 저성능의 cpu를 장착하는 이유가 있다고 하는군요.



RAD750...나, 나름 우주 가는 cpu라는...--;;


NASA: "최송합니다...1차 서류전형에서 탈락하셨습니다..."
i7: "아니, 내가 왜?...스펙이 달려? 성능이 부족해?...--;;"


방사선 내구성

우주에서 탐사선들이 경험하게 되는 방사선의 위력은 엄청나다고 합니다. 지구의 pc방에서야 지구의 대기와 자기장이 우주에서부터 나오는 방사선을 잘 막아준다지만 지구를 벗어나면 말 그대로 온몸으로 방사선을 맞아야 하는데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입자들이 마구 쏟아지는 우주에서는 아무리 오버워치를 편하게 돌리는 높은 clock speed를 가진 최신 cpu라고 하더라도 말 그대로 무용지물이라는 거지요. 거기다가 더 좋은 기술로 회로 같은 게 더 촘촘하게 구성된 cpu일수록 우주에서는 맛이 갈 확률이 더 높다고 합니다. 따라서 성능은 많이 떨어지더라도 이러한 특수한 환경을 고려하여 제작된 cpu를 쓸 수밖에 없다고 하네요. 위에서 언급한 RAD750 모델 같은 경우 1Mrad의 방사능에서도 아무런 문제없이 작동할 수 있을 정도의 내구성을 갖췄다고 합니다.

신뢰성

목성을 항해 한참 잘 날아가던 탐사선의 시스템이 갑자기 다운이 되어버린다면 지구의 통제센터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고 합니다. 뭐 수리기사님이 우주복 입고 출동할 수도 없고 말이죠. 따라서 우주탐사에 있어서 가장 우선순위는 신뢰성이지 눈 돌아가는 성능이 아니라는 거지요. 그리고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우주탐사에 필요한 cpu가 그렇게 아주 대단한 성능을 요하는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여러 환경에서 충분히 테스트가 되어서 아무리 돌려도 에러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데이터가 쌓일 만큼 쌓인 신뢰할 수 있는 cpu라야 우주 탐사선에 탑재될 수 있다고 합니다.

탐사선 제작 기간

탐사선은 한두 달 만에 뚝딱 만들 수가 없습니다. 설계서부터 실제 제작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따라서 최신의 cpu가 제작 기간 중에 끼어들 틈이 없다는 거지요. cpu 하나 바꾸면 모든 테스트를 다시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그럴 수는 없다는 겁니다. 웬만하면 처음에 설계할 때 세팅한 cpu로 끝까지 가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발사 시점에 최신 cpu가 달리는 일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소비 전력

우주 탐사선들은 생각만큼 전력이 빵빵하게 공급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늘 전력이 고픈 상태라는 거지요. 따라서 전기를 적게 먹으면서도 원하는 만큼의 성능을 내주는 cpu를 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능은 정말 좋은데 전력을 좀 많이 잡아먹는다? 나사 입장에서는 "노 땡큐!"라는 겁니다. 대부분의 경우 일반적으로 cpu의 성능이 더 좋으면 전력도 좀 더 소비한다고 하네요. 우주 탐사선은 전체 공급 전력의 상한선이 있는 상태에서 여러 가지 장비들도 다들 전력을 소비해야 하는데 cpu에게만 몰아줄 수는 없고 모든 게 다 균형을 잘 잡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전력을 적게 소비하는 cpu를 선호하게 된다고 합니다.

나사의 관료주의(?) 내지는 신중함

나사라는 집단 자체가 정말 최신의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여기에 뭐 하나라도 납품하려면 충분히 검증된 데이터가 없는 것들은 높은 문턱을 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고 하네요. 사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게 우주인 한 명 양성하는데, 우주선 하나 만드는 데 비용이 엄청나게 드는데(다 국민의 피 같은 세금!...--;;) 사소한 부품 하나의 결함으로 소중한 우주인들의 생명과 우주선을 날려먹은 경험이 몇 번 있는 나사로서는 아무래도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자신들이 써보고 충분히 신뢰할 만한 부품이 아니라면 새로운 우주 탐사선에 들어가기가 아주 어렵다고 합니다. 이러한 분위기가 성능은 좀 떨어지더라도 검증되고 신뢰할 수 있는 cpu를 선택하게 만든다고 하네요.



영업사원들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난적...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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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심군
16/07/04 09:42
수정 아이콘
역시 고성능의 CPU 따위 게임할 때나 쓰는거죠.
朋友君
16/07/04 19:39
수정 아이콘
하하..... 정답? ^^
김지연
16/07/04 09:45
수정 아이콘
믿고보는 네덜란드님 글 잘보았습니다.
-안군-
16/07/04 09:56
수정 아이콘
방산비리! 방산비리! ... 쿨럭;;
석박사
16/07/04 10:04
수정 아이콘
목성에 사는 외계인에게 기술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군요..
하고싶은대로
16/07/04 10:10
수정 아이콘
네덜란드님은 뭔가 글을 편하게 읽을수있게 잘쓰시는것 같아요. 항상 믿고 보고있습니다. 그리고 특징인 --; 이거 보려고 글보는것 같기도 크크
부평의K
16/07/04 10:10
수정 아이콘
뭐 이런 이유로 인해서 허블망원경에 쓰던 CPU도 처음 386으로 시작해서 나중에 486으로...

