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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2/11 02:39:24
Name 오만과나태
Subject 그들은 얼마나 기억될까?
게임을 통해 승부를 결정하는 이 재미있는 두뇌스포츠의 역사가 정말 오래 쌓인다면.
그래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자주 회자되었던 선수들마저 점점 잊혀지는 시대가 온다면.
어떤 선수들이 사람들에게 기억될까요?

사람들은 축구선수들에 대해 말합니다.
레전드는 기억된다고.
펠레, 마라도나, 호나우도, 지단은 잊혀지지 않을거라고 합니다.

의도치 않게 소위 말하는 떡밥을 던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전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다면 저 축구선수들처럼,
이 곳에서는 어떤 선수들이 기억에 남을 지 정말 궁금합니다.
꼭 최고의 성적을 냈던 선수들만이 기억될까요?
전략의 파급력이 강했던 선수들은 어떨까요?

오랫동안 프로게이머들을 지켜봐오신 피지알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전 이 선수들만은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강도경, 홍진호, 조용호, 박성준, 마재윤, 이제동.
김정민,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
기욤, 김동수, 박정석, 강민, 김택용.

이 15명의 선수들은 후배 게이머들의 잠재의식 어딘가에 남아,
먼 후세에 체육종목이 되어 더 과학적인 훈련방법과 더 많은 팬들이 시청하는 그날에도.
영혼이 되어 그들의 플레이를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많은 분들이 말할 겁니다.
아니 왜 내가 응원하는 선수는 없냐고.

저그에 운신인 박태민은 어디있으며, 사우론의 계승자 최진우는 어디있냐고.
가난한 저그 플레이어의 잠재의식 속에는 변성철이 있는 것은 아니냐고.
봉준구의 무탈과 장진남의 저글링, 박경락의 드랍은 어떠냐고.
조진락변태준에서 끝까지 소울의 정신이었던 변은종.
드론의 주진철, 공격과 마법의 임정호는 잊혀진 것이 아니라고.

변길섭은 불꽃은 영원히 타오르며, 서지훈의 한방은 아름다웠다고.
조정현은 건담러쉬 하나만으로도 기억될 것이라고.
스타의 전략은 이기석이 보여준 것 아니냐고.
김대기와 김창선의 메카닉 정립과 김대건의 스피디한 메카닉은 기억이 나지 않을거냐고.
최종병기인 이영호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선수이지 않냐고.

마우스 오브 조로 최인규와 처절테란 베르뜨랑은 어떠하냐고.

한방과 스톰의 달인이자 정석 프로토스의 진수인 임성춘이 프로토스에서 빠질 수가 있냐고.
원조 삼대토스의 한 축에는 송병석이 있다고.
구 사대토스의 축이었던 악마 박용욱과 세레모니 전태규는 어디있냐고.
신 삼대토스를 벗어나 자신들만의 길을 개척한 오영종, 박지호, 송병구를 빼놓으면 섭섭하다고.
옵드라의 강력한 완성자 이재훈은 어디있냐고.
리버 장인 김성제까지는 이야기하자고.

아 전 이 모든 선수들을 좋아하고,
스타의 역사 속에서 위 15명의 게이머들보다 개인적으로 훨씬 좋아하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빌드에 공헌을 했다는 측면에서도 말이죠.

허나 스타의 전략전술에는 수많은 게이머들이 영향을 미쳤고,
10년이 넘은 리그에서 수많은 우승자들이 탄생했습니다.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많은 업적을 남긴 게이머들이 우승자라고 해서, 기발한 빌드를 개발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의 기억에 남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위의 15명의 게이머는 이 두뇌 스포츠가 계속 될 동안 잊으려고 해도 안 잊혀질 존재들이라 생각됩니다.

일단 저그 게이머들만 나열해봅니다.

*강도경 - 저그의 대부분의 빌드와 전술을 방송 경기에서 확립시킨 선수. 기본적인 저그의 개념은 강도경에게서 왔다. 저그의 드론타이밍, 버로우 저글링, 히드라-러커 쌈싸먹기, 저글링-스컬지, 각종 꼼수들. 강도경이 없었다면 저그라는 종족은 마음가는 대로 플레이하는 단지 느낌만이 있는 종족이 되지 않았을까. 얍삽하다는 심리전과 배짱은 그의 유닛 하나하나에서 볼 수 있다.
+가장 저그다운 플레이어.
+그에 관한 최고의 논란거리 - 최초의 저그 우승은 강도경인가 박성준인가?
+박성준이 우승했을 때, 홍진호의 팬들이 아쉬워했던 것처럼, 홍진호가 잘나갈 때, 강도경의 팬들도 아쉬워했다는 사실.

