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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8/08 00:03:37
Name bachistar
Subject [일반] 안철수의 혁명, 노무현의 혁명
안철수가 대세다. 7.23일날 방송된 힐링캠프-안철수편은 힐링캠프 사상 최고의 시청률인 18.7%를 기록하며 4.11총선 이후 다소 기세가 죽은 안철수 신드롬을 부활시켰다.
대선이 4개월 여 남은 지금, 안철수의 의미는 무엇일까?
  
안철수는 누구지?
  
  안철수는 기적과 같은 존재다. 국내 최고의 대학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로 성공가도를 달리다 컴퓨터 업계로 전업하여 국내 최초의 컴퓨터백신을 만들어 큰 성공을 했다. 후에는 청춘콘서트로 20대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카이스트 전임교수까지 맡으며 '먼치킨'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심지어 그는 지금까지 성공을 하면서 기성 사회지도층의 구태의연한 부정부패가 아닌 자신만의 청렴함을 보여주었다(현재까지는). 힐링캠프, 무릎팍도사 안철수 방송편을 보면 그는 '사람이 아닌 선인 같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청렴결백하고 순수하고 무서울 만큼 도전정신이 강하다. 이 점에서 그는 일반 사람들이 '사회지도층'이라 불리는 사람들과 궤를 달리하는 사람이다. 그동안 한국의 사회지도층은 편법, 비리, 부정부패, 정경유착 등 온갖 공평하지 않은 반칙등으로 자신들의 성공을 일구어냈다.
  
  하지만 안철수는 그들과 다르다. 그는 정경유착을 저지르지 않았으며 대기업처럼 편법을 쓰지도 않았고, '수꼴' 정치인과 타협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종북'정치인과 손을 잡지도 않았다. 그는 3rd Phase, 즉 제 3의 길을 제시하고 그것을 몸소 실천해왔다. 따라서 기존 사회지도층의 더러운 모습에 염증을 느낀 만큼 국민들은 더욱 안철수의 깨끗하고 공정한 모습에 열광하는 것이다. 국민들의 안철수에 대한 지지는 이 정도로 설명이 된다. 그렇다면 국내 정치체제에 있어서 안철수의 의미는 무엇일까?


안철수의 혁명-외부혁명
  
  안철수는 '외부세력'이다. 적어도 국내 정치계에 있어서는. 이전의 한국대통령들을 보면, 쿠데타로 집권을 한 박정희와 전두환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성 정치판도에 있던 기성정치인들이다. 부동산 투기세력을 등에 업고 대선이 된 '기업자본주의-정치세력' 결합의 아이콘 이명박씨조차도 기존 국회의원 경험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서울시장에 당선된 경험이 있다. 故노무현씨도 국회의원의 경험이 있고, 민주당의 당적을 가지고 부산시장에 꾸준히 출마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故노무현씨도 정치에 있어서는 '내부세력'이다.
  
  그에 비해 안철수는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만큼 그는 깨끗하고, 국민의 상식수준에 맞고(한국정치에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마치 상식인 것처럼 일어났다) 참신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안철수를 '외부세력'으로 규정한다. 국내 정치판도에 있어서 안철수 신드롬은 '외부세력'의 정치개혁으로 해석될 수 있다. 국민들이 안철수에게 바라는 것은 기존 정치인들과 다른 모습을 대통령자리에서도 보여주는 것이고 이것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다시 부흥케하는 것이다. 결국 안철수 신드롬은 '외부세력' 안철수가 기존 정치판의 '내부세력'을 뒤흔들어주고 개혁해주길 바라는 혁명에 대한 열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노무현의 혁명-내부혁명
  