나사는 영업사원에겐 최고의 난적이지만, 고물상에겐 최대의 고객일지도요.
16/07/04 10:24
수정 아이콘
우주선 CPU가 낮아서 한번 궁금해서 막연히 저전력신뢰성으로만 생각만 해보았는데 명쾌한 해설이어서 너무 잘 읽었습니다.
16/07/04 10:24
수정 아이콘
글 잘봤습니다 네덜란드님
구셀쿠맙
16/07/04 10:28
수정 아이콘
군대에서 아직 구식무전기 쓰는 이유랑 비슷한거죠?
1q2w3e4r!
16/07/04 13:12
수정 아이콘
군대통신은 그게 아닌듯.
사업투자를 무선쪽보다는 전술지원망에 많이하고(컴퓨터쓰는거) fm am은 한계가 있어서 미국처럼 위성으로 넘어가던가 해야하는데 그쪽은 별 생각없는듯
카페알파
16/07/04 10:31
수정 아이콘
Neanderthal 님께서 적어 주신 내용과 더불어 탐사선을 조종하는 데는 그다지 최신의 고성능 CPU 가 필요하지 않은 것도 이유 중의 하나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카페알파
16/07/04 10:34
수정 아이콘
저어, 근데, 위의 댓글들을 보고 저도 잠깐 착각했는데, 본문을 쓰신 분은 네덜란드 님이 아니라 Neanderthal (네안데르탈) 님이 아닌가요?
자유형다람쥐
16/07/04 10:36
수정 아이콘
마음의 눈으로 보세요. 네덜란드로 보이게 됩니다!
김지연
16/07/04 10:41
수정 아이콘
4년제 대학 나온 제 경험상 네덜란드로 읽는게 정설입니다.
카페알파
16/07/04 10:45
수정 아이콘
오옷! 심안(必眼)을 떠야 하는 거군요!
16/07/04 10:45
수정 아이콘
캠릿브지는 캠브릿지 입니다.
개발괴발
16/07/04 10:48
수정 아이콘
설명충 등판합니다.
https://pgr21.com/?b=8&n=62802&c=2442396

이거보다 더 이전에 있었던 일인데 더 과거로는 검색이 안되네요 =_=
닭장군
16/07/04 13:35
수정 아이콘
넨드로이드
네더가드
닌더쌀
닌더쌀모어
쌀모어
탈모어
탈모
16/07/04 10:31
수정 아이콘
cpu가 인텔이 아니군요.
아재요
16/07/04 10:36
수정 아이콘
예전 데스크탑의 mpeg 확장 카드처럼 연산량 많은 쪽은 전용 프로세서를 달기도 하는 걸까요..
써니지
16/07/04 10:50
수정 아이콘
그런 일이 있기는 할까요?
개발괴발
16/07/04 11:01
수정 아이콘
http://history.nasa.gov/computers/Ch9-3.html

빠른 사진 이미지 프로세싱(이미지 보정, 실시간 압축 등...)을 위해서 chip을 달기도 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달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타마노코시
16/07/04 10:46
수정 아이콘
결국 저기서 얻어낼 수 있는 결론은
첫째도 안정, 둘째도 안정, 셋째도 안정입니다.
쏘아올려질 때에는 좁디 좁은 공간에 마구잡이로 구겨져서 들어가 있다가 쏘아올리는 동안에 엄청난 진동을 감당하고 나서 쏘아올려지고는 한정된 배터리와 태양전지에서의 전력공급만으로 극저온, 고방사선에서 견뎌내야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
시중에 나온(?) 각 부품에 대해서 리포트가 다 되어 있고 그중에서 사용안정성이 제일 높은 레벨의 제품만 사용하기 때문에 거기서 몇년의 갭이 생기게 되버리죠. 그리고 보통 센서의 제작기간은 총 잡아서 5~10년을 잡으니 우리의 학창 시절에 썼던 부품을 지금 쓰고 있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죠~
어리버리
16/07/04 10:47
수정 아이콘
군사 기기에 쓰는 CPU들도 성능보다 안정성 범용성을 중시해서 꽤 오래된 것을 사용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비슷하겠네요.
타인의 고통
16/07/04 10:48
수정 아이콘
기승전 영업 불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건 영업 불가 겠죠???
츠라빈스카야
16/07/04 11:04
수정 아이콘
외우주 탐사중인 보이저호의 전체 메모리가 100kB에 한참 못미치고, 거기에 자세제어 등등 모든 모든 기능이 메모리/프로그래밍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경악스러웠던지요...;;
첸 스톰스타우트
16/07/04 11:15
수정 아이콘
헐..정말 외계인 갈아넣은건가요 -_-;;
덴드로븀
16/07/04 11:41
수정 아이콘
거기다 전송속도가 160 bits per sec 이라던...즉 1초에 20 Bytes 받는거죠...
16/07/04 11:06
수정 아이콘
그래서 나사에서 이베이를 뒤진다는 소문이 있는 거군요...
트루키
16/07/04 11:12
수정 아이콘
그래서 약장수들이 툭하면 나사에 납품하는.. 어쩌고... 하나보군요.
Knights of Pen and Paper
16/07/04 11:20
수정 아이콘
나사와 미 국방부의 토나오는 분량의 프로젝트 관리용 매뉴얼응 읽다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지간한 신뢰성과 안정성 없이는 체크리스트 넘어가는거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프로젝트 안정성 체크에만 수백명씩 달라붙는데 그중에 몇사람만 이거 좀 그런데? 하면 처음부터 재점검.........
청소부하이에나
16/07/04 11:49
수정 아이콘
덕택에 미 국방부 장비중에는 아직도 8인치 디스켓을 사용중인 장비들도 현역으로 굴러다닌다고 하죠.
Knights of Pen and Paper
16/07/04 11:57
수정 아이콘
장난 아닙니다 흐흐

