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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총선 승리해 국회의원 250명으로 줄이겠다”

오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이렇게 발언했습니다. 이유는 특별히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고 국민들이 오래 전부터 아는 답대로 하는 것일 뿐이라 했습니다.

한국 정치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이처럼 꾸준히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무위키의 대한민국 국회의원/문제점을 읽고 든 생각인데, 한국은 오랫동안 행정부 독재로 다스려지면서 입법부가 제대로 국정을 돌보지 못하고 행정부의 꼭두각시처럼 쓰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국회의원 자리는 중앙 정치의 보스들이 지방 유지나 자기 수하들에게 던져주는 포상이 되었고, 그 국회의원들은 자기 보스들의 거수기가 되었을 뿐입니다. 이러니 여당 국회의원은 나라를 이끌어 가는 존재가 아니라 행정부에 기생하는 아첨꾼이 되고, 야당 국회의원은 나라를 이끌어나가야 할 행정부에 어깃장이나 놓는 방해꾼이 되는 것이지요.

외국 역사를 배울 때에는 권리장전, 권리청원, 명예혁명 등 의회가 중심이 되어 나라를 잘 이끌어나간 사례를 여럿 배웁니다. 그러나 한국사에서는 이와 같은 긍정적인 롤모델로서 의회를 찾아볼 수 없었고, 어차피 국회가 제 기능 못해도 나라는 발전할 수 있다는 걸 배우게 됩니다(독재정권이 바로 그 산 예시죠). 민주화 역시 시민들의 유혈 혁명을 통해, 독재 정부가 그 자리에서 내려와서 달성되었지 의회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습니다. 한국사의 근대와 현대에서 중요한 것은 독립, 반공, 민주화, 산업화 등인데, 무엇에서든 국회가 기여한 것이 뭐냐 물으면 얼른 떠오르지 않습니다.

더구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의회 권력을 오래 동안 상실한 상태였기 때문에, 무슨 이유를 들어서건 의회를 약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나라를 이끌기를 원할 겁니다. 아무리 민주주의 국가라 하더라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지도자 한 명 아래에서 일사불란하게 이끌어가는 나라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많고, 특히 질서를 강조하는 보수 정당에 많을 것입니다. 그 일사불란한 지도력은 대통령에게서 나올 수도 있고 국회의원에게서 나올 수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전자는 겪어봤어도 후자는 겪어본 적이 없지요. 후자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일본의 정치가 한국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도 않고요.

한국에서 국회의원이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묻기 전에, 한국의 근대사에서 국회가 한 일이 무엇인지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는 엄혹한 역사부터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성 민주주의 국가와는 다른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했기 때문에, 국회의원의 임무를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어쩌면 그 과정만큼의 진통을 다시 겪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