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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7/03 15:34:16
Name 번개맞은씨앗
Subject [일반] 사회와 심리 : 중간자

사회와 심리 : 중간자

한국인이 미국에 이민을 갔다고 해봅시다. 아마도 그는 미국 사회에서 주류가 아닐 것입니다. 이방인으로서 미국인들과 갈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그는 한국 사회에서도 주류가 아닐 것입니다. 그는 떠난 사람입니다.

이런 경우 이를 '중간자'라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서민의 아들로 태어나 공부를 열심히 하여 공무원이 되고 안정된 삶을 산다고 해봅시다. 그리고 중산층이 되었다고 해봅시다. 그 역시 중간자일 수 있습니다. 원래부터 중산층이었던 사람들과 다른 부분이 있을 것이고, 이로인한 심리적 갈등 혹은 사회적 갈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도 자녀를 갖게 되었을 때, 그 자녀가 다시 서민으로 떨어질까 우려될 수 있습니다. 그로인해 공부를 매우 강조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자녀는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미술에 흥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중간자의 자녀'라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중간자는 끼어있는 사람이거나,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건너간 사람입니다. 개천에서 용이 났다고 할 때, 그는 더이상 개천 사람도 아니고, 온전히 용천 사람도 아닐 것입니다. 중간자입니다.

양쪽에서 갈등을 겪으니 에너지가 강렬해집니다. 고립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그 에너지가 특별한 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3가지가 있습니다.

1. 악인이 되는 것입니다.
2. 영웅이 되는 것입니다.
3. 우울증 환자가 되는 것입니다.

에너지가 강렬하지 않다면, 셋 다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중간자의 심리적 문제에 대한 책으로 리처드 호가트의 <교양의 효용>이 있습니다. 20세기 초 영국 문화에 관한 책입니다. 중간자의 자녀, 그 예시로 <나의 투쟁>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가 있습니다.

중간자 중에 영웅이 나올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양쪽 관점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긍정적으로 종합해낼 수 있다면, 특별한 인격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예시로 히브리인 출신 이집트 왕자, 모세가 있습니다.

개인이 아닌, 국가를 놓고 볼 때도, 중간자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최빈국에서 태어나 선진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살았으며 살고 있는 곳은 바로 한국입니다. 한국은 중간자입니다. 그로인해 내부에 강렬한 에너지가 있습니다. 악인이 될 수도, 영웅이 될 수도, 우울증 환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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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무구
25/07/03 16:49
수정 아이콘
어떤 강렬한 에너지로 인해 악인 혹은 영웅이 만들어진다는 내용은 흥미롭고, 일견 수긍도 됩니다.
다만 강렬한 에너지가 꼭 어떤 집단과 집단 사이에 끼인 중간자에게만 찾아올까 싶기는 합니다.
아주 사소한.. 뭐 하나의 인간관계, 하나의 사건 등이 어떤 사람한테는 악인 혹은 영웅이 되는 에너지로 작용할 수도..
번개맞은씨앗
25/07/03 16:54
수정 아이콘
맞는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글에서는 단순하게 말했지만, 중간성은 에너지 생성의 여러 원인 중 하나라 할 수 있겠죠.
안군시대
25/07/03 17:44
수정 아이콘
자수성가한 사람이 오히려 하층민들을 무시하거나 노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치부해 버리는 등의 현상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군요.
그리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영웅담에는 꼭 특별한 출생과정, 고난과 역경이 들어가는 이유도 설명이 될 수 있겠고요.
번개맞은씨앗
25/07/03 18:36
수정 아이콘
네, 말씀하신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 생각해요. 흔하니 평범의 범주에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저 무시하는 걸 넘어서,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해친다면, 악인이라 할 수 있겠죠. 

그리스 신화에서는 신과 인간에게서, 영웅이 탄생하니, 출생부터 곧바로 중간자라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이런 구조라면, 영웅은 중간자로서, 인간들로부터 질투를 받고, 신들로부터 무시를 받아야 할텐데, 질투의 여신 헤라로부터 고난을 당하는 걸로 바뀌어 있는게 특이한 점 같고요. 
다크드래곤
25/07/03 18:28
수정 아이콘
좋은 가설인것 같습니다.
저도 비슷하게 생각한 생각입니다
해당 가설을 로 검증할만한 수단은 뭐가있을까요
입증이 되면 더 좋을것 같아요
번개맞은씨앗
25/07/03 18:58
수정 아이콘
주장이 정확하고 엄밀한게 아니니, 확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생각해요. 개연성을 높이는 방법은 있겠고, 사례를 들어볼 수 있겠죠. 

