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9/02/12 01:52:36
Name kEn_
Subject 손끝이 떨려온다.
'이길 수 있다.'

'이길 수 있다.'

'이길 수 있다.



'자, 이제 앞마당 뒤쪽 럴커 제거 했으니까, 빨리 나가자. 시간이 없다.'

'어? 뭐야, 센터에 병력이 별로 없네?'

'빨리 가자, 빨리 가자. 제발 좀 빨리 움직여줘.'



'앞마당이다. 이길 수 있어.'

'아, 이런 디파일러. 배슬이 잡히네. 스타포트 하나 더 늘려야겠다.'

'앗, 배럭이 쉬고 있었네.'



"아, 배슬 관리가 너무 안 되고 있어요! 김선기 선수!"

"다 잡은 승리가 손끝에서 스스르 빠져나가고 있네요! 안타깝습니다!"



'이길 수 있다.'

'이길 수 있다.'

'이길 수 있다.'

'그래, 빨리 가서 앞마당 조이고, 11시를 밀자. 시간이 없다.'

'어? 진짜 11시 밀었네? 진짜 이길 수 있어!'

'아, 손이 너무 떨린다. 아, 배럭 또 쉬고 있었네.'



"김선기 선수! 아아아아아아!"

"그래도 이제동 선수 3시 돌아갑니다. 3시 돌아가면 몰라요!"



'아, 3시 멀티했구나, 이길 수 있었는데.'

'눈이 따갑다.'




"GG!"




저는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믿지 않습니다.

최선을 다했다는 말은,
패배자가 자신의 패배에 변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2009년 2월 11일 오후 4시 무렵,


저는
최선을 다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그는
졌습니다.


'이제동 승, 김선기 패'
남는 것은 이것뿐입니다.


반응속도가 떨어지는 나이와,
특수한 환경,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커리어,

물론 저도 문자중계창에
'김선기 선수라니요! 김선기 선수라니요!'
라고 남겼습니다.



이 게임을,

지금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고, 패배감에 빠져있는 분들께,

바칩니다.



단지 게임이라고 비웃으셔도 좋습니다.

우리가 처음 만들어냈고, 10년 가까이 지켜나가고 있는 이 판이



저는 자랑스럽습니다.

계속 누리고 싶습니다.

제 아들에게 자랑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눈물과 웃음이 아로새겨진, 우리들의 자랑거리라고.



김선기
프로게이머
출생 1982년 3월 12일
소속 대한민국 공군 ACE
수상 스카이프로리그2004 MVP


동갑이자 공군후배인 김선기 선수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테란의 횡재
09/02/12 01:55
수정 아이콘
김선기 선수 화이팅입니다!
09/02/12 02:00
수정 아이콘
오늘 경기는 김선기 선수 입장에서 볼 때 너무 아쉬운 경기가 될 듯. 상당히 많은 준비를 한 것이 눈에 보이는 경기였습니다.
오가사카
09/02/12 02:04
수정 아이콘
저그빠인 저도 열심히 응원했건만 안타깝더군요...
제대후를 위해서라도 이번이 최고의 기회같았는데요
밀로세비치
09/02/12 02:05
수정 아이콘
11시 멀티 밀었을때... 온몸에 소름과 함께 눈가에 눈물 한방울이...
스타카토
09/02/12 02:07
수정 아이콘
손가락으로는 김선기선수..한계가 보이네요...라고 치고있지만.
마음속에서는 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이라고 되뇌었던..
정말 속이탄다는것이 이런것이구나..라는것을 너무나도 느꼈네요..
양산형젤나가
09/02/12 02:14
수정 아이콘
김선기 선수와 더불어 공군 ACE 선수들 좀 더 힘 내주길...
09/02/12 02:39
수정 아이콘
사실 김선기 선수가 나오는 순간부터 '이경기 졌네... 경기력 정말 안좋던데' 이러면서
볼륨을 0으로 해놓고 KTF 경기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동 선수의 앞마당이 터져나가고 어느샌가 11시가 밀리고...
경기 시작 전의 제 생각을 후회하게 하더군요
정말 이런 게 투혼이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마린이 스팀 안 맞고 싸워도 베슬 한부대가 잡혀도 ome라고 도저히 말할 수 없는 경기
e스포츠가 아니라 그저 게임이라 해도
저는 그 게임을 보면서 스포츠 이상의 감동을 받았습니다

