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9/14 22:34:22
Name 항정살
Subject [일반] 추석에 겪었던 경험 하나가 생각네요. (수정됨)
폭염과 열대야가 위험하다는 안전 문자가 오가는 가운데 벌써 추석입니다. 예전에 추석과 가을이 다가오면 아침에 밖에 나가면 언제 더웠냐는 듯이 부는 선선한 바람을 느꼈는데, 올해는 분명 추석이 바로 앞인데도 밖에 나가면 찜질방 같은 숨막힘을 느끼네요. 다들 추석 당일에 성묘 가시는 날에 더위 조심하시길 바람니다.

추석에 그렇게 까지 생각나는 추억이라고는 없는데, 오늘 문득 몇 해 전 추석에 있었던 일이 생각이 납니다. 별일 아닌 일인데, 머릿속에 깊숙이 새겨져 그때를 생각하면 피식하고 웃음이 나옵니다.

추석 당일 밤에 작은집에 인사하러 갔었습니다. 가니 작은아버지는 마실 가시고 작은어머니와 사촌 누나와 매형이 같이 있네요. 명절에나 겨우 만나는 사이라서 인사하고 가려는데, 그래도 왔으니 같이 놀자고 합니다.

무엇을 할까 돌아보다가 결국은 고스톱을 하기로 합니다. 작은집 식구와 큰집은 저 혼자 상대를 해야 하다니, 뭔가 억울한 생각도 들지만, 어쩌겠습니까. 명절에 하는 작은 민속놀이라 참가해야죠. 일단은 점 500원으로 해서 사촌 누나와 매형, 그리고 저 셋이서 처음에 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치다 보니, 이상하게 돈을 땁니다. 이상합니다. 전 고스톱이라곤 한게임 고스톱밖에 모르고 그것도 맨날 올인이나 당하는 초보인데, 너무 패가 잘 붙습니다. 제자리 앞에 만 원짜리 천 원짜리가 쌓여 가는데, 이거 이러다가 의 상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따는 것도 적당히 따야지.

그래서 일부러 지려고 패를 막 던져도 쪽으로 피를 받지를 않나, 참 이게 타짜 귀신이 붙었나 싶습니다. 앞에 누나와 매형 얼굴이 심상치가 않네요. 더 이상하다가 십만 원 조금 넘는 돈으로 기분 상하게 하기 싫어서 하나의 묘수를 냅니다.

고니 마냥 반절만 가져갈게. 대신에 화장실이 급하다고 핑계를 대고 화투패를 작은어머니에게 건네주고 화장실에 갔다가, 전화받는 척 밖으로 나가 산책 한번 하고 돌아왔습니다. 아마 작은어머니는 현명하시니 잘 해결했겠지 하고 가니 역시나 어른은 다르네요.

제 자리에는 제 본전보다 만원 정도 더 있네요. 휴 다행입니다. 거기서 고스톱을 관두고 제가 돈을 땄다고 생색내며 치킨을 시켜먹었던 생각이 납니다.

남들이 생각하기엔 흔한 에피소드나, 읊조림에 불과하겠지만, 몇 안 되는 추석에 경험했던 좋은 기억입니다.  

여러분은 추석에 겪었던 에피소드가 무엇이 있나요?

추석 잘 보내시고 건강하게 하세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4/09/14 22:50
수정 아이콘
아주 어렸을 때 20몇시간 걸쳐서 상경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시절 아버지들은 운전 엄청 고생하셨죠 ㅠ
항정살
24/09/15 01:00
수정 아이콘
20시간이라 엄청 나네요.
종말메이커
24/09/14 23:21
수정 아이콘
본전보다 만원정도 더하게 조절하신 작은어머님의 고스톱 실력은... 덜덜
항정살
24/09/15 01:01
수정 아이콘
조금 더 늦게 갔으면 마이너스 아니었을까 합니다.
한글자
24/09/14 23:59
수정 아이콘
초딩 방학 기간에 놀거리가 없어서 같은 동네에 사는 사촌들과 하루 종일 점 10원짜리 고스톱을 치곤했습니다.
점 10원짜리지만 하루 종일 치다보면 간혹 천원짜리가 나오기도 했었죠. 초딩 내내 방학만 되면 하루 종일 쳐대니까 다들 고수가 돼서 실력이 비슷비슷해집니다. 이정도로 치다보니까 신기한 현상을 경험했습니다.

