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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5/02 03:21:12
Name 소년
File #1 사랑의_기술.hwp (0 Byte), Download : 101
Subject [일반] 제가 쓴 단편 소설입니다.
잠 못 이루고 있는 피지알 여러분 안녕하세요?
한때 유게에 '4드론 리버 전략'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소년입니다 ^ ^

바로 지난 저녁에 합평회를 받았고 이틀 후에는 출판사에 넘길 따끈따끈한
작품입니다. 인터넷 상에서는 오직 피지알에만 독점(!) 공개합니다 ^ ^a

조금 뜬금 없는 감도 있지만 제가 쓴 소설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자 합니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장르 문학쪽도 아니고, 그렇다고 귀여니류의 소설도 아니라서
많은 분들이 지루해 하시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네요. 혹시 그렇다면 바로 '뒤로'
버튼을 사포시 눌러주시거나 '시작부터 재미 없다'고 솔직하게 댓글을 남겨주셔도 매우
고맙겠습니다!

제가 활동하는 곳 중에서 가장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곳이 피지알이라고
문득 생각합니다. 워낙 오랜만에 내는 소설이라서 한 글자라도 더 퇴고해서 나은
작품을 펴내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MS워드로 된 첨부파일도 올렸습니다.
감사합니다! (__)

ps. 모든 분들의 의견을 성실하게 고려해보고, 감사의 댓글도 남기겠습니다.  오타지적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사랑의 기술>



1. 2007년 7월 13일 저녁 6시 30분, 구디단 역

지난 7월 10일 삼중반도체가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 덕에 공화당의 허경연씨가 공약으로 내세운 ‘한국식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폭력적인 공약이 힘을 받고 있다. 관심 없다. 지지율 2% 남짓하던 후보가 최근 벌어진 몇 가지 사건으로 갑자기 15%까지 지지율이 오르고 저런 공약으로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저들은 왜 반도체 공장이 있는 안산이나 평택이 아니라, 하필 구디단 역에서 이전 반대 시위를 하는 건가. 오늘의 약속이 조금 불길하다. 하지만 괜찮다. 복선이나 암시 따위는 믿지 않으니까.
구디단 역에 내리자 틀려먹은 냄새가 코 끝을 자극한다. 개찰구 앞에 있는 덮개 없는 커다란 어항에서 노량진 역에서처럼 비릿한 냄새가 난다. 불그레한 열대어 옆에 전에는 없던 커다란 붕어 몇 마리가 눈에 띈다. 낙시 바늘을 물었던 듯 입가가 터져있다. 역장이 낙시를 즐기는 건가. 수애를 만나는 일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자꾸 이래서는 조금 불안하다.


2. 만나러 가는 길

내 나이 스물 아홉, 이름은 곽동훈이다. 오늘 나는 3년이 넘게 사귀던 지수와 헤어졌다. 그리고 9년 전에 헤어진 이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오래 전에 헤어졌고 그 이후로 서로에게 항상 애인이 있기는 했지만 우린 가끔씩 연락해왔고 몇 번쯤 만나기도 했다. 그를 항상 만나곤 했던 커피숍으로 불렀다.
붉은 띠를 싸매고 피켓을 든 사람들로 거리가 어지럽다. 출구를 나와서 오른쪽으로 100미터만 가면 약속 장소인데 시위대가 더러는 서고 더러는 앉아서 좁은 길을 가로 막고 있다. 시간은 충분하다. 길이 막혔으면 돌아가면 된다. 돌아가는 길에는 여대생이 마사지를 해준다는 광고지들이 여기저기 떨어져있다. 지수와 비슷하게 생긴 여대생의 사진이 눈에 띈다.

지수는 착한데다가 꽤 매력적인 여자애였다. 첫눈에 반할 정도였으니까. 무엇보다도 가슴이 예뻐서 좋았다. 3년 전 10월에 만날 때 그 애가 입고 있던 보라색 V넥 스웨터는 첫인상부터 가슴을 눈에 띄게 했다. 안경까지 쓴 순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살짝 살짝 나를 향해 몸을 숙일 때면 감춰진 걸 확인 할 수 있었다.
물론 몸만 예쁘다고 달려들 정도로 속물은 아니다. 사계절 내내 털갈이를 하던 까만 고양이를 제 아기처럼 키우는 모습도 귀여웠고, 연애 경험도 많았고 지적인 허영심이 나와 비슷해서 더 좋았다. 낙태할 때마다 토끼를 한 마리씩 사 모아서 모두 세 마리가 된다는 얘기를 눈물 쏟으며 할 때는 정이 떨어지는 듯도 했지만, 그 정도로 내게 솔직하다는 면에 더 끌리기도 했다.
노래하는 모습도 참 예뻤다. 처음 만난 날 키스까지 하게 된 건, 노래방에서 ‘쥬뗌므’와 ‘고백’을 싱긋거리며 부르는 모습에 반해서였다. 그 계산된 노래에 나 역시 평범하게 ‘고해’와 ‘취중진담’을 부르는 것으로 응답해 부르다가 키스까지 하게 됐다. 바로 다음날부터 지수의 자취방에 매일처럼 드나들면서 놀았다. 부부가 아니어서인지 3년이 다 되도록 거의 매일 해도 질리지도 않고 재미있기만 했다.
하지만, 수애를 만나기 위해서 그녀와 어제 헤어졌다. 지수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차피 지수를 오래 만날 생각은 없었다. 언제고 수애와는 다시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두 솔직하게 말했고 지수도 크게 원망하진 않았다. 우린 어차피 서로 충분히 즐기지 않았는가. 되려 잘해보라고 격려하면서 언제고 돌아오라 한다. 지수는, ‘그래야 내가 다시 뻥 차버리지.’라는 말을 웃으며 덧붙이긴 했지만 더 이상 길게 말하지 않았다.


