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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3/27 09:54:25
Name santacroce
Link #1 http://santa_croce.blog.me/220659607421
Subject [일반] 내부로부터 분열되는 유럽 국가들

1989년 독일 통일과 냉전의 붕괴 이후 유럽 통합의 염원은 매우 커졌습니다. 사실 영국이나 프랑스가 독일 통일에 대해 결사적으로 반대를 하지 않은 것은 통합된 유럽 안에 통일 독일을 둠으로써 그 위험성을 통제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2004년 10개국의 동유럽과 발틱 국가들이 EU 회원이 되면서 우려되었던 동서 경제력 격차는 10년이 흐르면서 상당히 개선되는 모습입니다.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스웨덴, 영국의 1인당 소득(PPP) 대비 후발 회원국들의 1인당 소득 비중 추이를 보면 EU 가입을 전후로 상승하여 EU 내 차이가 상당히 줄어드는 모습입니다. 


* 선진 10개 유럽 국가의 1인당 소득(PPP) 대비 각국(구 동독 지역 포함)의 소득 비중 추이 1


그런데 유럽 국가들은 EU 통합을 지향하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내부의 분열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점점 대도시로 인구가 몰리고 생산활동이 집중되면서 지역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스페인 남부는 마드리드 지역에 비해 1인당 GDP가 2000년대 중반 59%를 넘겼으나 그 후 계속 하락하여 54%대로 추락하였습니다.


* 스페인 남부의 마드리드 지역 대비 1인당 GDP 비중 추이 


이런 지역별 경제 격차의 악화는 최근 독립을 꿈꾸는 카탈루냐처럼 국가의 분열 양상으로 이어질 정도입니다. 스페인 인구의 16%와 경제의 20%를 담당하는 카탈루냐는 실업률과 1인당 소득 면에서 스페인 대부분 지역 보다 좋습니다. 독립의 명분 중 하나가 카탈루냐에서 걷은 세금으로 가난한 지역에 지원하는 것을 막자고 할 정도로 스페인 내부의 분열상은 심각합니다. 

 

* 카탈루냐 실업률 추이(상), GDP 비교(하)

Catalonia chart


이탈리아는 전통적으로 빈곤한 남부와 공업화된 북부의 경제적 차이가 존재하였습니다. 그래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까지는 남부의 소득이 북부의 57%까지 쫓아왔지만 그 후 다시 내리막길입니다.  


* 이탈리아 남부의 북부 대비 1인당 GDP 비중 추이 


이탈리아의 극우 정당인 북부동맹은 부유한 북부의 경제력이 수탈되고 있다며 지역 갈등을 더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 북부동맹의 포스터: 황금알을 낳는 북부와 이를 거두어 가는 로마(중앙정부)

europalega


영국의 문제는 런던 대비 모든 지역의 소득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점입니다. 그나마 스코틀랜드 등 일부 지역에서 금융위기 이전에는 다소 격차를 줄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다시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영국은 런던과 지방 간 격차가 큰데 가장 차이가 작은 남동지역의 1인당 GDP도 런던의 60%를 약간 넘는 수준입니다. 


* 영국 각 지역의 런던 대비 1인당 GDP 비중 추이 


영국의 지역별 1인당 생산을 비교하면 1997년에 비해서 런던과의 격차가 크게 확대된 모습입니다.  

 

* 영국의 지역별 1인당 생산 비교(1997 vs 2013)


영국의 지역별 편차는 런던 쏠림의 문제와 함께 스코틀랜드 분열의 한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스페인의 카탈루냐처럼 자신들의 세금을 다른 빈곤 지역에 지원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독립의 한 명분이 되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의 1인당 총부가가치는 런던과 남동부 다음으로 높습니다. 

 

* 영국의 지역별 1인당 총부가가치


* 스코틀랜드의 부에 기반을 둔 보다 나은 미래?(2014년 독립 투표 당시 모습)


프랑스 또한 가장 부유한 일드 프랑스 지역에 비해 다른 지역의 소득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 프랑스의 지역별 1인당 소득의 일드 프랑스 대비 비중 추이


이런 프랑스의 지역별 격차는 2015년 12월 프랑스 광역 지방 선거에서 르펜이 이끄는 국민전선이 1차 투표에서 6개 지역을 휩쓰는 파란을 일으키는데 중요한 동력이 되었습니다.   


