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4/08/25 01:04:57
Name 푸바(푸른바람)
Subject [일반] 안녕 헤이즐 감상(줄거리 유, 스포 굉장히 많습니다.)
안녕 헤이즐 감상(줄거리 유, 스포 굉장히 많습니다.)

영화 보고 제목이 원작과 다르다는 얘기와 워낙 감명깊은 대사가 많아서 이것저것 읽어보다가 적은 감상문 입니다.^^
영화 안보셨다면 절대 이 글은 안보시길 바랍니다. ;;


안녕 헤이즐의 원작 책의 제목은 잘못은 우리의 별에 있어 입니다.

The Fault in Our Stars
잘못은 우리의 별에 있어.

이건 사실 연극 줄리어스 시저에서 시저가 브루투스에게 쓴 편지의 내용중 일부분이 조금 바뀐 말이에요.
실제 연극에서의 대사는 아래와 같아요.
the fault dear brutus, is not in our stars, but in ourselves, that we are underlings.
친애하는 브루투스여. 잘못은 우리의 별에 있는 게 아니라 이 별에 굴복하고 있는 우리에게 있다네.

실제 대사에서 잘못은 우리의 별에게 있지 않다고 되있지만 책 제목에서 잘못은 우리의 별에게 있어 라고 쓴 이유는 책 내용 속에 나오는 피터반 호텐의 편지에 나와있습니다.

원작 책에서 피터반 호텐이 거스에게보낸 편지 중 일부
워터스 군에게..
... 군이 보내준 내용에 나오는 사람들은 확고한 비극적 결함을 갖고 있더군요. 소녀의 경우에는 대단히 아프다는 것, 거스군의 경우에는 대단히 멀쩡하다는 점이 그렇군요. 하지만 만약 소녀가 건강해지고 거스군이 아프게 된다면 별들이 끔찍하게 교차하게 되는 것이고 쥴리어스 시저의 대사인 "친애하는 브루투스여. 잘못은 우리의 별에 있는게 아니라 이 별에 굴복하고 있는 우리에게 있다네"라는 말은 틀려도 이렇게나 크게 틀린말은 없다고 느낄 정도일 것입니다.
로마의 귀족이라면 그런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별에는 잘못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실제로 영화의 내용을 보면 피터반 호텐이 얘기한 것처럼 거스는 아프게 되고 소녀는 건강해 지는 일이 일어나고 그것을 겪어내는 헤이즐에게 만약 이런 잘못이 우리의 별에 있는 것이 아닌 이 별에 굴복하고 있는 우리에게 있다고 얘기한다면 마치 피터반 호텐이 영화중에서 헤이즐에게 잔인한 이야기를 하며 헤이즐의 엄청난 분노를 일으키며 싸웠던 것과 같은 모습이 나타날 겁니다.

그때에는.. 헤이즐에게 그런말은 틀렸고 우리의 별에는 잘못이 수도 없이 많다고 말하는 것이 따뜻한 위로의 말이 되겠죠..  그리고 그것이 작가가 실제로 암투병 했던 책 내용의 토대가 되었던 실재인물 에스더 그레이스 얼(Esther Grace Earl/12살에 갑상선암을 판정 받은 후 2010년 8월까지 암투병을 했지만 16살 생일을 앞두고 2010년 사망)에게 하고 싶었던 따뜻한 말이 아니었을까요..

작가 존 그린은 아동 병원에서 사제 활동을 하면서 이 이야기의 집필을 시작했습니다. 너무도 어린나이에 죽어가는 환자들, 그리고 그들의 죽음이 너무 당연시 되고 가치 마저 박탈당한 듯한 분위기에 탄식하며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전해져요. 하지만 작가는 자신이 할 수 있는건 아무 것도 없이 죽어가는 영혼들을 지켜보며 절망에 빠져 자신이 시작한 이야기를 끝낼 수 있을까 점점 두려워졌다고 해요.

그런 그에게 희망을 준 사람이 바로 16세 소녀 암환자 에스더 였습니다. 감상선암 말기를 판정받아 항상 산소통을 가지고 다녀야 했음에도 언제나 희망과 웃음을 잃지 않고 주위 사람들에게 밝은 기운을 북돋워 주었습니다. 그린은 그녀에게 받은 영감으로 소설을 마무리 할 힘을 얻었다고 해요.      

