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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9/16 07:26:41
Name 식별
Subject [일반] 인류의 기원과 자폐

선사시대의 예술과 자폐 

 

 

 

Sanz_de_Sautuola.jpg

 

 1879년, 스페인의 법학자이자 아마추어 고고학자였던 마르셀리노 사우투울라는 동굴 탐험에 여덟 살 난 딸 마리아를 데려갔습니다. 마르셀리노는 벌써 5년째 이 동굴을 드나들었기에, 이전과 다름없는 산책 쯤으로 여겼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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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마리아가 천장 위에 그려져있는 들소 무리를 가리키며 아빠를 찾자, 그 순간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그가 지난 몇 년간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들소 떼는 바로 전년도 파리 박람회에서 보았던 구석기 시대 미술 양식과 아주 흡사해 보였습니다. 몇 개월간의 연구 끝에, 그는 벽화의 기원이 구석기 시대에 있다는 인상적인 논문을 발표했고, 일부 고고학자들과 대중들의 열렬한 찬사를 받았습니다.

 

 반면, 학계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들소떼는 '그렇게 옛날 사람들이 그렸다고 치기에는 너무나도 사실적'이었기에, 분명히 어설픈 후대의 누군가가 위조한 게 틀림없어보였습니다. 1880년 리스본에서 열린 학회에서 마르셀리노는 공개적으로 조롱당했고, 그의 명예는 크게 실추됐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예술 작품 위조혐의로 기소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마르셀리노의 연구는 그가 세상을 뜰 때까지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20세기에 접어들어, 알타미라에서 발견된 것과 흡사한 후기 구석기 시대의 벽화들이 우후죽순 발굴되기 시작하자, 알타미라 동굴의 벽화도 다시금 빛을 보았습니다. 들소떼는 정말로, 빙하기를 살던 구석기 시대 사람들이 그린 것으로 판명났습니다. 

 

 

...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습니다. 그렇게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벽화를 그릴 수 있었던걸까요? 

 

 

Panneau_des_chevaux-detail©_Patrick_Aventurier_-_Grotte_Chauvet_2_Ardèche.jpg

 

 대략 15만년 전에 등장한 우리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을 그저, '해부학적 현생인류'라 일컫는 것은, 그들이 꼭 우리처럼 '행동 현대성(Behavioral modernity)'을 갖추고 있진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략 4~5만년 전, 현생인류가 아프리카에서 대탈출하고 난 뒤에 비약적으로 폭발한 이 '행동 현대성'이란, 일련의 추상적 사고와 복잡한 계획, 그리고 상징적 행동을 포함하는데, 뼈를 활용한 각종 세련된 도구와 어렵 기술의 발달, 매장 의식, 그리고 암각화나 동굴 벽화같은 구상 미술(具象美術, figurative art)이 이 시기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이것을 두고 인지 혁명, 또는 후기 구석기 혁명이나 창의성 폭발쯤으로 명명하기도 합니다. 

 

