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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1 11:05
외부와의 전쟁은 도움이 안된다고 봅니다. 오히려 국내의 갈등을 가리고 더더욱 전제적으로 갈 뿐. 독일도 1차 대전 이후 자성한 게 아니라 오히려 불만을 느끼고 더더욱 강한 국가를 원하다 나치가 집권했으니.
내전급 충격이 와야할겁니다.
24/02/21 11:11
저는 개인이 국가에 갈등의 조정을 위임했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국가가 나섰다는 것 자체가 조정 실패죠.
다만, 갈등의 해결 방법 중 하나는 대립하는 여러 사람들 중 하나만 살아남는 배틀로얄 방식인데, 국가는 이것을 막고 있기 때문에 해결되지 않는 갈등이 쌓이고 있다고 하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배틀로얄을 원하는가?를 물어봐야 할 것 같아요.
24/02/21 11:23
우리 사회에서 국가가 나서는 게 과연 조정 실패인가? 라고 봤을 때 전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뭔 문제가 터지면 일단 '정부는 뭐 했냐!' 소리 튀어나오고 온갖 문제에 다 정부가 나서서 규제해야한다고 생각하니까요. 뭐 문제 터졌을 때 정부가 '그건 개인 간의 문제임.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음'이라고 말하면 다들 직무유기한다고 분노할 걸요. 저는 이 인식을 좀 개선해야한다고 생각하고요.
24/02/21 12:51
정부의 규제는 갈등의 조정이라기보다는, 그냥 “배틀로얄 하지 마!”하고 선언하는 것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규제가 조정이 아닌 일방의 승리로만 귀결되는 경우도 많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대립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화의한 것이 아니니만큼 사안은 끝났을지언정 사람들 간의 적의는 끝나지 않죠.
24/02/21 11:11
외로운 기러기 갈매기 모기 토끼 소년 소녀들아
모두 추락해서 지구를 박살 내자 나는 거짓말쟁이 너도 거짓말쟁이 우린 지금 모두 여기 다 죽자
24/02/21 11:14
제목대로 세상이 굴러간다하더라도 그걸 뒤로 최대한 미뤄야할거지 필요가 있는거 같다라는 워딩은 영...
그럼 언젠간 죽는게 사람인데 뭐하러 아둥바둥 삽니까...
24/02/21 11:19
어차피 터질 문제라면 폭탄돌리기 하다 끝내 곪아 터지기보다는 그나마 여력 있을 때 맞아두는 게 맞지 않겠냐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4/02/21 11:23
최근 읽었던 소설의 한 부분이 생각나는 말이군요. 어느 쪽이든 세상이 느리게 변하는 것을 용납 못하는 분들이 더 심한 생각으로 빠져드는 것 같아요.
[마르크스는 착각하지 않았다고 친구 G.가 말했다. 노동계급은 히틀러에게 표를 던졌지만, 공산당이 패배했다는 H.의 이론은 틀렸다고. 그러나 히틀러는 거대자본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들을 다음 전쟁으로 내몰아 모조리 학살당하게 만들 것이다! 사람들이 항상 말하지 않았던가, 히틀러에게 투표하는 건 전쟁에 투표하는 것이라고? 그 전쟁이 힘들면 힘들수록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친구 G.가 대답했다. 대중이 히틀러에게서 떨어져 나와 우리의 팔에 뛰어들게 만드는 일이라면, 아무리 엄청난 범죄라도 절대 과하지 않다고.]
24/02/21 11:34
본문에 언급한 내용이 우리나라에 국한된 문제라고 보시나요, 전 세계가 함께 겪고 있는 문제라고 보시나요?
