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안풀리네요. 추우니 다들 감기조심하세요!
왜 이렇게 영어는 어려운지 모르겠습니다.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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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졸지에 신입생들의 인기남(?)이 되어버린 박재신이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걸 보니 아주 뿌뜻하다.
내가 남을 괴롭히며 즐기는 고상한 성향이 있을줄이야.
- 저기, 현민아...
한창 재밌을 무렵, 은하가 갑자기 내 팔을 붙잡는다.
[은하야 왜?]
- 술 마셔서 그런가 봐. 속이 안좋아. 후우.
그러고보니 은하의 얼굴이 잔뜩 빨개졌다. 얼굴 뿐만아니라 목부터 손까지.
[술 얼마나 마셨어?]
- 모르겠어. 그냥 따라주는 데로 다 마셔서.
너무 착한 것도 피곤한 법이다. 술 잔이 빌 때마다 선배들이 따라준 술을 꼬박꼬박 다 마신건가.
못해도 한 병은 마신 것 같은데, 은하 성격으로는 대학에 들어오기 전까지 어디서 술을 먹어봤을 리도 없을테고.
그런 애가 갑작스럽게 알콜을 그렇게 섭취했으니 속이 울렁거리는 것도 당연하다.
으이구, 이 예쁜 화상같으니라고.
[잠깐 바람좀 쐴래?]
- 으응.
일단 박재신은 제쳐두고 일단 은하부터 챙겨야겠다.
[저기요 선배님.]
- 응? 왜?
애마냥 어디 갈 때 보고하는 것도 웃기지만, 일단 이럴 땐 테이블의 최고 학번 선배에게 어디 갔다오는 지를 일어두는 것이 좋다.
특히 이렇게 여자애를 데리고 나갈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맘대로 나갔다 와도 상관없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세상엔 참 다양하고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
어떤 선배는 말도 없이 자릴 비웠다며 싸가지가 없다고 떠벌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여자애와 함께 사라졌단 이유로 당사자를 술자리 안주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잠깐 은하 좀 데리고 바람 좀 쐬고 올게요. 얘가 아마 술을 처음 마시는 것 같은데 달려버렸네요.
선배님들이 주시는 술이라고 거절도 못하고 마신 것 같아요.]
최현식같은 타입의 선배에게 구태여 꼬투리 잡힐 필요는 없다.
최현식이 유치한 엮기를 발동하기 전에, 정중하게 책임소재를 선배에게 떠넘긴다.
은하에게 웃으며 가장 많이 술을 따랐던 건 바로 최현식이었으니, 양심이 있다면 딴 소리 못 할테지.
- 음...
최현식은 슥 은하를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이 보기에도 지금 은하의 상태는 '나 취했어요'일테니까.
- 그래 다녀와. 이걸로 아이스크림이라도 사먹이고.
최현식으 주머니를 뒤져 천 원짜리 몇 장을 건넸다.
최현식의 의외의 모습에 조금 놀란 나는 마다하지 않고 천 원짜리들을 넘겨 받았다.
예로부터 어른들이 주시는 돈을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했다.
최현식, 최현식 하더니 갑자기 어른이 됐다고? 그래, 돈 주면 어른이다.
[감사합니다.]
여자들에게 껄떡대는 껄덕쇠에 유치한 놀이를 즐기는 선배지만, 알고보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은하에게 잘 보이려고 돈을 건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겠지만.
[가자 은하야.]
주섬주섬 돈을 챙긴 후, 은하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나오자 마자, 아직은 꽤 쌀쌀한 바람이 시원하게 얼굴에 부딪혀 왔다.
- 하아. 살 것 같아.
라고, 말하지만 정작 일어나 움직인 까닭인지 은하의 취기는 점점 더 오르는 것 같다.
은하의 얼굴이 루돌프 사슴코마냥 더욱 빨개지고, 발걸음에 힘이 없어진다.
[괜찮아?]
- 응. 괜찮아. [여기서 잠깐만 앉아있어.]
편의점 앞에 있는 간이 테이블에 은하를 앉히고 메로나 두 개를 사왔다.
