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3/10 11:27:06
Name 세인트
Subject [일반] 사과하면 죽는 병.
- 평어체 양해 부탁드립니다 -

예전에 이런 제목으로 포모스였나? 아무튼 장문의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아마 내가 더 모자랐을 시절이니 (그렇다고 나이를 먹은 지금 더 나아졌냐 하면 그건 또 아닌 것 같지만)
아마도 지금 다시 본다면 이불킥을 하고 싶은 글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저 병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널리 창궐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 슬프다.
사과를 하면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려 사과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그 사실이.

개인적으로 나는 내가 좀 정신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온갖 모욕과 수모를 당하면서도 현실에서 화를 잘 못 낸다.
늘 멸시와 조롱을 받고 억압되어 자라온 가정사 따위의 진부한 핑계를 대긴 그렇지만,
타고난 천성이 그런 것이던지 아니면 정말 그런 이유인지 외에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평생을 굽실대며 사과하며 내 잘못이 아닌데도 사과하며 화나도 풀지못하며 눈치만 보면서 살아와서인지
정작 현실에서는 정말 정말 화를 내지 못한다.
그저 소심하게 게임에서 몬스터에게 화를 풀거나,
온라인에서 다른 누군가와 함께 열심히 돌팔매질을
- 평상시엔 늘 그러지 말아야지 생각하면서도 어느샌가 누군가 높은 곳에 올라 '저기에 나쁜 놈(혹은 년)이 있다!!' 하면
기다렸다는듯이 우르르 달려가서 같이 돌을 던지고 있는 참으로 부끄러운 나 자신의 모습이며 그러고 난 뒤에는 항상 괴로워하는 -
할 뿐이다.

그래서일까, 이상한 성향이 생겼는데,
그건 상대가 아무리 잘못해도,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어도
상대의 사과 한 마디, 한 줄에 금방 풀어버린다는 거다.
이게 진짜 풀린건지 내 속에는 화만 쌓여 있는지 알 수는 없고
내가 그렇다고 바다와 같은 인내심이나 고매한 인격의 소유자는 결단코 아닐진데
참으로 신기한 습성이 생긴 것이다.
심지어 나니와급의 잘 된 사과문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술에 취해서 정말로 인간 이전의 어떤 상태가 되어 눈 앞의 상대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해서
나에게 패드립을 실컷 치던 사람이 나중에 '이응이응 미안' 이라는 두 자음 + 두 글자짜리 카톡을 보내도
신기하게 풀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5분도 되지 않아
정말로 내가 잘못한 건 돌이켜 생각해보면 하나도 없는데도
'아냐 나도 미안 헤헤' 거리며 상대랑 농담을 하고 있는 내가 있었다.
(그러나 천성이 타고난 벤댕이 소갈딱지라 잊는 것은 아니더라.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누가 봐도 병적인 이 증상에 대해, 역시나 평생을 조롱과 비교와 측은함이라는 컨셉으로 나를 대해오신
가족 구성원 여러분들은 '저 놈은 쌍욕을 처먹고도 사과 한번에 풀어지는 걸 보면 역시 정신병이 분명하니 정신병원에 보내야 한다'
같은 이야기를 불과 지난주에도 하셨지만,
난 개인적으로 이 증상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증상의 가장 좋은 효과는
사과하면 죽는 병을 막아준다는 것이다.
속에서는 불 같이 화가 나도, 너무도 쉽게 사과할 수 있고, 너무도 쉽게 사과를 받을 수 있는 병.
적어도 죽는 것보단 낫지 않은가?
병에 걸린 자들이 사과하지 못하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그들보고 죽으라고 할 정도의 깜냥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증상으로 병을 막는 이독제독의 방식 말고
저 병을 치유할 방법이나 백신을 누군가가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이걸로 가장 유력하게 대두되던 게
'당신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에서 누군가에게 사과를 한다고 당신의 자존심이 짓밟히고 인격이 부정당하며 인생에 평생의 조롱과 수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라는 말을 상대방이 납득하게 하는 거라고 하던데,
어찌보면 맞는 치료제 같긴 한데, 보면 생각보다 효과가 안 듣는 것 같다.
그게 아니면 '난 굳이 그걸 납득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정상인이야!' 라고 말하는 감염자들이 많아지는 걸 보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건지, 아니면 저 치료제 자체가 사실은 위약이었던 건지... 아무튼 골치아프다.

하긴, 요새는 비감염자들도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구분하는 허들이 나랑 다르게 높긴 하더라.
사실 그게 맞는 거 같긴 한데, 난 다른 병의 감염자라, 진정성 없이 사과해도 금방 해결이 되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난 복받은게 맞는 듯 하다.

