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03/15 03:34:58
Name 토요일에만나요
Subject [일반] 택형 이야기

.
할머니 생신이라는 이유로 시골에 들렸다. 화목하지 않은 집이라 가는 내내, 오는 내내 심각하게 가슴 졸이며 왕복했다. 오며 가며 차에서 듣는 소리는 우리 가족의 짜증섞인 말들 + 큰아버지 내외 중 큰아버지의 화통같은 목소리, 거기에, 내가 좋아하지 않는 멜론차트 1~100위 음악, 그리고, 기분 나쁜 자동차 밖의 풍음이엇다. 나를 괴롭히는 이 모든 것을 이겨냈고, 마침내 나는 집에 왔다. 그리고 바라 마지않던 주말을 불태우려(불태워봤자 고추 친구들과 술먹는 일이겠지) 이놈 저놈 전화를 걸어봤는데, 한잔 하자는 나의 제안을 받은 사람은 여자친구가 있는(!) 친구 하나 뿐이었다. 이 커플의 잔소리를 예상하며 남포동으로 향했다. 다행이다. 이놈의 여자친구는 보냈단다. 사실 혼자 걱정했던 것은, 날도 날이었고,(오늘은 화이트데이!) 이 때문에 가는 길 내내 좀 껄쩍지근한 마음에 택시에 내려서 근처 편의점에서 추파춥스 두개를 사서 이 커플에게 주려고 했다. 근데 이놈의 여자친구는 집에 보냈단다. 사탕 두개를 손에 쥐어주며 "이게 내 마음이다"라며 시덥잖게 얘기했고, 취하러 갔다. 그리고 여친따위 엿바꿔 먹은 내가 이놈의 연애상담을 들어주는 웃기지도 않는 내용의 대화가 오갔다.

내 친구는 취했다. 그냥 그렇게 보인다. 나는.... 늦은 밤에 노트북을 켜고 앉아있는걸 보니... 덜 취했다. 여튼 파장을 하고 택시에 타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친구 : (자기 여자친구에 대한 하소연 끝에)"아 그래서 내보고 우짜라고! 쏘 왓!!!"
나 : "오, 그런 똑같은 제목의 메탈리카 노래가 있지, 들어보면 좋을꺼여"
"뭔데, 무슨 내용인데?"
"그게... 뭐 어쩌라고! 하는 내용이지, 늙은 아저씨 고추를 빨았어, 근데 뭐 어쩌라고! 이런 가사도 있고 여튼 들어보면 시원하다 크크"
"그게 뭐고 뭐 그런게 다있노.."
"그 양반들 노래는 말이지, 하나만 들으면 된다! "마스터 오브 퍼펫츠" 이거만 들어도 좋다. 한번 들어봐라 시간나면.
이게 내용이 뭐냐면, 마약이 마스터고, 마약에 중독된 사람이 퍼펫이고, 그 중독을 끊지 못해 노예가 된다는... 블라블라.... "

정도의 시덥잖은 대화가 끝나고 이 친구는 내렸다.
그리고 택시 아저씨가 말을 건냈다.

택형 : "아까 그... 제목이 뭐라고요?"
"예? 아.... 마스터 오브 퍼펫츠...... 인데요.. 허허허 제가 되도 않게 아는 척을 했나보네요 허허허"
"아뇨 나도 메탈을 좋아해서... 저는 할로윈이 좋더라고요 허허허허"
"(나는 할로윈을 잘 모른다.;) 아 할로윈이요.. 크아 그거 시원시원하니 저도 좋아합니다(?) 허허, 혹시 나중에 메탈리카도 한번 들어 보십쇼, 좋더라고요 허허"

라며 집 앞 육교에 다다라서 계산을 하려고 보니 현금이 없다. 아.... 그래도 카드보다 현금을 좋아하실텐데..

"아이고 선생님, 죄송하지만 현금이 없는데 카드로 계산해도 될까예.."
"아유 카드로 하면 되지 뭐가 미안합니까 허허"

계산을 마치고 택시에서 내렸고 나는 집에 왔다.
그 택시 형님(연배는 50줄이 되어 보였지만)은 고스트스테이션을 자주 들었을 거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음악을 통해, 혹은 다른 매개체로 다른 세대와 통한다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 생갔했다.