   약 10년 전, 우리에겐 제 1의 안철수 아니 노무현이 있었다. '5공 청문회'로 스타가 된 그는 정치활동을 하는 내내 지역주의 타파, 권위주의 해체를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경상도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당적을 얻고, 그 당적을 버리지 않고 부산시장에 출마하였고, 2000년 당선가능성이 높았던 종로지역구가 아닌 부산 북,강서을구에 출마한 그는 '뭔가 다른' 정치인이었다. 지역주의 타파 및 권위주의 해체를 목표로 그는 꾸준히 도전하고 꾸준히 실패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하던 그는 2002년 월드컵 4강만큼이나 드라마틱하게 제 16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강력한 후보이던 정몽준, 이회창을 꺾은 힘은 바로 그의 '다름'이었다. 국민들의 노무현에 대한 지지는 그의 남과 다른 이야기에서 나왔다. 지역주의 타파, 권위주의 타파 등 기존 정치인과 무언가 다른 노무현의 모습에서 국민들은 매력을 느끼고 그의 지지자가 되었다(심지어 그는 최초로 팬클럽이 결성된 국회의원이다). '저 사람은 뭔가 다르겠지', '무언가 해줄 수 있을 거야'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바탕으로 당선된 그는 한국식 정당정치 및 87년 체제의 한계에 부딪쳐 좌초하고 말았다. 4대 입법을 추구하는 등의 개혁을 추구하는 그의 모습을 기성언론과 국회는 입을 모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공격하였다. 국민들은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기성 정치계에서 나온 혁명가 '내부세력' 노무현은 그렇게 실패했다. 2009년 5월 23일, 실패한 혁명가는 세상을 등졌다.


최후의 보루, 외부혁명
  
   5년 전, 국민들은 '내부혁명'의 실패를 맛보았다. 실패는 너무나 썼다. 일국의 대통령은 응징적 정치보복에 의한 수치심과 그에 따른 가족에 대한 미안함에 못이겨 자살을 했고, 내부세력의 혁명을 꺾은 기성 정치인들은 보란듯이 권위주의와 지역주의, 대기업 자본주의를 추구하였다. 다음 대권은 한국 기성보수의 아이콘, 박근혜에게 넘어간 것처럼 보였다. 국민들은 지쳤고, 영웅은 없었다. 그때 보란듯이 나타난 '무언가 다른' 외부세력이 바로 안철수다. 국민들은 그에게 또 다른 혁명을 바라고 있다. 지역주의 정치가 아닌 공정한 정치, 진보와 보수가 아닌 상식과 비상식의 정치, 권위주의가 아닌 민주주의를 그에게 바라고 있다. 안철수가 기존 정치에 신물이 난 국민들에게 커다란 등불이라는 건 아무도 부정할 수가 없다. 서울시장 선거 때도 보았고, 대선이 4개월 남은 이 시점에서의 안철수의 지지도가 모든 걸 말해준다. 이 견지에서 안철수는 최후의 보루다. 노무현의 내부혁명이 실패한 지금, 87년 체제를 깨주고 새로운 정치를 보여줄 혁명은 안철수의 외부혁명만이 가능하다.


외부혁명은 가능할까?
  