 알타미라와 쇼베 동굴의 정교한 그림은 곧장 그들이 우리와 같은 마음을 지녔음을, 그리고 그들이 우리와 같은 행동 현대성을 지닌 심성적 현생인류임을 증명하는 듯 보였습니다. 미술사학자 곰브리치는 동굴벽화에 대한 글에서 인류를 두고 '위대한 기적'이라 일컫기까지 했습니다. 이러한 벽화들의 계속된 발굴은 네안데르탈인의 예술에 비해 호모 사피엔스의 그것이 양적으로든 질적으로든 우월하다는 명백한 증거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무언가 찜찜한 의문은 남습니다. 인류의 예술이란 어떻게 그토록 수만년의 세월을 쉽게 넘나드는 듯 지극히 정교하게 시작된 걸까요? 마르셀리노를 비난했던 그 고고학자들, 원시인들이 그리 정교한 그림을 그릴리 없다는 그들의 말에는 일리가 전혀 없었던 걸까요? 어떻게 전문적인 훈련을 전혀 받지 않은 태고의 수렵채집인들이 대상을 그토록 정교하게 묘사할 수 있었던 걸까요? 누구나 원시적인 수렵채집생활을 하면 정교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하는 메커니즘이 탑재된 채로 태어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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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3만년 전의 쇼베 동굴 벽화와 비슷한 극사실적 묘사들은 2만년 동안이나 세계 곳곳의 동굴에서 발견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후기 구석기의 예술 양식은 빙하기의 끝과 함께 종말을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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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아시리아와 이집트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회화적 전통은 이전의 수렵채집적 예술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빙하기 동굴벽화에 필적할만한 극사실주의적 묘사는 (직관적 원근법이나 단축법은 고대 그리스/로마와 동아시아에서 제각기 발달했으나) 적어도 유럽에서는 르네상스 이전까지 찾아볼 수 없으며, 원근법은 그제서야 '발명'되었고, 오랜 훈련을 통해 배워야하는 하나의 특수 기술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불가사의한 태곳적 예술이 어디서 갑자기 툭 튀어나왔는지에 대한 해답은 어쩌면 자폐증이 있는 소녀의 그림에서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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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네 개의 그림 중에서 두 개는 빙하기 시대의 동굴 벽화고, 다른 두 개는 자폐증이 있는 만 2세 소녀의 그림입니다. 이 그림들 사이의 공통점은 석기시대 예술을 잘 모르는 사람도 한 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원근법, 세부적 묘사에 대한 지나칠 정도의 정확성, 그리고 무엇보다 어지럽게 겹쳐진 그림들이 이 그림들의 공통점입니다. 

 

 

Lions_painting,_Chauvet_Cave_(museum_replica).jpg
 

 쇼베 동굴에서의 어떤 동물들이 겹쳐져 있는 모습에 대해서 어떤 학자들은 그 동굴 벽화가 빛의 각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하는 애니메이션이었을 수 있다고 가정했습니다. 동굴 벽 표면의 울퉁불퉁함과 틈새는 횃불에서 나오는 불빛을 받아 복잡한 명암을 형성할 수 있는데, 빛의 각도에 따라 벽 표면이 마치 구름같은 그림자를 드리우거나, 동물의 신체가 수축하고 이완하는 듯이 보여지기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분명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동굴 벽화들의 경우, 그런 애니메이션적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저 불규칙적이고 어지럽게 겹쳐져 있는듯 보였습니다. 

 

 

Lascaux_II.jpg

 

 그저 우연의 일치라고 치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림의 중첩은 그저 그릴 동굴벽의 부족함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었다고, 어떤 동굴벽화는 꼭 다른 것들만큼 사실적이지만은 않고 충분히 과장적이기에 자폐적 특성과는 벗어난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분명 모든 동굴 벽화가 자폐인들이나 그들의 특별한 가르침을 받은 몇 사람들에 의해서 그려지진 않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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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오늘날 어떤 자폐인들은 후기 구석기 학회에서 전문가들이 수십년에 걸쳐 기르는 안목보다 더 날카로운 이해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단순히 돌 위에 낙서가 그려져있다고 생각할 법한 것을 두고, 그들은 일정한 패턴에 따라 규칙적으로 배열된 도형과 짐승들을 쉽게 발견해냅니다. 어쩌면, 자폐인들은 인류 최초의 예술가인 동시에 비평가였을지 모릅니다. 

 

 

여러가지 자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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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폐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매우 다양한 형태와 무게로 다가옵니다. 어떤 이들이 갖고 있는 자폐는 분명 삶 전반에 심각한 어려움을 안겨주는 심각한 장애입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게 자폐는 일장일단이 있는 하나의 특성으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자폐는 선천적이고, 치료불가능하며, 관련 유전자만 하더라도 1,000 개가 넘기에, 하나의 거대한 '스펙트럼'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자폐인과 비자폐인을 구별하는 엄격한 구분점은 존재하지 않으며, 변이는 연속적입니다. 

