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개봉일에 급히 가서 보고 왔습니다. (추석 연휴에는 오히려 보기 힘들 거 같아서요)
저는 개인적으로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팬은 아닙니다. PTA라는 줄인 이름으로 부르는 게 더
익숙한 감독일 정도로 팬들도 많지만, 그렇다고 대중성이 높은 감독은 아니지요.
누군가에겐 PTA가 뭐야? 이럴 확률이 아직까진 더 높은 감독인데 저한테도 익숙지 않은 약어입니다.
이번에 신작 개봉할 때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건 디카프리오의 신작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네, 제게 있어서 디카프리오의 영화 선구안은 믿고 볼 영화라는 보증수표 같은 겁니다.
근데 해외 평가도 놀라울 정도로 좋고 박평식 옹도 8점이나 주다니?
2시간 40분이란 러닝타임이 다소 힘들 거 같긴 하지만, 그래도 꼭 봐주어야겠다 싶어서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러닝타임은 기우에 불과합니다. 시종일관 지루할 틈이 없이 몰아칩니다.
뭔가 엄청난 총격전도 없고 카체이싱도 없습니다. 이렇다 할 스턴트가 필요한 액션도 없고 주인공인 디카프리오가
뭔가 활약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런데도 긴박감 넘치고 엄청난 액션을 보는 것 같고 우리 50줄의 배불뚝이
아저씨 디카프리오가 잘생겨 보입니다. (아, 잘생긴 거 맞지만... F1의 브래드 피트의 잘생김과 다른 연기가 만들어낸
잘생김 같은 겁니다)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 영화 중 가장 대중적이라던데, 전 이 의견 맞다고 생각됩니다. 아 물론 박찬욱 감독 이번 영화가
대중적이다-라고 말한 것과 비슷한 결이기도 합니다. 감독 본인의 색깔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으면서도 대중성을 취했거든요.
다만 동일한 블랙코미디의 선상에 있고, 다소 예전에 나온 원작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는 공통점 때문에 둘 다 현실과 괴리가
있는 내용임에도 오히려 외국 영화인 <원 배틀-(이하 줄이겠습니다)> 쪽이 제겐 더 공감이 갔습니다.
왜냐하면 <원 배틀>은 196~70년대 미국의 급진 혁명 세력을 소재로 현재를 다루고 있는 괴리에도 불구하고
소위 인종 청소, 파시즘 같은, 즉 트럼프와 MAGA의 지배 아래 미국의 현실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남의 이야기인데 남의 이야기 같지 않은 기묘한 기분이었습니다.
물론 <어쩔수가없다>도 재미있게 본 입장에서, <어쩔수가없다>에서 말하는 AI 시대의 인간끼리 경쟁하는 그 암울하면서도
웃기만 할 수 없는 이야기도 공감이 가긴 했지만, 전 세계적 우경화 바람이 불고 있는 이 시대에 <원 배틀>만큼 공감할
영화도 없는 듯합니다. (심지어 중간에 시위대에 섞여 의도적으로 폭력 시위를 조장하는 수법은 너무나 우리에게도 익숙하더군요)
어쨌든 영화를 보고 나오면 마치 <매드맥스> 때처럼, 약간 뽕이 올라 '레볼루션!'을 외치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쩔수가없다>를 자꾸 비교하게 되는데, <원배틀>도 그야말로 연기 차력쇼입니다. 숀 펜과 디카프리오의 연기 차력쇼는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합니다. 이 영화 내년에 아카데미상도 휩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트럼프가 할리우드를 압박하는
만큼 할리우드의 반작용이 더해지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디카프리오의 딸 역할을 한 여배우, 처음 연기라는데
어디서 이런 보석을 구했나요. 눈여겨 봐야겠습니다.
하지만 대중성을 잡은 영화 치고는 국내나 해외나 흥행은 아쉬울 듯합니다. 해외 첫주 개봉 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듯합니다.
워너 입장에선 또 한번의 실패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매드맥스>도 그렇고 <미키17>도 그렇고 이런 영화에 기꺼이 돈 투자해줘서
고맙습니다, 워너.
풀 아이맥스 촬영이라고 하니 아이맥스로 한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극장에 많이 왔더라고요.
먼 타지의 외국에서까지 단체로 영화를 보러 올 정도로 팬이 많은 감독 맞는 듯하네요.
러닝타임에 기겁하지 마시고 추석 연휴에 한번쯤 보실 영화로 추천드립니다.
다른 건 모르겠고 시계 한번 쳐다보지 않고 순식간에 영화가 끝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