  하지만 난 안철수의 외부혁명에 회의감이 든다. 방금 전까지 안철수에 대한 찬양과 노무현에 대한 아쉬움 및 기존 한국정치에 대한 반감을 표시했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난 안철수가 최후의 보루인만큼 그걸 지금 써버리면 안된다고 생각한한다. 2007년 대선, 안철수와 비슷한 대선후보가 있었다. 문국현. 유한킴벌리의 사장이었던 그는 훌륭한 기업가였다. 안철수만큼의 임팩트는 없었지만 그는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지만 결국 그는 낙선했다. 그 이후 문국현은 기성언론과 정치인들의 뭇매를 맞으며 정치에서 쓸쓸히 은퇴하였고 잊혀졌다. 난, 안철수의 실패가 두렵다. 국민들의 지지와 인기도는 그야말로 거품이다. 그들은 언론의 원색적인 비난에 휩쓸리며 냄비처럼 들끓는다. 4.11총선의 결과를 보면, 국민들의 지지는 한순간에 사라짐을 알 수 있다. 안철수가 당선되지 못한다면, 문국현 때처럼 언론은 안철수를 더욱 흠집낼 것이고, 국민들은 지칠 것이다. 안철수는 잊혀질 것이다. 당선된다 하더라도 당선 후의 안철수의 실패가 너무나 두렵다. 언론과 과반을 넘은 새누리당은 안철수의 정책에 일일이 반대를 할 것이고, 원색적인 비난을 할 것이다. 대중들은 피 흘리는 영웅을 원하지 않는다. 영웅이 피를 흘리는 순간, 그들은 영웅에게 손가락질을 해대고 영웅은 쓰러진다. 국민들은 안철수에게 노무현때처럼 등을 돌릴 것이고, 안철수의 혁명은 좌초할 것이다. 내부혁명에 이어 외부혁명까지 실패한다면, 남은 카드는 무엇이 있을까? 모든 카드를 소진한 대한민국의 정치는 발전하지 못하고 썩어 문드러질 것이다.


대안은?
  
  '그러면 안철수에게 대체 뭘 바라는 것이냐?' 라고 물을 수가 있겠다. 난 안철수가 배트맨처럼 하나의 상징으로 남았으면 한다(안철수가 배트맨처럼 법의 바깥에 있는 존재는 아니지만). '정치는 정치인들에게 맡겨라'라는 기성 국회의원들의 말을 바꿔 하는 것이 아니다. 난 안철수에게 딱 5년간의 상처뿐인 영광의 대통령직이 아니라 더욱 더 영구적인 시대의 아이콘으로 남는 것을 바란다. 배트맨이 고담시의 시민들에게 '폭력과 맞서 싸울 수 있다'라는 사실을 계몽시킨 것처럼, 안철수도 국민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 바꿀 수 있다' 는 사실을 주지시켜주고 기성 정치인들에게 '너희도 위험하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남기는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으면 한다. 안철수 신드롬과 같은 하나의 팬덤에 기반을 둔 정치적 혁명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초인론과 같은 안철수 신드롬은 민주시대에 오히려 알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민주사회에 '다수의 평범한 사람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명제가 존재하는 한, 초인론에 기대한 외부혁명은 한계점이 크고, 시대정신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안철수가 고담시의 정신이 된 배트맨처럼 대한민국 정치적 시대 정신의 심볼이 되어 국민에게 메시지를 준다면, 다수의 평범한 사람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을 하며 이 글을 마친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눈팅만 하다가 PGR21 자유게시판에는 처음으로 글을 쓰네요. 친구들이랑 팀블로그를 운영할 기회가 생겨서 시사이슈로 글을 한 번 써보았습니다. 22살 밖에 되지 않아 식견이 좁으니 저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실 인생선배님들의 많은 댓글 바랍니다..^^


- 제대로 된 첫 글인데, 나름 댓글이 FIRE되어서 뿌듯(?)합니다. 제 생각의 부족함도 배울 수 있고, 다른 생각도 볼 수 있어서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내공이 부족하여 피지알러분들의 댓글이 '야 이 멍청아!' 라는 압박으로 느껴져서(..)ㅠㅠ 좀 무섭기도 하네요. 이게 자유게시판 글쓰기 버튼의 무거움인가 보네요...^^; 댓글 정말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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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가루인형형
12/08/08 00:18
수정 아이콘
참여정부는 YS에 비하면 혁명이라고 할만한 것도 없었습니다.
금융실명제, 하나회척결 등등 YS야 말로 혁명수준의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했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권위주의의 해체, 지방분권 강화에 대한 노력은 인정하지만 딱히 개혁적이라고 할만한 정치적 성과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안철수 원장도 혁명을 일으킬만한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또 왜 혁명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12/08/08 00:19
수정 아이콘
진짜 안철수씨가 대통령이 되는 과정이 너무 험난할게 뻔하죠.