 

 따라서, 수백만년에 걸친 인류의 진화사를 통틀어 나타나는 자폐적 양상 또한 그 진화적 흐름에 따라 여러 모습을 하며 마찬가지로 적응해왔다고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초창기 호미닌의 뇌용적 증가와 관련한 올두바이 단백질 도메인은 자폐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마카크 원숭이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원시적 자폐의 기원은 영장류의 탄생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할 지도 모릅니다. 

 

 이족보행을 하며 사바나에서의 생태지위를 다지던 올두바이 협곡의 호미닌들은 무시무시한 생태압에 적응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여 고기를 주워먹고 뇌의 크기를 키우며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바야흐로 더 추상적인 차원의 석기를 제작하기 위해 필요한 고도의 인내와 집중력, 그리고 인지능력은 협력을 위한 사회적 기술과 함께 공진화했을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중재하거나 사냥 무리를 조직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을 것이고, 다른 이들은 그저 주먹도끼를 최대한 아름답고도 정교하게 대칭으로 깎는 데 혼신의 힘을 다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 모두 나름의 진화적 이점을 지녔을 것입니다. 실제로 오늘날 발견되는 일부 석기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지나치게 정교하며 대칭적이고 또한 아름답습니다. 단순히 사냥을 위해서라면 그렇게까지는 할 필요가 없어보이는 데 말입니다. 

 

 

Early_migrations_mercator.svg.png

 

 해부학적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는 가는 곳마다 대형동물과 호미닌들을 절멸시키며 나아갔습니다. 그들은 네안데르탈인을 비롯한 여타의 친척들에 비해서 훨씬 높은 인구 밀도를 유지했습니다. 그 말인즉슨, 한 집단 내에 자폐인이 더 높은 확률로 존재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한, 호모 사피엔스 집단은 이전의 호미닌들이 거주하지 못했던 곳, 훨씬 더 극단적인 자연환경에서도 생태적 틈바구니를 파고들어 살아남았습니다. 

 

 남쪽의 호주 대륙 방향으로 퍼져나간 일군의 호모 사피엔스는 변덕스러운 바다의 패턴을 읽고 뗏목에 스스로의 운명을 맡겨야 했습니다. 시시각각 바뀌는 바닷바람의 냄새, 바닷물의 색, 규칙적으로 일렁이는 파도의 패턴과 바닷새들의 움직임, 수백 개의 별자리들, 그리고 선박을 건조하는 정교한 기술이 등장했습니다. 추운 바람이 부는 북쪽의 사람들은 방한이 잘 되는 의복과 거대한 짐승들을 쓰러뜨릴만한 치명적인 무기를 개발해야했습니다. 그리고, 이 기술 개발 현장의 중심에는 자폐인들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사회적 의사소통 및 상호작용에서의 결함, 정상적인 대화 주고 받기의 실패, 통합되지 못한 언어-비언어 의사소통, 시선 맞추기와 제스처의 결함, 표정의 어색함, 관계 발전 및 유지에서의 결함,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상동행동, 경직된 사고 패턴, 초점이 제한된 고정된 관심사, 감각 과다와 과소 활동 등... 자폐인들은 현대 정신의학적 기준에 따르면 여러 '결함' 등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폐인들을 결함이 아니라 특성의 렌즈로 본다면, 다른 설명이 따라올 수 있습니다. 

 

 사회적 의사소통에서의 차이, 인간관계에서의 논리적 접근 및 의사소통에서의 실용적 접근, 언어보다 환경에 더 집중함, 구조와 일상을 선호, 그리고 세부 사항 및 복잡한 패턴, 사물의 작동 원리에 대한 높은 관심도, 발달한 수리력 및 기억 능력, 그리고 규칙과 논리를 선호하는 경향 등, 그들의 특성은 '서번트'라고 불리는 고도로 발달한 기술과 매우 깊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 세상을 떠다니는 온갖 패턴의 흐름을 그 누구보다 기민하게 알아차리는 이들은 호모 사피엔스 집단이 어떠한 인지적 한계에 부딪혔을 때, 가장 독창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체계화'하는 철학자들이었을 겁니다. 

