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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0/12 22:40:29
Name 좋아요
Subject [일반] 내딸, 금사월로 보는 착한금수저/나쁜흙수저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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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의 비밀, 악녀, 막장 등을 고루고루 잘 갖추고 출발한 드라마 내딸, 금사월>

제목은 위와 같이 썼습니다만 최근에 방영중인 '내딸. 금사월'의 예를 굳이 들지 않아도 고귀한 출생 내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가 특정한 사건을 통해 고난을 겪고, 좌충우돌하다가 자신의 본래 신분을 되찾고 행복해진다는 류의 이야기는 그간 수도 없이 안방극장 시청자들에게 선보여왔습니다. 물론 막장드라마도 꼭 한 유형의 드라마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 만큼 일반화해서 볼 것만은 아니기는 하지만, 출생의 비밀이라는 테마가 갖는 역사는 굳이 일일이 예를 들지 않아도 워낙에 유구한 편이죠. 한때의 트렌디드라마가 돈많고 잘생긴 '실땅님'만나는 드라마, 즉 '신데렐라식 이야기구조'에 크게 기대었던 이유와 크게 본질적으로 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만, 하도 많이들 나오다보니 점점 의문 아닌 의문이 생기게 되더군요.

'이거, 올바르기는 한걸까?'

라는 의문 말이죠.


정당하고 가련한 금수저

이번 '내딸, 금사월'에서 금사월(백진희 분) 캐릭터는 역시 그간 수도없이 봐왔던 '가련하고 씩씩한 착한, 그러나 운명이 엇갈린 금수저'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금수저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금수저인지도 잘 모르는 착하고 씩씩한 캐릭터죠.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자 대표캐릭터이며, 대표 선역이기도 합니다. 억울한 모함도 당하고 악역으로부터 곤경에 처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간에 이 친구는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없는 캐릭터'입니다. 시청자인 우리는 그것을 잘알고 있으니 이 캐릭터가 잘되기를 응원하고 본래의 금수저를 찾아가길 원하게 됩니다. 물론, 극의 흐름상 그렇게도 될 것이구요. 당연하게도 이런 캐릭터가 행복해지는 것은 '올바르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착하고 씩씩하고 역경에 굴복하지 않는 캐릭터. 어떻게 싫어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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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백진희라는 배우가 담기에 더할나위 없이 적절한 역일 것입니다.>

다만, 이부분을 돌이켜 생각하면, 왜 그리 높은 확률로 이들이 아주 명명백백하게 아무잘못없는 가련한 캐릭터여야만 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물론 출생이 타의로든 우연으로든 바뀐 것은 억울한 일이 분명하기는 합니다만, 그런 억울한 일의 중심에 있는 캐릭터라면 좀 더 악이 있던지 좀더 현실적인 안목의 삶을 살던지 그래서 남탓하기 어려운 잘못을 저지르던지 하는 일도 충분히 있을 법합니다. 현실이라고 하면 그런게 좀 더 현실에 가깝겠죠. 다만 이 드라마의 경우도 그렇고, 그런 일 따윈 그다지 일어나지 않습니다. 금수저 인생에서 흙수저 인생으로 강제 인생역전이 된 그 가여운 처지에만 집중조명이 될 뿐이죠. 글쎄 분명 그런 처지에 처하는게 분명 가여운 것은 맞습니다만 뭔가 '그 가여운 상황에 처하는 것 자체'에서 필자는 뭔가 애매한 기분을 느낍니다.


악독한 흙수저

앞선 금사월 캐릭터가 전형적인 선역이자 운명이 엇갈린 금수저 캐릭터라면, 오혜상(박세영 분) 캐릭터 역시 아주 전형적인 '본래는 평타이하의 신분이지만 자의 혹은 운명으로 인해 인생이 역전된 캐릭터'입니다. 커서까지도 잘 몰랐다가 다 커서 운명을 알게 되고 자신의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캐릭터들도 종종히 있는데, 이 캐릭터의 경우에는 자신이 본래 흙수저임을 이미 잘알고 있고, 그래서 지금 가진 '내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악역짓'을 하게 됩니다. 보통 드라마를 보다보면 그러려니하게 보게 되는 부분이기는 한데, 사실 일일이 따지고 보면 금수저 쪽보다 황당한 것이 바로 이쪽이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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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인데 이~뻐~>

