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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0/10 22:58:09
Name snoopy
Subject [일반] 피로사회와 안철수
시사IN에서 지식인들을 상대로 2012년의 키워드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었다. 언론이란 것이 으레 하는 "복지"라는 논의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다소 뻔한 기획이었다. 그럼에도 이 기사에서 나에게 엄청난 감동을 준 지식인이 있었는데, 다름 아닌 김훈 작가였다. 그가 꼽은 2012년의 키워드는 "박근혜"였다. 덧붙인 설명에는 "2012년은 대중이 박근혜를 받아들일 것인지 결정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쓰여 있었다. 작가적 비유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정확하고 날카로운 통찰력이다. 지금 정치는 박근혜냐 아니냐만 놓고 모든 논의가 질질 끌려가고 있다. 애초에 진보 정치의 대두라든지 이런 건 대중의 관심에는 존재한 적조차 없다.

그렇게 무난하게 "박근혜"로 시작해서 "박근혜"로 끝나야 할 2012년에 엄청난 변수가 놓여 있는데 바로 "안철수"다. 안철수 등장 초기부터 나는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되고 그것은 대중들이 눈치챌 수조차 없는 치밀한 착취의 시작이 될 거라고 말했는데, 너무 추상적인 이야기라서 설득력이 없었다. 그러다가 <피로사회>라는 엄청난 책을 읽다가 말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인지 좀 더 확실히 설명할 수 있게 됐다.

<피로사회>의 한국어판 서문에 작가는 냉전이 종식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한국 사회가 서구 사회와 동일시될 수는 없지만, 한국 역시 냉전이 사회를 지배하는 프레임이 아니며 자기 자신을 착취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한국인이라면 즉각 깨달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로사회>는 다른 것을 배척하는, 면역학적 사회에서 긍정이 과잉되는 신경증적 사회로 패러다임이 이행되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른 설명으로는, 규율 사회에서 성과 사회로 변하면서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과도하게 뿌리내리고 이것이 우울증을 유발한다고 한다. 규율 사회에서 성과 사회로의 이행, 바로 이것이 안철수라는 인물이 내포하는 시대적 의미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안철수는 성과 사회의 완성이다. 안철수가 자신은 대중의 열망에 대한 표출이라고 말하면서 정치 참여에 대한 정당성의 논의를 애매하게 지연시키는데 이것은 그의 특유의 화법이 아니라 그 어떤 평론가보다도 스스로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대중의 열망"이라는 표현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 대중의 열망이라는 말에는 현재 정치권에 환멸을 느끼고 새로운 해법을 갈망한다는 의미가 있는데, 안철수는 해답이 아니라 현재의 시스템이 내재하고 있는 폭력 그 자체이다. 즉, 어떤 열망이나 요구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 그 자체의 모순이자 상징이다. 이 정도는 누구나 눈치챌 수 있다. 왜냐면, 가만히 있던 안철수를 정치인으로 재발견하고 상정한 것은 결단코 대중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대통령 선거가 가지고 있는 함축적 의미를 고려해볼 때, 규율 사회와 성과 사회의 패러다임을 통해 보면 많은 것들이 이해된다. 노무현은 규율 사회의 인식과 종식을 선언하는 상징이다. 사회적 무의식이 "~해서는 안 된다"라는 규율의 한계를 직시하면서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었다. 노무현이 실패했다는 평가는 규율 사회의 타파에 관한 것이 아니라 성과 사회로의 이행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노무현이 가지고 있던 모순은 성과 사회에 대한 적의였다. 규율에 대한 면역이 지나쳐서 성과 사회를 어떤 시스템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타자로 인식한 것이다. 성과 사회로의 이행이 시대 정신이라는 것만큼은 인식했지만, 성과 사회의 정체성을 끝내 이해하지 못했다. 즉, 새 시대의 도래를 위해서 자신과는 맞지 않는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고 희생해야 했다고 사고 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이어 등장한 MB는 규율 사회에서 성과 사회로의 이행이다. "MB"에게 "나는 할 수 있다"가 항상 어떤 일화처럼 따라다니는데 이런 사회적 메시지를 대중이 받아들인다는 것, 이것이 성과 사회로의 이행이다.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MB는 노무현보다 훨씬 더 성과 사회를 잘 이해하고 있다. 그가 주장한 각종 규제 철폐는 부동산 정책과 정치 공학으로 이해될 수도 있지만, 결론적으로 성과 사회가 무엇인가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문제는 MB조차 "이행"일 뿐 완성이 아니다. 쉽게 말해서, 어렸을 때 가난했기 때문에 MB는 뚱뚱할 수가 없다. 노무현 역시 말랐지만, 뚱뚱해져야 한다고 착각했고, MB는 날씬한 것이 좋다고 역설한 것이다. 그러나 초콜릿의 유혹에 빠져본 적이 없는 그들은 비만의 무서움을 모른다.