3. 커피숍 JSA

지수 생각을 하며 걷다가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JSA’라는 간판을 보자 기분 좋은 느낌이 든다. 전에 수애와 함께 왔을 때 그대로의 모습이다. Joint Area? 낮에는 커피숍이지만 저녁엔 술집으로 변하는 곳이라서 소주나 술이라는 뜻으로 S자를 붙인 걸까? 아니면 저 S자가 soul을 뜻하는 지, sex를 뜻하는 지 왜 아무런 설명이 없는 걸까, 생각하면서 2층에 있는 입구를 지나서 창가에 앉는다. 창 밖의 시위대는 몸짓만으로도 시끄럽다. 중요한 약속에 이런 정취를 예상한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수애가 오기만 하면 그것만으로도 내 계획은 반쯤 성공한 거니까.

오늘을 몇 년간이나 기다리며 계획해왔다. 오늘 만나게 되면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고 고백할 생각이다. 이 계획을 들은 한 친구는 왜 굳이 13일의 금요일이냐고 물었다. 하지만 난 그런 미신 따위는 조금도 믿지 않는다. 13은 소수라서 좋다. 자신과 1외에는 아무런 숫자로도 나눠지지 않는다. 왠지 도도해 보이면서도 우아하고 자신감 있어 보여서 좋다. 더구나 이번 달은 7월, 오늘은 소수가 두 번인 날이다. 수애가 좋아하는 요일이라는 이유도 있고 오늘 수애의 대학원 수업이 저녁에 있다는 것도, 그믐달이라는 것도 딱 맞아 떨어지는 날이다. 내일이 노는 토요일이어서인지 시위대가 많이 모인 것은 불만스럽지만 세 달 전에 이런 것까지 예상할 수는 없었다.
“날 보고 싶은 마음이 아직 남아있다면 나와줄래?”
어제 저녁 수애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아직 내게 마음이 남아 있으리라 확신했다. 대학원 수업을 빠지고 일단 이곳에 나오기만 하면 그것만으로도 보상 심리가 생길 것이다. 무의식 중에라도 조금쯤은 나와 발전적인 관계를 맺고 싶어할 것이다.
보통은 보름달이 뜰 때 호르몬의 영향으로 감정적이 되는 것을 이용해서 고백하곤 했지만 오늘은 반대의 이유로 그믐날을 택했다. 아마도 이성적으로 판단한다면 일주일에 한번도 채 안 만난다는 권태로운 5년 된 남자 친구보다는 내가 더 좋을 것이다. 우리가 고2때 처음 만나고 연애할 때 그랬듯이, 헤어진 후로도 일년에 한 두 번씩은 만나면서 느꼈듯이 우린 참 잘 통하는 사이니까 나를 선택할 것이다. 현재 남자 친구에 대한 동정심이나 죄책감 따위가 커져서는 안 된다.