대선 과정 -> 조중동의 없는 트집을 만들어서라도 까기 -> 언론 몰이
대통령 당선 후 -> 조중동은 여전히 까기, 새누리당은 안철수의 정책마다 반대 -> 정책 좌절 -> 새누리당 : "안철수가 한게 뭐가 있나?" 까기 -> 조중동 신나서 계속 깜

안철수/문재인 후보자 지지자 이지만 안철수 씨는 너무 유한 이미지가 있어 걱정이 되고
문재인 후보자가 당선되면 지금 누가 한것처럼 검찰, 법무부 쪽 자기 사람으로 가득 채워서 새누리당, 조중동 등 정치적으로 적인 세력 싹 털어줬으면 좋겠습니다. 노통 너무 좋아했지만 언론자유, 법과 사회의 투명을 위해 너무 풀어줬죠. 그 의도는 좋았으나 결과는??? 지금 대한민국 검찰이 외부세력에 좌우되지 않고 공명정대하다 라고 믿는 사람 대한민국에 단 한명이라도 있을까요?
절름발이이리
12/08/08 00:21
수정 아이콘
하나하나 따지긴 피곤하고, 그냥 본론에 대해서만 한마디 하겠습니다. 배트맨이 배트맨인건 아이콘이라서가 아니라 범죄자를 때려잡기 때문입니다. 행동하지 않는 심볼은 락스타일 뿐입니다.
12/08/08 00:22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어요. 내부혁명, 외부혁명.. 극적인 단어인 혁명이 어울리는 선택은 아니지만 또 한편으로는 괜찮은 선택이라는 공감이 듭니다.
제가 다르게 생각하는 걸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엔 피안흘리는 영웅은 있을수가 없다 생각합니다. 그럴 환경이 안되니까요.
영웅(자기보다 나라를 생각하고 능력있는 지도자라면 그건 영웅일테니)이 피흘리기 싫어 등장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변화는 요원하다 생각합니다.
즉 개인에겐 가슴 아프지만 나라를 위해 피흘려줄 사람이 필요한 시점이겠죠.
말씀하신대로 총력을 다한 반대에 부딪힐테니 아무리 좋게 봐도 비여당 대통령은 누가되었던지간에 5년간의 힘겨움은 기정사실입니다.

다만 저는 이리 생각합니다.
노무현 때는... 국민도 자살에 대한 책임이 분명 있다 생각합니다. 비지지자는 몰라도, 최소한 지지했었지만 외면했었던 사람이라면 말이죠.
이번에 또 만약 그 누군가가 말뿐이 아니고 정말로 국민 대신 싸워주는데 그걸 외면해버린다면
그건 정말 얄짤없는 국민책임이라 생각하고, 또한 우리나라에 변화를 바라지 않는다는게 국민의 뜻이라는 거겠죠.
안철수가 만약 대선에 나오고 대통령이 된다면 정말로 그건 국민이 부르고 요청한 셈일테니.

그게 둘중 누구던지 간에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지켜줘야하는 건 국민 몫이라 생각을 해봅니다.
거창한 거까진 필요없습니다. 딱 한가지. 여론조사 지지율이라도 등돌리지 않는 것만 5년 내내 해줘도 꽤 힘이 될 니다.
그 사람이 최소한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를 다소 실망시키는 점이 보인다 할지라도(분명 그러겠죠)
끝까지 지지해주는게 좋다 생각합니다. 야당 대통령이 조금만 실망스럽다고 등돌리면 어떤 대비가 나오는지 충분히 봤잖아요.
12/08/08 00:22
수정 아이콘
궁금한 점이 있는데, 안철수나 야당쪽 프레임에 따르면 지금이야 말로 상식과 비상식의 정치 아닌가요? 진보와 보수의 정치는 나쁠게 없어보이는데요. 그리고 지역주의 정치와 공정한 정치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맹독충
12/08/08 00:23
수정 아이콘
안철수 원장은 지금까지 충분히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근데도 바뀌지 않았죠...
불패외길자족청년
12/08/08 00:28
수정 아이콘
한국 정치는 잘 후퇴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박통때 보다는 전대갈 시절이 선진화되었었고, 전대갈 보다는 보통사람이, 그보다는 YS가, DJ는 말할것도 없고 그DJ 보다는 노통장이..... 가카는 (내가 노빠라서 그런건 아니고 정치 문화가 후퇴한 건 사실이니까요) 그렇다 치고...