그러나 에스더는 아마도 그런 따뜻한 위로의 말을 들었어도 책속에 나오는 아래쪽 대사와 같은 말들을 하면서 오히려 힘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썼을것 같습니다.

우리의 별에게 잘못이 있으니 그대로 이 별을 원망하고 탓만 하며 살아야 할까요?
(이때 별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 운명같은 느낌인것 같아요).

한정된 나날을 가진 우리 운명 앞에서 헤이즐이 얘기하죠..  그 한정된 날과 날들 사이에서 우리의 작은 무한대의 숫자들이 있다고.. 그 무한대의 숫자를 만드는 건 우리, 그리고 그런 행복을 준 사람..  
< 영화 속 헤이즐의 고백
"0과 1 사이엔 무한대의 숫자가 있어.
난 내게 주어진 숫자보다 더 큰 숫자를 ​갖고 싶었어. 하지만 거스, 난 우리의 작은 무한대를 사랑해 넌 한정된 나날 속에 영원한 행복을 ​줬으니까">  

사랑은 공허히 사라지고, 우리는 잊혀질 뿐이고, 결국 어떤 노력도 허망하다는 것, 죽음앞에.. 하지만 당당히 외치고 있어요.. 사랑한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고.. 마치 그런 것들은 내가 사랑하는 것을 막을수 없다는 듯이..
<영화 속 거스의 고백
I'm in love with you,
and i know that love is just a shout into the void,
and that oblivion is inevitable, and that we're all doomed
and that there will come a day when all our labor has been returned to dust,
and i know the sun will swallow the only earth we'll ever have,
and i am in love with you.
나 널 사랑해,
사랑은 단지 공허함 속으로 사라질 거라는 걸 알아,
그리고 잊혀짐은 피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어.
우리가 시한부 인생이라는 것도 알아.
우리의 노력이 먼지 속으로 사라질 날도 오겠지.
단 하나밖에 없는 지구는 뜨거운 태양에 녹아 녹아버리겠지,
그리고 난 널 사랑해.  >

사랑하는 상대에게서 받는 상처가 나에게는 특권이고, 명예이며
<헤이즐이 거스를 거부하는 대사와 그것에 대답하는 거스
I don't wanna hurt you.  너에게 상처주기 싫어..
It'd be a privilege to have my heart broken by you  너로인해 내 심장이 부서지는건 나에겐 특권이야>

이 세상에 살면서 상처를 받는것 안받는것은 선택할 수 없지만 누구로 부터 상처 받을지는 선택할수 있다는 것.. 내가 사랑할 사람을 선택할 자유가 나에게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것이예요
<책 내용 중 거스의 편지
그애는 정말 아름다워요. 그 애를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아요. 그 애가 나보다 더 똑똑할까봐 걱정할 필요도없어요. 더 똑똑하다는 걸 이미 아니까. 그 애는 남을 헐뜯지 않으면서도 재밌어요.
난 그애를 사랑해요. 그 애를 사랑할 수 있어서 난 정말로 행운아예요 반 호텐.
이 세상을 살면서 상처를 받을지 안받을지는 선택할 수는 없지만 누구로부터 상처를 받을지는 고를수 있어요 난 내 선택이 좋아요 그 애도 자기 선택을 좋아하면 좋겠어요. >


거스가 헤이즐을 꼬실때 이런 얘기를 합니다. "너의 진짜 스토리를 들려줘"
너의 진짜 스토리, 너의 감정, 너의 선택, 너의 마음... 세상 어떤 운명이 나를 덮쳐올지라도, 너의 진짜 스토리는 좋아할만한 거야..특히 사랑할 사람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는 것은..