그렇다. 이 글은 저도의 자랑글이었던 것이다.

















P.S: 어쩌다보니 글의 타이밍이 참 이상해졌는데, 최근에 게시판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과는 정말 관련이 없습니다.
지난 주에 가족들에게 하도 난타를 맞다가 문득 든 생각이라 글로 옮겨야지 했는데 다음주부터 크루즈 입항 시즌 시작이라 준비가 너무 바쁘다보니 ㅠㅠ

P.S2: 사실 굳이 안 써도 되는 변명을 P.S랍시고 구차하게 쓰는 걸 보면,
저는 죽는 병만 안 걸렸다 뿐이지 다른 안 좋은 병들은 참 많이 달고 사는 것 같습니다.
'허세를 안 부리면 고환에 종기가 생기는 병' 이라던가, '내공도 없으면서 남에게 욕먹기 싫어서 전전긍긍하면서도 그걸 드러내면 엉덩이에 치질이 생기는병' 이라던가, '좋은 글도 못 쓰는 주제에 있어보이려고 늘여 쓰지 않으면 코딱지가 계속 차는 병' 이라던가...
그러고보니 이걸 썼더니 엉덩이가 따끔거리고 아프네요. PGR의 요정님의 거처에 들리러 가야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6/03/10 11:34
수정 아이콘
추신에 적어두셨지만, 이 글도 [주어 없는 저격글] 이라고 장문의 댓글이 달릴 가능성이 있다는 걸 우려하신 듯 합니다?

그나저나 저도 예전엔 조금이라도 마음 상하면 자존심 때문에 꿋꿋이 사과 안하고 버팅기던 때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젠 그런 걸 조금 놓아버린 것 같기도 하네요..
세인트
16/03/10 11:35
수정 아이콘
안그래도 그게 신경이 정말 쓰여서요. 근데 정말 어제까지도, 내일도 바쁠 예정이라 지금 아니면 하소연할 데가 없어서 썼습니다 껄껄.
그리고, 놓으면 확실히 편해지더군요. 원래부터 늘 두드려맞고 살아서 자존감이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크크.
16/03/10 11:39
수정 아이콘
전 스스로 자존감이 강한 편이라 생각했던지라.. 지고는 못 사는 편이긴 했어요. 어떻게든 사과를 받아내고 싶어했었는데 - 그래서 침소봉대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구요. 큰 흐름에선 내 잘못이 더 크지만, 상대도 잘못한 게 있다고 어떻게든 흠을 잡아서 5:5 로 만들고 싶은. 그런 것들 말이에요.

예전엔 먼저 사과하면 진 거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지나놓고 생각해보면 제게 먼저 사과했던 사람이 더 오랫동안 좋은 기억으로 남더라구요. 저도 누군가에겐 그런 기억으로 남았으면 한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세인트
16/03/10 11:46
수정 아이콘
그렇더라구요.
여담이지만, 저한테 패드립 쳤던 그 친구는 지금도 저랑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입니다.
전 이야기도 않는데, 종종 그 때 이야기 꺼내면서 미안해하더군요.
서울에서 일 진짜 많다고하면서도 제 결혼식때 한달음에 내려왔었습니다.
대문과드래곤
16/03/10 13:17
수정 아이콘
저격글은 아니어도 그분들께 유효한 이야기이긴 한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었다면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제 평소 모습도 반성하게 되네요.
16/03/10 11:41
수정 아이콘
좋은 말씀들은듯 합니다.
저는 늘 '고맙다' '미안하다'를 되뇌이며 사는데
막상 입에서는 못 내뱉는 겁쟁이랍니다 ㅠ
세인트
16/03/10 11:46
수정 아이콘
포기하면 편해욧! 크크
토니토니쵸파
16/03/10 11:42
수정 아이콘
https://pgr21.com/pb/pb.php?id=humor&no=232859