진짜 미 국방부와 나사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들만 해도 진짜 어마어마 합니다. 말이 안나올 지경이에요. 특히 프로젝트 관리에 대한 내용은 아예 그 자체를 분과학문으로 봐도 될 지경입니다.

물론 그 결과물들은 더욱 더 엄청나지만요.
타마노코시
16/07/04 17:33
수정 아이콘
실제 일하다보면 답답할 정도죠..흐흐흐
하우스
16/07/04 12:57
수정 아이콘
마침 궁금했었던 주제인데 피지알에 글이 올라왔네요. 재밌게 잘봤습니다~~
아이지스
16/07/04 13:30
수정 아이콘
러시아 소유즈도 같은 이유에서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하네요
Neanderthal
16/07/04 14:24
수정 아이콘
한 번의 에러가 말 그래로 "치명적"이니까요...--;;
두콩이
16/07/04 14:19
수정 아이콘
D.Va 나사 제조설..
시노부
16/07/04 14:25
수정 아이콘
임베디드 장비는 보편적으로 상황에따라서 칩선정을 하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다른쪽 이슈가 좀더 무게감이 있는경우가 많습니다.
내구,온도,환경상 버텨야하는 - 기온/습도/방사능/먼지/충격 등등 어차피 탐사라고 해봐야 사용자가 제어할 거리도 아닐것이고 최대한 간략하고
예술적으로 짜여진 알고리즘에 의해 움직이면서 자료 수집 / 전송 에 그 목적이 있을테니 그렇게 토나오게 좋은 칩이 필요할까 싶기도 하고요. 흐흐
홍승식
16/07/04 14:44
수정 아이콘
8086 칩이 나오기도 전에 달에 다녀오고 보이저 외우주 탐사선을 발사한 나사에서 최신 cpu란 비싼 장난감일 뿐이죠.
Neanderthal
16/07/04 14:54
수정 아이콘
동무! 거기 겉만 번지르르한 그거 갔다 버리라우~!...--;;
냥냥이
16/07/04 15:52
수정 아이콘
영화 아폴로 13에서 '계산자'도 나왔어요.

(그당시에 컴퓨터 프로그램이란 전선(?)을 이리저리 꼽았다 풀었다 하는 방식에 가까움
단순한 계산이라면 차라리 수기가 편할 수도 있습니다.)
Knights of Pen and Paper
16/07/04 17:52
수정 아이콘
사실 사람도 능력만 된다면 어지간한걸 손으로 할 수 있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편리한 전자제품은 위급한 상황에 정작 도움이 안되는 상황이 많거든요.

1. 나침의 사용법과 독도법
2. 멀티툴을 비롯한 각종 도구들의사용법(매듭법, 칼이나 간단한 도구로부터 각종 응용도구를 만드는 법, 칼 다루는 법, 각종 공구 손질법 등)
3. 모스 부호나 간단한 표식들을 이용한 수신호법 / 지형 표시법
4. 방위를 찾는 법, 시간을 아는 방법, 기상을 예측하는 방법
5. 각종 재난/구난도구의 이용법
6. 간단한 응급처치방법과 환자의 상태를 판별하는 방법
7. 인근 주요 대피소의 위치와 규모
8. 식물을 구분하는 법/동물의 추적하는 법/사냥이나 낚시하는 법/요리하는법/물을 구하는 방법 등


이정도만 '알고' 있어도 위급 상황엔 큰 도움이 될거 같네요.
16/07/05 01:24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읽고 갑니다.
닭, Chicken, 鷄
16/07/05 04:25
수정 아이콘
적어도 단순 목적에서는 피쳐폰이 스마트폰보다는 에러가 적을 수도 있듯이...
말 그대로 계산해서 통신하는 게 목적이면 피쳐폰만한 것도 없습니다?!
YORDLE ONE
16/07/05 18:0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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