성과 사회의 도래에 대한 엄청난 증거 중 하나가 "양극화"다. 면역학적 사고방식에서 양극화를 해소한다는 말은 쓸 수가 없다. 오로지 타파해야 할 "가난"만이 존재할 뿐이다.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표현은 역설적으로 사회적 계급이 무의미하다는 점을 내포한다. 즉, 삶의 수준이 극복할 수 없는 계급이 아니라 단순한 경제적 차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고방식이 과다한 면역 결핍 때문에 새로운 질병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MB가 절대로 내놓을 수 없는 안철수의 해법은 질병을 존재를 부정하고 시스템으로 내재시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타자에 대한 극도의 면역력을 부여하는 대신에 스스로를 소진시킨다. 그리고 소진되지 않는 자만 살아남는다.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사태처럼 심각한 위협에도 불구하고 통합진보당이 북한에 대한 애매모호한 태도로 비난 받은 것은 새로운 사건이 아니다. 더욱이 웃긴 것은 통합진보당이 그런 애매모호한 태도를 "실제로" 취했었다는 점을 아는 사람만이 통합진보당을 뽑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북한의 존재가 대중에게 얼마나 위협적으로 다가오지 않느냐는 것을 말해준다. 이제 우리는 감기, 폐렴에 걸려서 숨쉬기조차 불편해도 목숨에 위협을 느끼지는 않는다. 다만 "짜증"날 뿐이다. 그런데 게으르고 먹기만 해서 뚱뚱해지면, 혹은 성적이 나빠서 취업을 "할 수 없을 수도" 있게 되면 목숨에 위협을 느낀다. 취업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굶지 않는다. 그 어떤 세대보다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현재 세대들은 그 어떤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편리하다.

"멘토" 열풍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사실 대단한 착각이다. 안철수보다 MB나 노무현, 차라리 박근혜가 더 현실적이다. 안철수의 "멘티"들은 안철수처럼 서울대 의대에 들어갈 수도 없고, 더욱이 그렇게 컴퓨터를 잘 할 수도 없고, 더더욱이 미국에서 MBA를 밟을 수도 없다. 그렇게 선택 받은 인물에게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전혀 도움이 될 수가 없다. "네 탓이 아니야"라며 위로해주는 것이 새 시대의 멘토라는데, 그건 조언이 아니다. 안철수는 본인이 생각하듯이 새 시대의 상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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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10 23:00
수정 아이콘
올해 6월 초에 썼던 글입니다.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로 읽힐 수 있는데 새 시대의 상징으로서 안철수는 반드시 도래해야 한다는 역사적 당위성을 주장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뚜껑을 열어놓고 보니 기대했던 것과는 다소 다르게 나가고 있네요. 조금 더 생각해보고 후속으로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Neuschwanstein
12/10/10 23:19
수정 아이콘
본문만 읽어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너무 많네요. 일단 기본적으로 규율사회와 성과사회, 면역학적 사회나 신경증적 사회 같은 개념부터가 생소해서; 피로사회라는 책을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부터 드네요.
김어준
12/10/10 23:40
수정 아이콘
보기 어렵습니다. 단락이 모두 소재로 엮여져 있어서 주제를 모르겠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본다"가 주제 맞나요? 난독이네요.
처음과 마지막에 결론좀 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레이미드
12/10/11 00:15
수정 아이콘
단락별 내용이 말하고자 하는 바, 그 자체들에는 큰 이견이 없습니다만..
읽고 나서 뭘 읽었는지가 명확하게 머리에 남지는 않는 글인 것 같습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글임을 드러내는 부분도 몇군데 보이고요..
특히 마지막에 통합진보당 비유는.. 글의 흐름, 산통을 깨는 느낌이 들어서
읽다가 뜨악했습니다.

