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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1/17 17:22:35
Name 피터피터
Subject 위너스 리그로 넘어오면서 바뀐 감독의 역할.
오늘 경기를 보면서 느끼는 점은 프로리그가 완전히 야구와 같은 흐름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기존의 프로리그 방식에서 감독의 역할은 야구보다는 솔직히 축구와 가까운 점이 많았습니다. 팀 포메이션을 정하고, 정해진 포메이션의 선수에게 어떤 플레이를 할지를 지도하면서, 상대선수의 움직임을 미리미리 예측하고 그것을 대응할 수 있는 훈련을 시키는 방식이 기존의 프로리그 방식이었습니다. 현장에서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었고 에이스결정전에 가서야 최종적으로 한번의 선수결정을 무작위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것은 축구의 선수교체와 무척이나 닮아있었습니다.

즉 감독이 하는 일이란, 상대 선수들의 엔트리를 예측하고 이쪽의 엔트리를 만드는것, 그리고 나가기로 한 선수의 전략을 다듬어 주는것, 그리고 선수들의 컨디션을 조절하고 유망주들을 발굴해내는것이 감독의 주된 역할이었지만, 대신 현장에서의 감독의 용병술은 경기결과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팀리그로 경기방식이 바뀌면서 이제 감독이 해야할일은 더이상 축구감독의 그것이 아닙니다.

기존에는 이미 선수와 맵이 정해진 경기를 경기당일에 와서 한경기씩만 하는 것이기에 감독보다는 선수의 역량이 팀의 승패에 큰 영향을 끼쳤었다면 이제 팀리그에서는 감독이 내리는 순간순간의 결정, 즉 엔트리와 작전에 의해 팀의 승패가 결정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분위기가 넘어가고 넘어오는 파도타기... 이것은 위기 뒤에 찬스, 찬스 뒤에 위기라는 야구의 분위기와 너무나 닮아있기에 감독들은 작전을 구사할때 그 작전의 성공과 함께 실패할 경우의 수도 함께 돌아봐야하는 부담을 껴안게 되었고, 이제는 관리보다는 현장의 상황판단능력이 감독으로서 더 요구되는 자질이 되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보듯이 팀리그는 승자연승 방식이기때문에 선수들이 분위기를 많이 탑니다. 첫경기를 제외한 나머지의 모든 경우에서 맞대결하는 두선수는 같은 조건에서 싸우는 것이 아닙니다. 1승이라도 한 선수는 최소한 자기할일은 한 것이기에 경기를 할 수록 편안함을 느끼고 몸이 풀려가는 반면, 새롭게 투입되는 선수는 일단 연패를 끊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지고 선수석에 들어서기때문에 경기내용이 딱딱해지기 쉽습니다. 그렇기에 연패를 끊기위해 경기에 나서는 선수에게 감독은 작전지시를 분명히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미리 경기내용을 예측하고 어떤식으로 경기를 풀어가라고 지시를 분명히 해주어야 선수가 패배에 대한 부담감을 그만큼 적게지게 될 것입니다.

선수가 최종적으로 등장한 4번째 선수가 아니라면 승자연승방식에서는 2승 이상을 한 이후로는 경기를 하는 선수가 리듬을 타기가 참 쉬운 시스템입니다. 자기뒤에 아직 선수가 남아있고, 내가 2승을 올렸다 그러면 3승부터는 조금더 과감한 빌드를 사용할 수 있고, 지더라도 상관없다는 마인드가 경기의 질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준다는 것이 오늘 경기를 본 개인적인 소감입니다.

모든 선수를 활용할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경기에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4장뿐입니다. 오늘 공군의 경기를 분석해보면 플토만 자그만치 3장의 카드를 사용했습니다. 왜냐하면 최연성이라는 카드가 테란이었기 때문이죠. 공군은 현재 이주영, 한동욱, 오영종이 팀의 핵심전력입니다. 그렇다면 2경기에서 왜 박대만을 내놓았는지는 뻔합니다. 테란을 잡기 위해 플토카드를 사용하면서 자신의 에이스카드는 경기 후반까지 남겨두고 싶다는 감독의 안일한 생각이 그런 결정을 하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결정이 결국 자신의 저그 에이스 이주영 카드를 봉인시켜버렸죠. 에이스를 선발로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마무리로 사용할 것인지는 판단을 잘 내려야하겠죠. 그런점에서 오늘 공군의 감독점수는 후하게 주기는 힘들듯 하네요.