사실, 내전을 겪고 있는 나라라던지, 내전이나 다름없는 상황에 처해있는 아이티, 멕시코 이런 나라들을 두고 쓰신 글은 아닐테고요. 우리나라로 한정지어 얘기하자면, 이제 서구적인 마인드를 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은데, 바로 "계약"입니다. 서로간에 내가 이렇게 해 줬을 경우 당신은 이렇게 되값아야 한다. 지키지 않을 경우 저렇게 한다. 라고 미리 계약을 해 놓고 그것을 지키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것 말이죠. 근데, 우리나라는 약간 다른 게, "내가 이렇게 해줬으니까 너도 마땅히 이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겠냐"는 식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두레, 품앗이, 계.. 같은 거죠. 그게 과거 농경사회에선 통했을지 몰라도, 고도화된 현대사회, 도시사회 에서는 안 통하는 것 같고, 그 중재를 자꾸 국가에게 맡기니까 삐걱거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24/02/21 11:48
좁게는 우리나라, 넓게는 동아시아 국가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말씀주신 아이티나 멕시코 같은 곳들은 반대로 국가의 조정 기능 자체가 맛이 간 경우라 우리랑 정반대 케이스라 생각합니다. 당연하지만 그것보단 차라리 꽉막힌 우리가 더 낫다고 보고요. 사실 과격하게 공멸이라 썼지만 최대치가 IMF 수준이라고 생각해서... 아예 사회가 붕괴해서 회복 불능이 될 수준이라면 차라리 현상유지가 낫죠.
뒷부분은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24/02/21 12:10
IMF를 얘기하셨는데, 그때가 진짜 힘든 시기이긴 했어도 그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제, 사회구조를 대대적으로 뜯어고쳐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그런 의미에서 쓰신 글이라면 저도 어느정도 동의합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뼈저리게 아플 정도로 쳐맞기 전에는 자기가 그동안 살아오던 패턴을 쉽사리 바꾸지 못하거든요.
24/02/21 12:07
제가 그 답을 못찾았기에 파멸 후의 새싹을 바라보는 거긴 합니다. 진짜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방법이.
유교에서 군주가 잘못되면 신하가 거스르진 않되 들어먹을 때까지 끊임없이 옳음을 주지시키라고 하죠. 어릴 땐 걍 씹으면 그만인데 답답하게 뭔 말도 안되는 소릴 하나 했는데 지금은 이해가 돼요. 애초에 그거 말곤 방법이 없음.
24/02/21 11:52
사실 과격하게 쓰긴 했는데 반정도는 반어적인 느낌입니다. 당연히 개판나기 전에 방향전환하는 게 최선이죠. 다만 현 상황에서 그게 가능할까? 오히려 교착 상태만 유지하다 점점 사태가 커지는 게 아닐까?가 두렵습니다. 수습 불가능할 정도로 커져서 터지는 것만은 어떻게든 안봤으면 좋겠습니다.
24/02/21 11:47
"모든 승부가 그렇듯이 결국 바둑도 이기기 위해 두는 것
입니다. 저는 승리가 최고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승 부에 임하다보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 만 승리도, 패배도 이기려고 노력한 후에 얻는 것이 가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최선을 다한 패배자에게도 승리 자에게 보내는 것과 똑같은 찬사를 보내는 것입니다. 승리 나 패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기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기기 위해 바둑을 둔다고 말씀드린 겁니 다." "그래서?" "그렇다면 비기는 것이 왜 칭송받아야 하는 겁니까? 비기 는 것도 이기거나 지는 것과 똑같은 승부의 결과 중 하나 일 뿐입니다. 따라서 빅은 승이나 패와 똑같은 대접만 받 으면 충분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비기는 것을 화국(和局) 이라 부르며 승리나 패배보다 더 귀한 무엇인 양 대하는 태도의 이면에는 이기고자 하는 마음을 짐짓 깔보는 천박 한 엄숙주의, 순수주의가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언짢습니 다. 이기려는 마음을 깔본다면 그것은 이기기 위해 두는 바둑 그 자체를 모욕하는 것입니다." "빅이 승이나 패와 마찬가지로 승부의 결과 중 하나일 뿐 이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런데 한 가지 묻자꾸나. 이기 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하냐?" "이기기 위해서요? 갈고 닦은 기술, 투지와 집중력, 자제 력……" "이기기 위해서는 이길 상대가 필요하다." 제자가 침묵했다. 스승이 담담하게 말했다. "상대가 있어야 계속 이기려 할 수 있지 않느냐. 화국이 칭송 받는 것은, 우리가 이기려는 마음을 마음껏 펼쳐 보 여도 바둑판 너머에 있는 또다른 우리를 멸종시키지는 않 을 거라는 확신을 그것이 주기 때문이다. 화국은 바둑이 영원히 계속된다는 것을 보장한다." - 화국에 대한 어느 스승과 제자의 대화 中. 이영도 소설 피마새 마지막 챕터가 생각나네요. 역사적으로 보면 냉전 시대에도 그랬고 갈등이 쌓이게 두면 정말 큰거 한방이 올수 있는데 어떤 미래가 올지 궁금하네요
24/02/21 11:58
역설적으로 시스템이 너무나 잘 작동하다보니 오히려 그 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잘 안드는 것 같습니다. 가끔 금가고 망가져도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고 신뢰한다고나 할까.