그래도 이러한 글의 불완전성이 다음편을 기대하게 해주네요.
저에게 생각해볼 여지를 준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글링아빠
12/10/11 00:26
수정 아이콘
제가 보기엔 상당히 통찰력이 있는 글인데 반응이 이상하네요..
이번 대선이 대표하는 시대정신이 복지나 경제민주화가 아니라는 것은 전부터 저도 그리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안철수와 성과사회라니 전혀 생각도 못했습니다. 배웠네요.
어쨌든 글의 세부에 전부 동의할 수는 없지만 이번 대선이 상징하는 시대정신과의 각 후보의 관계는 정확하게 짚고 있다고 보입니다.

재미난 것은 이러한 큰 시대의 흐름에서 어떻게 보면 비켜서 있다고 할 수 있는 문재인 후보의 당선가능성이 상당히 올라가고 있다는 건데,
이 부분에 대해서 이런 관점에서는 어떻게 풀어가실지 궁금해지네요.
12/10/11 00:55
수정 아이콘
배경지식이 부족해서 본문의 내용만 가지고 몇 가지 질문드립니다.

1.

면역학적 사회가 끝나간다고 하셨는데, 서비스산업이 주가 되고 일자리가 계속해서 공급될 때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구수에 비해 좋은 일자리는 부족하고, 그 밖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이 취업문제에 봉착해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상황 속에서 조선족, 동남아인, 중국인이 한국에 들어와 일자리를 가지고 가는 현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문에서 말하는 긍정이 과잉되는 사회로 변하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2.

규율 사회에서 성과 사회로의 변화를 저는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과거에는 규율에 의해서 수동적인 노동을 했다면, 현재는 성과를 위해 능동적으로 일하고 있다. 자본주의사회는 사람들이 더 많은 소비를 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었고, 사람들은 그런 소비를 위해 일을 합니다. 사람들이 성과를 위해 일을 하는 것은 소비를 하기위해서 입니다. 이런 소비시스템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은 남들보다 더 많은 성과를 거둬서 성공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 많은 노동을 하도록 스스로에게 굴레를 씌웁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점이 우울증과 같은 현대병이고 그래서 피로사회라고 지칭하는 것 같습니다.

책을 보지 못해서 정확한 내용은 모르겠고, 대략 위내용정도의 느낌만 드는데 이런 피로사회와 정치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주본좌
12/10/11 01:19
수정 아이콘
어려운 글이네요;;
홍삼먹는남자
12/10/11 02:01
수정 아이콘
새로운 글 기대하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12/10/11 02:14
수정 아이콘
글쎄요..
한 시대(한 세기)의 현상을, 5년주기의 한 정권의 현상으로, 이보다 더 나아가 한 개인의 성향에 대한 현상으로 해석해 버리셔서 당혹스럽습니다.

MB가 규율사회에서 성과사회로의 이행이라는 말씀은 특히나 이해하기 힘든데요..
어떤 사안 마다 등장하는 mb식의 "내가 해 봐서 아는데.."라는 식의 가르침(강요)은 과거 왕회장의 "당신이 해 봤어?"와 결코 다름이 없는, 아직도 부정성의 시대에 머무는, 아니 한발 더 나아가 더욱 심화된 규율사회로의 회귀라 할 것입니다. 이는 결코 자발적인 자기착취나 긍정성의 과잉의 형태가 아닙니다.