4. 장치

수애의 애인은 장교여서 둘은 서로 떨어져 있는 때가 많았다. 덕분에 작년에는 지수의 눈을 피해서 거의 한 달간 수애와 연애하듯 만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서로 조심스러웠지만 ‘한 때 풋사랑을 나눴지만 현재는 우정과 추억만을 나눈다’는 식으로 관계를 가졌다.
하지만 곧 헤어질 때가 올 것도, 어쩌면 양심의 가책으로 수애가 연락을 완전히 끊을 날이 올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집 주변인 구디단 역 주변에서 만나곤 했지만 집 앞에는 같이 갈 수 없었고 만약 전화번호를 바꾼다면 다시 연락할 길은 없었다.
그 한 달이 끝나고 실제로 우린 다시 헤어졌고 수애는 번호를 바꿨다. 하지만 나는 두 주 전쯤에 편지를 보낼 수 있었다. 편지 끝에 전화 번호를 얻고 어제 전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때 당시에 몇 가지 장치를 해둔 덕이다. 사람의 인연이라는 건 운명이라는 요행만 바라서는 이어지기 어렵다. 더구나 내 인생을 걸고 싶은 사람과의 인연을 ‘언젠가 인연이 닿는다면 만나겠지.’정도의 생각으로 기다린다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다.
집주소를 알아놔야 했다. 미행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들켰을 때의 위험이 너무 컸다. 그 한달 동안 만나면서 역 근처에서 헤어질 때마다 수애를 보내고서 난 항상 역 2층에서 수애가 집으로 가는 걸 지켜봤다. 그는 육교를 건너면 왼편으로 내려가서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까지 걸어가다가 오른편으로 꺾어 들어갔다. 그러면 나는 전화를 걸어서 잘 가고 있느냐고 전화를 했고 차분히 얼만큼 걸어 들어가고 문소리가 나는 지를 확인했다. 다행히도 그리 길지 않은 평균 2분 48초였다. 얘기를 통해서 파란 철문의 3층 건물 2층에 산다는 것도 확인했다.
그 다음에는 집에 있던 아기 황금 측백나무를 작지만 키 높은 화분에 담아 선물했다. 황금 측백이 희귀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노랑이 강하게 섞인 연둣빛을 띠고 있는 어린 놈은 흔하지 않다. 아마 그는 의심조차 못할 것이었다. 수애가 눈물을 글썽이며 헤어지자고 한 다음날 그 동네로 찾아갔다. 창밖에 놓인 황금빛 나무를 찾는데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술자리에서 연애 얘기를 하면 매번 하는 레퍼토리지만 인연은 ‘신(神)연’이 아니라 ‘인(人)연’에 가깝다. 운명의 신이 제멋대로 줄을 잇고 가위로 잘라버리고 하는 것이 운명인데, 그걸 믿고 노력을 하지 않아서는 제대로 된 사랑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좀더 낭만적이고 운명적인 사랑을 하려면 이런 장치 없이 어느 날 밤 구디단 역 앞에 문득 찾아가서 확인 하는 것이 나을 지 모른다. 역전에 서서  그의 집 앞까지 붉은 카펫이 깔린 듯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찾아갈 수 있는지 운명을 시험해보며 찾아가는 편이 낫다. 하지만 나는 딱 이만큼의 장치만 해뒀다. 이 정도의 장치를 통해서 나는 연애를 헷징(hedging)했고 오늘의 만남은 반드시 성공해야만 한다.


5. 수애의 등장

약속한 7시보다 30분이 더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는다. 밖을 보니 시위대는 이제 앉아있는 사람 하나 없이 뭔가를 시끄럽게 외치고 있는 것 같다. 불안하다.
수애가 환하게 웃으며 나타났다.
그래, 실제 삶은 소설 따위와는 다르다. 고약한 냄새가 난다든지 뜻밖의 요란한 시위대가 복선이 될 수는 없다. 복선 따위는 없다.
“미안, 늦었어. 전화 받고 밤새 생각하느라고. 덕분에 오늘 대학원도 못 갔으니까 이해해 줄 거지?”
저 환한 웃음에 나도 자연스레 웃음이 나온다. 이제 다 잘 될 것이다.
“사실, 계속 기다리는 지도 궁금했어.”
수애를 만날 때 항상 그렇듯이 내 얼굴은 싱글벙글했다. 그래, 올 수 밖에 없었겠지.
역시, 어제 한 제안은 사귀자는 얘기가 아니었으니까 정색하며 거절하거나 마냥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으리라. 그리고 일단 만나러 오면 내가 사귀자는 말을 할 거라는 예상은 했을 것이고, 이미 이 장소에 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마음이 더 기울게 되어 있다.
나는 펼쳐 놓았던 책을 덮으며 같이 환하게 웃었다.
“괜찮아, 나와줘서 너무 고마워. 대학원도 빼먹게 해서 정말 미안하고. 그리고, 반갑다!”
“에이, 미안하긴, 뭘. 반가워!”
이미 우리는 1년 전의 그때, 한창 연인처럼 만나던 그 때로 돌아갔다.


