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솔랭 만 5년차,
이미 협곡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인 나지만,
이 놈의 티어 승급전은 아무리 겪어봐도 늘 새롭기만 하다.
본디 '새롭다'라는 건 '두렵다'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 아니던가.
그래,
승급전은 늘 새롭다.
그래서
늘 두렵다.
새 시즌이 시작하고,
배치를 치루고,
수 많은 시행착오와 난관을 뚫은 끝에,
마침내 올 게 오고야 말았다.
바로 '그 승급전' 말이다.
사실 30대 롤유저의 실버승급전은,
그다지 이목을 끌만한 소재거리는 아니다.
이미 수 많은 네임드들이 개인방송을 통해,
사골이 우려질 대로 우려진 컨텐츠 아니던가.
불과 세 시간 전만해도,
나도 내가 이걸로 여기에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5판 3선승인 승급전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첫 경기,
우리편 미드 모르가나가 시작하자마자 괄약근이 풀려버렸다.
현지인이 내가 봤을 때,
우리 브론지언은 괄약근 컨트롤에 너무 미숙하다.
똥을 좋아하는 걸로는 세상에서 제일가는 pgr러들에게 이만한 유토피아도 없을 것이다.
2분 간격으로 화면에서 똥냄새를 맡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정작 pgr에는 브론지언이 별로 없잖아?
사실 대부분의 pgr러들은 기만자들이다.
그렇게 똥을 좋아한다면 여기에 남아있어야지...안 그래?
아무튼,
2분, 3분, 6분, 8분, 12분, 15분, 16분.
상대 미드 피즈와 정글 빵테에게는 자비심이란 눈꼽만큼도 없었다.
가련한 우리의 '선한 양' 모르가나는 하이에나떼에게 처참히 물어뜯기며,
상대에겐 마르지 않는 골드샘을, 우리에겐 마르지 않는 설사를 안겨줬다.
이미 임계치를 넘어선 똥사능은 자연스레 멜트다운되면서,
협곡 전체로 퍼져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고,
바보천치가 아닌 이상,
나머지 아군 4인 역시 그 피폭대상이 될 것이란 걸 자각하고 있었다.
미드에서 모르가나의 피를 빨아먹을 대로 다 빨아먹은,
피즈는 7번째 스택(데스)을 들이키자마자 남정(南征)을 결심했다.
뭐,
심심해서 내려온 것일 수도 있겠지만,
다른 라인에 비해 봇라인의 형세가 열세였던 부분이 컸으리라.
모르가나가 미드에서 7킬 따이는 동안,
봇에서는 나 서폿 스웨인은 원딜 베인과 함께 2킬을 선취하면서,
상대 봇 듀오인 드레이븐 알리 상대로 우세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허나 중원을 통일한 오랑캐 황제 피즈와 그의 선봉장 빵테의 파워에 비해,
우리 봇듀오의 힘은 너무나도 미력한 것.
16분대에 정묘호란이 불어닥쳤다.
선봉장 빵테가 먼저와서 봇을 박살냈다.
그 뒤에 18분대,
오랑캐황제가 친히 나타나셨다.
흡사 병자호란같이.
우리 봇듀오는 졸지에 남한산성을 찍게 되었다.
중원을 박살낸 팔기군을 오합지졸 조선군이 어찌 막는단 말인가.
나는 김상헌이 아니다. 최명길은 될 수 있을 지 몰라도.
용은 물론이고 미드1차, 봇1차가 나란히 날아간 20분대...
동준좌가 그렇게도 좋아하는 글로벌 골드 차이 6천...
킬데마진은 -13...
딱 서렌 치기 좋은 날씨였다.
한창 롤창인생, 티어에 목숨걸던 때였다면,
승급전 1경기,
그 것도 20분 되자마자 쿨서렌, 쿨지지를 칠 생각따윈 안했겠지만,
내가 누구던가.
협곡 만5년차, 햇수로 7년차인 베테랑 전사 아니던가.
안 될 게임은 안 되는 거다.
떼써봤자 바뀌는 건 없다.
난 베테랑이다.
쿨하다.
그러니 이번 판 서렌쳐도 내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
그렇게 자기 암시 한 번 쎄게 걸고,
/ff를 눌렀다.
푸른색 항복게이지가 조용히 쌓인다.
우리 팀 한명, 한명...
'삼전도'행에 찬성하기 시작했다.
게이지가 세칸 찼을 무렵,
위에서 쓴물이 살짝 올라왔다.
허나,
어디 병자호란에 팔기군만 있고, 남한산성만 있던가.
'근왕병'도 있다.
매우 애석하게도,
우리의 첫 서렌은 3/2로 부결됐다.
부결메세지가 뜨는 순간,
나도 모르게 외마디 탄식이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X발!"
도대체 어떤 새X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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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길어져서 절단신공을 하게 됐습니다. 죄송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