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가에 먹방의 시대가 지나고 '쿡방'의 시대가 왔다고들 하죠.
'요섹남'이라는 요상한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로, 요즘 방송가에서 요리 하는 프로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요리방송의 선두주자 '올리브TV'를 필두로, 스타셰프 양성소(?) 프로그램인 '냉장고를 부탁해', 누구보다 똑똑한 것 같지만, 누구보다 어벙한 두 MC를 내세운 '오늘 뭐 먹지?' 등등 현 방송계의 대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세가 되다 보니, 쿡방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 셰프]가 핫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허셰프 최현석], [슈가보이 백종원]. 이 두 명의 쉐프가 요 근래 가장 뜨거운 인기를 실감하고 있죠.

서론이 길어졌네요. 오늘 제가 하고 싶은 후기는, 대세 중 한 명인 백종원씨를 내세워 숟가락을 얹기 위해 제작된 프로그램인 [집밥 백선생]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 숟가락을 얹겠다고 대놓고 표현한 집밥백선생 티저장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방송으로 보고 나서 느낀 점 한 줄.
[스태프를 바꿔라, 아니면 출연자를 바꿔라]였습니다.

세계 3대 진미라는 트뤼프, 캐비어, 푸아그라 중에 하나를 가져와서 라면을 끓여 먹은 느낌이랄까요.  
현 방송계의 핫 아이콘인 백종원씨를 데려와서 이런 방송을 만드는 것도 재주긴 재주네요. 채널 돌아갈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제가 느낌 이 프로그램의 문제점. 너무 많지만 세 가지만 나열해 보겠습니다.



1. 문제 있는 편집, 노잼 오프닝

전 개인적으로 예능 첫 방송에 이렇게 장황하게 질질 끄는 오프닝은 처음 봤습니다. 인터뷰 시간으로만 초반 십몇 분을 잡아먹더군요.
그렇다고 예능감 있는 멤버들도 아니구요. 윤상씨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집밥이 왜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나 김구라씨는
부인도 있고, 요리에 관심도 없는 사람이 굳이 집밥을 배우려고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더군요.
거기에 재미없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편집을 너무 재미없게 하니까 내가 지금 이걸 왜 보고있나란 생각뿐이었습니다.
첫 음식은 김치전... 마리텔 메뉴가 인기를 끈 이유는 집에서 하기 힘들거나 못 보던 메뉴들을 매우 쉬운 레시피로 보여줬기 때문에
인기를 끈 거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김치전으로 한 회를? 그 쉬운 김치전으로 실수 연발? 재밌다고 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2. 출연진끼리의 조합

이 프로그램 출연진들은 예능감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윤상, 손호준씨는 캐릭터마저 겹쳐 보이구요.
조용한 사람 3명에 투덜대는 사람 1명... 역대급의 망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연진 중에 전문 방송인은 김구라씨밖에 없는데, 김구라씨는 남을 돋보이게 하는 능력은 전무한 사람입니다.
김구라 스타일은 돌직구적인 과감성과, 공격적인 말투로 게스트의 당황하는 모습 등을 이끌어내는 점인데, 이런 스타일은
무언가를 배우는 프로그램에선 전혀 쓸모가 없습니다. 백종원씨를 돋보이게 하진 못할망정, 태클 걸기 일쑤고...
그나마 믿을 건 백종원씨 뿐인데, 백종원씨마저 진행 면에선 확실히 부족한 면이 보이더군요.
혼자 방송할 때 안 보였던 부분들이 여러 명이 되니까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컨셉인지는 몰라도 손호준씨는 예능 프로그램 고정감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삼시세끼나 정글의 법칙에서 잘해 보였던 걸까요?
냉장고를 부탁해의 정형돈,김성주씨조차 유일하게 못 살렸던 정경호, 윤현민씨랑 겹쳐 보이더군요.]



3. 김구라

더 설명이 필요한가요? 벌써 시청자 게시판에 하차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더군요.
백종원씨를 선생과 제자 사이가 아닌, 마리텔에서 같이 나오는 동료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게 아니고 만약 컨셉이라면, 뭔가 생각해도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지적질에, 투덜거리고, 말 끊고, 시비조인 말투부터가 완전 극혐이더군요. 프로그램에 대한 해석이 부족하다는 티를 팍팍 풍겼습니다.
요리 아무거나 해오라고 숙제를 냈더니 계란프라이 하나 해놓고 끝. (윤상씨는 요리는 못 하지만 오믈렛같이 만들려고 노력이나 했지...)
거기에 요식업계의 대부한테 자기는 싱겁게 먹는다고 꼬박꼬박 말대꾸에, 백종원씨가 음식 재료로 김치를 가져왔더니 대뜸 한다는 말이
[쉰 거에요? 쉰 거네]
[직접 만든거에요? 산 거에요?]
참다 참다 백종원씨가 음식에 의문점을 가지는 건 좋은데 자꾸 왜 시비조로 말하냐고 뭐라 하니까
[전 쉰 김치 좋아해요]
이게 뭡니까... 학생이랍시고 데려온 사람이 하는 태도입니까? 이걸 보고 웃으라고 편집한 제작진도 정상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 선생님께 요리를 배우러 온 것인가, 아니면 마왕을 잡기위해 용사들이 온 것인가.


결론을 말하자면 이 방송은 2회부터 대대적인 공사가 필요해 보이는 방송이었습니다.
아무리 첫방송이지만 시청자들이 봐주는 것도 정도가 있습니다. 재미는 없더라도 기분 나쁘게 하지는 말아야죠.
기존 대세였던 요리 프로그램의 장점이 하나도 안 보이는지라, 제작진은 편집방향과 프로그램 포맷에 대하여 진지하게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요리치들을 고쳐주는건 좋은데, 정말로 고치고 싶은 사람들만 고쳐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