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글 댓글화를 하려고 하다가, 내용이 너무 길어지는것 같아 따로 게시글을 쓰게 되었네요.

방언의 은사니 예언의 은사니 하면서 방언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마치 그게 믿음의 척도이며 방언이 터지지 않는 사람은 믿음이 없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분위기였던 교회를 다녔었습니다.

이단이고 어쩌고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교회였는데 그랬죠.
좋은일 하고 청소년 사역 많이 하고 토요일 밤에 야근해도 오전 예배 반드시 참여해야 하고
그러다 졸면 설교시간에 직접 이름 호명되고 섬김받는자가 아니라 섬기는 자가 되어
자기 시간은 모두 교회에 바쳐야 되는 뭐 그런 평범한 개척교회였습니다.
10년 채우고 떠났는데, 떠날 시점에선 중형 교회는 됬고요.

항상 예배가 끝나면 두서없는 폭풍랩같은 방언으로 목사님이 마지막 기도를 하고.
제자 모임에서(저희는 셀이 아니라 제자훈련이니 제자 모임이니 앞에 제자를 붙였죠)
마무리 기도할때 꼭 방언으로 기도해야 하고.

목사 자녀가 방언 해석의 은사를 받았다고 모임에서 누가 쏼롸 쏼롸 하면
그걸 길게 풀어서 이야기하고 은혜받았다고 울고

그때는 그게 우리교회만 그런줄 알고 있었는데, 이후 다른 교회 다녀보면서 느껴보니
한국 교회 대부분 성향이 비슷하더군요.

근데 저는 안터졌어요.

청년 수련회를 가서 불끄고 어둡게 한후 서로 등을 펑펑 때리면서
엉엉 울면서 방언의 은사를 내려주시옵소서
방언의 은사를 내려주시옵소서

집단으로 무릎꿇고 목청껏 통성기도 하다가 1:1로 짝을 지어 서로 머리에 손을 얹고
앞엣 사람에게 방언의 은사가 터져달라 기도했지요.

전 안터지는거 다른사람한테도 공공연하게 이야기 하고 다녀서,
모임에서 멋들어지게 방언을 행하던 교회 형(지금 마흔 다됬겠네요)이 제 앞에 앉았고
이십분 삼십분도 넘게 집단으로 펑펑 울며 부르짖는 가운데 마주 앉은 교회 형이
허리쪽에 감각이 없을때까지 등짝을 때렸습니다. (허리쪽에... 감각이 없으니... 어떻게 된거요)

주여 앞의 어린양에게 성령을 부어 주시옵소서.
방언의 은혜를 내려 주시옵소서.

...그래도 안터졌어요.

내가 믿음이 없는건가. 의심병 중환자라서 답이 없는건가. 하는 생각보다도

이 형을 패고 여길 뛰쳐나갈까
욕을 하면서 아 안되는걸 어쩌라고 하고 깽판을 놓을까 하는 생각밖에 안들었어요.

척추쪽이 찌릿찌릿한게 허리 나가는게 아닌가 싶은 지경까지 가고, 무릎은 아프고, 분위기는 후끈하고,
다른사람은 다 터진것 같고. 끝도 없이 쏟아지던 다른사람의 방언들이 잦아가는 시점까지 되니
에라 모르겠다 하는 생각밖에 안들더군요.

왜 나는 안주시나. 하고

룰라 날개잃은 천사에서(앞서 댓글에는 천상유애라 적었는데 이게 맞네요) 앞에서 이상민이 읆조리는
아낄려고 어쩌고 하는 절규 비슷하게 웅얼웅얼 하면서 속으로는 욕설을 내뱉었죠.
그제서야 그 형은 제가 방언 터졌다고 또 엉엉 울면서 제 등짝 때리는걸 그만뒀죠.

근데 저는 안터졌어요.

그상태로 교회를 계속 나갔습니다. 그렇다고 신앙이 없는 건 아니었거든요.

그러던 어느날 안터지다 터졌다고 믿음이 있으면 언제든 성령으로 기름부어 주신다고 저를 곁다리 껴서
목사님이 설교하시더군요.
그후 제자 모임에서 목사님이 언급한 방언 은사를 입은 사람으로 방언기도 하라고 자주 권유 해서 서태지와
아이들 피가모자라 백마스킹처럼 대충 주절주절댔고.
'방언 해석의 은혜를 가진' 목사님 자제분이 그 몇년간 제가 웅얼거린 소리를 몇번이고 '해석'해 주셨습니다.

한 30초 짜장면이 먹고싶다 생각하면서 주절주절 한건데 1분이 넘는 해석이 나왔다는건 차치하죠.
조용기 목사님이 빵상 께랑까랑 10초 하신거 1분 해석(http://mlbpark.donga.com/mbs/articleV.php?mbsC=bullpen&mbsIdx=999005&cpage=2&mbsW=search&select=stt&opt=1&keyword=%B9%E6%BE%F0)
하신것보다는 못하기도 하고.

기본 틀은 이상민의 폭풍랩 아낄려고 또 아낄려고에 숨소리 섞은거였는데요.
그럴때마다 뭔가 환멸이 느껴지고 속이 썩어들어갔어요.
뭐 교회가 크면서 이런저런 일들도 있었고... 좋은 사람들이 많긴 했지만 떠날수 밖에 없게 되더군요.

지금 교회는 이제 안나가고, 그래도 신이 계시다는것은 믿지만 방언은 안믿습니다.
아무도 그때 제가 한게 뭐였는지 모르고, 그걸 믿음의 척도로 삼는 문화가 있는것에 대해서는 제 개인적 경험으로는
좀 경계심이 들고요.

맨날 생각만 하다가 방언 이야기가 나와서 적게 되네요.
후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