아직 노골적인 착취가 요지부동인 상황인, 규율사회에서 벗어나 보지 못한 국내 사정인데..
몇백년의 역사를 통해 복지국가의 이상을 실현 중인 북유럽 등의 다른 나라의 상황에 적합할 만한 이론(이론 자체도 매우 자의적이고 도식적이지만)을 국내의 몇몇 정치인의 개인적 성향에 따라 해석을 하는 것은 매우 납득이 안가네요..
12/10/11 02:19
수정 아이콘
창작과 비평에 글써도 되겠어요.
홍삼먹는남자
12/10/11 02:40
수정 아이콘
궁금한 거 물어보면 수준 떨어지는 거 같아서 안 하려다가 생각나서 올리고 잘게요.

- 전 정권들을 하나하나씩 특징지어서 분리해주셨는데, 구체적이지는 않더라도 몇 가지 이유를 들어 뒷받침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여기서 MB가 절대로 내놓을 수 없는 안철수의 해법은 질병을 존재를 부정하고 시스템으로 내재시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타자에 대한 극도의 면역력을 부여하는 대신에 스스로를 소진시킨다. 그리고 소진되지 않는 자만 살아남는다.'
- 이 부분을 앞에서 말씀하신 "양극화"를 예로 들어서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 안철수는 대중이 원하는 정치를 안 할 거라는 이야기 신가요?
아레스
12/10/11 07:24
수정 아이콘
문구들이 자연스레 녹아있는 느낌은 아니네요 조금은 억지스레 어려운말들을 집어넣은 느낌입니다 [m]
무플방지위원회
12/10/11 09:43
수정 아이콘
피로사회와 한국 정치지형을 연결한 점은 신선하네요.
노무현이 규율사회의 종언을 고하는 시대를 대변한다는 것도 안철수가 성과사회의 숙성을 알리는 아이콘이라 보는 것도 고개가 끄덕거려집니다.
철옹성일 것만 같던 박근혜의 아성이 의외로 쉽게 허물어진 것도 그런 측면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구요.
스스로 성과를 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그다지 매력이 없다는 것이겠죠.
그렇다면 문재인은 과연?
그런 측면으로 분석하면 문재인 역시 성과사회에 어울리는 캐릭터는 아니라고 보입니다. 그 역시 규율사회와 겹치는 이미지죠.
그런데 만약 문재인이 당선된다면 성과사회로의 이행이 아직 부족하다고 이해해야 할까요?
상부구조는 항상 하부구조보다 늦게 변화하는 거니까...
사악군
12/10/11 10:10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후속이 잘 이어지면 좋겠네요.
12/10/11 10:20
수정 아이콘
한마디로 어려워요.
PGR 글 읽기 위해서 책을 읽어야 할 판이네요.
12/10/11 11:21
수정 아이콘
먼저 좋은글 감사합니다. 다만 마지막 문단, 멘티들이 안철수와 같은 멘토들에게는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생각을 달리합니다.

직접 강연을 찾아 들은적이 있는것은 아니지만 오래 전부터 안철수의 삶자체가 제게 있어서 큰 영감을 주었고 제 인생의 롤 모델이기에 멘토라고 해도 무방할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제가 그와같이 서울대 의대에 들어간다거나 MBA를 밟는다거나 정치를 한다던가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가 살아오면서 문제를 접하고 해결하는 방식에 감명받았고, 또 통찰력에 감탄한적이 많았기 때문에 그가 보여준 삶의 태도를 나의 삶에 적용하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그가 훌륭한 멘토였던건 부자이고 엘리트코스였다는 사실보다는, 그의 말과 행동, 그리고 삶에서 보여준 여러가지 도전적인 궤적이 보는 사람에게 감동과 본받을만하도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가 정치인이 된 다음에는 단지 훌륭한 롤모델이었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되어가는것 같아서 좀 안타깝긴 합니다. 물론 그에대한 지지를 접을리는 없을겄 같습니다. 이번대선에 그를 찍지 않을가능성은 있습니다만,..