* 프랑스 광역지방선거 중간 개표 결과


그나마 그리스는 역설적이게도 금융위기 이후 지역 간 소득 격차가 정체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현상은 모든 지역의 소득이 모두 급락했기 때문에 벌어진 것입니다.  


* 그리스의 가장 빈곤 지역 1인당 GDP의 부유한 지역 대비 비중 추이


그런데 그리스를 예외로 한다면 다른 서유럽 국가와 달리 지역별 격차가 완화되는 국가 있습니다. 

바로 독일입니다. 

그런데 독일의 경우는 별도로 고려할 사항이 구 동독지역 이슈입니다. 

동독지역의 경제력이 서독지역과 워낙 차이가 크다 보니 개선되는 모습에 비해 그 격차의 크기는 다른 서유럽 구가에 비해 큰 편입니다. 

함부르크 지역 대비 동독에 속했던 빈곤 지역의 소득 차이는 많이 개선되었지만 46%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 독일의 함부르크 지역 1인당 소득 대비 구 동독지역의 소득 비중 추이


사실 독일은 구 동독지역을 분리하면 서부 지역 내의 격차는 상대적으로 크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른 국가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대기업들이 서부 지역 곳곳에 생산시설과 본부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 독일 대기업의 본사와 주요 생산 거점 지역


하지만 독일의 이런 특성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는 지방의 인구가 감소하며 대도시로 인구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107개의 자치 도시 중 향후 5년간 반이 넘는 59개의 도시 인구가 감소할 전망입니다. 그림에도 나와있지만 주로 중소도시들이 인구감소의 희생물이 되고 있습니다. 

인구가 늘어나는 녹색지역은 대부분 대도시입니다. 

중소도시의 젊은이들이 베를린, 함부르크, 쾰른, 뮌헨 등의 대도시로 몰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 독일 107개 자치시의 인구 변화 추이(2015~2020): 대도시 중심으로 인구가 느는 녹색지역 대비 적색의 인구 감소 중소도시 지역, 그림 하단 그래프 속 프랑크푸르트는 구 동독 도시

결과적으로 유럽 내 잘 사는 국가들 대부분이 지역 간 경제적 격차가 커지는 상황입니다. 특히 이는 소득 격차의 확대로 이어져 불평등지수인 GINI 계수를 높이고 있습니다.  


* 주요 국가의 지니 계수 추이


물론 이러한 서유럽 국가의 불평등 또는 불균형 강화가 유럽 통합의 산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작은 세계화라고 할 수 있는 유럽 통합의 현상인 '비슷해져가는 유럽과 분열되는 유럽국가'는 전 지구적 세계화의 축소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즉, 아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중간급 일자리가 점차 사라지면서 지역 경제의 토대가 무너지고 대도시 중심의 고부가가치, 고소득 일자리 약간과 사라진 일자리에 비해 수준이 떨어지는 하급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현상은 어쩌면 금융위기의 후폭풍이라기 보다 단일 시장으로 재편된 유럽의 운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중간 레벨 일자리가 급감하고 있는 현상(심지어 동유럽에서 제일 공업화를 이룬 슬로베니아도 포함됨)



단편적인 몇 개의 통계만 보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아무리 유럽 국가가 서로 비슷해져간다고 해도 결국 각국의 통합이 깨진다면 유럽 통합의 동력은 점점 약화될 것 같습니다. 이같은 원리는 세계적으로는 불평등이 줄어들고 있지만 국가별 불평등은 커져가는 세계화에도 적용될 것 같습니다. 