은하는 취기에 체온이 올랐는지 추운 날씨에도 외투의 지퍼를 활짝 열어놓고 있었다.
[안 추워?]
- 응. 오히려 더운데?
이런 술초보 같으니라고.
[그래도 그러다 감기 걸려. 가만히 있어봐.]
그대로 은하의 지퍼를 다시 쭉 올려버렸다.
은하는 그대로 점퍼 안으로 고개를 푹 숙인다. 덥다더니 역시 추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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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 업데이트
호감도 상승 x 5
현은하가 차현민에 대한 확실한 호감도를 갖습니다.
감정 상태 업데이트
감정 상태 : 기대, 걱정, 설렘
뭐야 설마 지금 지퍼 올려준 것 때문에 은하가 설렌건가?
그냥 아무 생각없이 감기걸릴까봐 해준 행동 덕분에?
- 고, 고마워.
은하의 얼굴이 홍당무마냥 더 빨개진 것은 내 기분탓만이 아니었나보다.
이런 은하를 보고 있자니 나도 다시 스무살 소년도, 청년도 아닌 그 시절 그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고맙긴 뭘.]
애써 털털한 척하며 손을 털고, 은하 반대편 의자에 털썩 주저 앉는다.
원래의 나라면 이 정도 술 마신 건 간에 기별도 안 갔을테지만, 몸은 20살이기 때문인지 뒷목이 뻐근하다.
- 저기,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응. 뭐든지 물어봐.]
낯가림이 꽤 심한 은하가 먼저 질문까지 하다니, 아주 감격이다.
- 그냥 현민이는 정말 착한 것 같아.
누구한테나 이렇게 자, 잘해 주겠지?
요거요거, 이 앙큼한 계집애같으니라고.
뻔히 수가 보이는 말이지만 은하라서 그런지 아주 귀엽게 느껴진다.
살짝 미묘하게 떨리는 말투 좀 봐라. 이런 얼굴로 이러는 건 남자에게 반칙이라고.
[음. 글쎄? 내가 착해?]
괜히 장난스런 심술을 부려보고 싶어진다.
- 착해! 처음보는 나한테 말도 잘 건네주고... 또 술자리에서도 챙겨주고.
사실 처음 만나는 사람이랑 말 잘 못하거든 편이거든.
알고 있어. 은하야. 나도 그랬어.
- 근데 왠지 현민이 너는 처음보는 사람 같지가 않게 친숙한 것 같아.
이거 왠지 뜨끔하게 만드는 대사다.
- 물론 현민이 니가 사교적이고, 말을 잘해서 그런 거겠지만. [사교적이라니, 전혀 안 그럴 걸?]
- 아냐. 선배들한테도 말 잘하던데 뭐.
나는 어떻게 말 붙이고 대해야 할지도 모르겠던데 대단해.
은하의 칭찬에 어린 아이마냥 기분이 좋아진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 응. 정말 대단해. 멋진 것 같아.
진솔한 은하의 반응에 얼굴이 붉혀진다.
하, 이거 33살 아재의 마음같지 않게 20살 꼬맹이한테 설레버려도 괜찮은 건가.
그럴 작정이긴 하지만, 막상 그런 감정이 와닿으니 쇠고랑찰 것 같은 기분이다.
어쨌든 작은 죄책감은 마음 구석으로 찌그러뜨리자. 지금 이 시간은 오직 나를 위한 시간이니까.
[하하하. 은하 지금 너도 굉장히 말 잘하고 있는데?]
- 에? 그런가? 쿡.
내 말에 은하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그대로 쿡쿡 웃어버렸다.
미소 짓는 모습이 아름다운 여자여, 진리로다.
[선배들 대하는 것도 처음이라 낯설어서 그런거라고 생각해.
조금 더 익숙해지면 괜찮을 거야. 니가 말 자체를 못하는 게 아니니까.
말은 잘하는데 처음 만난 사람이 어려운 것 뿐이잖아.]
- ...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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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도 상승 x 10
호감도 언락 해제
호감도 : 79
현은하가 차현민에 대해 아주 좋은 호감을 가짐.
