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4/10/01 23:59:22
Name leada
Subject [일반] 가을을 맞아 경음악 몇 곡 소개합니다.
사실 30대가 지나 듣기만 해도 힘이 빠지는 음악을 듣는 일이 많이 없어졌습니다만

그래도 가을을 맞아 떠오른 경음악을 몇 곡 소개해드리고자 적어봅니다.


1. 윤종신 '헤어진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 - 희열이가 준 선물(1998)




윤종신의 8집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제목이 참 독특한 경음악입니다. 이 노래가 만들어진 경위를  들은 적이 있는데 당시 윤종신의 연애가 끝나고 상심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유희열에게 전화를 해 피아노 연주를 요청했고 그렇게 해서 듣게 되어 앨범에 수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기억이 가물가물 해서 정확하진 않을 겁니다). 대학교 3학년 때 피아노를 다시 배우며 혼자 익혔던 곡이라 종종 생각이 나는 곡이네요.


2. 토니 타키타니 OST Theme - Solitude(2005)




이 곡은 영화 '토니 타키타니'의 메인테마곡입니다. '토니 타키타니'는 동명의 무라카마 하루키의 단편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개봉 당시에 스틸컷에 홀려 극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현재 인두암 투병 중인 류이치 사카모토가 OST 작업을 했으며-반원전 운동을 오랫동안 해왔기에 방사선 치료도 거부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04', '05' 앨범 이후 곡 구성이 전자음을 많이 차용하던 예전에 비해 미니멀해진 이후로는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톤과 굉장히 잘 어울리기도 하고요.
영화 자체에 대해 첨언을 하자면 주인공들이 소설의 텍스트를 그대로 읽는 독백장면이 몇 번 나옵니다. 참 신선하게 느껴졌고 좋아했습니다.


3. 정재형 '두 번째 울림' - 편린(2002)





유희열, 정재형은 전부 작곡과를 나왔다는 공통점이 있고 그런 면모를 토이, 베이시스에서 유감없이 보여줬습니다. 클래식 전공을 통한 오케스트라 연주가 베이시스부터 앨범의 주를 이루었던 그가 프랑스 유학 이후 2집 '두 번째 울림'을 통해 다양한 음악을 시도했고 그 중 '편린'은 그의 음악 중 가장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정재형의 경우 이 앨범 전에도 많은 경음악이 있는데 베이시스 3집에 수록된 '마리아의 테마', '현종이에게', '8월', '독'과 1집 '기대'에 수록된 '내안의 작은 숲-이소라의 허밍이 나옵니다-' 등 지금 들어도 좋은 곡들을 만들었습니다.


4. 이병우 '흡수' - 마지막 인사(2003)




이병우라는 기타리스트의 음악 중 이런 노래가 있나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참 좋아하는 곡입니다. 마음에 오래 남아있던 친구와 10년만에 전화를 통해 연락이 닿았으나 전화를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와 동생이 세상을 떠나 마지막 인사가 되어버린 전화를 추억하며 친구에게 바치는 연주곡입니다. 소개해드린 곡들이 전부 좀 쓸쓸하지만 이 곡은 사연까지 좀 그래서 더 음울해지네요.


5. 윤상 'Song Book' - 배반(2008)




'Song Book'은 윤상의 헌정앨범으로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윤상의 노래를 재해석했습니다. 'Song Book'에 실린 '배반'은 원곡에서 목소리는 소거되고 세련된 연주는 단촐하게도 피아노 하나만 남았지만 그 연주를 맡은 건 오랜 친구인 피아니스트 노영심이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인 윤상의 연주곡들도 많지만 원곡인 '배반'을 참 좋아하는터라 추천하게 되네요.