* 세계 소득 분포의 변화 추이: 세계화 속에서 완화되는 세계적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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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27 11:03
수정 아이콘
정성스러운 글 감사합니다
첫댓부터 관계없는 댓글이어서 죄송한데
이러한 통계 쉽게 찾는 노하우 있으면 전수 부탁드립니다 ^^;
스푼 카스텔
16/03/27 11:58
수정 아이콘
"화설천하대세  분구필합  합구필분 (分久必合 合久必分)"
천하대세란 뭉치면 흩어지고 흩어지면 다시 뭉치느니...
삼국연의 첫문장이 생각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틸라
16/03/27 12:04
수정 아이콘
오늘도 좋은 글로 많이 배우고 갑니다. 독립 떡밥은 일단락 된 줄 알았는데 저런 상황이라면 계속해서 제기될 만도 하겠군요. 어차피 유럽연합 내에서라면 딱히 달라질 게 없을테니..
16/03/27 12:39
수정 아이콘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바나클대장
16/03/27 12:5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자주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6년째도피중
16/03/27 13:20
수정 아이콘
많은 걸 느끼고 배우고 갑니다. 모든 정치적 문제는 경제적 문제의 파편에 지나지않는다라...
더불어 볼수록 우익의 지분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구들장군
16/03/27 13:40
수정 아이콘
지난 파리테러의 주범이, 이슬람을 내세우기는 하지만 그 교리는 따르지 않는 날라리 신자였다고 하던데...
문제의 핵심은 경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이슬람을 내세우긴 하지만, 그게 안되면 나의 투쟁을 내세울테고, 그것도 안 땡기면 성경이라도 끌어쓰겠죠.

아마 우리나라에서 자라날 세력도 마찬가질 겁니다.
코란이 안되면 성경, 성경이 안되면 불경, 그마저도 안되면 하다못해 명심보감이라도 내세우면서 살육을 시작하겠죠.
그걸 막으려면 '누구든 땀흘리면 잘산다'는 믿음이 사회를 지배해야 할텐데....
도로시-Mk2
16/03/27 14:42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홍승식
16/03/27 13:41
수정 아이콘
자본이 소수(대도시,자본가)에게 집중되는 것은 단지 유럽만의 문제는 아닐 거 같네요.
우리나라는 당연하고 일본이나 중국도 같은 경향이 나타나고 있죠.
공유는흥한다
16/03/27 13:48
수정 아이콘
결국은 돈이 문제군요...
꽃보다할배
16/03/27 14:56
수정 아이콘
함부르크 바르셀로나 상해 제노아 파리 런던 공통점이 해양도시죠 싱가폴 홍콩 선전 뉴욕 엘에이등 앞으로 더 심해질겁니다 예외가 서울 정도네요 19세기로 돌아가는 느낌이네요
카르타고
16/03/27 20:24
수정 아이콘
런던 파리가 왜 해양도시죠?
던져진
16/03/27 15:04
수정 아이콘
세계화는 결국 승자 독식의 구조를 강화시키죠.

선진국의 노동자들 조차 미래가 불투명 하다는 점에서

노동자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되는군요.
16/03/27 22:40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아살모
16/03/27 23:07
수정 아이콘
브루스킹 연구소인가? 거기서 도시별 gdp 나타난 사진을 보면 독일은 적당히 큰 도시들이 여기저기 나눠져있더군요. 바로 옆에 있는 프랑스는 파리 제외하면 횡하구요. 독일은 지방분권이 잘된나라라서 그런가 했었는데..문득 일본은 어떨런지 궁금하네요.
16/03/28 01:53
수정 아이콘
문제는 경제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16/03/28 03:14
수정 아이콘
사람사는 곳은 어디든 비슷하군요
더 많은 사람이 경제적 빈곤해지는 시대의 흐름 속에 커져가는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참고할 수 있는 선례를 보여주길 바라네요
또한 정보화 시대에 기존 교육 시스템의 효율성은 점차 감소 중인데
좋은 교육 환경을 찾아서 이뤄지는 대도시 집중화가 약화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반대로 점증하는 실업률 때문에 일종의 증명서로서의 학력의 가치가 더 커져서 교육 환경을 더 중시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아무튼 관조자의 입장에서만 바라볼 수 있다면 ㅠㅠ, 인간 사회는 정말 흥미로운 연구 대상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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