*홍진호 - 저그에게 센스가 무엇이고, 저그유저라면 그 센스가 타고나야 한다는 것을 몸소 가르쳐준 장본인. 테란유저들이 김정민을 보고 배우지만 따라할 수 없는 플레이의 임요환에게 열광했고, 플토유저들이 임성춘을 보고 배우지만 신묘한 플레이의 김동수에게 열광했듯이 저그 유저들은 강도경을 통해 배우고, 홍진호에게 놀랐다. 저그대 저그에서 저글링 2마리 숨겨놓기, 테란전에서 히드라 숨겨서 러커변태, 폭풍스타일. 테란은 가난한 저그가 잡는다는 공식을 세뇌시킨 장본인.
+저그이지만 가장 저그답지 않은 플레이어.
+사람들이 그의 플레이를 따라하고 싶어했지만 따라할 수가 없었다.

*조용호 - 목동스타일로 저그 빌드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다. 이제 저그는 하이브다! 저그의 숙명을 배제하는 홍진호식의 계보와는 달리 정통적인 저그안에서의 혁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스스로 진화한 저그는 그 로망인 유닛의 수와 고급테크트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박성준 - 최초의 저그 우승자. 저그의 콘트롤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다. 마린 콘트롤에 녹아내리던 저글링-럴커를 무섭게 진화시키고, 무탈은 죽지않는 유닛이 되어버렸다. 저그에게 타이밍이라는 무기를 장착시켰고, 저그 유저가 침착한 성격으로 무장하면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마재윤 - 3해처리로 저그 빌드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다. 운영과 심리전, 정찰이 극대화 되었을 때 다른 종족을 가지고 놀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저그를 레어단계에서 하이브단계로 완전히 진화시켜주었다는 것이 가장 큰 업적이 아닐까.

*이제동 - 저그의 콘트롤과 피지컬이 극한으로 가게 되면 새로운 경지가 열린다는 것을 알려준 장본인. 테란, 플토보다도 저그라는 종족이 콘트롤이 극대화 될 때 완전히 다른 종족으로 변모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현재 진행형.

후, 여기까지가 제 글이 될 것 같네요.
저 15명의 플레이어가 왜 기억될 것인지에 대한 이유를 써놓고 싶은데, 사실 많은 분들의 의견이 다들 것 같기도 하고.
너무 글이 길어진 관계로 테란게이머들과 플토게이머들은 피지알러들에게 평가를 맡기고 싶네요.
피곤해서 홍진호 선수 밑으로 제대로 못썼네요. 댓글들로 내용을 보충해주세요. 흙.
용두사미 죄송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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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_TheMarine
09/02/11 02:56
수정 아이콘
다른건 다 공감하는데 저그최초의 우승자는 강도경선수가 맞죠.
이윤열선수를 걸고 넘어지는 것 같아서 좀 그렇지만 메이저대회 그랜드슬램도 인정하듯
강도경선수의 우승도 인정해줬으면 합니다.
겜티비가 당시 선수들에게 홀대받았던 것도 아니고 선수들 입으로도 준비많이 해서 나간다고 했는데
왜 인정을 안해주는지..
다만 역사가 짧아서?? 겜티비를 이벤트대회라고 한다면 그랜드슬램도 그랜드슬램이 아니겠죠.
그냥 양대리그 우승에 이벤트대회우승겠죠.(현재 곰클처럼 말이죠.)
09/02/11 03:01
수정 아이콘
여지껏 저에게 가장 스타일리시한 테란은 김동준 선수였습니다.
본진이 털리든 유닛이 있든 없든 무조건 공격 공격 또 공격. 그 고유의 스타일 덕분에(?) 많이도 졌지만 정말 열광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우주공격테란!
Ace of Base
09/02/11 03:11
수정 아이콘
Go_TheMarine님// 최초 우승이 맞죠.
박성준 선수보고 저그 최초 우승이다하는건 스타리그구요.

과거 시절에 스타리그가 독보적일때(OSL이라 불릴때)는 저그 첫 우승자에 목말라 있었고
박성준 선수가 해냈죠.

그때 첫우승 첫우승 하던게 여태까지 흘러왔나봅니다.
얼음날개
09/02/11 03:48
수정 아이콘
저는 개인적으로 강도경 선수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만 (좀 늦게 보기 시작해서..) 다른 저그선수들에 대한 생각을 간단히 적어봅니다.

홍진호 선수를 평한다면 저그에게 가난하지만 날이 바짝 서 있는 전투의 센스를 가르쳤고
조용호 선수를 평한다면 저그로 하여금 부유하게 성장하여 테크와 물량으로 압도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박성준 선수를 평한다면 저그의 전투력을 컨트롤과 타이밍을 통해 극한으로 끌어올렸고
마재윤 선수를 평한다면 저그도 전술적 움직임과 운영으로 타종족을 가지고 놀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이제동 선수를 평한다면 아직 저그가 전술적으로도, 전략적으로도 더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겠습니다.