본문주제와 잠깐 어긋나지만 이번 대선에 대해서 짤막하고 코멘트하고 싶은건
요즘들어 안철수의 생각이 허황된 이상론인지 아닌지 논하는것 자체가 이미 그가 대선 프레임을 장악해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봅니다.
BBK 실소유주냐 아니냐, 대운하를 할것이냐 말것이냐의 같은 프레임에 같혔던 지난 대선을 돌이켜보면 말이죠. 아마 매주마다 안철수는 큰그림에서 조금씩 조금씩 구체화 시킨 정책들을 점점 알려나갈텐데요, 향후 대선 프레임이 어떻게 짜여나갈지 궁금합니다.
제대로 셋팅된 프레임은 그걸 인식하고 거부하려 무엇인가를 할수록 되려 더 강화되죠. 그렇기 때문에 프레임을 만들기도 제거하기도 참 어렵습니다.
12/10/11 12:27
수정 아이콘
통찰력이 느껴지는 글 감사합니다. 사실 좀 어려워서 정확히 이해하였는지 모르겠지만 읽고나서 느낀점을 제 수준에서 말씀드리면..

규율 사회에서 성과 사회로의 이행은 작년 상반기 나가수 열풍이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들구요. 레전드 가수라는 사회적 계급을 내려놓고 누가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느냐는 무한경쟁. 그 과정에서 최고의 가수들이 스스로를 소진시키며 보여주는 최고의 무대에 열광했었죠. 그 안에 내제되었던 문제점은 과정이 어떠했든 결과만으로 평가받는다는것. 개인의 삶의 수준이 저열하다면 그건 개인의 노력 혹은 능력이 부족해서이고 사회의 문제가 아니니 더더욱 치밀하게 스스로를 착취해서 성공하라는 메시지. 여기에 반해 등장한 것이 하반기 나꼼수였죠. 룰이 공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의 성공여부를 노력/능력의 문제로만 치환시켜서는 안된다. 게임의 룰을 공정하게 바꾸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결국 규율사회에서 성과사회로의 이행과 그에 대한 반작용을 대한민국이 작년에 경험하였고, 시대의 패러다임은 학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다이나믹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이 땅에서 변화하고 있다고 봅니다.

대선을 앞둔 현재의 화두는, 안철수식 성과사회의 완성이냐 아니면 다른 형태일까요? MB나 박근혜는 질병을 필요악으로 간주하고 드러내지 않도록 하면서 사실상 질병과 공생하고 있다고 보면, 안철수식 해법은 시스템이라는 백신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스스로가 백신이 되어 현 정치판을 바꿔나가겠다는 안철수는 저에게 백마 타고온 초인, 매트릭스속의 네오의 이미지입니다만 과연 정당배경없이 정치하겠다는 이 돈키호테의 실험이 성공할지 사뭇 궁금합니다. 이미 Lv.7벌레님이 보여준 '되는데요..' 가 정치판에서도 실현될지..
저는 오히려 안철수 하나가 아닌, 수많은 초인들이 '되는데요..'하며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는 상황을 그려 봅니다. 나꼼수 이후 수많은 팟케스트들이 등장하며 대안언론의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처럼, 많은 분야에서 선도자들이 나타나 기존의 틀을 깨는 변혁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합니다. 그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리더가 안철수일지 문재인일지 또다른 누구일지는 아직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요.