6. 대화의 기술

“무슨 책이야? ‘적’?”
“응. 프랑스 작가가 지은 책인데 실제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면서도 기자가 쓴 것 보다 더 사실적으로 그렸어.”
“아, 나도 ‘적의 화장법’이라는 아멜리 노통브 소설은 읽어보긴 했는데 그거랑은 상관 없는 거지?”
“글쎄, 나도 조금쯤은 상관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연관은 없는 것 같아.”
수애가 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오늘 만남은 이제 반 이상 성공했다. 다른 대부분의 친구들과도 그렇지만, 수애와는 특히 만나고 5분 정도의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 만약 처음 5분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흐르거나 야구나 연예인 얘기 따위나 하고 있는다면 우린 서로의 처지에 대해서 인식하게 되고 만다. 우리는 이미 헤어졌으며, 서로에게는 애인이 있고 그 애인들은 또 무척이나 착한 사람들이라는 걸 새삼 떠올리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서로의 안부만을 묻다가 예전에 우리가 왜 헤어졌는가를 다시 확인하게 될 뿐이다.
사실 난 이미 며칠 전에 이 책을 다 읽었다. 펼치고 있었던 건 노통브의 팬인 수애라면 ‘적의 화장법’을 읽어 봤으리라 짐작했기 때문이다. 한 마디 던질 거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국문학을 공부하고 있지만 일본 문학에 더 열광하던 그가 작년부터 노통브에 관심을 가졌기에 프랑스 문학에 자연히 관심이 옮겨갈 거란 예상도 할 수 있었다.
나는 자연스레 말을 이어갔다.
“이걸 소설이라고 부를 수나 있는 지 모르겠어. 정말이지 기자가 기사를 쓴 것 보다 더 자세하고 사실적이니까. 이 책 속의 주인공은 실제로 프랑스의 한 마을에서 존경 받는 의사였어. 스위스로 출퇴근을 하면서 WHO같은 보건 기구에서 일하고 동네 사람들 모르게 꾸준히 봉사 활동을 하다가 알려지기도 하고. 가정에서는 자식들과 아내에게 다정했고 장인 장모나 자신의 부모님들에게도 공손하고 친절했지. 10여 년을 그렇게 지내면서 동네 사람들에게 존경 받았던 거야. 그런데, 어느 날 부모와 장인 장모, 자식들, 아내까지 모두 쏴 죽이고 집에 불까지 질렀어. 그리곤 밝혀졌지. 그는 의사 자격증도 없고, 당연히 직장을 가진 적도 돈을 벌은 적도 없다는 사실들이 차례로 밝혀졌어. 사람들은 그 명백한 사실을 전해 듣고도 며칠간은 받아들일 수가 없었지.”
“그게 정말 다 있었던 일이래?”
프랑스 작가이고, 스토리 자체가 재미있고 흥분할 만한 소설을 선택한 것은 역시 성공했다. 만약 수애가 이미 이 책을 읽었다면 난 적당히 진지한 주제로 대화를 이끌었을 것이다. 머리가 텅 빈 군바리 애인과 내가 어떻게 다른 지를 충분히 인식시켜주면서 말이다. 대화는 계속해서 성공이다.
“응, 실제로 프랑스에서 이슈가 되었던 사건이래. 재미있는 건, 이 살인자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고 정신병자도 아니라는 사실이지. 처음에는 의대 다니면서 승급 시험을 놓치면서 가족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거짓말을 했지만, 점차 다른 사람들에게도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리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나중에는 모두를 속일 수 있게 되지. 자신은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듯이 합리화 하면서 말야. 그리고 결국엔 자신의 거짓말을 스스로도 믿고, 심지어 살인을 저지른 후에는 감옥에서 종교에 귀의하지. 로망은 이런 식으로 생각해 버려. ‘나는 많은 죄를 지었지만, 결국 이렇게 주님을 위해 쓰임 받으려고 이런 일들이 있었다.’는 거지.”
“정말 대단한 사람이네.”
“누가?”
“둘 다. 그 얘길 소설로 쓴다는 건 너무 거짓말같은 얘기로 보이거나 살인자를 옹호하는 것처럼 비춰지거나 할 수도 있는데 그 작가의 용기가 참 대단한 거 같아. 그 살인자가 대단한 것도 물론이고.”
수애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래, 이런 얘기를 너와 같이 나눌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 군인 아저씨가 삽질한 얘기나 맨날 들어주고 혹시 자존심 상할까봐 네가 좋아하는 문학이나 음악에 관한 얘기를 한 마디도 못하는 건 이제 지겹잖아? 수애는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살인도 무섭지만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은 더 무서운 것 같아. 10년을 넘게 자기가 사랑한 사람들을 그렇게 속이는 게 가능하다니 말이야.”
“응, 결국 그 사람의 거짓말이란 건 책임 못질 행동을 저질러 놓고는 합리화를 하는 것이었고, 합리화란 결국 자신까지도 속이는 거니까.”
“난 오빠가 항상 솔직하게 다 말해줘서 좋아. 그렇게 대해주니까 나도 다른 친구들에게는 못할 얘기들까지 다 할 수 있어서 더 좋고.”
그래, 우리는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야. 영원히 너만 사랑할게. 이제 70퍼센트쯤은 성공했다. 그래, 난 널 좋아하니까 네게 항상 좋아한다고 솔직히 말하곤 했지. 고 2때 처음 만나고 연애하는 동안에는 많이 순진하기도 했고. 수애는 잠시 진지하게 찌푸렸던 얼굴을 피며 말을 이었다.
“그 살인자는 어땠대? 거짓말을 하면서 쾌감 같은 걸 느꼈대?”
“글쎄, 그렇지는 않았을 거야. 내가 보기에 그 살인자 로망은 굉장히 수동적이고 소심한 사람이라서 누굴 속이면서 쾌감을 느낄만한 인물이 아니야. 다만 상황이 계속 거짓말을 하지 않고서는 벗어날 수 없게 몰아갔지. 악하다기 보다는 그냥 불쌍한 사람이야, 끔찍하게.”
내가 거짓말에 쾌감을 느낀 적이 있다는 걸 알면 수애가 실망할까?
‘사실, 난 거짓말 하는 걸 즐기던 때도 있었어. 처음엔 반 애들한테 지기 싫어서 공부 열심히 하는 척, 싸움 잘하는 척 하느라 시작한 거짓말이 나중에는 꽤 재미있어 지더라고. 고2때 한 번은 조회가 없는 월요일이었는데 1,2학년 스물네 개 반을 강당으로 불러낸 적도 있었어. 힘들지도 않았지. 아침에 1학년 중 제일 시끄러운 두 반에 찾아가서 ‘오늘 강당에서 조회 있음’이라고 칠판에 크게 써줬더니 그게 옆 반으로, 또 2학년까지 쉽게 퍼졌으니까. 나중엔 교감까지 허둥지둥 강당에 오더라. 꼬리가 개를 흔든 격이었지. 1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바쁘게 강당에 모이는데 보고 있으려니까 참 재미있었어. 솔직히, 대마초를 하면 딱 이런 기분이겠구나 싶을 정도로 짜릿했지. 범인 수색도 대충 하더니 끝나버려서 자부심마저 들더라고’
물론 싫어하겠지. 역시 이런 말은 덧붙이지 않는 게 낫다. 오늘의 중요한 주제는 따로 있으니까. 이제 알코올로 넘어가자.
“술 뭐 마실까, 레몬 소주 어때? 여긴 레몬으로 직접 담그는 거라서 숙취도 없고 맛있더라.”
수애가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종업원을 불러서 과일 안주와 작은 레몬 소주 피처 하나를 시켰다. 모두 순조롭다. 이제 성공할 가능성은 80% 정도. 90% 이상이라고 하고 싶지만 성공의 그 순간까지 가능한 비관적이고 회의적이어야 한다. 긍정적인 생각이 성공의 열쇠라는 건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잘못될 경우의 수를 더 많이 생각할수록 실수를 피할 수 있다. 성공한 사람들은 당연히 패배 보다는 성공의 예감을 많이 했을 것이고, ‘긍정의 힘’이란 그런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결과론 적인 말에 불과하다.