곰곰히 따지고 보면 이 악독한 흙수저들은 '굳이 그렇게 악역짓'을 할 필요가 없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보통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것은 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 좋은 집안 아래에서 키워질 만큼 키워진 최소 20대 중반 즈음 때이니 그간 키운 인지상정 때문에라도 이 흙수저들이 부유한 집안으로부터 내버려질 확률은 극히 적죠. 실제로 출생이 밝혀진다고 이 흙수저들을 버린 경우는 한국 드라마 사상 극히 드물다고 할 것입니다. 최소한  '본래 출신성분이 다른 흙수저이기 때문에' 버려지는 일은 그다지 없죠. 대체로는 뭔가 죄를 저지르든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하든 그가 '내쳐질 수 밖에 없는 명분'이 존재합니다. 근데, 꼭 그들은 그래야했고 그럴 수 밖에 없었을까요? 다른 선택지, 다른 역할은 없었을까요?


솔직히 이런게 만들어지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이러한 류의 역할론과 출생의 비밀, 암투가 그려지는 이유는 콕 찝어 하나만 말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사실 고귀한 출생이 고난과 역경을 딛고 행복해진다는 플룻자체가 워낙에 고대로부터 이어져온 흥행공식이기도 하니깐 말이죠. 다만 콕하고 뭐가 정해진 이유가 없는만큼 뭐 이런저런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드라마의 주요시청자 입장에서 '노오력'만으로는 압도적인 수준의 행복은 성취되지 않는다는 기저사상이 깔려있을 수도 있고, 드라마를 제작하는 입장에서 출생의 비밀이 아니고서는 마지막 해피엔딩에 '누가봐도 잘되어있는' 주인공을 그릴 자신이 없을 수도 있죠. 할수 있다하더라도 흥행공식에서 벗어나 집필할만한 여유가 없을 수도 있고 말입니다. 뭐 이런저런 현실적인 사정들이 '내딸, 금사월'같은 드라마를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겠죠.


좀 삐딱하게 생각해보기

다만, 이런 드라마에서의 핵심적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 내핏줄주의(이 글의 주요소재인 '내딸, 금사월'은 아예 대놓고 제목에 딸 얘기를 붙이죠)과 나름의 권선징악인데, 하나 근데 따지고 싶은 것은 '그래서 드라마에서 하고 싶은 말이 금수저의 것은 금수저한테 가는게 올바른 것이고 권선징악인 것이냐' 뭐 그런 것입니다. 너무나 필자가 삐뚤게 보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내딸, 금사월'을 포함해 그간의 여러드라마가 보여준 이야기의 구조상 나쁜 흙수저가 착한 금수저의 밥그릇을 뺏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라는 프레이밍도 충분히 읽힐만 하거든요. 물론, 주요시청자대의 연령상 이런 측면보다야 '내핏줄주의'가 갖는 숙명성이 더 클 수는 있겠지만, 그냥 그렇게만 보기에는 필자에게 이야기구조가 갖는 프레이밍은 다소 눈에 밟히기 충분한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이야기속의 '나쁜 흙수저'들이 정당하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들이 그런 비판받을 수 밖에 없는 행동을 하고, 이윽고 벌을 받고 '착한 금수저'에게 모든 것을 되돌려주는 구조를 그냥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기가 좀 힘들어졌다는 뜻이죠. 아무래도 필자가 간간히나마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보았나 봅니다.