반면 오늘 KTF는 자신의 에이스 앞에 믿을맨 저그 박찬수를 내보내서 ALL KILL이라는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박찬수 선수가 위치한 자리 에이스 바로 앞에 포지션... 내가 지더라도 뒤에 아직 에이스가 남아있다는 안정감과 함께 1승, 2승을 쌓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마음의 여유로 인해서 송병구와 이성은을 잡아내는 박찬수의 플레이는 엄청나게 자유로웠습니다.

저글링 난입이후 가난한 플레이로 스컬지와 뮤탈을 조합하여 플토를 잡아내는 박찬수의 플레이는 지금까지 한번도 보여준적이 없는 유연성이 돋보였고, 이성은을 잡아내는 럴커, 저글링, 뮤탈의 콤보 플레이는... 이런 플레이를 기존에 박찬수 선수가 한적이 있나?하는 의문이 들만큼 환상적이고 멋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기존에는 보여준적이 없는 박찬수선수의 패턴이라는 것이 이성은 선수를 당황하게 만들었고, 마지막 주자로 나온 이성은 선수는 기습적이고 변칙적인 플레이보다는 어쩔수없이 안정적인 플레이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그의 장점들을 모두 빼았어간 느낌으로 경기에 반영되었습니다.

허영무선수 다음에 차명환 선수를 배치한 김가을 감독의 선택은 차명환선수가 9승1패의 저저전의 기세가 좋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름 타당해보이는 선수기용이라고 느껴지지만, 그것이 최선의 한수였다고는 전혀 생각 되어지지 않습니다. 왜 차명환 선수 다음에 송병구선수를 메두사에 내밀고 최종적으로 이성은 선수를 안드로메다에 내놓은 것일까? 송병구와 이성은 선수가 보여준 플레이는 전혀 준비된 플레이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베이스 빌드를 바탕으로 하는 운영만을 생각하고 경기에 나서면서 오히려 박찬수 선수의 노림수에 당해버리고 말았죠.

차명환 대신 이성은이 러시아워에 나갔다가 졌다고 할지라도 메두사에서는 그럼 차명환카드를 사용하면 되고, 그 카드마저 밀리면 안드로메다에서 송병구가 박찬수 선수를 상대로 승부를 노려보고 최종적으로 추풍령에서 송병구와 이영호가 일전을 치루게 된다면 그 전장에서 송병구가 이영호에게 반드시 불리한 경기를 하게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왜 차명환 카드 다음에 송병구, 이성은의 콤보카드를 내민것일까?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 김가을 감독의 용병술을 이해하기가 힘들군요.

오늘 공군도 만약에 오영종이 3번주자였으면 김택용선수와 저는 더 좋은 경기가 되었을거라는 느낌이듭니다. 마지막 뒤가 없는 상황에서 역올킬은 항상 불안불안 할 수밖에 없고 오영종의 최종경기는 그런 불안감이 조금은 묻어나는 경기였다고 봅니다. 하지만, 만약 그 상황에서 김택용이 무너졌다면 오늘 2경기에서 임요환을 기용한 T1감독의 결정은 경기내용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그리고 만약 최종 7경기에서 도재욱과 오영종이 붙었다면 기세와 분위기상 누가 더 과감하고 공격적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요? 실력은 현재 도재욱이 더 좋다지만, 기세를 탄 오영종과 불을 끄기위해 급하게 소방수로 올라온 도재욱은 누가 더 가망성이 있는 걸까요?