써놓고도 뭔 소린지. -_- 역시 라이트 유저의 한계란 ㅠ
하리하리
09/02/11 09:23
수정 아이콘
우리가 항상 이제 더이상 올라갈곳이 없다고 할때

저들은 항상 한단계 더 올라가서 우리를 감동시켰죠

그게 얼마나 갈진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그럴겁니다
설탕가루인형
09/02/11 09:34
수정 아이콘
스타판 전체를 놓고 보면 최초 우승은 강도경 선수가 맞다고 봅니다.
겜티비가 예선과 본선 진출자를 보면 그 수준을 알 수 있죠.
게다가 이벤트전이냐 아니냐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인 출전 방식도
초청이나 추천이 아닌 예선전을 치르고 본선에 올랐기 때문에 메이져대회라고 보는게 맞을 것 같네요.
응큼중년
09/02/11 10:00
수정 아이콘
나이가 들어 노년이 되어 나의 젊은시절을 회상할때, 떠오를 얼굴들이라 생각합니다...
모르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여기 계신 분들은 다들 마찬가지일 듯 싶네요...
구경플토
09/02/11 10:39
수정 아이콘
강도경 선수도 이젠 많은 팬들에게 낯선 이름이 됐군요.
저그대마왕 강도경...후~
Vonnegut
09/02/11 10:48
수정 아이콘
그리운 선수들을 많이 언급해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잊지 않고 다 기억할게요.
09/02/11 12:24
수정 아이콘
테란 -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
저그 - 홍진호 마재윤
토스 - 강민 김택용

개개인의 주관에 다를수 있겠지만 이 7명의 선수들은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기억될거라고 단언합니다;;
09/02/11 12:26
수정 아이콘
근데 겜티비 리그는 우승상금이 너무 적어서 더 무시당하는 측면도 있죠...500, 600만원이었나?

단 하루만에 끝났었던 비기배 사대천왕전도 1등한테 1000만원 주었다는 측면을 생각하면...

그리고 방송관계자들이 메이저 대회라고 간혹 언급하기도 했었지만 대부분의 팬들 입장에서는 메이저가 아니었죠...

팬들 입장에서는 응원하는 선수가 4강, 우승하면 좋고...예선 탈락하더라도 좀 아쉬울 뿐인 대회...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잘 모르는 대회랄까...아!!! 그런 대회도 있었어?

겜티비 1차리그 우승자 한웅렬 선수를 엄재경 해설위원이 이 선수 그래도 우승자 출신입니다...하고 언급할 정도였죠;;

또한 겜티비가 4차리그 정도쯤 좀 관심받기 시작할려는 찰나에 망해버렸죠...

저도 그때쯤부턴 나름 관심을 가지고 예선 현황도 보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4차리그는 임요환, 이윤열, 서지훈, 최연성(삼강테란과 폭주를 막 시작할려고 하던 한선수) 이 4명이 다 진출해있어서 와~재밌겠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09/02/11 12:29
수정 아이콘
15명에 서지훈선수 박용욱코치 오영종선수가 들어가지 않는다는건 저와 다르군요.

초창기로 돌아가면 강도경코치보다는 이기석씨가 많이 생각이 나더군요.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최강자로 회자됬었고 '코넷아이디 쌈장'이라는 당시에 파격적인 CF, KPGL연속 우승등등
일요일 아침마다 하는 itv랭킹전에서 이기석씨가 우승을 못해서 얼마나 아쉬웠던지..
당시에 워낙 테란고수가 희귀해서 테란프로게이머의 경기를 많이 보고 싶기도 했었고요.
용호동갈매기
09/02/11 12:34
수정 아이콘
겜큐가 사라진것이 참 아쉽네요
그당시에 있어서는 최고의 대회였는데요 참고로 제2차 겜큐스타리그 우승자가 변성철 선수였죠.^^ 준우승자가 정영주 선수고

확실히 예전에 선수들마다 각각 스타일이 있었던 때가 그립기도 합니다.
우주최고의 공격수 김동준, 우주방어 테란 유병준, sk테란의 김슬기, 엽기전략의 김대기 , 교과서 메카닉 테란 김대건(메카닉 승률이 항상80%라고 엄해설이 말씀하시던) , 마법저그 임정호
!ArMada!
09/02/11 12:57
수정 아이콘
근데 겜큐나 겜티비가 메이져리그라면,, 곰클래식도 메이져리그라고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이런생각이 들긴 합니다.

솔직히 곰클래식이 리그식으로 치뤄지는거나, 꾸준히 열리는 점, 그리고 상금규모면에서 메이져라고 해도 손색없지 않습니까?

다만 밥그릇 문제땜에 협회와 방송국의 견제를 받고 있을 뿐이지. 일부 팀이 참여안한것도 협회와 방송국의 견제때문이지,
곰클래식 자체에서 막은것도 아니고요.
카르타고
09/02/11 17:14
수정 아이콘
!ArMada!님// 곰클래식정도면 이제서서히 메이저라불러도될꺼같은데 문제는 모든선수와팀이 참가를안하죠
선수들도 4강정도가지않는이상 준비도 잘 안해오는것같더라구요 이성은vs이신형이였던가요 이성은선수에게 실망많이했던기억이...
Who am I?
09/02/12 16:56
수정 아이콘
가끔 이리 기억을 되살려주는 글이 전 왜이리 좋은가 모르겠네요. 으하하하-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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