물론 여기서 더 나아가는건 오버라는건 알지만

그렇다고 뭐 이런 드라마들이 소위 '금수저'들의 당위성을 공고히하고, 실질적인 계급간 이동을 시도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라고 세뇌시키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이런 음모론을 펼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우리가 도대체 무엇을 해소하기 위해 무엇을 보고있나-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는 것이죠. 이런 소리를 하는 저도 온갖 막장드라마를 보고 부글부글하면서 언제 저 나쁜녀석 박살나나하고 보고 있기는 하지만, 이게 과연 맞는걸까 싶습니다. 맞는걸까요? 필자가 너무 오버하는걸까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틀릴 수도 있겠죠. 하지만 하나 확실하다고 여기는 것은 '그냥 넋놓고 보기엔 좀 그렇다'는 것입니다. 일개 드라마일 뿐이지만, 그냥 '일개'로 치기에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보는 상품이니깐 말입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이만 글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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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충달
15/10/12 22:53
수정 아이콘
이런 글이 과분한 작품 같네요;;;
Rorschach
15/10/12 22:56
수정 아이콘
맞아요. 글이 과분하네요 크크

이런게 만들어지는건 뭐 간단하죠. 말씀대로 본문에서 말하는 흙수저가 착하면 드라마가 안됩니다 크크
위원장
15/10/12 22:57
수정 아이콘
악역인데 이뻐. 이 말로 충분합니다.
유리한
15/10/12 22:57
수정 아이콘
제목에 호불호가 들어가지 않는다니!!
막장드라마는 욕하면서 보는게 맞는거긴 하죠..
저도 이런 드라마의 프레이밍은 꽤 불편합니다.
비둘기야 먹자
15/10/12 22:59
수정 아이콘
제목에 호불호가 들어가지 않는다니!!2
오리엔탈파닭
15/10/12 23:01
수정 아이콘
역으로 선한 흙수저 주인공이 노오력으로 금수저 악당을 무찌르고 행복해진다는 플롯을 생각해보면 이 쪽이 훨씬 전형적이라는 느낌이 오죠.
고전적인 플롯은 이미 수천년 단위로 우려서 식상한데다 사회 분위기도 흙수저가 노오력으로 금수저를 이겨낸다는데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고 하니
본문같은 플롯이 더 먹힌다는 생각입니다.
15/10/12 23:04
수정 아이콘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르네요.
작품의 플롯같은걸 대강 구성하는데 걸린 시간과 이글을 쓴 시간
뭐가 더 길지
카우카우파이넌스
15/10/12 23:14
수정 아이콘
위에 댓글러들께선

'막장드라마라는 건 본디 뇌가 없는 사람들이 쓰고 보는 거라 진지하게 생각하면 지는 거다'

라는 취지의 얘기를 많이 하셨지만
가령 막장드라마 작가가 생각이란걸 할줄 모르는 인간이라 진지한 의도같은게 동전 한푼만큼도 없었더라도
그런 드라마가 한 시대를 풍미하는 정도에 이르렀다면 그 점에 대해선 진지하게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고 보입니다.
글자밥 청춘
15/10/13 00:22
수정 아이콘
반지성주의가 유행이 된지는 오래니까요..
apinKeish
15/10/12 23:18
수정 아이콘
걸그룹 분석이 전문이신줄 알았는데 드라마 분석도 잘 하시네요 ^^
잘 읽었습니다~ 지상파 드라마들은 뭔가 뻔한 패턴에 적당히 돌려막기?! 식으로 가는 부분이 대다수다 보니
잘 안보게 되네요... 원작의 힘이 크겠지만 러브라인이나 기존의 드라마 공식에서 탈피하고도 대 성공을 이끌어 낸 미생같은 드라마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흐흐 그런 의미에서 jtbc에서 하는 송곳 기대중인데 캐스팅이 ㅠㅠ
카우카우파이넌스
15/10/12 23:18
수정 아이콘
본문의 핵심적인 물음은 아마 이런 것이라고 보입니다.

'우리들 거의 대부분이 자기 자신을 흙수저로 생각할텐데, 왜 금수저가 작가의 일방적 편애 속에서 압승하는 드라마를 흥행작으로 만드는가?'
(본문의 표현으론
'그래서 드라마에서 하고 싶은 말이 금수저의 것은 금수저한테 가는게 올바른 것이고 권선징악인 것이냐'
'우리가 도대체 무엇을 해소하기 위해 무엇을 보고있나')

아마 우습게도 우리들은 일상적으로 자신을 흙수저로 생각하면서도
내심 한구석으론 우리가 금수저였길 희망하고 잠시 자신의 현실과 단절되어 드라마를 보고 있는 동안은
본디 흙수저였던 자기자신을 잊어버리고 금수저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금수저의 압승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란게
본문의 의문에 대한 유력한 답이 아닐까 싶습니다.
15/10/12 23:36
수정 아이콘
글이 과분하다는 생각을 저만 한게 아니였군요.