요란하게 상태창이 은하 주변을 맴돌았지만, 지금 그런 것은 전혀 신경쓰이지 않는다.
은하의 고맙다는 한 마디가 지금 내게는 너무 따뜻해서.
2.
밤 10시하고도 꼬박 몇 십분이 더 지난 시각.
한바탕 벌어진 술판이 재정비할 시간이다.
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은 남는다. 그것이 2차의 규칙이다.
물론 어딜가든 있지만, 구질구질하게 가려는 사람을 붙잡는 이들도 있다.
재밌는 점은 예쁘고 멋진 사람들일수록 붙잡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리고 은하는 예쁘다. 그리고 예쁜 여후배를 노리는 하이에나 같은 선배들이
여지 없이 은하를 붙잡는다.
- 아이고 벌써 가려고? 한 잔 더하고 가!
- 그래, 재밌는 건 이제 시작인데! 같이 가자.
이어 골치아프게 두 마리나 붙어버렸다.
이제 대학에 입문한 꼬마일 뿐인 내가 두 마리의(?) 선배를 다 떨어뜨려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자칫 잘못했다간 싸가지 없다고 정치당하기 딱 좋지.
- 죄송해요. 가봐야 할 것 같은데...
- 에이 그러지 말고! 막차가 몇 신데? 막차 시간에 보내줄게 가자!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해야하나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뜻밖의 데우스엑스마키나가 등장했다.
- 야야, 니네는 아직도 그러고 있냐.
신입생에 여자애잖아 좀 보내라. 아오 진짜 이 새끼들.
여장부라는 말이 딱 잘 어울리는 선배였던가.
차유민.
여자답지 않게 호탕하고, 걸걸하다. 술도 잘 마시는 주당에 성격도 쾌활하다.
위로는 싹싹하고 아래로는 친절해 모든 사람들에게 두루 인기있던 사람이었다.
이런 사기적인 성격에 외모까지 반반해서 스캔들로 시끌벅쩍했을 만도 한데,
그러고보니 한 번도 과 내에 누구랑 사겼다더라, 썸을 탔다더라 얘기를 들어본 적도 없었다.
- 아니 우리가 뭐..
- 우리가 뭐 임마. 내가 가줄게 2차. 좀 니들이나 나랑 같이가자.
어이 거기 후배님들. 그냥 가.
- ...
크, 진짜 성격이며 말하는 거며 아주 제대로 화끈하다.
매력만땅이군.
그 화끈한 성격만큼 사람들이나 과 여론에 대한 장악력이 좋아
같은 학번 남자들 조차 꼼짝을 못하게 만든다.
[그럼 죄송하지만, 가보겠습니다. 선배님.]
- 오야 가. 빨리. 꺼져!
거칠지만 장난스레 웃으며 하는 말이라 그런지 따뜻하게 느껴진다.
어쨌든 지금 내가 신경쓸 건 유민 선배가 아니라 은하다.
- 가, 감사합니다. 선배님.
은하와 나는 꾸벅 인사를 하고 하이에나 무리 사이를 무사히 빠져나왔다.
그리고 아쉽지만 오늘의 이별의 순간.
야속하게도 은하가 타고 간다는 버스는 도착까지 5분 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도 마지막 그 여자 선배는 재밌었지?]
- 응. 번호라도 물어보고 싶었는데... [물어보면 또 붙들릴까봐?]
은하의 생각이 그대로 읽힌다. 귀여운 것.
- 응. [잘했어. 다시 또 볼 일이 있겠지 그 선배도. 이제 버스 온다. 잘 가!]
- 아, 저기... 연락해도 돼? [당연하지. 연락하고 찍어준 번호잖아 아까.]
- 아...
어느새 다가온 버스가 정류장에 정차한다.
은하야 우물쭈물하느라 기사님 화나시겠다.
[가 봐. 버스 가겠다.]
-그, 그럼 연락할게 오늘 고마웠어 잘가!
그대로 은하는 버스에 올랐다.
창 가에 앉은 은하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든다.
그대로 은하를 태운 버스는 멀어졌지만, 여운은 내내 곁에 남아 있었다.
5 끝.. 6에 계속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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