돈을 따면 10원짜리를 앞에 쌓아뒀는데 이렇게 수북이 쌓인 10원짜리가 두 시간마다 옆사람에게로 옮겨가는 현상이 반복됐습니다. 세 명이 6시간을 치면 차례대로 두 시간씩 운빨이 올라서 돈을 땄던 거죠. 태어난 연월일시로 미래의 시간을 점치는 사주 같은 걸 믿지 않았었지만, 이때의 경험으로 어쩌면 운빨이라는 게 시간에 따라 파도처럼 왔다가는 걸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운을 한자로 옮길 運으로 쓰는건가 하는 초딩답지 않은 생각까지.. 영화 관상 마지막 쯤 김내경의 대사 '당신들은 그저 높은 파도를 잠시 탔을 뿐이오'라는 말을 저는 고스톱으로 깨달았던 셈이죠 크크
항정살
24/09/15 01:01
수정 아이콘
운이란 파도처럼 왔다 가나 봅니다.
24/09/15 00:58
수정 아이콘
귀경길에 진주에서 부산까지 18시간 걸렸네요
고속도로 피하면 국도가 막히고
국도 피하면 고속도로 사고나고 무한반복
지금은 도로가 많이 좋아져서
항정살
24/09/15 01:03
수정 아이콘
지금은 도로도 좋아지고 연휴에 쉬는 분위기도 있으니 예전 보다는 덜 막혀서 다행입니다.
24/09/15 08:09
수정 아이콘
예전에 홀덤펍에서 마누라 전화에 집에 가려고 마침 들어온 개패(72o)로 올인했는데 772가 한번에 떠서 풀하우스로 칩리더되어버리고 한번에 두명 아웃시키고 사람들 경악했던 모습이 기억나네요...
이른취침
24/09/15 11:35
수정 아이콘
누나와 매형을 둘이서 짜고 호구 벗겨먹기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는데
탄을 쓰기 직전에 님이 탈주했던 거라면? 크크크
flowater
24/09/15 12:51
수정 아이콘
점당 500이 제일 큰문제인듯....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2277 [일반] 하늘이 참 맑은 나날입니다. [12] 及時雨4711 24/09/16 4711 7
102276 [일반] [팝송] 그리프 새 앨범 "Vertigo" 김치찌개3123 24/09/16 3123 0
102275 [일반] 애니 도망을 잘 치는 도련님 추천 [10] 김삼관6692 24/09/15 6692 4
102274 [일반] 추석과 이상기후 그리고 음식 피해 [21] 파르셀7522 24/09/15 7522 11
102273 [일반] '원조 기상캐스터' 김동완, 89세 별세…일기예보 대중화 주축(종합) [12] 강가딘7304 24/09/15 7304 3
102272 [일반] [팝송] 원리퍼블릭 새 앨범 "Artificial Paradise" [1] 김치찌개4842 24/09/15 4842 0
102271 [일반] 추석에 겪었던 경험 하나가 생각네요. [11] 항정살8722 24/09/14 8722 12
102270 [일반] 추석맞이 국산 수산물 온누리 상품권 환급행사 [22] 설탕가루인형형10300 24/09/14 10300 1
102268 [정치] 이준석 "金 여사 텔레그램 문자 본 A의원은 바로 나…총선 개입? 애매" [231] 항정살26714 24/09/13 26714 0
102267 [정치] 추석 앞두고 일제히 20~29.9%를 기록하는 尹 대통령 지지 전여론조사들 [16] 사브리자나11198 24/09/13 11198 0
102266 [정치] 개혁신당, '김건희 특검법' 반대→찬성…"국민의힘 이탈표 있을 것" [34] 전기쥐10357 24/09/13 10357 0
102265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32. 묶을 속(束)에서 파생된 한자들 [6] 계층방정4618 24/09/13 4618 3
102264 [정치] 尹지지율 20%·국민의힘 28%…정부 출범 이후 동반 최저치 [132] 덴드로븀14064 24/09/13 14064 0
102262 [정치] 더이상 샤이 트럼프는 없다? [49] DpnI10513 24/09/13 10513 0
102261 [일반] 수습 기간 3개월을 마무리하며 [6] Kaestro5621 24/09/13 5621 10
102260 [일반] 취업이 끝이 아니구나 [35] 푸끆이9418 24/09/12 9418 21
102259 [일반] [Reuter] 삼성전자, 외국지사 일부부서에 대해 최대 30% 정리해고 계획 [30] Nacht10306 24/09/12 10306 8
102258 [일반] 첫차 두 달, 1,000km 운전 후 감상 및 잡설 [23] 사람되고싶다7115 24/09/12 7115 3
102257 [정치] 전직 페루 대통령 알베르토 후지모리가 어제 세상을 떠났습니다 [12] 보리야밥먹자7707 24/09/12 7707 0
102256 [일반] 과거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 당시 창비 백낙청 편집인 반응을 생각하면 많이 실망스럽죠. [19] petrus8076 24/09/12 8076 2
102255 [일반] 처음처럼 소주 페트에 배신당했습니다. [31] 샤크어택12236 24/09/11 12236 9
102254 [정치] 정치에 불만 많은 사람들에게 [73] 번개맞은씨앗14454 24/09/10 14454 0
102253 [일반] 최악의 교통 도시는 부산이 아니다? [142] 빅팬15464 24/09/10 15464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