7. 10분

“수애야, 사랑해. 너도 날 사랑한다는 걸 알아.”
“고마워, 하지만 우린…….”
“알아, 무슨 말 하려는 지. 하지만 우리 정말 사랑하잖아. 사실, 나 지수에게 어제 헤어지자고 했어. 네 곁에 있던 친구가 그랬듯이 물론 내 옆에 있던 지수도 착하고 소중했지. 그래도, 우리, 설명하지 않아도 알잖아. 우리 정말 사랑하잖아. 운명적인 어떤 게 느껴지잖아.”
잠시 말을 멈추었다. 최대한 진지하고 신중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수애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너도 알겠지만 난 너와 헤어진 후로 9년 동안 너만 생각해왔어. 어린 마음에 너를 잊어보려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보기도 했지만 그럴 수 없었어. 누구를 만나도 네 생각만 나. 사랑해. 사랑해.
힘든 것 알아. 오랫동안 힘들게 하지 않을 게. 난 계속 널 만나고 싶어. 10분 후에 대답해줘. 더 이상은 널 괴롭히지 않을게. 하지만 네가 꼭 나를 선택해줄 거라 믿어.”
10분이라고 말했다. 내 인생이 결정된다는 걸 고려해보면 너무나 짧은 시간이지만 10분이라고 한 것은 이성이 감성을 지배하는 시간이 5분, 이성과 감성이 공존하며 감성으로 넘어가기 전의 시간이 5분이기 때문이다. 이제 90퍼센트는 성공이다. 수애는 나의 울 듯한 눈과 천천히 낮게 말하는 내 목소리에서 진심을 느낄 것이고, 그 동안의 대화를 통해서 나와의 관계가 얼마나 자신에게 소중한 것인지를 다시 확인할 것이다. 마음이 약해서 벌서 5년째 만나줬을 뿐, 수애가 그런 상대와 계속 연애할 리가 없다.
수애는 10분이 채 되기 전에 입은 웃지만 눈은 찡그린 어색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사실, 만나고 싶기는 하지만 이런 얘기를 꺼낼까봐 망설였어. 그리고 마음이 있으면 7시에 나오라고 하길래, 보고 싶기는 하지만 사귈 생각은 없다는 뜻으로 한참 지나서 온 건데…….”