이 만화가 생각나네요.
세인트
16/03/10 11:47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크크
16/03/10 11:43
수정 아이콘
사과하기 정말 힘들긴 하죠.특히 받아들이는 쪽에서 만족할 정도는...
다만...그래도 뻔뻔한건 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이 나라 어디에서든.
세인트
16/03/10 11:48
수정 아이콘
뭐 죽는다는데 어쩌겠습니까. 전 요즘 그렇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내가 아무리 속상하고 억울해도 죽으라 할 수는 없으니까 뭐~' 하면서요.
VinnyDaddy
16/03/10 11:48
수정 아이콘
[쿨하게 사과하라]는 책을 누가 추천해줘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사과한다고 지는 것도 아니고, 여러 사례를 분석해 본 결과 책임인정이 두려워 사과를 하지 않았을 때보다 사과를 했을 때가 손실이 더 적었다는 결과를 보고서는 잘못했다 싶으면 바로 '쿨하게' 사과하고 잊어버립니다. 그게 저한테도 더 편하더군요.
세인트
16/03/10 11:49
수정 아이콘
제 회사 상사중에 제 입사 첫 날부터 '난 니가 그냥 너무 마음에 안 들어' 를 시전하는 상사가 하나 있는데,
사과해도 괴롭히고 사과 안해도 괴롭히고 해서 정말 고민했는데, 그냥 괴롭힘이 끝날 때 까지 사과만 하니까 조금 덜해지더군요. 크크.
VinnyDaddy
16/03/10 12:12
수정 아이콘
물론 군대에서처럼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군생활 끝나냐?" 같은 경우도 있지만... 저도 직장인 초년병 때 사고 많이 쳐서 죄송합니다 했더니 제 상사가 나중에는 저라는 사람을 조금씩 이해해 주더군요. 그래도 괴팍한 상사때문에 힘들긴 했지만 훨씬 나았습니다 크크
마스터충달
16/03/10 11:49
수정 아이콘
저는 살면서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이 세가지를 입에 달고 살려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돈이 안 들거든요. 크크
VinnyDaddy
16/03/10 12:13
수정 아이콘
오 그것도 아~주 큰 장점이죠!! 크크
순규하라민아쑥
16/03/10 12:29
수정 아이콘
사랑합니다는 조심해서 사용하시는게...(안 엄진근)
스타로드
16/03/10 15:30
수정 아이콘
성희롱으로 딱~~~
세인트
16/03/10 13:20
수정 아이콘
네 돈이 들지 않습니다 낄낄 가난한 저에게는 최고의 치료제지요.
16/03/10 12:03
수정 아이콘
한국에서는 먼저 사과한다는게 모든 책임을 자신의탓으로 돌린다는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49를 잘못한 사람에게 51을 잘못한 사람이 먼저 사과를 하면 사과를 먼저 했다는 사실만으로 51을 잘못한사람이 100의 책임을 뒤집어쓰게 되거든요.
근데 또 아래리플처럼 내가 미안한데 너도~~ 되버리면 욕먹는건 마찬가지고..
세인트
16/03/10 13:23
수정 아이콘
하긴 그 문제는 생각해봐야겠군요.
제가 그래서 사과를 자주해서 맨날 못난 놈 소리 듣고 사는 걸지도...?!?!
이호철
16/03/10 12:04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내가 미안했다 하지만 너도~' 식으로 나오는 헛사과 제외하면 바로바로 받고 잊어버리는 편이라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런거 없이 순수하게 잘못을 사과해도 '개뿔 쇼하고 있네' 라는식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많다보니까 사과하기 어려워지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릴리스
16/03/10 12:24
수정 아이콘
A에게 51의 잘못을 한 B가 B에게 49의 잘못을 한 A에게 내가 모든걸 잘못했으니 사과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A들은 어 그래 사과는 받아줄게 다음에 그러지 말라면서 모든 책임을 B에게 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니 나도 잘못했지만 너도 잘못하지 않았냐라고 충분히 말할 수도 있는 것이죠.
세인트
16/03/10 13:22
수정 아이콘
뭐 사과를 못하는 분들은 죽는 병에 걸린 거고,
진심어린 사과를 해도 꼭 광장에 매달고 목을 잘라 효수를 해야 직성이 풀리겠다!! 하는 분들은
그분들 나름대로 '효수 못하면 등짝에 큼지막하고 아픈 종기가 생기는 병(그거 못한다고 그 병 가지신 분들이 죽지는 않길래 이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에 걸리셨나 하고 삽니다 전.
사과씨
16/03/10 12:10
수정 아이콘
저는 제 유일한 장점이 잘못하면 군소리 없이 사과하고 토 안다는 점이라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남자는 변명하는 거 아니다라고 아버지가 늘 말씀하셔서 그랬는 지는 몰라도 뭐... 그리고 사과하는 게 지는 거라고 생각해 본적도 단 한번도 없어요.
그런데 사회생활하고 이런 저런 사람 만나보니까 사과하면 지는거야라고 철석같이 믿으며 신념을 관철하는 사람들이 많긴 참 많더라구요. 전 사실 그 심리가 잘 이해가 안가긴합니다. 그렇게 이기면(이기는 것도 아니지만) 그 분들은 기분이 좋은가요? 자신의 소중한 무언가를 지켜낸 뿌듯함 같은게 느껴지는 걸까요?
세인트
16/03/10 13:24
수정 아이콘
뿌듯함이라면 쉽게 뿌듯함을 포기할 수도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봐도 죽는 병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우리는 너그러이 이해해줍시다. 사람이 죽는다는데 어쩌겠습니까. 낄낄.
박까스활명수
16/03/10 12:38
수정 아이콘
결혼하니까 미안하단말을 달고사네요 아놔
세인트
16/03/10 13:20
수정 아이콘
결혼하니까 미안하단말을 달고사네요 (2)
제 아내는 부처님급의 인내심을 소유하신 분입니다.
캬옹쉬바나
16/03/10 14:26
수정 아이콘
가정의 평화를 지키시는 모습 멋지십니다. 크크...
Endless Rain
16/03/10 13:37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한 사람입니다
누군가와 트러블이 생겨서 냉전시간을 갖는 것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분명 상대방 잘못이 커 보여도 그렇게 어색한 시간을 가지는게 싫어서 어지간하면 제가 먼저 내가 미안하다 라고 사과해서 푸는 편입니다
연애에 있어서도 싸운 커플들의 전형인 남자친구는 여자친구를 쳐다보고 여자친구는 먼산 쳐다보거나 땅바닥 쳐다보고 있는
그러한 모습을 가장 싫어하고 피하고자 합니다
사귀기 전에 서로 알아갈때도 그런 상황을 가장 싫어하며, 무슨 일이 있거든 혼자서 속으로 삭히지 말고 꼭 말해줘서 내가 고칠 수 있게 해달라고 자주자주 이야기를 해서 그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는 편이지요

