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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11/07 04:20:06
Name mayuri
Subject [일반] 건알못이 본 '섬광의 하사웨이' 리뷰(스포 주의)

어제 심심하기도 하고 뭔가 볼 게 없나 하고 넷플릭스를 틀었는데 이 작품이 나와서 봤습니다.

참고로 저는 건담이라고는 턴에이 1개 보고, 나머지는 꼬꼬마 시절 본 건담 만화책이 전부입니다. 다만 건담이 서브컬쳐에 미친 지대한 영향으로
주인공 인물들의 이름이나 사상 정도는 알고 있어요(아무로 레이나 샤아 등)

거두절미하고, 본 감상 평을 한 줄로 말하면 '이 정도는 되어야 애니의 전설이 되는구나... 토미노.'
입니다.

정말로, 정말로 재미있게 봤어요.
재미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정말로 거의 10년도 넘게 애니를 보다 느껴보지 못했던,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1. 주제의식.
스케일이 달라요. 최근 나온 애니메이션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주제의식이 개인에 머물러 있거나, 혹은 더 큰 영역을 다뤄도 그 깊이가
너무 얕고 조야해서 솔직히 '오타쿠 철학...' 같은 느낌만 받았어요. 주제 의식이 개인에 머물러 있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지만,
저는 뭔가 이런 걸 바랬던 거 같아요. 신냉전 이후에, 특히나 2010년대 들어서도 결국은 지구 한 곳에서는 계속 전쟁과 테러가 일어나고 있고,
인류는 더없이 편안한 문명을 누리고 있지만 공포와 불행에서 달아날 수는 없다는 걸 모든 곳에서 말해주고 있죠. 90년대 이전에 쓰인 작품이지만 상당한 인사이트가 놀라웠어요.

극장판 애니메이션에 국한해서 보자면, 저는 소설판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몇몇 스토리 라인과 플롯은 좀 이해되지 않긴 했어요(하사웨이가 누구야? 걔 아빠는 또 뭔데?) 하지만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전체적으로 이해가 가므로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닙니다. 오히려 자를 부분은 과감히 잘라서 좋았다고 생각해요. 배경설명에 너무 시간을 할애하면 결국 중요한 것을 못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2. 캐릭터
극장판에서 하사웨이나 케네스는 사실 좀 흐리게 다뤄지는 것처럼 보였는데, 저는 기기 안달루시아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굉장히 뚜렷하게 다루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도 어린 나이에 보여주는 세상에 대한 생각, 놀라운 통찰력. 뉴타입이라고는 하지만 기기 본인의 핵심을 꿰뚫어보는 능력이 사실 더 뛰어나게 보였어요.

게다가 기기가 '저울질'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보통 남자를 대상으로 한 애니에서 여자주인공의 저울질은 그 자체가 거의 금기시되죠. 물론 여자들이 현실에서는 당연히 선택을 한다는 걸 알지만, 그걸 굳이 화면에서까지 보고싶진 않을테니까요. 사실 기기 본인의 처지(어린 나이, 성노동자라는 불안한 상황)를 생각하면 저울질은 사실 당연한 거죠. 하지만 기기의 저울 양쪽 끝에 있는 두 남자가, 단순히 기기의 안위와 생명을 의존할 존재가 아닌, 앞으로 기기가 살아갈 세상을 만들어줄 수 있는 이념을 가진 존재라는 것에 더 무게를 실어둔 느낌이어서 굉장히 좋았어요. 턴에이에서도 여성캐릭터들이 생동감 있어서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남성 중심의 애니메이션에서도 여성 캐릭터의 훌륭한 서사를 만들 수 있는 토미노 요시유키의 능력이 돋보이더군요. 더불어 두 남자를 어떻게 앞으로 극장판에서 보여줄지도 궁금해졌습니다.


