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 롯데팬입니다. 저는 웬만하면 감독에 대한 기대는 접는 편입니다. 기존 감독이 워낙 막장이었던 것도 있지만, 저는 작전이라는 것을 굉장히 결과론적으로 보거든요. 이상한 작전이어도 결국 성공해서 막으면 좋은거고, 아니면 마는거지요. 그런데 오늘 롯데의 선수기용과 플레이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화를 나게 하네요. 이 경기는 절대로 질 경기가 아니었습니다. 이 팀이 거의 10년 가까이동안 변비야구를 즐겨한다는 사실은 팬인 제가 누구보다 잘 압니다만, 적어도 '낼 수 있는 점수를 날리는 것'은 변비 야구가 아니죠.

[(1) 송승준의 강판]
송승준의 강판 시점은 82구 째였습니다. 4.1이닝 무실점 7피안타 1볼넷 3삼진에 1사 2,3 루 상황이었습니다. 피안타가 좀 많기는 하지만 앞에서도 지속적으로 주자를 내보내는 상황에서 잘 막아왔던 송승준이고 무엇보다 당장 실점한다고 경기가 뒤집어질만한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선발이 1실점, 2실점한다고 '왜 선발 안내리냐'고 따지는 사람은 토쟁이들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선발을 내립니다. 무실점 기록 지켜주려고 내리신건지. 롯데 불펜 상태 안좋은 것은 압니다만, 오늘 올스타 브레이크를 이용해서 레일리를 불펜으로 기용할 것도 밝혔기에 레일리가 1이닝 정도 막으려고 불펜으로 나오겠거니 싶었습니다. 그런데 올린 투수가 심수창입니다. 심수창이 최근 잘하는 선수면 말을 안합니다. 시즌 피안타율은 .330이었고 최근 10경기 피안타율은 .394 였습니다. 평균적인 선수가 타석에 섰을 때, 그 선수를 94이종범 급 컨택트로 만들어주는게 심수창이란겁니다. 결과는 희생플라이와 적시타로 2실점. 스코어가 2:0 까지 가게 됩니다.

[(2) 선발 투수 레일리의 이상한 기용]
그래도 꾸역꾸역 타자들의 활약으로 잘 따라붙었습니다. 심수창이 내려가고 이제야 레일리가 올라옵니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용해서 기용한댔으니 뭐 한 1이닝 정도만 먹어주고 내려가면 되겠거니 싶었습니다. 5구째 삼진 잡아내고 다음 회로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투수가 강영식으로 바껴있네요. 네. 강영식 최근 10경기 평균자책점은 8.44고 피안타율은 0.409 입니다. 참고로 지금 동점 상황입니다. 게임 이기냐, 지냐가 달렸습니다. 그런데 평균적으로 타자를 94이종범 급으로 만드는 투수가 올라오더니 이제는 타자를 테드 윌리엄스로 만드는 투수가 올라오네요. 뭐, 그래도 결과론적으로 꾸역꾸역 막긴 했습니다. 그리고 강영식이 안 던지다가 던지는 것도 아닙니다. 15일동안 7일 등판한 선수입니다. 도대체 뭐하자는 투수 운용인지 모르겠네요.

문제는 레일리의 기용입니다. 선발 투수는 굉장히 민감합니다. 16일 날 레일리가 기용될텐데 0.1이닝만에 시구시키고 강판시킬 것 같았으면은 차라리 안쓰니만 못하죠. 그 때 상대했던 타자가 이용규나 김태균 정도 되면 제가 말을 안합니다. 홈런 하나 없고 시즌 타율 .261의 한상훈입니다. 이 선수 하나 잡으려고 선발을 끌어씁니까?

경기 전반적인 투수운용은 뭐하자는건지 모르겠습니다. 동점 상황에서 투수가 5명 나왔습니다. 그 중 2명이 0.1이닝을 먹고 내려갔고 1명이 2.1이닝을 먹었는데 그 한 명은 15일동안 3일 간격으로 등판해서 7.1이닝째를 먹고 있네요. 해서 잘 막으면 명장놀이 잘했다고 인정이나 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못 막았잖아요?

[(3) 계속되는 본헤드 플레이]
가끔 본 헤드 플레이 생길 수는 있습니다. 에러 내는거야 당연히 그럴 수도 있는거고, 3루에서 주루미스로 죽을 수도 있습니다. 아웃카운트 착각은 좀 심하긴 했네요. 그 동안 주루코치들은 뭐하셨는지도 모르겠고요. 그런데 적어도 이 상황들은 비등한 상황에서는 절대 일어나면 안됩니다. 손아섭이 살았었으면 외야 플라이로 연장까지 갈 수 있었고 김대륙이 아웃카운트 착각해서 횡사만 안했으면 추가 기회를 더 잡을 수도 있었을겁니다. 묻고 싶은게 하나 있네요. 오늘도 그래서 그냥 혼내고 말겁니까?


솔직히 롯데 팬들 감독들 이상한 짓 하는거 하루 이틀본 것 아닙니다. 김시진 감독 좌우놀이하는 것도 봤고, 강병철 감독이 덕아웃 장악 실패해서 애먹는 것도 봤습니다. 신인들 내보내서 키우는 것도 군말 않았습니다. 백골퍼요? 아빠가 박정태 안나온다고 짜증내는거 보면서도 '뭔 이유가 있겠지' 생각은 했었네요. (실제로 이유는 없었지만)

명장놀이? 성공하면 군말않고 잘 보겠습니다. 그런데 하나같이 다 실패하잖아요. 투수 대주자 2명 내보내서 나온 결과물이 좋은가요? 나쁜가요? 선수들이 못해서 경기를 못하는거면 말을 안하겠습니다. 불펜이 붕괴되서 그렇지, 3선발은 아주 잘 돌아가고 있잖아요? 타자들 잘 치잖아요? 이 팀과 기존의 약팀들 비교해보십시오. 전력이 누가 더 세나 비교해보세요. 결과 뻔히 나오는데요. 롯데 선수들 가지고 그 성적 낼 것 같으면 차라리 감독직 자진사퇴하는 것을 적극 권하고 싶네요. 허구연 해설이 고교야구 같다고 비웃었는데 고교야구도 이렇게는 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