정반합이던 나발이던 어쨌던 한걸음식 진보하는 있는 것이 한국 정치사의 흐름이었고 또 그만큼 눈높이가 높아지면 또다른 기준으로 압박하겠지요.
몽키.D.루피
12/08/08 00:35
수정 아이콘
내부혁명, 외부혁명이라는 거친 단어를 썼지만 결국 국민들의 표심이 노무현에게 투사했던 건 변화에 대한 열망이었습니다. 노무현에 대한 실망이 이명박을 탄생시켰고 그에 대한 실망이 이제 안철수에게 가는 거죠. 한마디로 정치권 내부에서 변화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국민들 스스로 생각해 버린 겁니다.
개인적으로 노무현의 가장 큰 치적은 세종시라고 생각합니다. 권위주의 타파와 지역주의 해소의 상징적인 존재였죠. 엠비씨의 노무현 다큐에서 봤듯이 세종시 모형을 청와대에 굳이 만들어 들여 놓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본인도 가장 애착이 보이던 사업이었습니다. 그나마 노무현 시절 정책들 중에서 지금까지 잘 추진되고 있는 편입니다. 다음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이것만큼은 꼭 제대로 완성해주길 바랍니다.
12/08/08 00:36
수정 아이콘
안철수씨의 지금까지의 행적은 그야말로 후덜덜하지요. 하지만 정치인의 가치는 정치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평가해야 한다고 보는 쪽이라서... 안철수씨 현재 나이 (이분이 올해 50입니다) 와 대충 동갑이었을 때의 다른 후보들의 그 시점 프로필을 생각해보면

문재인씨 - 한겨레 창간 위원, 인권 변호사, 민변의 부산 경남 대표, 노통의 요청에 청와대로 들어감 (03년)
손학규씨 - 빈민 선교, 민주화 운동, 옥스퍼드대에서 정외과 박사학위 취득 후 서강대 교수로 재야 학자로 지내던 중, 김영삼 전대통령 요청으로 민자당 입당 (92년)
김두관씨 - 병졸부터 시작해서 대장군까지 진급한 케이스 (이장, 군수, 장관, 도지사). 경남 도지사를 자력으로 따내면서 민통당 차차기 후보로 서열 1위 (10년)
김문수씨 - 위장취업으로 도루코 노조위원장, 전태일 기념사업회 사무국장, 민중당 노동위원회장, 노동인권회 소장, 한나라당 입장 (이 자체만으로 깔 수는 없지요) 후 한나라당 노동위원회 위원장, 국회 민생위원회 회장 (01년)
이재오씨 (후보는 아니지만) - 국제사면위원회 한국 지부 사무국장, 민중당 사무총장, 신한국당 입장 (96년)

정도입니다. 남자 나이 50 이라는 시점이 정치인 기준으로는 '그동안 평판을 쌓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뜻을 펼치기 시작하는 나이' 정도인지라, 정치인들은 원래 나이 50에 흠 찾기 힘듭니다. 문재인씨나 손학규씨, 김문수씨가 (심지어 이재오씨도!) 나이 50에 안철수씨에 비해서 높은 뜻이 없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습니다. 뜻을 펼치기 위해서 타협하고 협상하고 배신하고 말 바꾸고 싸워야 하는 삶은 이제부터인 것이고, 정치인의 진짜 가치는 이때부터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추적자에 나오는 한오그룹 회장님 말씀이 저는 참 와닿았었는데,