8. 어긋나다

“하지만 네 남자 친구는 그냥 착해빠진 군인일 뿐이잖아. 나와 나누는 대화들을 그 사람하고는 못하잖아? 우린 벌서 9년째 알아왔고 언제 만나도 바로 전날 만난 것처럼 반갑고 어렸을 때부터 알아온 것처럼 친근하잖아.”
과일 소주를 마셔서일까, 심장 뛰는 소리가 들려오고 그 소리에 맞춰서 나는 조금씩 흔들렸다. 수애는 되려 아까보다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래도 내겐 소중한 사람인 걸. 내게 얼마나 잘하는데. 자주 만나진 못하지만 만날 때면 날 얼마나 아껴주는데. 물론, 오빠처럼 문학에 대해서는 잘 몰라. 하지만 날 사랑하는 건 진심이고, 내가 헤어지자고 하면 너무 아파할 거야.”
당황스럽다. 하지만 ‘네가 행복한 게 더 중요한 거잖아?’, 이런 물음은 하지 않는 게 낫다는 걸 분별할 정도의 의식은 남아있다. 논쟁하거나 설득하려 해서는 안 된다.
“ 무슨 얘기인 지 알 것 같아. 30분만 더 생각해줘.”
흔들린다. 툭, 툭, 나를 감싸고 있던 것들이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 든다. 피처 하나를 더 시켰다. 술이 나를 구원할 수 있을까? 이런 우스운 생각이 든다. 처음 10분과는 다르다. 술 몇 잔에 30분은 금세 지나간다.
“안되겠어. 미안해.”
수애가 말 끝을 흐리면서도 단호한 눈빛으로 말한다. 이미, 어려워졌다. 하지만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 어쩔 수 없지. 괜찮아. 하지만, 12시까지만 그냥 같이 있어줘. 혹시 마음이 바뀌면 더 좋고.”
웃으며 쿨한 듯 얘기한다. 하지만 9년 동안 내가 준비해 온 것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에 마냥 덤덤하기란 어렵다. 피처 한 병을 더 시킨다. 아직 열 시 밖에 되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안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 상황에서 최선은 무엇일까?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수애야, 그냥 가끔 만나는 사이라도 좋아. 사실, 난 너만 행복하다면, 네 마음의 평안을 깨뜨릴 생각은 없었어. 그냥, 내가 얼마나 널 사랑하는 지 끝까지 가보고 싶었어.”
“지금 장난해? 너무하잖아. 갑자기 사람 불러내서는 10분내에 대답하라고 하더니, 말만 계속 바꾸고. 날 이렇게 불편하게 만들고 그냥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만나자고? 그렇겐 못할 거 같아. 미안해.”
“사랑해, 수애야. 정말, 난 정말 널 사랑해서…….”
“싫어. 그만해.”
이제 다 끝인가. 피처 하나를 더 시켰다.


9. 이별

술을 잔뜩 마시다가 보니 어느새 육교 위에서 잠이 깨었다.
“수애야! 수애야, 사랑한다! 돌아와줘!”
육교에 누워서 한참을 소리질렀다. 멀리 있던 수애가 다가와서 나를 바라본다. 저 표정은 무슨 뜻일까? 나를 일으켜 세워준다. 비틀거리며 그 뒤를 따라간다.
“사랑해! 수애야, 사랑해! 사랑한다! 수애야! 사랑해! 사랑해!”
골목길이다. 수애의 집 근처다.
한 삼십 분쯤 소리쳤을까. 파란 철문이 열리고 수애가 발걸음도 없이 다가온다. 꿈일까. 문을 여는가 싶더니 귀신처럼 내 위에서 날 쳐다보고 있다.
“실망이야, 정말. 이런 사람이었어? 난 다른 건 용서해도 내 앞에서 술 취해서 길바닥에 드러눕는 건 용서 못하겠어. 그리고 여기 우리 동네인 거 술 취했어도 알잖아? 내 생각은 안 해? 지금 새벽 세시야. 네 시간 째 당신 때문에 이러고 있다고. 그만 소리질러. 이젠 나오지도 않을 거야. 이젠 연락도 하지마. 정말 실망이야. ”
어느새 수애는 철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 이젠 끝이구나. 애꿎은 가방과 핸드폰을 담벼락에 집어 던졌다. 이제 곧 해가 뜰까. 가로등 때문일까, 참 밝기도 하고 추워서 옆에 있는 소나타 밑으로 굴러 들어갔다.
잠시 눈을 감고 있자니 포근하고 따뜻한 기운이 손에 느껴진다. 혹시 수애?
까만 고양이였다. 폭신한 발바닥을 내 손에 얹고 잠들어 있다. 아, 그래, 지수!


10. 새로운 시작

그래, 이제야 지수에게 진정으로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아마, 지수도 이런 내 결단을 알아줬던 거겠지. 그러니까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응원하듯 말해준 거겠지.


