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7/22 17:15:13
Name 욱상이
Subject [일반] 양극성 장애(조울증)을 치료하며 위로가 되었던 노래들 - 上편 (수정됨)
안녕하세요. pgr 회원님들! 저는 20대 후반의 대학생 pgr 회원입니다!
항상 이곳에서 글을 읽거나 가끔씩 댓글을 다는 것이 끝이었는데, 이렇게 게시판에 글을 쓰려고 하니 굉장히 어색하네요.
하지만 그런 어색함을 무릅쓰고 글을 작성하고자 하는 이유는 이번년도에 제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병을 치료하며 쓴 음악일기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저는 몇년전부터 양극성 정동장애를 진단받아 정신과 치료 및 상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그 힘든 시간동안 제가 집중하고 싶었던 것은 제 감정의 파편들이었습니다.
의사선생님도, 상담선생님도, 주위 친구나 선배들도 제가 감정과 생각이 깊은 사람이라고 말했지만 그만큼이나 그 깊음에 자주 빠져들어 헤매이곤 했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는 저는 제가 음악을 들을 때 어떤 생각이나 감정을 가지고 듣는지 정리해서 일기장에다 적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가장 마음에 드는 가사를 적고 제 감상과 아이디어를 짧게나마 적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짧게나마 정리하는 시간들을 가지니 조금은 제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느낌이더라구요.
그 중에서도 제가 참 마음에 들어해서 몇번씩이나 들었던 곡들의 위로와 공감이 되주었던 가사들, 그리고 짧은 감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1. 별의 조각 - 윤하 (2023.12.27)



'태어난 곳이 아니어도 고르지 못했다고 해도 내가 실수였다 해도 이 별이 맘에 들어'
- "나는 그러면 왜 이렇게 존재해야 되는거지? 그랬을 때 제가 내린 결론 같은 거는... (중략).. 너무나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많구나" (인터뷰 발췌)
내가 사랑하는 존재들이 있기에 내가 살아갈 수 있는 거구나.





2. 떡잎 - 아이묭 (2023.12.29 - 제 생일이었습니다)



'슬픔 같은 건 어느샌가 비가 돼. 마음을 가라앉히고 꽃이 필 때까지 작게 흔들리렴. 떡잎아.'
- 어렸던 누군가에게, 어쩌면 어렸던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작지만 소중한 말들.



3. 그렇게 살아가는 것 - 허회경 (2024.1.9)



'한숨 같은 것을 내뱉고 사람들을 찾아 꼭 안고선 사랑 같은 말들을 다시 내뱉는 것'
- 복잡함 속에 헤매여도 결국에는 사랑을 잃지 말고 말하기를.



4. 우리의 밤 - 유다빈밴드 (2024.2.7)



'난 사람들의 모순 속을 찾아헤매며 단 하나의 꿈을 바라네.
상처 이면에 담아둔 작은 마음'
- 나와 너, 모두의 마음 속 어디선가 빛나는 작은 기적.



5. Lost Stars - Adam Levine (2024.2.9)



'But are we all lost stars trying to light up the dark'
- 흐릿해지는 빛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별들에게....


6. 살아가는 거야 - 로이킴 (2024.3.25)



'나의 간절했던 바람들과 때론 이기적이었던 기도들이
흐르고 흘러 그곳에 닿을 수 있다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을텐데'
- 우리 모두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현실을 살아가는 것 아닐까..?


7. Stay - 넬 (2024.4.1)



'너마저 떠나면 나에겐 이젠 아름다움이 없어
난 이미 죽어버릴 듯 한없이 더러워'
- 내가 너의 일부일지 몰라도, 너는 내 전부니까.


8. 동그라미 - 최유리 (2024.5.20)



'이대로 나 모진 사람이 된 것 같아
나는 그저 마음 하나를 빌린 건데
많은 사람 지나쳐도 난 모진 사람'
-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문득 떠오르는 생각의 파편들을 담다.


번외. 바람의 노래 - 조용필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리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 너무나도 간단한 답이지만 어려운 '사랑'을 계속 이루며 살아가기를....




