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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8/14 00:10:21
Name 하성훈
Subject Y에게 H가
  이 글은 제가 홍진호 선수에게 보내는 응원글이며 또한 저한테 보내는 편지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나는 어려서 부터 몸이 많이 허약했다. 신생아로 때어나자마자 대수술을 받아야 했을 정도로.

  현역으로 군대에 다녀오고 이제는 어느덧 예비군 1년차가 되어있지만 나는 지금도 여전히 약하다.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물론 만날 병원에 입원해있어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늘 실생활 속에서 불편을 많이 겪으며 나름의 굴곡있는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 였을까? 나는 어려서부터 스포츠선수를 항상 존경해왔다.

  아주 어렸던 초등학생 때는 야구를 그렇게도 좋아했다. 고향이 부산이어서 나는 미소년 롯데팬이었다.

  주형광 선수와 염종석 선수의 투구를 좋아해서 아빠에게 투수 글러브를 사달라고 졸라 그들의 투구폼을 집에서 혼자 따라할 정도로.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접한 슬램덩크에 푹 빠져 작은 키에 부단히도 노력했던 추억에 내게는 있다.

  여기서 하나 부끄럽지만 밝혀지만 스물다섯이나 먹은 나를 그 만화의 한 캐릭터에 비유하자면 해남부속고교의 홍익현스럽다고나 할까.

  내가 처음으로 스타를 봤던 년도를 정확하게 말하기는 무척이나 곤란하다.

  잠깐이나마 스쳐지나가며 봤던 걸로 따지면 1999년도부터이지만 본격적으로 봐왔던 것은 2002년부터였던 것 같다.

  나는 엠비씨게임이라는 채널의 존재를 2005년에 처음 알았으니 나의 스타크래프트 방송 입문은 온게임넷 스타리그를 통해서였다.

  내가 처음으로 좋아했던 선수를 어떻게 묘사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영웅? 물량? 등짝? 바른 생활 사나이?

  그런 나에게 있어 2002년 SKY배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최고의 스타리그 중에 하나다.

  내가 라이브로 처음부터 지켜봤던 그 스타리그는 아직까지도 절대 깨어지지 않는 기록을 하나 가지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역대 스타리그 우승자 중에 가장 낮은 승률을 기록하며 우승한 기록일 것이다.

  그때 이후 나는 프로토스를 지금껏 해오고 있다. 비록 스2에서는 저그로 갈아탔지만 여전히 스타크래프트를 플레이할 때는 난 프로토스를 선택하곤 한다.

  나는 프로토스라는 종족을 정말 좋아한다. 그 이유모를 이유를 나름대로 심리학적으로 분석해보자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

  흔히 논리정연하게 어떤 논제에 대해 명쾌하게 해답을 얻고자 할 때 많이 쓰는 삼단논법으로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은 일종의 가상공간이며 그곳에서는 나의 로망이 충분히 실현가능하다.

  고로 나는 물량전을 할 때 나에게 가장 짜릿함 감정을 선사했던 프로토스라는 종족을 사랑한다.

  조금 이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을 했었다. 여전히 이상한가? 음, 이 부분은 조금 애매하므로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다.

  그 후로 오랫동안 나는 프로토스를 극으로 완성시켜 보였던 몇몇의 프로토스 플레이어들을 좋아해왔다.

  박정석, 강민, 송병구. 이 세 사람에 대한 애정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 그만큼 내게는 절대적인 선수들이었다.

  이런 나에게 Yellow라는 아이디를 쓰는 홍진호 선수는 드라마 상의 용어로 비유하자면 남자주인공2에 불과한 선수였다.

  2002년 SKY배 4강에서 박정석 선수에게 3대2로 지며 박정석 선수를 더 빛나게 해주었던 완벽한 조연.

  나는 여기서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물량전을 좋아하는 내게 홍진호의 플레이 스타일은 그야말로 짜증 그 자체였다. 심지어 이런 생각까지 한 적이 있었다.

  "뭐 저렇게 XX하게 플레이하냐?"

  나에게 홍진호는 그런 존재였고 그런 선수였고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다 그는 2006년 신한은행 시즌1 때 4강이라는 마지막 불꽃을 남기고 기나긴 슬럼프에 빠져들게 되었고

  물론 KTF 팀의 팬이었던 나는 그에 대한 팬심의 끈은 놓지 않았지만 그다지 관심이 가는 선수는 못 되었다.

  그리고 그는 공군에 입대하였고 나는 생각했다.

  "홍진호도 결국 이렇게 가는구나."

  그러나 그는 달랐다. 기존의 공군에 갔던 올드게이머들과는 뭔가 달랐다. 그는 공군에서 프로게이머로써 다시 한 번 불꽃을 선보였다.

  어찌 잊을 수 있으리. 저그잡는 프로토스 택신 김택용과의 단장의 능선에서의 그 폭풍을.

  어찌 잊을 수 있으리. 동족잡는 저그 이제동네신 이제동과의 매치포인트에서의 그 플레이그 한방을.

  하지만 그는 전역 후 KT로 복귀한 지 채 몇 달 만에 들려온 홍진호의 은퇴소식은 나를 조금은 괴롭게 했다.

  처음부터 그의 팬도 아니었고, 그가 공군에 가서야 진정으로 그의 팬이 된 내가 너무도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스타 얘기할 때 항상 그의 5회 준우승을 언급하며 그를 까고 일순간의 놀림감으로 생각해왔던 지난 날의 내가 한심했기 때문이다.

  최근에 저는 해운대 특설무대에서 펼쳐진 임진록 리턴즈 경기에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그를 보았습니다.

  10년을 봐온 스타판에서 그를 처음 안 지 한참이 지나서야 그의 진정한 팬이 된 저는 그를 보았습니다.

  아주 가까이에서 그를 보았고, 차마 민망하여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했지만 아마 난 이런 말을 하고 전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당신을 진짜로 존경합니다. 이번만은 거짓이 아니라고요."

  스2로 다시 돌아온 Y에게 H가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진짜로 당신을 존경한다고.

  진짜로 당신의 팬이 되었다고.

  추신. 글 중간중간에 선수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고 그냥 홍진호라고 적은 부분이 있는데 이는 문맥 상에 어색함을 줄이고자한 글쓴이의 의도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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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14 00:46
수정 아이콘
저도 진호선수 응원글 하나 쓰려고 했는데 늦었네요
홍진호선수가 스타2로 가던지 제 3세계로 가던지 관계없이 응원하겠습니다.
Jeremy Toulalan
11/08/14 12:39
수정 아이콘
황신때문에 오픈?오프? 시즌 이후 끊었었던 스타2 다시 시청합니다. 격하게 흥해라 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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