'꿈? 그런 게 뭐 의미가 있나. 처음에는 다들 꿈이다 뭐다 하면서 정치판에 뛰어 들지. 하지만 꿈을 이루려면 권력이 있어야 하고, 권력을 가지려면 온갖 더러운 짓을 해야 하고, 그렇게 오래 살다 보면 권력을 뺏고 지키는 데에만 집중하게 되어서 처음의 자기 꿈이 뭐였는 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 거야'

대충 이런 대사였습니다. 물론 안철수씨는 조금 다를 수도 있고,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만, 제가 안철수씨를 보는 시각은 예나 지금이나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입니다. 치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대체로/전반적으로 정도를 걸어온, 그런 검증된 정치인을 저는 선호합니다.
12/08/08 01:51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흐름을 끌어나가는 필력이 좋으셔서 순식간에 읽었네요.
글 말미에 22살이라고 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전~혀 22살이 쓴 글 같지 않았거든요.
제가 님의 나이였을 때를 생각해보면 난 그때 정말 생각없이 살았구나~ 라는 생각에 부끄럽기까지 하구요.
촛불세대로 대변되는 요즘의 젊은이들은 확실히 뭔가 다른 것 같아서 희망이 느껴집니다. (이제 갓 서른을 넘긴 제가 이런 말을 하다니...써 놓고 보니 조금은 우습기도 합니다만...^^;)

그런데 확실히 pgr회원님들은 엄한 스승님같습니다.
22살에 이 정도 수준의 글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과 공부를 했을지에 대한 대견함을 칭찬하기 보다는(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신 10년 전에 이 분은 무려 12살이네요... 허허)
글 쓰신 분이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이나 이 주제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다른 시선들, 혹은 몇몇 조금은 지나치다 할 수 있는 과감한 표현이나 비유들을 지적해 주는 댓글들이 많이 보이는군요.
물론 그런 댓글들이 달렸다는 것 자체가 충분히 님이 쓰신 글이 함께 이야기 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방증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댓글이란 결국 글의 수준에 비례하는 것이니까요.

어쨌든 좋은 글, 그리고 좋은 담론을 볼 수 있어서 축구 기다리는 시간이 즐겁네요.
다시한번 글 남겨 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전 노련한 논객들의 능구렁인 같은 글보다는 bachistar님처럼 풋풋하면서도 과감하고 시원시원한 글이 훨씬 맛있습니다^^
뿌지직
12/08/08 01:52
수정 아이콘
힐링캠프 잠깐 봤을 때, 안철수씨가 상대 정당과 문제인식을 공유하도록 노력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안철수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죠.. '문제인식 공유')라고 했는데, 전 이말을 듣고 안철수가 대통령되면 꾀나 시달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정치경험도 전무하고, 기업가 출신인점, 총선패배 등, 여러가지로 노무현과 비슷하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봄바람
12/08/08 02:03
수정 아이콘
야권 단일후보가 되면 5:5
단일후보 안되고 독자 출마하면
여권 승리...

새누리당과 박사모가 안철수 관련 준비하고 있는게 많다고 들었습니다.
또 해명할 시간도 없이 선거는 치뤄지겠지요. 하지만 정치는 모릅니다.
davidout
12/08/08 08:24
수정 아이콘
걱정마세요 이번엔 됩니다. 환경이 너무 빨리 변해요 지금.