6. Eternal Morning - Father's Watch(2007)





어둡고 느린 곡 위주로 추천 드렸기에 분위기를 좀 바꾸어보겠습니다.
Eternal Morning은 Epik high의 Tablo가 Penny와 공동작업한 'soundtrack to a lost film'이라는 다소 독특한 컨셉의 연주곡 앨범입니다. 두 사람의 작업은 당연히도 도회적이고 많은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루프되기도 합니다. 'White'를 타이틀로 전반적으로 도회적이고 세련된 감각의 앨범이지만 유난히 이 곡은 수록된 다른 곡들과는 달리 조금 낯선 곡입니다. 아버지의 시계라는 제목을 갖고 있는 이 곡의 마지막 1분은 스트링과 시계 초침소리가 강렬하게 반복되며 끝나는데 회중시계를 상상하게 되더군요. 이 곡은 특이하게도 다른 뮤지션의 곡과 닿아있습니다. 그 곡은..


6-1. Kebee 'Poetree Syndrome' - Beatiful Memory(2007)





경음악이 아닌 힙합을 소개해드리게 되어 좀 구색이 이상해졌습니다만... 어쨌건 'Eternal Morning'의 Tablo와 Penny의 공동작곡입니다. 이 곡과 Father's Watch가 왜 닿아있느냐면 공동작곡 외에도 가사 자체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두 곡을 곧잘 묶어서 듣곤 합니다.

[...스무살의 아버지는 불안함으로 달궈진 유리병안의 물, 잔뜩 끓어오른 젊음, 순식간에 자신을 태워버릴 열정으로 가득 차...]

힙합 앨범은 물론이고 다소 현학적이고 세련된 가사를 쓰는 뮤지션들에게서도 좀처럼 찾기 힘든 주제이며 표현력이 이 곡 안에서 빛이납니다. 같은 과 후배였던 Kebee의 음악을 정작 학교 다닐 땐 쑥스러워서 잘 듣질 않다가 휴학하면서 많이 듣게 되었는데 앨범에 사인 한 장 못 받은 채 식사 약속만 하고 못 만난 걸 참 아쉬워하곤 하네요.



이 외에도 몇 곡의 노래를 더 찾아놨는데 안타깝게도 링크를 걸 수 없는 음악들이라 더 소개해드리지 못했네요.
많은분들이 자유 게시판을 통해 음악을 추천해주셨고 저 역시 오랫동안 좋아하는 곡들을 몇 자 적어가며 알려드리고자 했던 바람을 덜어내 봅니다.
감정이 극에서 극으로 향하던 10대, 20대에 주로 듣던 음악이라 요즘은 그리 자주 듣는 곡들은 아니지만 오래 들었던 곡들인지라 몇 분에게라도 의미가 있었으면 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옆집백수총각
14/10/02 02:35
수정 아이콘
잘 듣고 갑니다.
불량공돌이
14/10/02 10:41
수정 아이콘
경음악이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이런류의 음악을 이야기할때 빼 놓을수 없는게 토이4집의 '길에서 만나다'인것 같습니다.
바야바
14/10/03 14:55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잘 듣고 갑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4086 [일반] 가을을 맞아 경음악 몇 곡 소개합니다. [3] leada4131 14/10/01 4131 2
51437 [일반] 언딘이 먼저 잠수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해경이 UDT 투입을 막은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190] leada13216 14/04/30 13216 19
50582 [일반] 승환옹의 11집 fall to fly 전 앨범 이 3월 26일날 나오네요.. [14] Rein_114613 14/03/21 4613 1
47470 [일반] iOS 기기에서 youtube 동영상이 나타나지 않을 때 쓰는 방법입니다. [13] leada6939 13/11/04 6939 2
40577 [일반]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빨리 확인해주세요.. [98] k`13036 12/11/22 13036 1
39911 [일반] MBC에 출연해 김재철 특별법을 제안한 신경민 의원 [16] leada6145 12/10/26 6145 1
36814 [일반] 달빛요정의 생일을 맞아 이뤄지는 작은 이벤트가 있습니다. [7] leada4190 12/04/19 4190 0
34098 [일반] PGR 회원 한정 포교 이벤트 - 명단 취합 및 정정(25일 정오까지) [30] The xian9643 11/12/23 9643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