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적인 야근의 나날들 속에, 지친 심신을 회복하고자 야밤에 오버워치를 켰다.
9시 퇴근도 이르다고 하니 무슨 말을 하겠는가... POTG로 치유해야지.
번역 일을 하는 와이파이 님 옆에서 열심히 점프점프 아돈빠가돈.
즐거운 연승으로 심신이 치유되는 것도 잠시... 꿋꿋한 한조와 전투적인 위도우, 자유로운 영혼의 솜브라 등등...
점수가 다시 시작 전의 점수로 돌아간다.
못해도 괜찮은데, 일부러 지려고 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된다. 이 야밤에 시간이 아깝지도 않은가...ㅜㅜ
이런 상황이 싫어서 미국 서버까지 왔건만 여기도 욕하면서 트롤하는 한국 사람들이 없지는 않다.
에라이...
오버워치에서 빠져나온다, 진짜 심신을 회복하고자 오랜 친구인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를 킨다.
자정이 다 돼가는 웨스트 서버... 사람이 있을까.
블리자드가 뭔가 해준다고 하는 것이 맞는지 맞는지, 10년이 넘게 쌓아온 전적이 0으로 바뀌어있었다, 하....ㅠㅠ
(그래도 검색으로는 전적이 보이기는 하니 일말의 희망을 가져본다.)
Create.
1:1파이썬~@
상대방이 들어왔다, 스1 떡밥 때문인지 채널에 사람도 있고 조인도 빨리 됐다. 웨스트 서버에 사람이 보이면 반갑다.
반가운 상대방은 테란이다, 랜덤을 하지만 요새 스1을 예전만큼 하질 못하니 프로토스를 골라본다.
8게이트 질럿 찌르기를 달렸지만 빠른 정찰에, 대각에 입구가 막혀 마린 하나를 잡는데 그치고 가스러쉬를 당했다.
에이씨, 손도 안 풀렸는데, 초장부터 꼬였다.
시작하기 전에 오버워치용 컴퓨터/마우스/키보드 말고 옆으로 옮겨서 스1용 컴퓨터/마우스/키보드를 사용할까 고민했었는데, 역시 그랬어야 하나 싶다.
마우스 감도 안 좋은데 벌쳐, 마린, 탱크가 득달 같이 달려와서 앞마당에 벙커를 짓고 엎드린다.
하지만 그런들 어떠하리 투질럿 리버가 12시로 날아간다.
역시나 허허벌판, 리버가 펑펑~ 셔틀이 펑펑~ !?
확실히 손이 예전 같이 않다, 살아서 게임을 끝냈어야 하는 셔틀이 어처구니 없게 터졌다...
날아가기 전에 섬에 미리 프로브를 내려놔서 다행이다.
어차피 SCV도 좀 잡고 서플도 깨고 했으니 섬을 먹으며 밖으로 병력들을 열심히 내려놓는다.
6게이트 발업질럿과 드라군으로 앞마당 조이기를 가뿐하게 뚫어내며, 앞마당을 먹고 역러쉬를 간다.
언덕 위 탱크가 좀 있었지만 미리 뽑아놓은 셔틀이 두 개니 가뿐하다.
...그런데 셔틀 하나가 터졌다. 손이 아직 덜 풀렸다...
그래도 꾸역꾸역 앞마당을 들게 만들고, 멀티와 게이트를 늘린다.
잠시나마 설마 지나 하고 불안했지만 이제 안정권이다, 올멀티를 간다.
얼려도 보고, 리콜도 해보고, 마지막 희망 같던 드랍쉽 떼도 얼려서 다 잡고, 캐리어를 슝슝하니 Victory.
간만에 했는데 초반에 끝나지도 않았고, 할 거 다하면서 재밌는 게임을 했다.
역시 혼자 해서 이겨야지 팀으로 하는 게임은 맘대로 안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현자 타임에 빠진다.
고개를 돌려보니, 와이파이 님도 일하다가 지쳤는지 스1을 킨다.
프로토스로 컴퓨터 7마리 데리고 무한맵에서 치트키 쓰고 놀던 와이파이 님이 웬일로 맵이 까맣게 가려진 헌터에서 드론 4마리로 미네랄을 캔다.
"배틀넷이야??? 3:3이네???"
난 열심히 요새 배틀넷에 대해 떠들어본다. 여긴 정글이다, 스타 할 줄 아는 사람들만 남았다,.
가망이 보이질 않아 도전히 빈 말로라도 이기겠다는 희망을 줄 수 없었다...
시작부터 포기했는데, 라바가 놀며 8 스포닝플을 짓는 모습에 또 포기했다.
상대방은 투 토스, 원 저그인데, 오래 안 가겠구나... 몇분 안에 끝날까 예상을 해본다.
그래도 열심히 하는 와이파이 님의 모습에 남편으로서의 의무를 다 하고자 입스타를 시작했다.