3. 작화, 전투씬, 음악
초등학생 시절 이후로는 로봇에 관심을 잃은 사람이라도 뭔가가 불타오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멋있어요. 화려하지만 지나치게 빠른 템포는 아닌, 박진감 넘치는 씬을 보여줬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멋부리기에 치중한 것도 아닙니다. 파일럿들은 지극히 침착하고 전투에 나선 군인 그 자체로 오히려 사실감을 부여해 더욱 더 현실적으로 나타내어줍니다. 전투 씬의 완급 자체도 잘 되는 느낌. 아무리 스펙터클해도 강-강-강-강으로 가면 피곤해지는데, 중간에 적절히 파일럿들의 대사나 다른 씬을 끼워넣어서 '이제 그만....'이라는 소리가 안 나와요. 저는 보통 전투씬을 좀 지루해하는 편인데, 이건 더 보고싶더라구요.

작화도 대단히 훌륭합니다. 깔끔하게 잘 뽑힌 캐릭터 디자인도 좋고 음악도 만족스러워요. 다만 기기의 귀걸이를 내내 반짝반짝 비춘다거나, 클럽에서 춤추는 장면은 조금 촌스럽게 느껴졌어요. 연출면에 있어서는 별다른 기교를 쓰지 않고 그냥 평이하게 진행한 거 같아요. 연출이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극을 방해하지만, 이 경우에는 인간관계를 드러내주는 장면에서는 좀 더 세련된 연출을 쓰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덕분에 정말 간만에 즐거운 애니메이션을 보았습니다. 조금 있으면 2편이 나온다는데 굉장히 기대가 되네요. 더불어 지금 우주세기 건담을 시작해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언제 다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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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격발매완료
25/11/07 05:10
수정 아이콘
원작에서 하사웨이는 역습의 샤아가 아닌 벨토치카 칠드런에서 이어지는 거라 자기가 결단해서 퀘스를 쐈기 때문에 어느정도 심경이 이해가 가는데

이번 애니에서는 갑자기 첸 팀킬했던 역습의 샤아 하사웨이라 조금 이입이 안되긴 합니다..
25/11/07 14:47
수정 아이콘
어 이게 약간 패러렐 월드처럼 엔딩이 나뉘어져서 그 분기중 하나에서 이어지는 건가요? 제가 건담을 잘 몰라서...
롤격발매완료
+ 25/11/07 16:34
수정 아이콘
원래 극장판으로 나온 역습의 샤아와 토미노가 소설판으로 비슷한 내용을 따로 쓴 벨토치카 칠드런이라는 두가지가 있는데
이게 중간 내용이 좀 많이 바뀌어서 설정변경된것이 좀 있습니다.