파괴된다면 파괴되는 시스템이 그나마 덜 치명적인 것이길 바랄 수밖에요.
24/02/21 12:38
모든 일을 사람이나 집단의 선악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갈등이 있는 건 악, 갈등이 없는 건 선, 나랑 다른 건 악, 나랑 같은 건 선이라고 생각하는 조선식 유교 문화 탓이라고 저는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런 사회질서가 유지되려면 변화도 없고 다양성도 없어야 하는데(그것때문에 상공업을 천시하고 탄압한 거라고 봅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죠. 지난 몇십년 동안은 미친 고도성장으로 돈뽕에 달달하게 취해서, 개념과 현실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지 못했죠. 그러다 이제 뒤떨어진 개념이 미쳐돌아가는 (정확히는 그런 것처럼 보이는) 현실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절망과 공포가 사람들을 덮치고 있는 상황... 이라고 저는 봅니다.
24/02/21 13:41
어떻게보면 평화가 지속되어 소위 '배부른 소리'들이 많아지기도 했죠. 그걸 하나씩 따지고보면 다 맞말이고 대의가 될수있지만 그게 부딪히면 파편화가 되고 서로에 대한 무한 혐오의 연쇄고리가 되어 불신과 혐오의 사회가 되는것이고 그게 임계점을 넘으면 말씀하시는 공멸의 결과가 나오겠죠. 저는 개돼지니 뭐니 소리들어도 먹고사니즘만 얼추 해결되면 그 이후부터는 좀 불합리한 부분이 있어도 인간 대우도 안하거나 물리적 폭력을 동반하는 등 어지간히 막장 수준이 아닌한 우리나라 정도 시스템이면 좀 공리주의적으로 희생포지션 잡히더라도 감내할부분은 감내해야 된다고 봅니다. 적어도 공멸보다는 나은선택지니까요.
24/02/21 13:54
시스템의 문제점과 모순을 최대한 보완하는 대신, 역으로 속도를 높여 모순을 극대화해 시스템을 통째로 붕괴시키는...
오늘날 한국을 보면 가속주의를 실험하는 거대한 장이 아닐까 하는 씁쓸한 농담이 스쳐가네요
24/02/21 14:16
정부가 한번 책임지고 나서야 되는데, 양쪽 할거없이 폭탄돌리기만 하고 있죠.
국민연금, 건보료, 부동산등 언제가 터지겠지만 나만 아니면돼~
24/02/21 14:30
정치가 갈등을 대표해야 관리가 될건데 한국에선 정치가 중요한 갈등을 대표하지 않아 왔습니다.
소수자 대표성이 떨어지는 제도, 권위주의의 유산, 반공, 성장만능주의 같은게 얽혀있는 상황에서 갈등이 조정될 만큼 대표될수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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