 

 우리의 마음 한 쪽에는 체계화(SQ) 능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능력은 대략 7~10만년 전, 그러니까 해부학적 현생인류가 아프리카를 벗어나기 시작한 시점에 본격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체계화하고, 독자적인 규칙을 세우는 자폐인들은 이런 능력이 고도로 발달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데 서툴지만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는 더 유리합니다. 반대 쪽에는 공감화(EQ) 능력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 스스로를 놓는 '공감'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이 역시 극단으로 가면 타인의 관점을 무분별하게 수용하는 맹목적인 추종자가 되는 경향이나 정신분열적인 기질 등 다양한 정신병리학적 증상과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이런 시각에서 보자면, 많은 의문이 풀릴 수 있습니다. 대체 누가 처음으로 완벽한 대칭의 형태로 석기를 깎아낼 생각을 했는지, 대체 누가 적당하게 뾰족한 돌로 화살촉을 만들고, 그걸 나뭇가지에 끼워서 팽팽한 식물성 섬유에 메길 생각을 했는지, 대체 누가 하루 종일 매끄러운 돌이나 조개 껍데기에 문양을 아로새겼는지, 대체 누가 해와 달과 별의 움직임을 기록할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누가 거친 파도 위에서도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최초의 선박을 건조했는지 말입니다. 어쩌면 서로에게만 관심있었던 초창기 인류의 다른 많은 구성원들 대신, 자폐인들은 자연의 복잡한 체계를 이해하려한 첫번째 사람들이었을지 모릅니다.

 

 

 

참고문헌:

 

Baron‐Cohen, Simon. "Autism: the empathizing–systemizing (E‐S) theory." Annals of the New York Academy of Sciences 1156.1 (2009): 68-80.

Spikins, Penny. “Autism, the Integrations of ‘Difference’ and the Origins of Modern Human Behaviour.” Cambridge Archaeological Journal 19.2 (2009): 179–201. 

Reser, Jared Edward. "Conceptualizing the autism spectrum in terms of natural selection and behavioral ecology: the solitary forager hypothesis." Evolutionary Psychology 9.2 (2011): 207-238.

Heyes, Cecilia. "New thinking: the evolution of human cognition."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367.1599 (2012): 2091-2096.

Spikins, Penny. "The stone age origins of autism." Recent Advances in Autism Spectrum Disorders-Volume II (2013): 113.

Davis, Jonathan M., et al. "DUF1220 dosage is linearly associated with increasing severity of the three primary symptoms of autism." PLoS genetics 10.3 (2014): e1004241.

Davis, J. M., V. B. Searles Quick, and J. M. Sikela. "Replicated linear association between DUF1220 copy number and severity of social impairment in autism." Human genetics 134.6 (2015): 569-575.

Spikins, Penny, Barry Wright, and Derek Hodgson. "Are there alternative adaptive strategies to human pro-sociality? The role of collaborative morality in the emergence of personality variation and autistic traits." Time and mind 9.4 (2016): 289-313.

Klein, Richard G. "Language and human evolution." Journal of Neurolinguistics 43 (2017): 204-221.

Davis, Jonathan M., et al. "A third linear association between Olduvai (DUF1220) copy number and severity of the classic symptoms of inherited autism."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176.8 (2019): 64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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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충달
25/09/16 07:51
수정 아이콘
템플 그랜딘의 비주얼 씽킹이 자폐인들 그림 실력의 미스터리에 대한 답을 수도 있겠네요.
25/09/16 08:47
수정 아이콘
이런 글 읽는 맛에 pgr을 못끊겠습니다. 추천 드립니다
25/09/16 08:47
수정 아이콘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상당히 설득력이... 있네요!
25/09/16 08:49
수정 아이콘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자폐 유전자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이유 중 하나일 수도 있겠네요
25/09/16 09:53
수정 아이콘
논리의 비약이 너무 심해요.