드라마는 플롯이 반대로 바뀌었을때 주 시청층이 느끼는 불편함을 생각하지 않을수 없으니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현실은 아니지만, 드라마는 사람들이 보고 싶게 만들어야 하니깐요
nextneumann
15/10/12 23:42
수정 아이콘
.
발라모굴리스
15/10/13 18:05
수정 아이콘
있는집 애들이 성격도 좋다
얼굴 예쁜 애들이 성격도 좋다
이런 말이 어찌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드는것이, 금수저 친구가 무슨 절박한 상황, 영혼이 찢겨지는 상황이 있었을까
만일 가족 구성원 전부 연봉이 2억원이라면? 싸우고 얼굴 붉힐 일이 있을까
미인인 친구가 굴욕적인 거절의 상황이 있었을까 외모로 인한 차별을 겪은 적이 있을까
당연히 성격 순해지죠
역설적으로 그래서 전 이런 친구들이 무서워요 한번도 자기 최악의 모습을 마주하지 못한자의 최악은 정말 최악일것 같아서
이진아
15/10/12 23:54
수정 아이콘
이거 말고 그.... 돌아온 황금복인가
그것도 금복이가 원래 금수저 아닌가요?
-안군-
15/10/13 00:01
수정 아이콘
이 분이 호불호를 쓰지 않았다니!!!
근데, 이런 전개는... 셰익스피어... 아니, 그 이전에 그리스/로마신화때부터 내려오는 고전중에 고전인지라...
(심지어 헤라클레스는 아버지가 신이라능... 금수저 따위가 아니라능...)
좋아요
15/10/13 00:14
수정 아이콘
호불호는 유게용이라능!
Shah Rukh Khan
15/10/13 01:07
수정 아이콘
혈통 얘기가 나와서 하는 농담이지만, 사월이가 박상원의 딥짜증나는 성격을 안 닮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저번 드라마였던 보리보리도 친엄마는 악역 중의 악역이었죠...
어쨌거나 사월이의 건축 능력치는 외할아버지와 자기 아버지한테서 내려받아 가진걸로 표현된 거긴 하겠죠..
15/10/13 01:13
수정 아이콘
이런 글도 쓰실수 있었군요 클클 호불호 감사히 보고 있습니다
이런 글이 과분한 작품 같네요(2)
간디가
15/10/13 02:10
수정 아이콘
그냥 딱 한국드라마 주시청층에 맞는 드라마죠.kbs주말극에 항상 대가족이 등장하는 거라 같은 이유입니다.그냥 욕하려고 보는거죠.욕을 하려면 나쁜 짓을 해야하는데 천륜은 그런 점에서 최고급 소재입니다.시청층이 주부들인 것도 한 몫하고요.이런 류 드라마는 정말 사라져야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서 참 슬픕니다.이런류가 나아갈 방향이란 건 결국 더 자극적이게 되는 건데 말이죠.근데 항상 똑같은 캐릭터 조금은 센 발언,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스토리 전개,뻔한 소재,논리는 보이지도 않은 전개 등 정말 말도 않는 작품성을 갖고 있는 이런 드라마는 정말 왜 흥행하는 거죠? 현실이 그렇게 개떡같나요? 하다못해 우화 한편이라도 읽는 것이 더 재밌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이런 글로 비평하기에는 너무 과분한 작품입니다.(3)
15/10/13 09:34
수정 아이콘
재밌어요;;

저도 집에서 어머니가 저런 드라마 보시면 뻔한 막장 드라마 어쩌구저쩌구 하다가 나중에 같이 보고 있어요..
무무무무무무
15/10/13 08:05
수정 아이콘
MBC의 '반짝반짝 빛나는' 같은 드라마가 이런 클리셰와 반대로 가는 작품이죠. 따져보자면 그것도 하나의 전형이긴 한데 요새는 거의 본 적이 없네요.
반복문
15/10/13 09:36
수정 아이콘
이런드라마는 딱히 생각하면서 볼만한 류는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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