생각해보면 진짜 다들 자신의 잘못을 곧바로 시인하고 원만하게 잘 지내면 좋을텐데
그 미안하다 잘못했다 한마디를 못해서 일을 크게 벌리는경우가 너무너무 많지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세인트
16/03/10 14:33
수정 아이콘
저랑 비슷하시군요 크크
16/03/10 14:28
수정 아이콘
저랑 다른 의미에서 반대시네요. 저는 상대방의 사과 한마디 없이 혼자 풀리는 성격입니다. 친구하고 두 번다시 안 볼 것처럼 싸우고 나서 다음날 만나면 인사하는 그런.. 이상하게 밤에 자고 일어나면 전날 싸운 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주변 반응은 반반입니다. 혼자서 저절로 풀린다니 속은 편하겠다는 부럽다형 or 너만 풀리면 다냐하고 화내는 분노형. 근데 결국 한 쪽의 전의가 없어졌기 때문에 싸움이 흐지부지되어버려요.
어쩌면 사과를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제가 사과하는건 익숙한데 상대방이 저에게 사과하는건 어쩐지 부담이 됩니다. 전 '이응이응 미안' 이런 사과는 안 한 것만 못하다고 생각하고요. 각 잡고 '진심으로 미안합니다'라고 사과하는건 경찰서에 갈 만큼 심각한 상황일 때 받는 사과라고 생각해서요. 그 중간이 저에겐 어려운 것 같네요. 사과하는 것만큼 사과 받는 것도 참 복잡합니다. 그런 면에서 세인트님이 부럽네요.
세인트
16/03/10 14:34
수정 아이콘
서로 장점이 부러운거죠. 전 결국 사과안받으면 속에 꽁 하고 계속 남아있는 제 자신이 참 부끄럽고 그렇습니다. 멋지시네요.
16/03/10 14:44
수정 아이콘
받아야 할 사과는 받아야죠. 전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마음에서 그 사과를 부담스러워해서 그게 잘 안되네요. 눈 뜨고 당하는것도 꽤 씁쓸합니다.
16/03/10 14:49
수정 아이콘
진심어린 사과를 한다면 어지간히 삐뚤어지지 않는이상 그 진심이 분명히 전해집니다. 알고보니 그 진정성 역시 쇼였다 아니다는 그 이후의 행보의 문제, 즉 별개의 문제이구요.

알량한 자존심은 버리지 않은채 사과랍시고 한다면 퍼플레인사태나 Bergy10님 사태와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겁니다. 이건 특정인 저격이 아니겠죠. 분명히 잘못된 일이었고 pgr의 흑역사였지만, 그로인해 분명히 저나 다른 사람들도 그리고 그 해당 사람들도 서로 인정하고 반성할 일입니다.

