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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3/22 20:26:45
Name 레이드
Subject [일반] 당신이 틀렸어요. 앤디
반어체입니다 양해해주세요.

'I am free!!' 영화 쇼생크 탈출의 절정, 주인공 앤디 듀프레인이 외치는 저 대사를 듣고 대부분의 사람이 느낄 감정은 시원함과 감동 그리고 대단함일 것이다. 억울하게 잡혀서 들어간 감옥에서의 암울했던 생활과 때로는 치욕적이기도 했을 앤디의 삶을 지켜보면서, 보는 이가 그러한 느낌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앤디의 저 대사 속에는 억압과 굴종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의 설렘과 두근거림이 함께 들어가 있으니까.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영화에 나오진 않았지만) 앤디와 레드는 오롯이 자유로워졌을까? 감옥에서는 벗어났지만 삶은 계속되는 것이고 살아가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그 속에서 그들은 때론 일어나고 싶지 않지만 일어나야 할 때도 있을 것이고 하기 싦음에도 해야만 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 또 다른 규칙을 만들어 또 다시 자신을 얾매고 있는 셈이다. 그것이 자유인가?

나는 종종 내 자신이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또 누구에게도 상관하지 않고 홀로 살아갈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돌아보면 나는 다시 누군가의 손자이고 아들이고 형이며 동생이고 친구이기도 하고 아는 선배이기도 하고 후배기도 하며 누군가의 구남친이기도 하다. 그 전체를 끊으면 과연 나는 나일 수 있을까? 내가 나로서 존재한다는 사실은 어쩌면 누군가와의 관계를 통해서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또 다른 이야기지만 살다보면 가끔 이건 제 취향이고 제 자유니까 상관하지 말아주세요. 라는 말을 통해 내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그 이야기들은 이윽고 100%라고 해도 좋을만큼의 확률로 사람들 사이에서 전송되고 강조되어 범람한다. 왜 이러는 걸까? 꽤나 많은 케이스를 통해서 그런 경우에는 상관하지 않고 건드리지 않고 흘려 보내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가진 이후부턴 적극적으로 말하진 않지만 늘 궁금했다. 왜 이러는 걸까? 이것도 자유라는 틀로 이해해주어야 하는걸까?

내가 좋아하는 철학자인 비트겐슈타인은 이런 말을 했다. 말할 수 없는 것엔 침묵해야 한다 고 그 덕에 나는 내가 판단할 수 없는 것 그리고 상대방의 생각에 어떠한 의구심이나 반발심이 생겨도 주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넘기곤 했다. 하지만 침묵한다는 것 역시 하나의 의사표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이후부턴 솔직히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더라. 나는 나 말고도 70억이 살아가는 이 거대한 공간 안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나와 관계맺고 있는 이 곳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자유라는 건 말이 안되는 것이다.

당신이 틀렸어요. 앤디 듀프레인. 자유라는 건 세상에 없다구요.  또 다른 방식으로의 얽매임이 있을 뿐

살아간다는 것은 편드는 것이다. - 안토니오 그람시



사실 전 잘 모르겠습니다. 자유라는 말의 의미를, 그저 나 건들지 마세요 라는 말의 또 다른 표현인거 같기도 하고 어디까지 이해해야 하는지 어디에서 화를 내야 하는지 감이 잘 안오네요. 사람이라는 것은 어쩌면 규칙과 틀과 관계의 정립으로만 살아갈 수 있는 동물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뭔가 자유란게 뭘까 싶은 생각도 들고.   하고 싶은 일을 할 때에도 결국은 누군가를 생각할 수 밖에 없다는 건 참. 서글픈 일이기도 합니다.  음..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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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love
15/03/22 20:28
수정 아이콘
사실 따지고 들어가면 자유의지에 대한 생각 자체가 뇌과학적으로 위협받는다고 들었어요.

완전한 자유가 있을까요?
레이드
15/03/22 20:40
수정 아이콘
글쎄요. 어려운 문제입니다 정말...ㅜㅜ
마스터충달
15/03/22 20:35
수정 아이콘
동방불패에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오죠.
"사람이 사는 곳이 강호인데, 강호를 떠나겠다고? 푸하하하하하하"
레이드
15/03/22 20:41
수정 아이콘
정말 그 말 그대로인 것 같아요. 사람이란 존재는 참..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 혼자이고 싶다가도 외로워지는 이 마음은 대체 왜 이런걸까요? 진짜 궁금합니다...
절름발이이리
15/03/22 22:23
수정 아이콘
제 기억에는 사람이 있는 곳에 원한이 있고 원한이 있는 곳이 강호 이거늘 어찌 강호를 떠난단 말인가! 껄껄
같은 느낌이었는데 원한이 맞나 모르겠군요
마스터충달
15/03/22 22:56
수정 아이콘
찾아보니 임아행이 영호충에게 하는 대사였네요.
"사람이 모이면 원한도 생기는 법이지. 원한이 있으면 강호가 있는 법이고. 따라서 사람이 바로 강호인데, 어찌 떠날 수 있단 말인가? 흐흐흐흐 하하"

뭐 처음 달아논 거나 이리님이 기억하는 것이나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네요.
人在江湖
15/03/23 09:19
수정 아이콘
고룡의 다정검객무정검에서도 비슷한 대사가 있습니다. "사람이 강호에 있으면 그 몸이 제 것이 아니다(人在江湖 身不由己)" 라는 구절인데, 제 닉네임이기도 하지요. 흐흐
15/03/22 21:16
수정 아이콘
살아있는 것이 예속, 살아있는 것이 고통이라 함은 부처님 말씀이시지요.
생의 모든 업과 연에서 자유로워지는 해탈, 열반의 반열까지 묘사하면 쇼생크 Redemption이 아니라 쇼생크 Nirvana가 되버리고 흑백연합민두노총이 성립되고 반야심경이 엔딩 크레딧과 함께 올라가는 뭐 그런....
농짓거릴 섞어 이야기 했지만 제가 생각하는 앤디는 "Get busy living or get busy dying" 이라 말한걸로 이미 그에 대한 답을 찾았다고 봅니다.

저도 레드처럼 It is Goddamn right 라고 생각하구요 :)
레이드
15/03/22 21:25
수정 아이콘
흐흐..부처님은 과연 열반을 얻으셨을까요? 얻으셨다면 어떻게 얻으신건지.. 참 궁금합니다. 한낱 사람인 입장에선 그저 열심히 살아가야겠죠.
바람모리
15/03/22 21:18
수정 아이콘
갑자기 영원의 숲이 생각나네요.
간만에 드래곤라자나 정주행해볼까나..
15/03/22 22:45
수정 아이콘
영원히 얻을수 없지만. 영원히 추구해야겠죠.
그게 이상이라는 이름이니까요.
히히멘붕이넷
15/03/23 00:27
수정 아이콘
어? 나름 쇼생크 탈출 여러번 봤는데 앤디가 탈출할때 대사가 있었나요? 걍 열심히 터널 비집고 나와서 옷 벗어던지고 비맞으면서 장면 전환됐던 걸로 기억하는데...
Galvatron
15/03/23 01:10
수정 아이콘
제 기억에도 대사가 없었던걸로....혼자 실성한듯 웃었던거 같기도하고..
15/03/23 02:48
수정 아이콘
삶은 그 자체가 벗어날 수 없는 굴레지요. 나란 존재가 갑자기 세상에 스스로 뿅하고 나타난게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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