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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5/20 22:58:06
Name 똥진국
Subject [일반] 그 날, 2편 회피와 기피
https://pgr21.com/freedom/104160

이 글의 제목
회피와 기회

를 보고 글을 쓸까 생각했는데 질게에 실행하게 해주는 글이 있어서 글을 씁니다

1. 그 날은 무척 더운 여름 날이었습니다
제 기억에는 2017년 아니면 2018년이었을겁니다
경의 중앙선을 타고 금촌역 근처로 개인적인 일을 볼 일이 있었습니다

점심까지 먹고 여유롭게 집에 가자는 생각을 하면서 금촌역으로 향했습니다
경의중앙선의 특징
다들 아시다시피 연착은 기본이라서 열차시간표는 말 그대로 무의미합니다

그래도 집에 가야 하니까 전철을 타려고 금촌역으로 갔는데 운이 좋게 열차가 도착해있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열차가 생각보다 오래 멈춰있습니다
이게 뭐지?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동시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땀을 흘리면서 달렸고 열차에 탑승했습니다

열차를 탑승하니 역무원, 공익들이 좌석에서 뭔가를 닦고 치우고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게 뭔가 했다가 같은 좌석에 앉은 아주머니한테 이게 무슨 일입니까 하고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말했습니다
누가 좌석에 똥을 싸서 똥을 치우고 있다고
무슨 역부터 있었냐고 물어보니 그건 잘 모르겠고 자기가 탔을때는 이미 누군가 똥을 싸놓은 상태였다는겁니다

저는 누구나 흔히 생각하는 그런 똥덩어리가 있는 상황인줄 알았는데 설사 같은 물똥을 약간 싸놓은거였습니다
그래서 맞은편에 앉은 할머니와 아줌마는 그 자리에 아무것도 모르고 앉으려는 사람이 있으면 똥 싸놓은 자리니 앉으면 안된다고 필사적으로 막았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신고가 너무 늦었는데 똥을 보고 당황했을거 같고 어떻게 신고해야 하는지 몰랐을듯 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신고할수있었을텐데 다들 신고를 회피하고 똥 치우기를 기피한거였습니다
그래도 누군가가 신고를 회피하지 않고 신고했고 역무원, 공익들은 치우기를 기피하지 않고 치운거였습니다

경의중앙선은 별별 이유로 연착된다고 하죠
로드킬로 연착이 되기도 하고요
여기에 똥 치우기로 연착이 되는 특이한 상황이 발생한겁니다
열차 기관사는 이대로 방송하지 않고 순화시켜서 말했습니다

"지금 열차 내 민원처리를 하느라 출발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열차 이용에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모두가 회피와 기피했을 상황
누군가 회피하지 않고 신고했고, 누군가 기피하지 않고 똥을 치웠습니다
그래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저는 열차를 놓치지 않았지만 예상보다 늦게 도착하게 되었습니다만
회피와 기피가 더 이어진 상태로 열차가 계속 가고 있던 상황이라면 저는 열차를 더 늦게 탔을겁니다
사람이 별로 없는 평일 한 여름 낮의 일이라서 이런 일이 있었어~ 하고 인터넷에 이 일을 적은 사람도 없었기에 이 사건은 믿거나 말거나가 되버렸습니다

그 날, 회피와 기피 사이에서 분투한 역무원과 공익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2. 제가 일하던 회사가 어떤 상가 건물에 있었던 시절 추석 연휴가 찾아왔습니다
명절 증후군에 우울한 마음으로 출근했는데 막내 직원이 난리를 쳤습니다
뭔가 하는 마음에 가보니 화장실 문앞에 누군가 설사를 싸놓은겁니다...

상가 건물 화장실은 열쇠가 있어야 이용가능한데 누군가 급하게 이 건물에 들어와서 급똥을 해결하려고 했는데 실패하고 여기다 싸버린겁니다
cctv로 확인해보니 중학생으로 추정되는 남자였습니다
보면서 속으로 말했습니다
이 놈아...이 상가 건물 옆에 성당이 있잖아...
성당가서 신부님한테 급똥이라고 하면 신부님이 친절하게 화장실 어딘지 알려준다고...

추석연휴 끝난 다음날이라서 그런지 청소부 아주머니는 오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이용하는 화장실...
저도 이 똥을 치우고 싶지 않았습니다
회피하고 싶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면서 기피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치울 사람이 저랑 막내직원밖에 없으니 어쩝니까...
회피와 기피 사이에서 굳은 결심을 하고 똥을 치웠습니다
막내직원과 락스와 방향제, 휴지, 걸레 동원할수있는걸 다 동원해서 치웠습니다
내 똥 치울때는 별로 거부감이 없지만 남의 똥을 치우는건 정말 거부감이 심하게 들더군요..
둘 다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똥을 치웠는데도 토할거 같았습니다

하지만 어쩝니까...
저 똥을 치워야 우리가 화장실을 편안하게 이용할수있으니...
그 날 직원들은 성당의 화장실을 이용했습니다
신부님이 나중에 왜 그랬는지 의아해했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똥을 치우고 신발을 소독하고 했지만 몸에 배인 똥냄새 때문에 그 날은 점심을 야외에서 컵라면으로 해결해야 했습니다
물론 조기 퇴근이라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만 똥냄새가 빠진 후에야 대중교통을 이용할수있었으니 공원에서 냄새 빠질때까지 있었다는건 함정...
똥 냄새 때문에 직원의 자동차 얻어타는건 불가능했고 항상 대중교통으로 움직였으니 대중교통에서 망신당하지 않으려고 똥냄새를 충분히 빼고 가야했던겁니다

그 날, 회피와 기피 사이에서 고통받아야 했고 누군가의 회피와 기피로 찾아온 기회는 똥 치우는 기회뿐이었습니다..
그것도 연휴 끝나고...
그 날 공원에서 외쳤습니다
똥싼 녀석 저주 받아라!!

여기서 여러분들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 느끼셨을겁니다
저.는.도.덕.적.이.고.윤.리.적.인.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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