라고 진지하게 써놓고 외칩니다
에게로~
김선기 선수가 그저 패자로 기억되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희숙
09/02/12 03:03
수정 아이콘
우와..이건뭐..이경기본사람들이 읽으면 대박이겠네요. 멋집니다.
산들바람-
09/02/12 03:56
수정 아이콘
아...김선기 선수 ㅠ_ㅠ
마린이 스팀 안 맞고 싸워도 베슬 한부대가 잡혀도 ome라고 도저히 말할 수 없는 경기 (2)

다음엔 꼭 이기고 환하게 웃는 모습 보고싶습니다.
파이팅!
네이눔
09/02/12 05:27
수정 아이콘
저도 '이길 수 있다'를 계속 되뇌이며 지켜봤는데 많은 분들이 그러셨던것 같군요.

김선기 선수 힘 내시길.. 화이팅~
화이트푸
09/02/12 06:03
수정 아이콘
언제부턴가 김선기 선수하면 '아~ 아무리 열심히 해도 힘들겠네' 라는 생각이 지배적였습니다.
엔터 더 드래곤이라던지 수많은 명경기를 만들어낸 장본인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지요(물론 패자쪽 어떻게 보면 김현진 감독과 유사함을...)

여전히 힘들꺼라고 말하지만 요즘 김선기 선수의 노력이라던지, 공군의 팀내 분위기라던지(신병이 많이 있고 개인선수의 승도 챙기기 때문)
많이 좋은쪽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요즘은 희망을 갖아보곤 합니다. 이것이 희망고문이 될지도 모르지만
김선기 선수 혹은 공군 선수들에게 그 희망을 갖습니다...

다음번에는 좀더 심신을 단련해서 나와줬으면 합니다.
이철순
09/02/12 06:09
수정 아이콘
김선기 선수 힘내세요 ^^

충분히 최선을 다했습니다...

갑자기 찡하네요..
09/02/12 09:00
수정 아이콘
저번 이영호선수와의 경기도 그렇고 김선기선수 최근 경기력이 패배하긴 했습니다만 점점 향상되고있다는 느낌이..

어제의 경기는 정말 투혼이 보이는 멋진 한판이었습니다.
youngwon
09/02/12 09:06
수정 아이콘
김선기 선수가 이 글을 봤으면 좋겠네요.

저도 경기 내내 마음이 찡했습니다.

김선기 선수, 화이팅!
09/02/12 11:04
수정 아이콘
전 이제동 선수 팬이라 맘 놓고 있다가 제대로 긴장했습니다;
특히 10시쪽 밀리고 본진에 파뱃이 들어왔을 때는 그냥 심장이 덜컥;
souLflower
09/02/12 11:07
수정 아이콘
이제동 선수를 정말 좋아하지만 이 경기만큼은 김선기 선수를 응원하게 되더군요

제가 본 김선기 선수의 저그전 중의 졌지만 가장 멋진 경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개구리마마
09/02/12 11:15
수정 아이콘
이글을 보니까 다시 눈물이 날것같습니다ㅠㅠ
마린이 스팀 안 맞고 싸워도 베슬 한부대가 잡혀도 ome라고 도저히 말할 수 없는 경기 (3)
김선기선수 화이팅!!!!
Kiling본좌
09/02/12 13:10
수정 아이콘
마린이 스팀 안 맞고 싸워도 베슬 한부대가 잡혀도 ome라고 도저히 말할 수 없는 경기 (4)
그의 경기엔 투혼이 있었어요..