이렇게 다 작성하고 보니 너무 중구난방으로 정리한 것 같아 송구스럽네요....
하지만 저와 같이 마음이 힘드신 분들이 이 노래들을 듣고 조금이나마 위로와 공감을 받으셨으면 좋겠음하는 마음에 이렇게 글을 마무리합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연말에는 下편으로 글을 한 편 또 작성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회원님들의 신체와 정신 모두 건강하기를 기원합니다!
혹시나 추천하고 싶은 노래가 있다면 댓글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4/07/22 18:26
수정 아이콘
전 타고나길 엄청 무던해서 감정 기복이 적은 편인데, 반대로 음악은 감정이 많이 들어간 곡들이 좋더라구요. 잘 감상하겠습니다.
24/07/22 18:41
수정 아이콘
저도 한창 힘들었을 때 들었던 노래 두 곡 올려봅니다.

중식이- 나는 반딧불

황규영- 나는 문제 없어
24/07/22 19:47
수정 아이콘
제가 힘들 때마다 종종 듣는 노래도 살짝 얹어 놓고 가 봅니다.

디어클라우드 - 사라지지 말아요
https://youtu.be/Nsd9sA6Xt9I?si=ro5SaKMRqmM4kh88

이소라 - Track 3
https://youtu.be/PX_ZTRbR-7I?si=WdBqZ_RIF8lWgVkd

옥상달빛 - 하드코어 인생아
https://youtu.be/lAX0-INMlLU?si=eBmQ45MNW7acvKbY
사브리자나
24/07/23 12:12
수정 아이콘
이소라 7집 트랙 3부터 9까지 쭉 들으면 저도 그렇게 좋더라고요.
작성자님께도 추천드려요
manymaster
24/07/22 20:15
수정 아이콘
정여진 - 그래그래(미소의 세상 2기 닫는 곡)
https://www.youtube.com/watch?v=-LfAkEXdqIw

제 PGR 첫 글은 이 곡이 없었으면 영영 없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 때 당시 상처가 너무 깊은 상태에서 쓴 진지한 글이라...
조메론
24/07/22 23:03
수정 아이콘
코로나 시절에 외노자 신분으로 홀로 타국에서 지내면서 매일매일이 너무 불안했는데 그때 클래식 음악에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다양한 장르를 듣고 계신다고 하니 클래식도 들으실 거 같지만, 슈베르트 후기 소나타(19번~21번) 추천드립니다.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난 해에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좋은 음반이 많지만 Radu Lupu 연주 추천해요!

치료 잘 받으시고 좋아지시길 기도하겠습니다.
다음 편도 기대할게요~
김삼관
24/07/22 23:08
수정 아이콘
확실히 노래는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노래 소개 감사합니다.
밀리어
24/07/22 23:11
수정 아이콘
https://youtu.be/1OXomdiOL8Q?si=bOaVMTDP6zwqbygJ

강산에 - 넌 할 수 있어

'어려워 마 두려워 마 아무것도 아니야' 이 한 문장이 굉장히 힘이 되는 가사입니다.

https://youtu.be/q4clxUI0AOI?si=1nCXs60m_DlEa50u

에픽하이 - fly

대중적인 곡이지만 새겨들을 가사들이 많아서 골라봤습니다.
케로니
24/07/22 23:57
수정 아이콘
수고했어 오늘도 - 옥상달빛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고우 고우
24/07/23 09:34
수정 아이콘
좋은 음악 추천 감사합니다.
더욱 건강하시고, 더욱 행복하세요.
24/07/23 09:47
수정 아이콘
위 댓글에도 언급된 [나는 반딧불]을 비롯한 중식이의 노래가 제게는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왜 그렇게 우울한 노래를 듣느냐고 의아해했지만, 저는 전반적인 좌절감 속에서도 희미하게 희망이 비치는 노래들이 오히려 힘이 되더라고요.