전에 친구와 대화했던 내용 중 하나가 떠오른다.
"내 로망은 뭐냐면, 이런 장면이야.
내 딸과 Time in a bottle을 들으면서
"메기야(상상의 딸 이름), 이 음악이 어디서 나왔냐면,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페스트'에서 퀵실버가 휘릭휘릭 장난치면서 그때 나왔던 BGM이야! 몰랐제!!" 그러니까 이제 엑스맨을 처음부터 지금까지 나온 것 까지 쭉 보자. 재밌겟제 흐흐"

로망을 이룰려면.... 먼저 여자친구를 만들어야지..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구밀복검
15/03/15 10:38
수정 아이콘
헬로윈 하면 Keeper Of The Seven Keys Part 앨범이죠 흐흐.
밴드명(Helloween)과 동명곡인 halloween 추천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7sWNirVaIA
The Seeker
15/03/16 11:47
수정 아이콘
제 별명이 택형인데 저를 저격하는 글인줄 알고 깜짝 놀랐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7005 [일반] 성남시, 무상급식+무상교복에 이어 무상산후조리 확정 [125] Leeka12273 15/03/16 12273 5
57004 [일반] 락마스터 2013 듀얼 - 김자인 vs 미나 마르코비치 [4] Zelazny3666 15/03/16 3666 1
57003 [일반] 레드벨벳/윤현상/랩몬스터/민아의 MV와 조PD/크레용팝의 티저가 공개되었습니다. [38] 효연광팬세우실6077 15/03/16 6077 0
57002 [일반] 사우디는 왜 오일생산량을 줄이지 않았나 [27] Momoni10143 15/03/16 10143 0
57001 [일반] 이룬것 없이 경력만 10년 되버린 영화편집자의 편집강의 #2 [20] Go2Universe9252 15/03/16 9252 15
57000 [일반] 안녕하세요! 대기 기간이 끝난 고등학생입니다! [77] 삭제됨7112 15/03/16 7112 14
56999 [일반] 윤정환의 울산, 단 두 경기로 전북 1강론에 이의를 제기. [35] LowTemplar8214 15/03/15 8214 4
56998 [일반] [바둑] 믿거나 말거나 [12] vlncentz5113 15/03/15 5113 3
56997 [일반] 성지(聖地)의 밤. [9] 삭제됨4505 15/03/15 4505 3
56996 [일반] 심상정 “국회의원 수 늘리되 특권 폐지하자” [71] 알베르토10437 15/03/15 10437 1
56995 [일반] 손님, 안드로메다가 부담되시면 가까운 곳도 있는데... [17] Neandertal10034 15/03/15 10034 14
56994 [일반] UFC 185 - 챔피언들 곡소리 나는 대회 [14] The xian5430 15/03/15 5430 0
56993 [일반] 뜻밖의 상승 - 맥쿼리인프라 [37] 기아트윈스13298 15/03/15 13298 4
56992 [일반] 택형 이야기 [2] 토요일에만나요3799 15/03/15 3799 1
56991 [일반] <버드맨> - 추락하는 것은 아름답지 않다. [41] 마스터충달8615 15/03/15 8615 7
56990 [일반] 무한도전 진짜 멤버 뽑는다! [153] 공룡18045 15/03/14 18045 0
56989 [일반] '완성된 성인 남자'에 대한 공포 [17] Eternity9071 15/03/14 9071 33
56988 [일반] 수원 kt 위즈파크(수원 야구장)를 다녀오다. [25] 자전거도둑9126 15/03/14 9126 0
56987 [일반] 여러분의 선택은? [42] 삭제됨6756 15/03/14 6756 0
56985 [일반] 청바지 구매기 - 스키니와 슬림의 은밀한 차이 [21] 바람과별17667 15/03/14 17667 0
56984 [일반] 화이트데이라 여자친구에게 사탕주러갑니다. [122] 박기우11155 15/03/14 11155 83
56983 [일반] 요즘 육군 인트라넷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47] 삭제됨17682 15/03/14 17682 1
56982 [일반] 다르빗슈 시즌 아웃 [32] wish buRn9788 15/03/14 9788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