11. 곽동훈

내 이름은 곽동훈이다. 어차피 이렇게 될 줄 알았다. 깔끔하게 정리하고 지수에게 집중할 수 있다. 언젠가 읽었던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에는 연애에 관한 기술이라곤 한 마디도 없었다. 그냥 사랑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래, 진심은 통하리라. 원래 내 모습에 안 어울리게도, 수애에게는 너무나 계획적이었다. 그냥 순수하게 모두 다 말하리라. 본래 수애를 만난다고 말한 건, 오로지 지수를 위한 것이지 않았던가. 나야말로 지수에게도 미안하고, 잘 안될 줄 알면서도 지수에게 진정으로 집중하기 위해서 그랬던 것 아닌가.
지수에게 전화해서 코엑스몰 커피빈으로 불렀다. 매일 만나던 곳, 추억이 깃든 이곳에서 편안하고도 솔직하게 다 말하고 나면 다 잘 될 것이다. 지수가 도착했다. 나는 왜 수애를 만난다고 했는지,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얼마나 지수를 사랑하는 지에 대해서 모두 얘기했다.
“ 미안, 이제 못 믿겠어.”
지수는 평소와는 다른 표정으로 입 한쪽 끝만 올려 웃으며 대답했다.
“어떻게 널 믿어. 혹시 넌, 널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려던 건 아니야? 첫사랑에 집착하는 남자들이 흔히 그렇다더라. 현재 생활에 불만족하니까 옛사랑에서 뭔가를 찾아보려는 거지. 참 못났다, 너. 내가 널 받아들인다고 해도 넌 너를 어떻게 사랑하는 지도 모르니, 나랑 더 만날 수나 있겠어? “
“미안해. 고맙고.”
그래, 어차피 지수와는 끝난 관계였다.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게 최선을 다 하는 것 말고는 할 것이 없다. 솔직하게 다 말하자.
“질문 하나만 하자. 예전에 그 하연이라는 여자는 뭐야? 혹시 사귄 거는 아니었어?”
“사실 너보다 한 달쯤 먼저 만났었어. 하지만 서로 사귄다는 말까지는 하지 않았어. 그냥 난 다섯 살 많은 그 사람이 편안했고 소설에 대해서 같이 대화할 사람이 필요했어. 자주 만나기는 했지, 사귈 뻔 하기도 했고. 하지만 너를 만나고는 너만 보였어. 정말 너한테만큼은 내 모든 마음과 시간을 쓰려고 노력했어.”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만 하는구나. 언제는 따로 만난 적도 없다고 하더니 그것도 아니고, 첫사랑을 여태껏 잊지 못했다더니, 뭐? 나한테 모든 마음을 쏟으려 했다고? 그만둬, 웃기다. 거짓말 하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니?”
그래, 진심이 통하지 않을 때도 있다. 순간 순간만큼은 진심이었는데 지수는 믿지 않는다. 어차피 예상 했던 일이다.


12. 사랑의 기술

단순히 남자나 여자를 사랑하는 것으로는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없다. ‘황금 시대는 황금 시대가 오기 바로 직전에 있다’는 말처럼, 사랑도 서로 애끓는 마음이 결합되는 순간 시들기 시작한다. ‘짝사랑’, ‘풋사랑’, ‘원 나이트 스탠드’, ‘결혼’ 같은 모든 사랑들 모두 종국엔 슬픔을 남기고 만다. 이미 첫사랑을 시작할 때부터 알고 있었다. “미워하지 말아라, 미움은 괴로우니라. 사랑하지 말아라, 사랑은 더 괴로우니라.’ 조지훈 선생의 말처럼 이것이 연애의 결론이다. 역시 인간적인 사랑의 결과란 이런 것이었다.


13. 조용호 목사에게 보내는 편지

혹독한 겨울이 오려는지 진눈깨비가 세차게 내립니다. 교회 가는 길목에 애써 서 있던 억새들도 다 쓰러질 듯 합니다.
목사님, 건강하게 잘 지내시지요? 저는 최근에 많은 일들을 겪었습니다. 다음주 예배 시간에 뵙기에 앞서서 이렇게 편지를 먼저 올립니다.
3년 전에 목사님께서 말씀하셨던 대로 저는 금세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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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때마다
07/05/02 11:19
수정 아이콘
글이 참 괜찮네요..
Saturday
07/05/02 12:40
수정 아이콘
시간이 없어서 다읽지는 못하겠는데
곽동훈에서 웃었습니다..후후 죄송합니다.
07/05/02 12:48
수정 아이콘
그럴때마다님//감사합니다 ^^ 어떻게 읽혔는지 좀더 듣고 싶습니다!
쌔러데이님//한 번 웃으셨다면 그걸로도 좋지요 ^^
루모스
07/05/02 12:58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수애와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주인공의 말과 생각이 교차하는게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주인공 이름 때문에 집중이 안되는건 제 선입견 때문이겠지요? 왠지 모르게 오른손을 들며 곽동훈을 외쳐야 할 것 같은...;;
어거지로 지적을 해보자면...12와 13 사이에 한 문단정도만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붕 뜨는 느낌이랄까, 전혀 다른 글을 보는 듯해서요.
07/05/02 13:23
수정 아이콘
루모스님,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
곽동훈이나 조용호, 지수, 수애, 허경연...등 등장인문의 이름은 독자가 혹시 알아서 재밌게 읽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넣었습니다.
허경영이나, 첫번째 사랑이라는 의미의 수애나, 이유 없는 대세
곽동훈이나 조용기 목사 혹은 조용호 선수, 서지수 선수 등을
모두 아는 분도 아마 있을 듯.
12와 13에 대한 지적은 합평회에서도 나왔습니다. 그리고 제 스스로도
저 짧은 부분을 쓰느라 가장 많은 시간 고민했어요. 그냥 주욱 쓰자니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구구절절 설명하고 정리해주는 느낌이
들어서 다 잘라버렸습니다. 사실 끝 부분이 어떻게 읽히는 지 가장
궁금합니다.