내일의 죠에서 고로마키 곤도가 야부키 죠에게 했던 대사가 생각나네요.
'난 이기고 지는걸 보지 않는다. 선수의 파이팅을 본다. 야부키의 파이팅은 어떤 시합이든 최고다.'

어제 김선기 선수의 파이팅은 최고였습니다.
09/02/12 14:52
수정 아이콘
화면 속에 비치는 그대는 흘러내리는 땀으로 말하죠. 세상 누구보다 빛나는 모습을. 기억해요. 숨겨진 눈물까지-

UN - Good Luck 2U 中
쿠로사키 이치
09/02/12 16:49
수정 아이콘
11번째 추천입니다.
09/02/12 18:22
수정 아이콘
3000회의 조회수보다 20개의 리플이 아름다워 보입니다..
이글에 21번째 리플과 17번째 추천을 날릴수 있게 해준 김선기 선수 고맙습니다..
09/02/13 00:12
수정 아이콘
댓글 달아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과도한 칭찬을 받아 어쩔 줄을 모르겠네요. 허허

김선기 선수 역시 앞으로 하는 모든 일이 잘 풀렸으면 좋겠네요.

가깝게는 프로리그 1승! 기대하고 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6946 전율 그 이상을 느끼다 [12] 김재혁7001 09/02/12 7001 0
36945 손끝이 떨려온다. [22] kEn_7259 09/02/12 7259 23
36944 ACE 게시판으로 가야할 글 추천해주세요 [14] Timeless4208 09/02/09 4208 2
36943 마재윤 선수에 대한 저의 기억들 ... [9] 서현우5365 09/02/12 5365 0
36942 이영호 선수 너무 잘하네요,... [22] La_Ciel5475 09/02/12 5475 0
36941 통계로 보는 스타크래프트 [51] 김연우9600 09/02/12 9600 50
36940 서기수 선수의 경기 중 오류에 대한 공식적 기사가 나왔네요. [27] 얼음날개6389 09/02/11 6389 0
36939 프로리그. 그냥 다 위너스리그로 해버리자! [56] Cand7894 09/02/11 7894 1
36938 [스타리그] BATOO 16강 3회차 (2) [204] 캐럿.4613 09/02/11 4613 0
36937 [스타리그] BATOO 16강 3회차 [239] 캐럿.4571 09/02/11 4571 0
36936 위너스 중간DB 도표 정리 [13] 프렐루드3953 09/02/11 3953 1
36935 위너스리그와 시청자. [56] 레이4812 09/02/11 4812 0
36934 오늘의 프로리그 - 화승 vs 공군 // STX vs KTF (4) [241] 별비5219 09/02/11 5219 0
36933 오늘의 프로리그 - 화승 vs 공군 // STX vs KTF (3) [374] 별비4510 09/02/11 4510 0
36932 오늘의 프로리그 - 화승 vs 공군 // STX vs KTF (2) [256] 별비4321 09/02/11 4321 0
36931 스타리그 36강에 대한 때늦은 생각 [19] TaCuro4504 09/02/11 4504 0
36930 오늘의 프로리그 - 화승 vs 공군 // STX vs KTF [325] 별비4930 09/02/11 4930 0
36929 위너스리그 중간 DB [9] 얼음날개4890 09/02/11 4890 0
36928 그들은 얼마나 기억될까? [16] 오만과나태5276 09/02/11 5276 0
36927 에이스가 없다는 강점.. [30] KanRyu7164 09/02/10 7164 0
36926 당시 WP랭킹으로 보는 06~08년 스타리그,MSL 리그 순위 [6] 중견수5180 09/02/10 5180 0
36925 오늘의 프로리그 위너스 리그-온게임넷vsEstro/CJvs위메이드(2) [270] SKY925330 09/02/10 5330 0
36924 6룡시대 미공개 짤 모음 [24] 최후의토스8374 09/02/10 8374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