자폐적 특성이 규칙적인 패턴을 인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과
극단적으로 정교한 도구를 만드는 능력이 [반드시] 자폐와 결부되어야 한다는 건 층위가 달라도 너무 다른데요.
최소 수년, 때때로는 10년 이상 프로젝트 진행하는 연구자들이 죄다 자폐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25/09/16 09:57
수정 아이콘
결국 이 글은 요즘 유행하는 신경다양성적 관점에서 서술한 것 같은데...
자폐든 뭐든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의사소통 능력은 부족하지만 다른 장점도 있다.
뭐 말이야 그럴듯하지만 그렇다고 자폐가 장애가 아니다? 이건 주류 학계 의견도 아니고 딱히 납득도 잘 안 갑니다.
다크드래곤
25/09/16 10:07
수정 아이콘
자폐가 스팩트럼이라는 명칭이 괜히 있는게 아니죠
그리고 반드시 자폐라서 이런 도구들을 만들었다보단 자폐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정도의 주장인것 같고
그림같은 경우는 충분히 새로운 시각이고 가능성있는 부분으로 보입니다
실제 자폐 중 그림에 천재성을 띄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제가 생각하기엔 altas님의 논리비약이 더 심한것 같습니다
25/09/16 11:46
수정 아이콘
그림이야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 하더라도(그것도 어디까지나 그런 가설도 상정해볼 수 있겠다 수준입니다만)

주먹도끼, 항해술, 천문학, 조각, 예술, 건축 이런 학문들에 자폐인들이 [기여했을 수도 있다]는 명백하게 글쓴 분의 상상에 불과하죠.

멀리 갈 것 없이 현대 수학자, 물리학자, 건축가, 예술인들이 죄다 자폐인들은 아니잖아요.
FlutterUser
25/09/16 11:49
수정 아이콘
근데 기여했을 수도 있다 정도의 논조인데... 죄다 자폐인들은 아니잖냐고 말씀하시는게 더 이상한데요.. 덜덜...
25/09/16 11:55
수정 아이콘
뭐 예술가나 과학자들 중에 자폐가 있는 사람들이 있기야 있죠.

그런데 그 사람들이 성공한 이유가 자폐적 특징 때문인지, 혹은 다른 특징 때문인지, 혹은 자폐에도 불구하고 순수하게 지능이 높기 때문에 성과를 낸 것인지

뭐 이런 여러 가설들에 대한 객관적인 검토 없이 [아무튼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라고 하시니 비약이라는 겁니다.
다크드래곤
25/09/16 11:57
수정 아이콘
가설이니 당연히 상상에 불과하죠. 가설검정이 되어야 팩트인지 가리는거고요
다만 그 가설이 설득력이 전혀없다는 아니라는 겁니다
현대에 족적이 뛰어난 분들의 경우에도 자폐성을 띄는 경우는 상당히 흔한 편입니다.
그리고 현대와 고대를 단순 비교하는 것이 저는 비약이라 보는데요.
근현대와 달리 선사시대에는 완벽한 좌우대칭, 섬세한 조각 및 그림이 더더욱 생존과 관련성이 떨어지기에 그렇게 행동할 동인이 없습니다. 제가 알기론 보통 섬세한 조각품이나 무언가가 나오면 종교적인 목적 또는 권력자의 존재라고 해석하는데 이것 역시 완변한 증거로 해석을 내는건가요?
하지만 자폐성을 가진 누군가의 작품일 수 있다라는게 충분히 타당해보인다는겁니다
25/09/16 12:10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고고학적 증거들이 종교적 상징물로 해석되는 이유는 고고학자들이 '상상'한 결과물이 아니고, 제물과 같은 제의 의식의 흔적 등이 결부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본문은 [아무튼 정교하니 자폐임] 수준의 논리를 이제 예술뿐만이 아니라 다른 학문으로도 확장시키니까 문제구요.

