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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0/10 00:32:14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시체...잊혀진 영웅들...
요즘 너무 고전 위주로(?) 책을 읽은 것 같아서 머리도 식힐 겸 좀 가볍운 읽을 거리가 없을 까 찾아보다가 메리 로치라는 과학전문 저널리스트가 쓴 “인체재활용 (당신이 몰랐던 사체 실험 리포트)”라는 책을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어보니 사람이 죽고 나면 얌전하게 매장이 되거나 화장이 되는 줄로만 알고 있었던 시체들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참 여러 일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면 미국 내에서만도 많은 시신들이 의대생들의 해부용 실습재료로 기증되어 미래의 의사들을 훈련하거나 기존의 의사들의 의술을 더욱 가다듬는데 이용되고 있다고 하고요 또 다른 시신들은 자동차의 안전도를 높이기 위해서 더미 대신 자동차에 태워져서 측면 충돌 시 어깨에 어느 정도의 충격이 오는지를 테스트를 하기도 합니다.

기존의 총기류들이 얼마나 저지능력을 가지고 있는 지 (즉, 인명을 살상하지는 않으면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지) 알아보기 위해서 애꿎게 총알받이가 되기도 하고 지뢰로부터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장비 개발을 위해 지뢰밭을 거닐기도 하구요.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 발굴되는 시신들은 과연 비행기가 폭발물에 의한 추락인지 아니면 엔지 고장으로 추락한 것인지 또는 미사일을 맞고 추락한 것인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훌륭한 증거들이 되기도 한답니다.

무엇보다고 가장 숭고한 시체의 쓰임은 바로 장기 기증이라고 하겠는데요 본인의 희생으로 여러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저자는 이것이야말로 가장 영웅적인 시체의 쓰임이 아니겠는가 하고 말하고 있습니다.

글의 내용 가운데 제가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인간의 시체가 자연 상태에서 어떻게 부패하는가 하는 것이었는데 아예 처음부터 이러한 것을 연구할 목적으로 이용되는 시체들도 있습니다. 여기에 그 과정을 간단하게 옮겨보면 (주의: 지금부터 혐오스런 내용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우선 사람이 죽으면 자가분해가 일어난다고 하네요. 인간의 세포는 효소를 이용해서 화합물을 잘게 쪼개 이용할 수 있는 분자 단위로 만드는데 사람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세포가 효소를 통제해서 세포벽을 분해하는 것을 막지만 일단 사람이 죽고 나면 이런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기에 효소가 세포벽을 먹어 들어가고 그러면 세포액을 흘러나오게 된답니다. 이런 세포액은 피부 층 사이를 파고들어가 피부가 느슨해지도록 하고 이런 과정이 계속 진행되면 피부의 탈피가 일어난다고 합니다.

그 다음으로 파리가 등장하는데요 파리는 신체의 입구, 즉 눈이나 입, 벌어진 상처, 성기 등에 알을 낳고 파리 유충들이 태어나게 되면 얘네들이 피부를 뚫고 들어가서 우리 몸을 먹이 삼아 열심히 성장하게 되는 거랍니다.

우리 몸 속에 있던 박테리아들도 이 과정에 숟가락을 얹지 않을 수 없는데 세포에서 빠져 나온 세포액들이 우리의 몸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이 박테리아들과 마주치게 됩니다.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면역체계가 작동하고 있어서 크게 숨 한번 쉬지 못했던 놈들에게 이제는 잔치판이 벌어진 것이지요. 박테리아들은 이러한 액체를 타고 몸의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갑작스레 닥친 풍성한 먹거리의 행운을 맘껏 누리게 됩니다.

이런 박테리아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팽창”입니다. 박테리아들은 우리가 살아있을 때도 가스를 만들어 내는데 이때 생기는 가스는 우리가 “방귀”라고 불리는 나름 숭고한 작업을 통해서 수시로 몸 밖으로 배출을 시켰기에 근처에 있던 사람이 코를 감싸 쥐고 눈을 부라리는 정도의 부작용 말고는 큰 사단은 없었는데 일단 죽고 나면 더 이상은 방귀를 뀔 수 없기에 이런 가스들이 몸 속에 차곡차곡 쌓이게 되어 몸이 풍성처럼 부풀어 오르게 되는 거랍니다. 팽창은 박테리아가 가장 많은 복부에서 가장 심하게 발생하고 특히 입이나 남성의 경우는 은밀한 곳(?)도 눈에 띄게 팽창이 많이 된다고 하는군요…

이런 단계들을 거치게 되면 마지막으로 말 그대로 “분해”가 되는 과정이 일어나며 몸통은 함몰되고 장기는 사라지며 우리는 주변의 흙 속으로 녹아 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어차피 이렇게 썩어 문드러질 몸 위에서 언급했던 여러 가지 좋은 일을 위해서 죽고 난 후 시체를 기증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닐까 슬쩍 운을 띄워보기도 하지만 글쎄요…선뜻 뭐라고 얘기하기 어려운 문제가 아닐 까 싶습니다.

우리가 죽음이라는 것을 두려워하고 가능하면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도 죽음이나 시체에 대한 근원적인 호기심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결정적으로 우리가 그것들을 완전히 “타자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즉, 우리는 좋든 싫든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해야 하고 시체가 되어야만 하는 운명이라는 거지요.

오늘도 시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날 냉장고에서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따고는 이름 모를 시체들을 위해서 마음 속으로 건배를 외쳐보는 것을 어떨까요?

“시체님들…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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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다
12/10/10 00:37
수정 아이콘
의술말고 총기, 지뢰, 자동차 관련 실험은 예전 2차대전 시대때 이야기 아닌가요?요즘은 불가능할텐데요.

아니 생각해보면 인권이 그닥 발달하지 않는 제 3국에는 공공연히 허용도 되긴하겠군요..
12/10/10 00:47
수정 아이콘
뭐 중국에서는가능할듯요. 거기는 사형수들 장기밀매야 흔하다고하니까요
제 시카입니다
12/10/10 03:06
수정 아이콘
CSI 시리즈를 즐겨보다보니 시체가 너무 익숙합니다.. 다 친절한 닥터 로빈스 덕분;
12/10/10 09:48
수정 아이콘
자동차에는 사람의 인체와 동일한 신체반응을 하는 인형으로 하지 않나요??
시체가 부패하는 과정은 생소했는데 알게되었네요. 땅에묻히면 파리가 안생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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