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2015학년도 입시전형 보도자료
http://admission.snu.ac.kr/file_down/2015_bodo_20131114.pdf

매일신문 기사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56626&yy=2013


서울대에서 발표한 이번 입시의 골자는 문과에서 의대, 치의대가 지원가능하도록 교차지원 확대, 나->가군으로 이동, 지균의 수능 최저등급 강화 (현 2개 영역 2등급 이내 -> 3개 영역 2등급 이내), 정시모집의 7% 확대, 논술 폐지와 전형의 간소화 등입니다.

저는 재수생, 고3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지금은 과외만 전문으로 하는지라 입시상담까지 하고 있어서 많은 아이들을 보고 또 대학 입시 제도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습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수시가 대폭 축소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요. 수시 축소에 대해 장문의 글을 쓰고 있었는데 실수로 날려먹어서 첨부터 다시 써야 되나.. 하던 찰나에 이런 기사가 났네요.

현재 입시라는게, 배치표 한 장과 원서 지원의 운으로만 해결되는 것은 아니에요. 수시부터 정시까지 전형이 하도 많아 정말 머리가 돌아버릴 지경입니다. 한 학교마다 기본적으로 7개 정도에서 많게는 10개까지 전형이 존재해요. 각종 온갖 가중치, 논술, 구술면접, 내신과 수능 성적 우열 비교, 안정적으로 등급을 딸 수 있을지, 가산점이 붙을 상황이 될지, 거기다가 각종 입학사정관 전형들까지 많은 것들을 따져봐야 하죠. 차라리 정시로 줄세우는게 훨씬 편했어요. 입시분석 할 때가 되면 A4로 몇백장이나 되는 서울 시내 주요대학의 입학전형이 잔뜩 쌓여요. 이걸 학교의 교사들이나 학생들이 전부 분석하기란 힘든 일이지요. 그래서 점점 더 학원으로 컨설팅을 받으러 다니는 학생들과 학부모를 생각한다면, 서울대에서 내놓은 입시전형 간소화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보여집니다. (다만 전 밥줄이 T_T 하지만 중요한건 제 밥줄보다는 몇십만명의 학생들이 좀 더 중요하니까요)

다만 의대 문과 교차지원에 대해서는 약간 씁쓸한 생각을 감출 수가 없네요. 수리A (이전 수리 나형)으로 응시 가능한 거야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 쳐도, 과탐을 안해도 진학이 가능하다는게 기분이 약간 그렇습니다. 서울대는 여전히 수리점수에 가산점을 주고, 과탐의 2과목에 대해 가산점을 주는 제도가 예고되어 있는데 이는 문과 학생들과 이과 학생들의 형평성 때문에라도 약간 문제가 될 듯 싶구요. 어차피 교차지원이 가능하다고 해도 다른 대학에서 따라가지 않는 한, 의대를 준비하는 상위권 학생들이 문과로 전과하진 않겠지만요. 오히려 문과 최상위권 학생들이 찔러보는 식일 거라고 예상되는데, 문과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는 기회가 조금이나마 확대되니 다행일 수도 있겠습니다.

대학 입시가 짧은 주기로 이렇게 변화하는 걸 보면 대한민국에서 대학 입시라는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실감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경기 북부 쪽에서는 학교의 입시전략에서 피해보는 예가 상당히 많습니다. 일단 고등학생 대상으로 하는 전문학원이 없다보니 정보에서 밀리고 하는 식이예요. 한 고등학교는 무조건 하향지원 시키는 편이고, 말많은 어떤 자공고는 교사들이 한동안 대학 입시에서 손을 뗀지라 또 망하고 하는 식이더라구요. 여기서 꽤 괜찮은 학원가로 나간다고 해봐야 중계동인데 그 정도까지 학부모들이 열의는 없어요. 그저 우리 애와 학교가 알아서 잘하겠거니 하고 맡겨 두는 편인데, 성적에 비해 입시가 망하고 또 그래서 재수하는 학생들이 꽤 많이 나오더라고요. 보고 있으면 착잡하기도 하고 좀 아쉽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러네요.

예전에 같이 일하던 선생님 한 분은, 입시제도를 살아있는 생명체 -_- 라고 표현을 하시더라구요. 살아서 꿈틀꿈틀 거리면서 하도 지맘대로 진화에 변태를 거듭한다나요. 전 그 표현에 동의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입시 단순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방향일 거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