그리고 현대의 대부분의 연구자들도 명백히 장애로 판정될 수준의 자폐인이 더 드물어요... 애초에 연구라는 게 골방에 틀어박혀서 현미경만 보면 땡이 아니라 다른 연구자들과의 소통도 그만큼 중요하고요.
여수낮바다
25/09/16 10:54
수정 아이콘
원래 모든 연구는 이런 가능성 제시에서 시작합니다.
식별님도 글 쓰실 때 '할지도 모릅니다'라고 했지, 단정지으며 쓰시진 않았고요.
제미나이 딥리서치로, 본문 내용의 주제를 탐구해 보자 하니, 여러 학계의 흥미로운 의견이 나옵니다.

자폐가 패턴화하고 새로운 발달을 하는데 유리했을 수 있다
자폐가 홀로 고독하게 사냥할때 유리했을 수 있다
자폐는 단순히 지능이 높아지면서 생긴 부산물이다
25/09/16 11:51
수정 아이콘
[이 세상을 떠다니는 온갖 패턴의 흐름을 그 누구보다 기민하게 알아차리는 이들은 호모 사피엔스 집단이 어떠한 인지적 한계에 부딪혔을 때, 가장 독창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체계화'하는 철학자들이었을 겁니다.]

상상을 하는 건 자유지만, 본문 서술에는 군데군데 다소 단정적 서술이 보여서요.

그리고 자폐인들이 일반인들보다 세상의 패턴을 잘 인식한다는 것도 비약이 심해요. 자폐는 그들만의 패턴, 세계관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고 그것이 우연찮게도 현실계와 유사할 수도 있겠지만은 대체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런 이유 때문에 자폐가 있는 사람들이 일상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거겠죠.
식물영양제
+ 25/09/1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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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약이 있기는 한데 인류 최대의 천재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뉴턴 선생도 스펙트럼에 있다고 간주되는 것으로봐서 인류 역사에서 큰 도약들 혹은 전체적 도약을 이끌어 내지는 못했지만 시대를 앞서간 천재들에는 분명 상당수 스펙트럼의 인간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꼭 죄다일 필요는 없잖아요.
flowater
25/09/16 10:20
수정 아이콘
역으로 미술양식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최대한 보이는대로 그릴려고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리고 폭우 쏟아지거나 할땐 다들 시간 빌게이츠가 되니 아주 섬세하게 그렸을수도 있고....
20060828
25/09/16 10:29
수정 아이콘
실연 후 좋은 곡을 작곡한다거나 돈이 없을 때 예술가들이 전성기를 보낸다거나 하는 사례처럼 빙하기의 극한 상황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으리라 봅니다.
25/09/16 10:30
수정 아이콘
예전에 봤던 미학 오디세이에서는 구석기 시대 사람들은 추상화라는 개념이 없어서 보이는 대로 그림을 그려서 더 사실적인 그림이 나올수 있었을 거라고 설명했는데 말씀하신 내용이긴 하죠.
나른한우주인
25/09/16 10:41
수정 아이콘
언어가 발달하면서 신체 부위 같은걸 나눠서 보게 되고, 그러면서 그림이 단순 구조화 되었다는 가설을 어디선가 본 것 같습니다.
25/09/1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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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유전자는 후손에게 어떻게 계속 전달되는지 아직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자폐의 성향 자체가 인류의 발전에서 하나의 원동력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nergyFlow
25/09/16 12:24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 글이지만 이런 글들이 퍼지면서 많은 자폐아 부모들이 '그럼 얘는 뭘 잘해요?'라는 질문을 받게되는 불상사가.....
25/09/16 15:04
수정 아이콘
비슷한(?) 생각을 INTP에 대해서 하곤 하는데,
intp는 삶의 직접적인 필요(경제적 실리, 감정의 교류, 반복적 일상)에 약합니다.
그들의 머릿속은 패턴, 원리, 구조의 발견을 지향하죠.
이 불일치 속에서 INTP는 개인적으로는 종종 고립되고 무기력하기도 합니다.
비주류이고, 기괴해보이기도 하지요.