노무현 될때도 인터넷 초기 그 분위기 21세기초 축구4강도 가고 한국인들 자신감으로 한류도 있고 노무현같은 젊은 개혁가
밀어준건데 그거 수구들이 무서워서 인터넷 포탈 장악하고 해도 방송사장 낙하산 뿌리고 뉴라이트 친일파만세해도

결국 보세요 효과있습니까 그 5년 짧은 순간에 잡스횽에 sns 이런거 때문에 저 폐쇄된 중동도 민주화도 되는게 지금 세상
싸이 저질춤이 몇일만에 세계를 흔드는 세상인데

노무현2세 대처 메뉴얼 다 짜놨는데 그새 다 소용없게 된겁니다. 하여간 오늘도 녹차라떼는 흐르고 있고 부동산 값은 내릴 일만
남았으며 세종시는 결국 세워졌습니다. 사립대학교들은 결국 대부분 망할꺼고 검찰도 결국 개혁될겁니다
모순 터지고 더이상 돌아갈 에너지가 없는데 이제 뭔수로 버텨요. 지지쳐야지
앉은뱅이 늑대
12/08/08 09:04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김두관이 되는게 제일 좋고 그게 안되면 문재인, 그게 안되면 손학규, 그게 안되면 안철수가 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중요한 건 누가 되는 게 좋은가가 아니라 누가 될 수 있냐 하는 거죠.
꿩 잡는게 매고 흑묘든 백묘든 쥐를 잘 잡는게 장땡이라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현 시점에서 가장 당선가능성이 높은 안철수에게 마음이 가네요.
12/08/08 09:12
수정 아이콘
솔직히 안철수가 그렇게 기대 받을만한 인물인가?거기에는 의구심이 듭니다.
뭐 사람자체는 좋을수도 있겠죠.
다만 정치적으로도 좋은인물인가에 대해서는 전혀 확신하기 힘듭니다.
정치적으로 안철수가 어떤 인물인가에 대해서 알고 있는 한국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정치란면에서 볼때 노무현vs안철수 라면 저는 전적으로 노무현 손을 들어줍니다.
그런데 그런 노무현조차도 세력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했습니다.
안철수가 그럼 무엇을 할 수 있을것인가 물으면 굉장히 회의적입니다.
정치혐오때문에 정치랑 관계 없는 인물이 인기가 오르고 대권후보까지 거론 되는
한국의 정치현실이 안타깝죠.
제가 꿈꾸는 시나리오는 안철수는 미지근한 태도를 버리고 정치를 할꺼면
확실히 노선을 잡고 세력을 모아야 됩니다.
그리고 그 세력이 국민들에게 확실히 지지를 받고 힘을 얻었을때 집권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래야 변화시킬수 있습니다.
지금 현재 아무것도 없는 상태서 집권해봐야 변하는건 없습니다.
12/08/08 11:22
수정 아이콘
일단.. 22살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깊은 성찰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그 나이때 난 뭐했더라;;;

너무 조급하게 생각할 건 없습니다. 혁명... 또는 격변이라는건 결국 많은 부작용을 낳게 되는 법이고,
혁명 이후에는 수없이 터져나오는 부작용들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또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법이고요...
아무리 갑갑해보이고, 말이 안 통하는 것 같은 어르신들도, 썪은건 버리고 잘못된건 고쳐야 한다는 생각은 젊은 사람들과 똑같습니다.
단지, "다 갖다버리고 새걸로 채우자!" 이냐, "쓸만한건 두고, 망가진 부분만 고쳐쓰자"의 차이가 개혁과 보수의 차이일 뿐이지요.

이제 고작 30대 중반의 나이지만, 사회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건...
한번에 많은걸 다 고치게 되면, 그 과정에서 생길 문제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여유를 갖지 못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나이가 먹어갈수록... 하나 고치고, 검증하고, 문제 없다고 판단되면 다음 걸 하고... 의 순서로 일하게 됩니다.
사회 초년생일때에는 일단 다 들어엎어놓고, 정리야 나중에 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일했는데 말이죠.
근데... 순차적으로 하나씩 하는 방식이, 다 들어엎고 고치는 방식에 비해 생각보다 별로 늦지가 않아요.
익숙해지면 오히려 빠르기도 하죠.

정치라는것도 이와 같은거라고 보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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