에스더는 우리의 별들은 잘못이 있지만, 나한테는 사랑을 선택할수 있는 기쁨이 있어요! 라고 당당하게 작가에게 대답하고 있는것 같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부르디외마불
14/08/25 01:18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영화였습니다.
14/08/25 09:11
수정 아이콘
영화 잘봤습니다 시간날때 소설로도 읽어보아야겠네요.
아르센벵거
14/08/25 10:16
수정 아이콘
가벼운 마음으로 봤던영화였고, 본 직후에는 울림이 있었으나
뒤에 배경을 찾아보거나 곱씹어보는 리뷰잉은 전혀 안했었는데
이런 글을 봐서 반갑고 고맙네요

정성이 담긴 리뷰 잘 봤습니다.
강백호
14/08/25 10:58
수정 아이콘
원작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봐서
디테일한 내용 연결이 사라져버린 영화 전개가 조금 아쉬웠어요.
영화보다는 소설이 훨씬 괜찮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 여배우의 매력을 알게 된 걸로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14/08/25 17:34
수정 아이콘
리뷰 감사 드립니다. 영화를 보다가 울림이 있더라구요 피지알에 들어 왔다가

리뷰를 보고 그때의 느낌이 재연 되네요.

그런데 여배우가 어릴때의 데미무어를 좀 닮지 않았나요?

참매력적이더군요. 내심 해피엔딩을 바랬는데 안타까웠습니다.
14/08/26 00:49
수정 아이콘
정성스러운 리뷰 잘 보았습니다.
워낙 소규모로 개봉하고 관람객도 적은 영화였는데 리뷰가 올라오니 반갑네요.
다코타 패닝이 나왔던 나우이즈굿이 연상되던 영화였습니다.
주인공이 떠난 자가 아니라 떠나보낸 자가 된 부분은 약간 달랐지만요.

fault = 결함으로 번역하고,
star = 별로 번역하더라도 '운명'이라는 주석을 달아주면 좀더 자연스러울 것 같습니다.
star가 비유적인 의미로서만이 아니라 단어 자체에 운명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일반] [공지]자게 운영위 현황 및 정치카테고리 관련 안내 드립니다. + 선거게시판 오픈 안내 [29] jjohny=쿠마 25/03/16 24239 18
공지 [정치]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305436 0
공지 [일반]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59173 10
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62437 4
104340 [일반] 신세계는 광주에서 뭘 하려 하는 것일까? [3] leiru2311 25/06/19 2311 1
104339 [정치] 이스라엘의 이란 기습공격 5일, 나는 어떻게 보고 있나? [70] 후추통10902 25/06/18 10902 0
104338 [일반] AI가 내말에 OK만 하는거 같으면 AI의 성격을 바꿔보자 [8] 여기4980 25/06/18 4980 1
104337 [정치] 이재명 대통령의 첫 순방 [98] 빼사스9806 25/06/18 9806 0
104336 [일반] 한 예언자가 1400여년 전에 남긴 예언, 설명추가 [80] 평온한 냐옹이8240 25/06/18 8240 0
104335 [일반] 최근 읽은 일곱 권(교양서,소설) 이야기 [13] 수금지화목토천해4161 25/06/18 4161 5
104334 [일반] 국가별 기억나는 음식들 - 유럽 편 [8] 오징어개임3525 25/06/17 3525 7
104333 [일반] 심리와 사회 : 제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14] 번개맞은씨앗4170 25/06/17 4170 10
104332 [일반] 교회는 어떻게 돌아가는가:목사 고시+ 안수 [32] SAS Tony Parker 4254 25/06/17 4254 1
104330 [정치] 부동산 정책은 과연? [315] DpnI17819 25/06/16 17819 0
104329 [일반] 국가별 기억나는 음식들 - 아메리카 / 아프리카 [15] 오징어개임4163 25/06/16 4163 5
104328 [일반] 중고 패밀리카 구매 후기(with 케이카) [27] 유인촌5558 25/06/16 5558 21
104326 [일반] 국가별 기억나는 음식들 - 아시아편 [25] 오징어개임4065 25/06/16 4065 4
104325 [정치] [속보] 김건희, 서울아산병원 입원(지병악화) [83] 제논11256 25/06/16 11256 0
104323 [정치] 오늘 윤석열이 기자에게 한 말 [58] a-ha11280 25/06/16 11280 0
104322 [일반] 조금 다른 아이를 키우는 일상 15 [10] Poe2382 25/06/16 2382 32
104321 [일반] 요즘 AI가 내 말에 '오구오구' 해주는 이유 [44] 좁쌀5596 25/06/16 5596 3
104320 [정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기본계획의 안이 나왔나 보네요 [180] 윤석열9389 25/06/16 9389 0
104319 [정치] [속보] 법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보석 허가 [118] 물러나라Y9367 25/06/16 936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