사회적 관계에서의 거리감, 일상의 관리 불능, 실행보다 머리 속 모형에 갇히는 경향...
이런 것들은 사실 외부 자극과 상호작용에 지속적으로 불만족을 느낀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바로 그 불만이 새로운 구조와 대안을 모색하게 하고, 결과적으로는 집단 전체가 의존하던 '현재의 답변' 이상의 것을 찾게 합니다.
그런 개인적 불편, 불행이 공동체 진화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는 거죠.

그런 개인들의 불행을 딛고 인류문명이 진화해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아이군
+ 25/09/16 16:08
수정 아이콘
논리의 비약이 꽤 있기는 합니다만, 상당히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논리의 비약을 없애고 좀 더 두르뭉슬하게 표현하면 이래요
지능과 자폐는 어느정도 연관성이 있다.

https://scienceon.kisti.re.kr/srch/selectPORSrchTrend.do?cn=GTB2017002096
부모의 지능이 높으면 아이가 자폐가 발생할 확률이 올라가는 건 여러 연구로 증명되어 있죠.
+ 25/09/1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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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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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일반] [공지]자게 운영위 현황 및 정치카테고리 관련 안내 드립니다. + 선거게시판 오픈 안내 [29] jjohny=쿠마 25/03/16 34571 18
공지 [정치]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7] 오호 20/12/30 312669 0
공지 [일반]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66625 10
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72375 4
105000 [일반] 수학적 법칙으로 풀어본 삶의공식 [8] 평온한 냐옹이1382 25/09/16 1382 0
104998 [일반] 인류의 기원과 자폐 [24] 식별4069 25/09/16 4069 25
104997 [일반] 광무제를 낳은 용릉후 가문 (14) - 찢어지는 한나라 [2] 계층방정2584 25/09/15 2584 5
104996 [일반] [독서에세이] 이주배경 여성에게 통일교회란? [14] 두괴즐4433 25/09/15 4433 15
104995 [일반] 유부남의 일탈 '아이콘 매치 관람 후기' [9] 소이밀크러버5298 25/09/15 5298 11
104994 [일반] [NYT] 네팔 새 정부, 국회 해산 및 조기총선 예정 [59] 철판닭갈비8114 25/09/15 8114 23
104993 [일반] 뇌과학책들을 읽으며 생각하게 된 것들 [54] p218188 25/09/14 8188 12
104990 [일반] [스포] 귀멸의 칼날 무한성1편 - 아카자에게는 체벌이 필요했나 [37] 사부작5450 25/09/14 5450 22
104989 [일반] 한밤중에 심심해서 해본 챗지피티와 해본 짓 [7] 닉언급금지6505 25/09/14 6505 0
104988 [일반] [역사] 어떻게 정액에서 사람이 되는 걸까? / 생물학의 역사(유전학 / 분자 생물학) [11] Fig.14835 25/09/13 4835 18
104987 [일반] <얼굴> - '소품'의 의의와 한계. (약스포) [13] aDayInTheLife3784 25/09/13 3784 0
104986 [일반] 맥거핀만으로 끝장을 보는 영화 - 얼굴 [5] 닉언급금지5105 25/09/13 5105 2
104985 [일반] 과도한 비방성 표현에 대한 반성의 글 [42] 막시밀리앙9914 25/09/13 9914 30
104982 [일반] 밀크티: 우유가 먼저냐, 홍차가 먼저냐. 그것이 문제로다. [39] Meliora5523 25/09/12 5523 22
104981 [일반] 제미나이 챗유령 [29] 티아라멘츠10933 25/09/12 1093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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