그런데 역습의 하사웨이는 이 소설용 벨토치카 칠드런에서 이어지는 후속작으로 기획을 하고 절대 애니화 하지말라고 토미노가 신신당부 했는데

최근에 토미노와 합의가 된건지 애니로 낸건데 거기서 소설판에서 설정을 이어간게 아니라 역습의 샤아에서 설정을 가져와서 좀 설정이 개판된게 있습니다.
마법원
25/11/07 05:40
수정 아이콘
기동전사 건담 -> 0083 -> Z건담 -> ZZ건담 -> 역습의 샤아
이 순서로 보시면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기동전사 건담 대신 건담 디 오리진으로 스타트 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옛날 원작인 퍼스트 건담을 지금 보시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으실 거에요. 작화도 그렇고, 토미노 부시도 그렇고.
오리진은 아쉽게도 1년전쟁 시작 개시 시점까지만 애니화가 되어있어서 그 이후에 1년전쟁 전개까지 다 보려면 만화책을 구하셔야 합니다.
https://namu.wiki/w/%EA%B8%B0%EB%8F%99%EC%A0%84%EC%82%AC%20%EA%B1%B4%EB%8B%B4%20THE%20ORIGIN
25/11/07 07:54
수정 아이콘
디 오리진과 퍼건은 전혀 다른 작품입니다.
주제의식, 중심인물, 서사구조, 결정적으로 원작자인 토미노의 철학과 메시지가 담기지 않은 작품이고
우주세기를 관통하는 반전사상이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투쟁을 미화하는 메시지가 담겨있죠
뒹굴뒹굴
25/11/07 08:41
수정 아이콘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시절에 퍼건을 보기는 좀 ㅠㅠ
그나마 오리진은 작화나 설정을 그나마 요즘에 맞게 좀 맞춰 놨고요.
25/11/07 09:17
수정 아이콘
그럴 수 있죠. 그런데 굳이 요즘 작품이 아니라 예전 작품을 찾아서 보고 싶은거라면, 그 시절 시대정신을 느낄 수 있는거에 의미가 있는 거 아닐런지요
마법원
25/11/07 09:24
수정 아이콘
그게, 당연히 맞는 말씀이시긴 한데,
퍼스트 건담 보다가 실망해서 떨어져 나가실까봐서요.
제3의 옵션으로 방매님 더빙 버전으로 축약해서 보는 방법도 있긴 합니다. (하하하?)
https://www.youtube.com/watch?v=cSM1BI1-sLw&t=1322s
25/11/07 09:24
수정 아이콘
그런데 이렇게 써놓고 보니 좀 꽉 막힌 느낌도 들기에 한마디 첨언하자면 원작자 본인 스스로 이거 이제 못 봐주겠다라고 언급하긴 했습니다 크크 그래도 전 몇년 주기로 정주행 하네요..로망이라
25/11/07 14:50
수정 아이콘
퍼건이 지금 보기 힘든 건 보통 작화 때문인가요? 아무래도 워낙 옛날 작품이어서 그런가 작화가 많이 옛스럽긴 하더라구요.
뒹굴뒹굴
+ 25/11/07 15:25
수정 아이콘
작화도 그렇고 전개도 사실 어색한 부분이 많습니다.
25/11/07 14:49
수정 아이콘
추천 감사드립니다! 아마 시작한다면 퍼건부터 시작할 거 같아요. 워낙 많이 들어서 한번 시도해보고 싶어서요 히히
25/11/07 09:02
수정 아이콘
이 참에 지제네 이터널 한번...크 스토리요약 나름 괜찮습니다.
25/11/07 10:19
수정 아이콘
사실 감탄했습니다. 지난 콘솔 작품들이 기껏해야 한 작품을 스테이지 대여섯 개로 축소해버린 바람에 스토리 이해가 거의 불가능했는데, 이터널은 많게는 30개 가까운 스테이지를 배분하고 있죠. 지금 건담 입문자가 속성으로 스토리를 익혀야 한다면 지제네 이터널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25/11/07 14:53
수정 아이콘
지제네는 찾아보니 모바일게임이네요. 근데 궁금한게, 건담 W 같은 작품은 작품성은 별개로 우주세기 건담에서는 잘 논의되지 않는 것 같던데, 분파(?)가 아예 다른 건가요?
25/11/07 10:57
수정 아이콘
처음에 멧사 습격씬이 정말 인상적이더라구요
거대 로봇들의 전투에 휘말려버린 민간인 시선이라고 해야하나
크시 등장도 인상적이였고

그리고 약간 반 농담처럼
모든 인류가 지구에 살순 없어를 모든 한국인이 서울에 살수는 없다 처럼 이해하면 된다는게 묘하게 재밌더라구요
25/11/07 14:54
수정 아이콘
저도 그 장면 굉장히 좋았어요! 습격씬 이후에 민간인들의 대피와 시가지가 불타는 장면이 확실히 건담은 전쟁물이다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뭐 급여만 빵빵하고 사는게 편하다면 서울에 안 살아도 됩니다...? 크크
기무라탈리야
25/11/07 11:18
수정 아이콘
건담의 경우 극장판 3부작이 유튜브에 아직 올라와 있습니다. 얘네가 비정기적으로 영상을 공개했다가 비공개 했다가 하기 때문에 기회가 될 때 빨리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https://youtu.be/T8dw8dwN5sw?si=b7q8lLZn9erl3Ipv

https://youtu.be/OzVAWX42kxA?si=SshxjfAgRduiuBjA

https://youtu.be/DX_7_8mP3oI?si=5v1gyCOmc_zLGsPt

정석 루트
기동전사 건담 》Z건담 》ZZ건담 》역습의 샤아 》섬광의 하사웨이

조금 줄이면 ZZ건담 빼고 Z에서 바로 역습의 샤아로 넘어가셔도 됩니다.
25/11/07 14:56
수정 아이콘
추천 감사드립니다! 퍼건도 어딘가 OTT에 있었던 거 같은데 지금 기억이 안나네요. 넷플릭스에는 극장판이 주로 올라와 있는 거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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