다른 글처럼 보이는 건, 다분히 의도적이지만, 붕뜨는 느낌이라고 하셨으니 좀더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여기가어디냐
07/05/02 13:39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근데 13에 왜 갑자기 목사님에게 쓰는 편지가 나오는지 잘 이해가 안되요.
하얀그림자
07/05/02 14:37
수정 아이콘
음. 개인적으로 저도 이런 비슷한 류의 소설을 써보고 싶었는데...단편 소설이란 게, 장편보다 더 힘들더라구요. 재밌게 잘 쓰신 것 같아요. 다른 작품도 있다면 또 읽어보고 싶네요~.
DayWalker
07/05/02 15:02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부분의 목사님에게 쓰는 편지란 것은 '적'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자가 자신을 끝없이 합리화 하다가 결국엔 종교에 귀의하였듯이 주인공도 끝없는 합리화의 과정을 거치고 마지막으로 돌아가는 곳이 종교였다.. 정도인 것 같은데요.
수애에게 솔직하였다고 자신을 합리화 했지만, 결국은 자신이 거짓말을 하며 느끼는 쾌감을 숨겼으니 그것마저도 거짓 내지는 합리화였던 것이고 자신이 귀의하게 되는 종교도 진정으로 모든 것을 정리한 것이 아닌 그간의 실패를 합리화시키는 도구 내지는 도피처라는 뉘앙스로 보였구요.
이 외에도 단편소설이다보니 꽤 많은 연관관계를 설정하신 듯 보이는데(예를 들면 고양이라던지요..) 그걸 제가 굳이 다 말하기엔 작가님이 보고 계신 듯해서 영 말하기 힘들군요. 하하하.
제가 맞는 해석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구요. 제멋대로 상상해 봤습니다.
아무튼 전체적인 느낌은 마치 제가 자주 하는 행동과 생각을 보는 것 같아서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여우와 신포도'얘기가 생각나기도 했구요.
귀하고 좋은 글 pgr에 먼저 보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Canivalentine
07/05/02 15:40
수정 아이콘
단편영화 시나리오 같아요...정말 디테일하고...단편소설을 잘 안읽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되게 현실적인 느낌이네요
07/05/02 16:00
수정 아이콘
여기가어디냐님//귀한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좀더 친절하고 명확하게 잇는 방법이 분명히 있기는 할텐데 제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독자에게 서술하는 방법을 더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의견 감사드립니다.
07/05/02 16:05
수정 아이콘
DayWalker님, 따뜻한 말씀에 홍조를 띄게 되네요 ^^ 감사합니다.
짧은 글이다보니 제 욕심에 많은 복선과 연결고리들을 깔려고 했는데
내심 '혼자만의 잔치'가 될까봐 참 많이도 고치고 걱정했거든요.
의견 읽고 조금은 안심했습니다. 귀한 의견 감사드립니다!
07/05/02 16:11
수정 아이콘
하얀그림자님, 저와 취향이 비슷한 데가 있으신가봐요? ^^
부족한 글을 재밌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언젠가 또
쓰게 되면 그때도 읽어주세요!
단편은 단편 나름의 장점이 있지요. 하지만 솔직히 저는 아직까지
장편 쓸 엄두가 안나서 단편을 붙들고 있답니다. 잘쓰려고 생각할
수록 점점 불필요한 힘만 들어가고, 쓸 수록 참 어렵다는 걸 느낍니다.
07/05/02 16:14
수정 아이콘
Canivalentine님! 디테일하고 현실적인 느낌을 받으셨다니
작가로서는 참 감사한 말씀입니다. 아직 많이 부족한데,
더 많이 노력해서 말씀해주신 느낌을 제대로 낼 수 있게 써보겠습니다.
07/05/02 21:03
수정 아이콘
다른 분들의 얘기도 들어보고 싶어요!
드래곤플라이
07/05/02 22:08
수정 아이콘
직접 인쇄해서 읽어 보았습니다. 처음엔 내용이 흥미 있었는데 중반부터 갈수록 좀 산만해진다고 할까, 억지스러운 면이 있어보이고 주제전달이 미흡하지 않나 합니다. 글솜씨는 상당한거 같습니다. 다른 소설있으시면 메일로 좀 보내주시길 ..
07/05/03 00:42
수정 아이콘
드래곤플라이님! 인쇄까지 해서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
단편인데 산만했다니 큰 문제네요. 혹시 어떤 점이 산만해진
것인지, 어떤 내용 혹은 표현이 억지스러워졌는지 좀더 자세하게
말씀해주시면 더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주제는 특별히 한가지를 전달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어떤 메세지를 전할 생각은 없었다는 뜻인데,
혹시 말씀하신 것이 이야기를 끄는 큰 힘이 부족하다는 뜻인지요?
다른 사람 중에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는데 그때도 제가 잘 이해하지
못했었거든요 ^^a 좀더 말씀해주시면 매우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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