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씬의 1년을 흔히 고3의 1년에 비유하고는 합니다.
스프링 서머는 모의고사, 롤드컵은 수능
둘 다 11월에 열리고, 한 해의 평가가 단 한 번으로 결정나는게 비슷해서겠죠.
하지만 롤드컵은 수능보다 조금 더 엄격합니다.
나이만 차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수능과는 다르게, 롤드컵에 나갈 수 있는 팀은 지역별로 단 3팀입니다.
고3으로 치자면 너무나 가혹한 이야기입니다. 아니, 수능치려면 교내에서 최소 3등은 해야한다니?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원래 가혹하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 오늘, 1년 중 가장 잔인한 승부가 펼쳐집니다. 선발전 결승.
둘 중 한 팀은 희망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절망과 가장 가까워집니다.
선발전은 항상 이변과 충격, 그리고 도장깨기로 대변되는 업셋이 빈번했습니다.
동일한 방식으로 치뤄지는 LCK 플레이오프가 이 때까지 도장깨기가 없었(었..)다는걸 감안할 때,
아마 이 차이는 선발전이 플레이오프와는 다른 데스매치라는 점에서 기인한다고 생각됩니다.
여기서 지면 이 때까지의 모든게 사라진다는 생각은 선수들과 코치 모두에게 심한 압박으로 다가오고,
그런 중압감이 선발전의 업셋을 만들어내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선발전 끝자락에서 기다려왔던 팀들 - 16 KT 17 KT 18 킹존.. 모두 그래왔습니다.
눈 앞에서 직행의 기회를 놓친 좌절감을 수습하지 못했거나, 당연히 롤드컵에 나가야 한다,
이름값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줘야한다는 부담감에 사로잡혀 결국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롤드컵에 간다는건 그런 부담까지도 이겨낼 수 있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자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까짓 선발전도 못 뚫는다면 더 압박이 큰 롤드컵에서 어차피 못할 팀이라고 비난받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1년은 헛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 해동안 잘해왔음에도 수능을 망쳐서 우는 전국의 고등학교 3학년들을 실패자라고 부를 수 없듯이요.
반대로 이런 난관을 넘을 수 있다면 그 다음도 두렵지 않겠죠.
그 시련을 이겨낸 챔피언의 일대기를 인용하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