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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12/01 11:4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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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삼국지로 가는 길


Yan-TributeBearersdet-<span class='bd'>[nd]</span>.jpg 삼국지로 가는 길

  전염병, 기근, 통제할 수 없는 지방과 대지주 세력의 토지 겸병 등으로 인해 한나라는 점차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방에서 일어난 반란을 진압할 중앙군은 점차 귀족 자제의 커리어를 쌓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된 지 오래였고, 변경의 군대는 군사지도자의 사병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동탁이 바로 그러한 군사지도자의 대표적인 예다. 


Zhang Zongcang Chang Tsung-ts'ang-Album-dated c 1756.jpg 삼국지로 가는 길


  한나라의 변경 지역은 도적과 유목민족 등으로 인해 계속해서 약탈당했고, 지방의 공동체는 유력한 호족을 중심으로 새롭게 묶여 스스로를 보호해야만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그러한 움직임에 종교적 성격이 가미되기도 하였다. 그 대표적인 세력이 바로 황건이었다. 황건은 다른 호족 세력들이 그러했듯이, 지방 정부의 유력한 인물들과 심지어는 중앙 정계에 까지 커넥션을 가지고 있었다.

  호족들, 그들은 대지주이자 유학자였으며 때로는 관료였다. 그런데 호족들의 중앙 정치 권력을 보장해주는 수단이었던 관직은 소수의 부유한 대가문이 추천을 통해 독점하는 극히 폐쇄적인 보상이었고, 그마저도 측근에 의존하기 시작한 황제체제에 의해 관료호족들의 정치권력이 침탈당하기 시작했다. 외척과 환관 세력은 자신들만의 이너서클을 형성해 국정을 농단했는데, 이러한 경향은 왕조의 말기에 이르러 절정에 달했다. (당고의 금)


WallPaintingHelingol-late 2nd, early 3rd C (1).jpg 삼국지로 가는 길


  환관과 외척간의 권력투쟁이 피비린내나는 몇 차례의 숙청과 외척 세력의 패배로 끝이나자, 외척 세력은 재지호족들과 손을 맞잡아 재빠르게 커넥션을 형성했다. 이들 외척과 호족의 연합세력은 스스로를 청류파라고 자칭했고, 환관에 대한 대대적인 반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 혁명의 근거지는 자신들의 근거지, 지방이었다. 

  반격은 환관들의 사치스러운 행태에 대한 개인적 비난에 초점이 맞춰져있었다. 자연스레 그 반대급부, 뛰어난 인물의 학식과 성품에 대한 칭송도 뒤따라왔다. 바야흐로, 인물평의 시대가 열렸다. 커넥션으로 연결되어있는 호족들은 서로의 인물됨을 칭송하며 계속해서 명예를 쌓았고, 환관들의 됨됨이를 깎아내리길 반복했다. 세평이라는 이 새로운 무기로, 언어라는 무기로 호족들은 끈끈하게 결속되었다. 그들이 갖춘 이 새로운 권위는 중앙 조정이나 관직과도 일정 부분 거리를 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독립적인 것이었다.

  이들 호족은 황제의 권위에 도전했다. 황제만이 할 수 있었던 인물평을 시작으로, 저들끼리 칭송하는 공덕비를 제멋대로 세워댔고, 집집마다 사당에 조상을 모셔댔으며, 지역 위인들에 대한 전기를 사사로이 편찬했다. 이와 같은 경향은 향후 수백년간 계속해서 심화될 것이다.

Yellow_Turban_Rebellion.jpg 삼국지로 가는 길


  황건의 난을 진압한 것도 이들 호족 세력이었다. 이들은 유력한 가문의 사병집단을 활용하여 난을 진압했다. 그들은 군공에도 불구하고 곧장 환관들에 의해 정치권력에서 배제되었는데, 186년, 황제가 죽고 새로운 섭정 하진이 일시적으로 정권을 얻자 변경의 군사지도자인 동탁을 불러들여 판을 아예 뒤집을 생각을 했다. 그러나 하진은 그 직후 환관들에 의해 살해되었고, 이것은 다시 중앙군에 복무하고 있던 유력한 호족 자제들을 자극하여 다시 환관들 또한 대거 살해당했다. (십상시의 난)



Dong_Zhuo_Qing_Dynasty_Illustration.jpg 삼국지로 가는 길


  이 때에 이르러 세상은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군대를 해산하라는 이전의 명령은 듣지않고, 자신에게 유리한 명령만을 골라듣는 군사지도자 동탁은, 자신만의 서쪽 군단을 이끌고 새로이 수도를 장악한 뒤 철권통치를 시작했고, 중앙 장교 출신의 젊은 호족들은 다시 자신들의 농장으로 돌아가 병사들을 그러모으기 시작했다. 

  동탁은 전쟁에 대비하여 수도인 낙양을 불태우고, 황제를 이끌고 서쪽의 장안으로 천도를 감행했다. 그 곳은 자신의 영향력이 더 강하게 미치는 곳이었으며, 무엇보다 유목민족에 대한 통제가 더 용이한 곳이었다. 동탁은 아마, 이 모든 문제 ― 유목민족의 잦은 침입, 그로 인한 호족들의 대두 등 ― 의 근원을 '수도가 너무 동쪽에 있는 탓'이라 여기진 않았을까? 전한의 시대처럼, 수도가 서쪽에 있다면, 문제점들은 자연히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 것은 아닐까?


Summer_Vacation_2007,_263,_Watchtower_In_The_Morning_Light,_Dunhuang,_Gansu_Province.jpg 삼국지로 가는 길


  동탁의 속 마음을 지금에서야 알 수는 없지만, 동한(東漢)의 시대는 이 때에 이르러 끝이 나버렸다. 이제 수십년에 걸친 군벌들의 시대가 개막한 것이다. 

  이 군벌들은 종국에는 위, 촉, 오 세 나라로 압축되는 바, 그들 나라의 군주들은 모두 유력한 군사지도자 출신이었다. 이들 군사지도자들은 각각의 배경 ― 조조는 유력 호족, 유비는 유협 집단, 손권은 지방 장교의 아들 ― 은 모두 다르지만, 땅에 매여있던 대부분의 기존 호족 세력들과는 달리 매우 '활동적'이었다는 특징을 공유한다. 이들은 황건의 잔당, 도적떼, 유랑민, 그리고 유목민족을 흡수하여 거대한 군단을 운용했고 거점에 군사 도시를 건설했다.



그렇게 새로운 군벌시대, 삼국시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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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01 12:20
수정 아이콘
소설 삼국지 도입부만 읽어봐도 당시의 혼란상이 여실히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전기쥐
24/12/01 14:08
수정 아이콘
전한과 달리 후한은 어린 황제가 즉위하는 일이 너무 잦아서 나라가 일찍 망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조조가 아니라 그 누구가 득세해도 결국 그 시기 쯔음에 나라는 망했겠죠.
김승남
24/12/02 09:31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혹시 마지막 사진 내용을 좀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삼국시대 유적인가 궁금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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