드론 찍고, 해처리 하나 더, 오버로드, 저글링 찍고, 7시 저글링 달리고, 컨트롤 안 되니까 어택 시켜놓고 그냥 생산하고.
(참... 와이파이 님은 방향 감각이 없다. 길을 가다가도 왼쪽으로 가라고 하면 오른쪽으로 가는데, 1시, 7시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 그냥 색깔로 말해주기로 한다.)
신기하고, 놀랍게도 센터 싸움이 됐다. 4게이트가 돌아갈 시점까지도 서로 호각세다.
그래도 설마 싶지만, 그래도 게이머라면 모르지기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가능성을 보고 달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3해처리 레어에 러커까지 이끌어본다. 생각보다 와이파이 님의 손이 빠르다. 자원이 빡빡하게 돌아간다.
그 사이 우리편 저그와 토스는 소모전을 잘해주다가 토스가 끝끝내 밀려버린다, 7시 저그는 꿋꿋하게 홀로 버텨냈지만, 3시 토스는 끝끝내 3컬러 러쉬에 밀려버린다.
아군의 희생을 뒤로 하고 저럴 한부대를 1시 토스로 달리게 한다. 3시로 러쉬가 들어가는 사이 저럴이 달리는데 운 좋게 아무것도 마추지지 않고 넥서스까지 무혈입성, 러커를 이쁘게 버로우 하라고 말한다.
놀랍게도 한 명을 밀었다!?
강호의 도리는 살아있는지 서로 엘리를 시키지는 않는다, 2:2다.
점점 손이 갈 일이 더 많아지며, 와이파이 님이 버퍼링에 걸리고 오작동을 한다.
러커 한 부대가 있었지만 적절히 배치를 못해서 우리편 저그가 밀리게 생겼다.
여기까지인가 싶었는데, 잘 버텨냈다. 요새 게임이었으면 헬프 안 오냐고 몇 번이나 얘기했을텐데 스타는 별로 그런 것이 없어서 다행이다.
러커로 12시와 9시 앞을 조이고, 뮤탈도 뜰테고 손이 안 되니 히드라 펌핑을 시킨다.
랠리도 러커 옆에 찍어두게 한다. 상대편 토스의 커세어가 날아다니기 시작하지만 우리 저그 둘 다 뮤탈을 안 갔다, 땡큐다.
고립된 9시를 우리편 저그가 민다. 살짝 숟가락을 얹게 시킨다.
9시를 밀어버린 사이, 3해처리 방업 히드라와 속업 오버로드가 준비됐다.
히드라 두 마리를 12시로 무빙 시켜보라도 한다. 별거 없다.
나름 히드라 웨이브로 12시 토스를 밀어버린다.
살아남았던 우리편 3시 토스는 1시 남은 건물을 다 부수라고 말한다 -_-.
Victory.
점수 화면에서도 2등이다.
5분 안에 끝날가 싶었던 게임이, 3해처리에 러커, 챔버 방업, 앞마당까지 먹는 게임이 돼서 이겼다.
와이파이 님의 역사적인 배틀넷 첫 승이라고 한다. 매우 기뻐한다.
와이파이 님이 생각보다 잘해서 놀라고, 요새 배틀넷은 정글이라던 말을 괜히 했나 계면쩍지만, 역시 손스타나 입스타나 내가 잘해 라는 생각으로 극복해본다 -_-.
와이파이 님은 매우매우 기뻐했다.
한 판을 이긴다는 것이, 첫 승이라는 것이 저렇게 즐거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긴 하루에 30승씩 해도 다 즐거운 시절이 있었지...12865승 1220패를 하는 동안 그런 감정이 무뎌지기도 했다.
승률을 높이려고 연습하고, 빌드도 만들어보고 하던 때가 있었다.
라섹 수술한 와중에 눈이 맛이 가던 말던 펑펑 울며 떠지지도 않는 눈을 억지로 잡아 뜨며 스1 마지막 결승을 본지도, 서서히 플레이 시간이 줄어든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요새 다른 블리자드 게임을 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 가장 재밌는 것은 스타다.
(그리고 이기면 더 재밌다는 것은 확실히 불변의 진리인 것 같다.)
그래픽이 화려해지고, 서로 음성 채팅으로 게임하는 시대에,
와이파이 님이 10년도 넘은 게임의 배틀넷 첫 승을 이끄는 재미난 경험을 했다.
어쨋든 중요한 것은 와이파이 님에게 점수를 땄다는 일이다.
영원히 첫 승과도 같은 일이지 않을까?
종일 집을 비우고 늦게 들어왔는데도, 스트레스 풀리게 게임을 하게 해주는 와이파이 님에게 감사를 보내며,
오늘 밤에는 부디 한조를 안 만나면 좋겠다.
En taro Adun!
* BIFROST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7-03-21 13:43)
* 관리사유 : 자유 게시판보다 게임 게시판에 적합한 글이라 판단되어 게시물 이동 조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