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의 6번째 장편 영화, <얼굴>을 보고 왔습니다. 40여년 전 사라진 어머니의 유골과 관련된 미스터리를 다루는 <얼굴>은 소품으로써 가질 수 있는 장점과 단점을 모두 보여주는 영화가 아닐까 싶은 지점이 많네요.
이 영화가 일단 내세우고 있는 장르는 '미스터리'입니다만, 영화 내에서 이 미스터리가 매우 중요한가, 혹은 얼마만큼의 비중을 가지고 있는지를 따져본다면 논쟁이 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영화 내에서 물론, 중요하긴 하지만, 소재 등에서 눈치 빠르신 분들은 빠르게 알아챌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영화의 주된 이야기는 결국 심미안, 혹은 탐미주의 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인물의 행동의 흐름이나 혹은 감정적 부분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아닙니다만, 비교적 얕다는 생각은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저 행동과 그 기저에 깔린 동기를 넌지시 암시하거나, 보여주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흐름이 약하다는 느낌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이 문제는 예산의 문제라기보단, 영화의 깊이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소품'에 가까운 작품이라는 점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영화의 규모와 깊이라는 측면에서 둘 다 상대적으로 얕아보이는 대신, 밀도가 높은 편입니다. 영화는 오프닝 포함, 5(+1)번의 인터뷰와 후일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프닝은 상황의 설명에 가깝다면, 중반부의 5번의 인터뷰는 하나씩 밝혀지는 사실들, 그리고 후일담인 셈인데요. '미스터리'라고 하기에는, 꽤나 정직하고, 또 흔히 등장하는 함정카드가 거의 없다고 봐야합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밝혀지는 과정이 굉장히 선형적이고 또, 직진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그래서 이 영화는 소품으로써 꽉 차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짧은 도움닫기를 거쳐야하는 만큼, 이야기에서 인물들의 '욕망'과 '욕구'가 그닥 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 자체는 꽤 좋았어요. 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