-넥스트, [HOPE]
-신해철, [Welcome to the real world]
-중식이, [나는 반딧불]
-중식이, [그래서 창문에 썬팅을 하나봐]
-중식이, [뽀뽀뽀]
-유우리, [베텔기우스]
24/07/23 10:37
수정 아이콘
루카스 그레이엄의 redemption song이랑 AJR의 100 baddays도 좋더라구요
아이스크림
24/07/23 21:35
수정 아이콘
글쓴분 음악취향 정말 취저입니다. 추천 2,000개 드리고 싶네요.
24/07/24 12:52
수정 아이콘
윤하노래 좋네요
격한 감사 드림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957 [정치] 한동훈의 채상병 특검법 시나리오 [39] DpnI12026 24/07/26 12026 0
101956 [일반] 점점 맛있어지느 피트위스키 - 라가불린 8 과 함께하는 홈술 리뷰 [20] insane6474 24/07/26 6474 5
101954 [정치] '검사 휴대폰 제출' 논란에 입 연 영부인 측…"폭발물 설치할 수 있어" [109] 전기쥐19193 24/07/25 19193 0
101953 [정치] 대권플랜 시작한 한동훈 당대표의 향후 행보 예상해보기. [77] jc13773 24/07/25 13773 0
101952 [일반] <데드풀과 울버린> - '엔딩크레딧'이라는 말. (노스포) [32] aDayInTheLife10290 24/07/24 10290 5
101951 [일반] 티몬에 소비자가 충전한 티몬 충전금 5억은 모두 보증된다고 합니다. [22] Leeka14770 24/07/24 14770 0
101950 [일반] 티몬 사건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 - 돈은 60일뒤에 줍니다. [111] Leeka14455 24/07/24 14455 9
101949 [일반] 스포 만땅 - 너무 욕심이 과한 데드풀 앤 울버린 [27] 닉언급금지9000 24/07/24 9000 1
101948 [일반] 티몬, 신용카드 결제 중단… PG사 일제히 철수 [85] 카루오스16362 24/07/24 16362 0
101946 [일반] 갤럭시 탭 S10 울트라 긱벤치 포착, 디멘시티 9300+ 칩셋 탑재 확인 [32] SAS Tony Parker 10979 24/07/23 10979 0
101945 [정치] 속보]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당선…과반 득표 결선 없이 확정 [111] 아수날18202 24/07/23 18202 0
101944 [일반] 영어 원서를 읽고자 하는 분들을 위한 몇가지 팁 [45] 마구스10207 24/07/23 10207 33
101943 [일반] 꿩 적(翟)에서 파생된 한자들 - 눈에 띄다, 날씬하다, 곡식을 사고 팔다 등 [9] 계층방정4905 24/07/23 4905 4
101942 [정치] 김건희 여사 측 “조사 사실이 노출되면 조사 중단” [108] 베라히13713 24/07/23 13713 0
101941 [일반] [컴덕]이번 인텔 이슈는 전압 문제, 8월 중 마이크로코드 배포 [14] manymaster7141 24/07/23 7141 1
101940 [일반] 큐텐 자회사 티몬 역시 정산이 안되어서 예매 항공권 줄 취소 중 [63] 매번같은15328 24/07/22 15328 6
101939 [일반] 양극성 장애(조울증)을 치료하며 위로가 되었던 노래들 - 上편 [14] 욱상이7479 24/07/22 7479 20
101938 [일반] 요즘 본 만화 감상 [22] 그때가언제라도8940 24/07/22 8940 3
101937 [일반] 큐피드의 이직 [1] 번개맞은씨앗5951 24/07/22 5951 1
101936 [정치] 김건희 윤석열 부부가 이렇게 막나갈수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60] 아수날12234 24/07/22 12234 0
101935 [일반] 『둔황』 - 허무 속에서 찾은 역사의 의미 [4] meson4233 24/07/22 4233 9
101934 [일반] 고 김민기 사망으로 생각해본 대한민국 대중가요 간략 흐름 [2] VictoryFood4934 24/07/22 4934 7
101933 [일반] 아침에 출근하며 미친자를 만난 이야기 [39] 수리검8919 24/07/22 8919 5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