쿨하고 힙해보이고 싶은 것은 알겠지만 오히려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이후의 사과에 걸맞는 더 나아진 행동을 보인다면 그게 더 쿨하고 힙한것이 아닐가 싶습니다.
세인트
16/03/10 15:14
수정 아이콘
맞는 말씀이십니다. 그런데 왜 전 진정성 없는 사과만 봐도 기분이 풀리는 걸까요.
사실은 풀린게 아니라 어딘가에서 쌓여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겁부터 나네요...
16/03/10 15:19
수정 아이콘
착하셔서 그런 것이라고 믿으시면 편합니다. 홍홍홍.
Sydney_Coleman
16/03/10 16:35
수정 아이콘
'누가 [더] 잘못했느냐'를 따지지 않기란 힘든 일이지요.. 거기서 전세계 공통(마더테레사를 포함한 극소수 성인 제외) 아전인수 패시브가 발동되지 않는 것 또한 드문 일일 테구요. 갈등에서 한 쪽의 일방적인 잘못이 일어나는 일이 드물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그렇기에 먼저 자신의 잘못만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힘들고 또 그렇기에 귀중하지 않나 싶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세인트
16/03/10 17:00
수정 아이콘
사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제 아내는 저랑 20년 가까이 어릴적부터 친구로 지내다가 결혼한 케이스인데도, 요즘 절 보고 '너 너무 사과 자주함! 진정성이 없어보여 이것아!!' 라고 합니다 ㅠㅠ 물론 정확하게 제가 뭘 잘못했고 니가 왜 섭섭한지 설명해주면 대게 풀리긴 합니다만...조마조마합니다.ㅠㅠ
16/03/10 18:01
수정 아이콘
법이 엮이지 않았을 때는 사과하는게 참 좋은 수단이죠. 돈 드는 것도 아니고 흐흐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3996 [일반] 바둑이라는 게임의 깊이, 그리고 인공지능. [8] Quantum5976 16/03/10 5976 4
63994 [일반] 사과하면 죽는 병. [40] 세인트8288 16/03/10 8288 12
63993 [일반] 차단 시스템 이렇게 개선하면? [71] 에버그린4997 16/03/10 4997 0
63992 [일반] 피에스타/비스트/거미/우주소녀/JJCC의 MV와 레드벨벳의 티저 이미지가 공개되었습니다. [11] 효연덕후세우실5940 16/03/10 5940 0
63991 [일반] (인터넷) 개인 방송에 대한 심의 문제 [106] 수면왕 김수면8644 16/03/10 8644 4
63990 [일반] 노를 젓다가 [7] Colorful3703 16/03/10 3703 13
63989 [일반] 한 달 쉬었습니다. [7] 캡틴백호랑이5047 16/03/10 5047 6
63988 [일반] 캐치 유 타임 슬립! - 8 튜토리얼(7) (본격 공략연애물) [6] aura3796 16/03/10 3796 3
63987 [일반] 점점 그럴 나이 [23] The xian4866 16/03/10 4866 6
63986 [일반] 알파고와의 나머지 4게임은 잔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42] 릴리스12327 16/03/10 12327 6
63985 [일반] 출사 : 삼국지 촉서 제갈량전 16 (4. 쫓는 자와 쫓기는 자) [35] 글곰4696 16/03/10 4696 64
63984 [일반] 2001 스페이스 오뒷세이 - 1 [48] 王天君5967 16/03/10 5967 5
63983 [일반] 王天君입니다. [336] 王天君24989 16/03/09 24989 50
63981 [일반] 지하철에서 [82] 누구겠소7273 16/03/09 7273 52
63980 [일반] 독일에는 쾨니히스베르크가 없다? - 쾨니히스베르크 + 폴란드 이야기 [26] 이치죠 호타루8040 16/03/09 8040 18
63978 [일반] [3.9]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박병호 스프링캠프 2호 솔로 홈런) [4] 김치찌개4706 16/03/09 4706 0
63977 [일반] 독일언론에서 긁어오기 - 알파고 [19] 표절작곡가8808 16/03/09 8808 3
63975 [일반] 음.......알파고의 승리라 [96] 삭제됨11795 16/03/09 11795 2
63973 [일반] [알파고] 한 산업이 붕괴되는 순간.. [244] AraTa_Justice18100 16/03/09 18100 11
63972 [일반] 중국 무술 영화의 세계 [17] 럼즈알엔10625 16/03/09 10625 14
63971 [일반] 알파고의 대국 메커니즘 [75] 꼭두서니색40013 16/03/09 40013 39
63970 [일반] [바둑] 인공지능의 도전 제1국 알파고 불계승 [103] 낭천12893 16/03/09 12893 0
63969 [일반] [야구] 넥센히어로즈 조상우 인대접합-피로골절 수술 [19] 이홍기4549 16/03/09 4549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