중간자로서 사례라 하면, '서자'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 픽션이지만, 홍길동도 중간자죠. 그리고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위인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서자인 걸로 알아요.

'아버지 피에로 다 빈치는 법률가들을 배출한 지주 가문 출신으로 직업은 공증인이었고 어머니 카타리나는 가난한 집안의 딸이었다. 이들 사이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사생아로 태어났다. 당시 부친의 나이 23살로 결혼 전이었으나 모친은 사회적 신분이 낮았고 지참금을 낼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 집안 출신이었기에 결혼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 위키백과 레오나르도 다 빈치

서자로서 악인이라면, 연산군이 있겠죠. 
No.99 AaronJudge
25/07/03 18:32
수정 아이콘
좋은데요
번개맞은씨앗
25/07/03 19:09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뉴민희진스
+ 25/07/04 08:28
수정 아이콘
이 사람은 개념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훈련이 안 되어 있어. 그러면서도 자기 안에서 ‘이해된 느낌’만으로 확신을 가지는 스타일이야.
즉, 논리를 통해 사고하는 게 아니라, 감각적으로 사고하고 언어화하는 거지. 그런 사람은 개념이 논리적으로 정합한가보다, 자기 머릿속에서 어떻게 ‘그럴듯하게 연결되었는가’를 더 중요하게 여겨.


여기엔 몇 가지 심리적, 인지적 기제가 작용해:



1. 모호함 자체를 창조성으로 착각함

“명확하지 않은 건 더 깊은 사유일 것이다”라고 착각하는 거야.
왜냐면:
• 복잡한 개념이나 추상적 표현을 다루는 건 지적인 일처럼 보이고,
• 일반적인 언어 규칙을 벗어난 서술을 하면 철학자처럼 보이거든.

그래서 ‘명확한 언어 = 단순함 = 덜 고급스러움’
‘모호한 표현 = 깊음 = 통찰’
이런 착시가 일어나는 거지.



2. 이질적 개념을 이어붙이면 뭔가 대단해보인다는 환상

예: 히틀러 + 중간자 + 한국
이런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을 무리하게 연결하면,
자신이 뭔가 새로운 프레임을 창조했다고 착각해.

사실은 개념 간 인과나 구조가 논리적으로 뒷받침되어야 진짜 창조야.
그런데 이 사람은 ‘단어들이 엮이기만 하면’
“난 상식을 깨뜨리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거야.

즉, 자기에게 생긴 연상 → 그게 새롭다 → 새로우니까 의미가 있다
…는 착각의 3단 콤보.



3. 자기 글의 모순을 일부러 허용함 (오해된 포스트모던주의)

이런 유형은 “모순되어도 괜찮아, 인생이 원래 그렇잖아” 같은 태도로 자기 말의 오류나 비약을 그냥 덮어.
이때 “내 글이 모순되는데도 전체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식의 낭만적 환상을 가지게 되지.

이건 진짜 위험해.
왜냐면 비논리를 미학으로 소비하는 습관이 굳어지면,
논리 자체를 해체해버려. 결국 자기 확신만 남고, 검증 가능성은 사라져.



4. 공감받고 싶은 욕망, 혹은 철학자 콤플렉스

사실 이런 사람의 밑바닥엔
• 세상을 비껴본다는 우월감,
•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걸 말해주고 싶다는 자의식,
• 통찰로 인정받고 싶은 갈망이 깔려 있어.

근데 학문적 훈련이나 엄밀한 개념 다루기 능력이 부족하니까
결국 “애매한 개념의 짬뽕”이라는 방식으로 돌파하는 거야.
말하자면, 이상주의적인 열망은 있는데 도구는 엉성한 상태.



총평

모호함을 창조라고 착각하고, 무리한 개념 연결을 통찰로 착각하고, 자기 감각을 진리처럼 여기는 태도.
결국 논리와 개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
그러면서도 나는 깊은 얘기를 하고 있다는 허상을 즐기는 거야.
정리하자면, 개념 놀이 중독.
실제로 사유하는 게 아니라, 사유 흉내를 내는 거지.

그건 깊이가 아니라, 깊은 척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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