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정말 오랜 이스포츠팬입니다, 나이로 치면 이스포츠에서 어린편이지만 정말 어렸을때부터 이스포츠를 봐왔고 그렇기때문에 사실 그 어떤 스포츠보다도 더 큰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때 저와 큰 것이 바로 이스포츠입니다, 어떻게 보면 더 애정이 가는 이유는 힘든 시절을 같이 보냈다는걸 알아서 이기도 하겠네요.
얼마나 힘든 시절을 걸쳐서 지금의 이스포츠가 되었는지 아니까, 얼마나 많은 기적들이 모아져서 지금의 이스포츠가 되었는지 아니까..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아 오그라든다 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지금 이스포츠판은 정말 크나큰 기적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산물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물론 게임이 많아지는 만큼 언젠가는 이스포츠의 탄생은 있었을 거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만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이스포츠를 만들기위해 팀이라는 이름아래 한칸방에서 라면을 밥이라고 먹으면서 게임에만 매진하다 사라진 이름없는 선수들.
나름대로 성공하고 이름도 날렸지만 이스포츠를 벗어나고나니 할 줄 아는게 없어서 이것저것 뒤적거리는 수많은 선수들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쉽게 이스포츠는 언젠간 나왔을껄? 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긴 이스포츠 생활을 하면서 기억이 나지 않는 선수들이 참 많네요. 나름 성공한 선수들조차도 이렇게 기억이 안나는데, 제가 기억못하는 선수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제가 이스포츠가 만들어진게 기적이라고 하는건 그냥 단순히 선수들만은 아닙니다, 전 그외 해설자들이나, PD들, 맵자작자들, 감독님들 등 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한곳에 뭉쳤기때문에 바로 이 판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눈에 보이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했기때문에 바로 이 이스포츠란게 게임을 뛰어넘어서 하나의 스포츠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전 생각합니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이스포츠는 잊혀지겠지요, 마치 17~18년전의 이스포츠를 달리던 선수와 사람들이 잊혀졌듯이, 지금의 선수나 해설자들, 감독들또한 술안주도 되지못한채 잊혀질 지도 모르겠다 라고 생각합니다. 제 글을 몇번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정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정명훈 선수입니다.
단순히 이 선수가 게임을 잘해서가 아니라 정말 팬으로써, 또는, 한사람의 인간으로써 존경까지 하기때문입니다. 자기보다 나이도 어린 게임하는 사람을 뭘 존경까지 하냐? 라고 비웃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전 진심으로 이 선수가 대단하다 라고 생각합니다. 이 선수는 정말 꾸준함의 대명사입니다. 물론 자신의 이름값, 국본,을 못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프로리그에서 "일격"이라고 할만한 것들을 너무 많이 맞아서 택뱅리쌍의 선수들이 지면 와 정말 대단합니다라고 상대 선수를 칭찬했다면 정명훈 선수를 이기고 와 정명훈을 이기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라고 말할 만큼 이 선수가 정말 압도적으로 수년간 군림한 선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정명훈선수는 누구보다 꾸준히 잘해왔습니다. 자신의 약함 ㅡ 바이오닉과 저그전에 약함을 인정하고 그에 대항하는 발키리를 들고 온다든지, 메카닉을 쓴다든지 어떤 식으로든 극복하기위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또한 다른 선수들 - 이제동 김민철등 - 을 스타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정명훈 선수가 했습니다. 김민철 선수는 퀸으로 정명훈 선수의 메카닉을 정명훈 선수의 기량이 절정일때 박살냈고, 이제동 선수는 잊을 만하면 이기는건 물론 결승전에서 4드론이라는 수로 스타가 되었습니다.
"What is better - to be born good, or to overcome your evil nature through great effort?" - ―Paarthurnax, Elderscroll Skyrim.
태어날태부터 재능을 가진 것, 아니면 후천적으로 그 재능만큼 노력을 한것, 무엇이 더 좋나?