꿈보다 해몽이라지만 철학적인 글에 잡설로 개꿈 이야기 한거 같아 죄송하네요.
12/10/11 13:36
수정 아이콘
우선 좋은 책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런 책은 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국문으로 전개한 철학서라니! 이건 반드시 사야죠^^ 인문학이 이렇게 뜻하지 않은 비를 내려줄 때가 있어요.

글 자체에 대해서는 누군가에게 보여주려 쓰신 글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나름 이해하겠습니다. 우선은 글의 목적 자체가 잡히질 않고 생경한 메타포와 과감한 비약들이 보입니다만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쓰신 글이니 (독자에게 친절하지 않으셨음에 대해 말씀드리는 거지 절대 글의 수준을 논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음에 써주실 훌륭한 글을 기대하겠습니다. 다만 규율사회와 피로사회의 전환에 대해서는 한국적 특수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자극이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오는 한국 사회에서는 모든 운동적 경향성들이 혼재될 수밖에 없습니다. 내적 동력을 가지고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전반적인 혁명, 개혁, 혹은 전환, 교체가 일어나기에는 한국 사회가 '미성숙' 하다고 봅니다. 그건 아마도 규율사회에서 성과사회로 가는 데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보구요. 세대론적 단절 뿐만 아니라 개인들 내적으로도 다소간 혼재한 상황으로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거라고 봐요. 사회가 변하지 않는데 개인이 얼마나 변할 수 있겠습니다. 한 영웅의 탄생도 아니고 시대적 변화를 운운할 수준이라면 말이죠. 굉장히 훌륭한 문제제기 임에도 불구하고 결론적으로 아직 한국 사회에 대한 담론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대 정신이 한 개인으로 표상되고 대변되는 대선에서는 더더욱 그렇구요. 게다가 외부적 충격으로 변화하는 사회들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있던 것' -> '양자의 혼재' -> '새로운 것' 이란 단순한 모델을 따르지도 않습니다. 한국 같은 소위 반주변부 사회에선 별개의 접근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기존의 분석 도구들 자체가 전혀 의미가 없다는 소리는 아니구요.

장서 목록 하나를 정신 노동없이 추가할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써 주실 글들에 대해서도 미리 감사드립니다^^
후후하하하
12/10/11 14:06
수정 아이콘
안철수는 해답이 아니라 현재의 시스템이 내재하고 있는 폭력 그 자체이다.
즉, 어떤 열망이나 요구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 그 자체의 모순이자 상징이다.
왜냐면, 가만히 있던 안철수를 정치인으로 재발견하고 상정한 것은 결단코 대중이 아니기 때문이다.

안철수를 정치인으로 재발견하고 상정한 것은 대중이 안철수가 해답이라고 느껴서가 아니라 시대 흐름을 투영한 것이다.
안철수는 해답이 아니다. 에 대한 대답이구요.

안철수는 폭력이고 모순이다에 대한 설명은 어디있죠?
무플방지위원회
12/10/11 16:49
수정 아이콘
글쓴 분이 자리를 비워서 제가 생각하는 답변을 말해보겠습니다.
'피로사회'에서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성과사회라는 것 자체가 성과를 기반으로 착취를 고도화하는 사회입니다.
예전에는 규율로 노동을 강제했다면 현대사회에서는 더 나은 성과라는 열매로 대중들이 자발적 착취에 이르도록 하는 사회란 것이죠.
그것이 인간성의 회복이 아니라 결국 노동착취의 고도화에 다름 아니고 이런 사회가 신경증적 피로감을 양산하기에
글쓴 분은 '현재의 시스템이 내재하고 있는 폭력 그 자체이다'라고 하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후후하하하
12/10/11 17:25
수정 아이콘
1. 폭력에는 주체와 대상이 있습니다. 폭력의 주체는 누구입니까?
2. 그 주체는 착취로 인해서 무엇을 얻습니까?
3. 현재의 시스템이 내재하고 있는 불완전함으로 인한 피로감을 대체하는 단어로 폭력이 적절합니까?
오히려 노동착취로 인한 피로에 대한 선택은 쉼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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