노력하는 사람이 모두 성공을 하는건 아닙니다. 게임에 승자와 패자가 있듯이, 모두 다 같이 노력을 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세상이 아닙니다.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실패하죠. 그러나 그 노력만큼은 승자든, 패자든, 인정을 해줘야한다고 전 생각합니다. 정명훈 선수의 성공역시에 재능이 있었음을 부정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전 그 선수의 재능보다 노력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스타크래프트는 1대1 게임이고, 멘탈역시 중요한 요소입니다. 롤에서 멘탈의 흔들림은 치명적인 실수로 오기도하지만, 기본적으로 5:5인만큼 서로 의지할 수 있습니다, 수백번 수천번 수만번 같이 게임을 하고 이야기를 했던 동료들입니다. 자신이 힘들면 의지하면 됩니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는 철저한 1:1 진검승부입니다. 감독이나 동료들이 전략을 짜줄 수는 있지만 그것을 실행하는건 자신의 몫입니다, 그에 따라 책임 역시 자신이 져야하지요.
그렇기때문에 패배했을때 받는 멘탈의 피해역시 나눌수가 없습니다 더더욱 힘들죠. 정명훈선수는 위에 말했듯이 다른 선수들을 스타로 만들어줬습니다. 자신을 밟고 일어난 선수들이 스타가 된다, 그걸 모를까요 크크. 저도 잠깐 프로 생활 했는데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진짜 내 입장에선 어이없는 역전패고 상대방은 대단한 역전승인데, 제가 바로 역전패를 당하는 입장에 있었습니다. 게임을 하다가 질 것같은 느낌이 딱 들더군요, 참 재미있는데.. 지는 순간 알겠더군요, 아 내가 바로 그 인터넷에서 보던 그 짤방의 주인공이 되겠구나.
뭐라고 해야할까... 참 묘한데, 뭐라 말해야할까 질 걸 알면서 하고 있었습니다. 이선수가 나를 밟고 스타가 되겠구나, 하면서 알겠더군요. 그러면서도 지기 싫었습니다. 왜 하필 나지? 아니 다른 사람밟고 스타가 될꺼지 왜 하필 나랑 하다가 각성을 하는거야 라고 생각을 하면서 이를 악물고 했습니다. 그 뭐라고 해야할까요, 만화에서 주인공의 각성을 상대하는 악역이 된 느낌이랄까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만화 더 파이팅의 마나부 대 사에키의 사에키가 된 느낌이랄까요 크크...
아 뭐랄까, 천재의 앞길에서 패배를 기다리는 사람이 된 느낌이였습니다. 분명히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의 각성에 여차없이 밀리더니 쭉 밀려서 결국에 패배했습니다. 상대나 3자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명경기다 라고 말할 수 있었겠지만, 하는 제 입장에선 분명히 이걸 지면 상대가 스타가 될꺼고 난 패배한 사람이 될텐데, 절대 지고 싶지 않았지만 진 게임이라 정말 고개가 그대로 떨어지더군요. 그리고 나서 전 프로게이머 생활을 그대로 접었습니다.
정명훈 선수 역시 전 그런 감정을 느꼈을꺼라고 생각합니다. 감이란게 있거든요, 아 내가 이걸 지면 정말 상대가 스타가 되겠구나 라고 하는 그런 느낌이 드는 게임들이 있어요. 그런 게임을 하고 나면 사실 멘탈이 터지다 못해 그냥 박살이 납니다. 왜냐면 사람들은 패자에 신경도 안쓰거든요 다 새로운 신성의 등장이다, 뭐, 와 OO짱인듯, 이러지.. 그런데 정명훈 선수는 저와 다르게 나아가더군요. 국본은 뭐가 국본이냐 승률 5할짜리 B급선수 아닌가 라는 조롱이 나오고 캐스파에서 가장 포스없는 1위다, 라는 말이 나올때도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갑니다.
Good bye, Fantasy!
제게 한편의 장편 판타지소설을 읽은 것과 같은 감동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P.S 원래 글을 사실 전용준캐스터의 용산이스포츠센터를 보는 사진을 보고 삘을 받아서 전용준 캐스터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몇몇 캐스터들 , 이승원 캐스터나, 김동준 캐스터, 그리고 엄옹. 마지막으로 정명훈 선수 이렇게 다섯명과 언제 시간이 나면 식사라도 대접하면서 이스포츠에대한 이야기 좀 하고싶다 였는데 쓰다보니 정명훈선수에 대한 글이 되어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