제 생각에는 팀리그방식에서는 사소한 변수라도 그 변수를 제어하는 쪽으로 감독이 선수를 기용해야하지, 도박을 즐기는 쪽으로 선수를 기용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기세를 탄 선수들의 플레이는 기존의 데이터를 훌쩍 뛰어넘는 돌발변수로 승패를 완전히 뒤집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부터 감독들은 항상 자신의 작전이 실패했을때 오는 모든 리스크를 감안하고 선수를 기용해야 할 것이며, 작전을 성공시킨다면 칭송을 받을 것이지만, 자신이 생각한 작전이 실패하여 그 영향이 팀의 패배로 직결된다면 이제는 선수보다는 감독이 까이는 분위기가 팀리그방식에서는 더욱 만연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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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gnito
09/01/17 17:28
수정 아이콘
말없이 추천합니다. 글 정말 잘쓰시네요.
09/01/17 17:29
수정 아이콘
제 생각에 오늘 케텝 엔트리는 빵점입니다.
왜냐하면 눈에 보이는 엔트리였거든요.
원투펀치를 뒤에 배치하고 플토를 잡기위한 저그기용...
오늘 승리한 것은 박찬수 선수의 놀라운 경기력 때문이지, 엔트리덕은 전혀 보지 못했죠.
애국보수
09/01/17 17:30
수정 아이콘
밴치에 있는 이영호 선수를 견제하기 위해서 삼성이 이성은 카드를 아낀겁니다. 결과적으로는 패착이었지요.
Incognito
09/01/17 17:30
수정 아이콘
피나님// 내 귀가 얇은건가; 님 말씀도 동감합니다.
WizarD_SlayeR
09/01/17 17:32
수정 아이콘
피나님// 케텝엔트리가 빵점이었다라..
제생각엔 저런 엔트리말곤 답이없어보이던뎅..오늘 박찬수선수가 기적을만들어서 그렇지 사실상 원맨팀
완전연소
09/01/17 17:32
수정 아이콘
KTF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박찬수 선수를 3경기 대신 1경기에 배치했으면 더 좋았을꺼 같습니다.

오늘 배병우 선수가 들고 나온게 참 괜찮은 빌드였는데,

박찬수 선수의 좋은 뮤탈 컨트롤이었다면 더 여유있게 출발할 수 있었을테니까요.
진리탐구자
09/01/17 17:32
수정 아이콘
4번타자 무서워서 3번타자하고 정면승부하다가 홈런 맞은 격.
완전연소
09/01/17 17:34
수정 아이콘
진리탐구자님의 비유가 너무 멋지네요.
Kotaekyong
09/01/17 17:36
수정 아이콘
필력이 훌륭하십니다. 부럽네요~ 이런글 저도 써보고싶습니다..^^
피터피터
09/01/17 17:36
수정 아이콘
피나님// 네, KTF의 엔트리가 좋았다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상대적인 것이죠.

분위기가 안좋은 KTF의 입장에서 아무리 이영호가 있다지만, 3경기까지 내주게 되면 이영호선수의 부담감이 너무 커지죠. 최근까지 박찬수선수의 프로리그 분위기가 안좋았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아무리 상성종족이라지만 저그카드만 내리 3장을 쓸것인가? 아니면 이정도에서 에이스를 내보낼 것인가 하는 것은 감독으로서 큰 결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이영호선수를 뒤에 두고 박찬수 선수를 기용한 것이 대박을 터뜨렸고, 그것이 감독이 전적으로 의도한 바는 아닐지라도 옳은 선택이 되어 분위기가 KTF쪽으로 넘어왔죠. 아직 이영호가 뒤에 있다는 부담감 대신 이영호 선수가 3경기에 나왔다면... 삼성쪽에서는 이영호선수만 잡으면 KTF는 뒤가 없어... 이런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을테고 경기결과도 반드시 이영호선수의 올킬로 이어졌을거라고 예상하기 힘들지 않은가요?
09/01/17 17:36
수정 아이콘
바뀌어진 -> 바뀐 수정 바랍니다.
09/01/17 17:36
수정 아이콘
피나님// KTF 선수층이 얇아서 어떻게 짜도 뻔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네요.
피터피터
09/01/17 17:38
수정 아이콘
時水님// 감사합니다.
09/01/17 17:40
수정 아이콘
피터피터님// jipll님// 플토를 잡기위해 저그를 냈는데 왜 박찬수 선수를 늦게 냈는지에 대한 평가입니다.
단순히 '원투펀치를 뒤에 배치하겠다' 라는 마인드가 아니었다면 2경기에도 충분히 나올 수 있었죠.
한장을 그냥 버리는 카드로 주는 격이었으니...

물론 고강민 선수가 지기위해 나온 것은 아니었겠지만, 에이스를 아끼는것이 상대팀 선수의 기세를 올려주는 결과가 나올수도 있습니다.
박찬수 선수도 그 덕을 봤다고 할 수 있겠죠.

뭐 결과가 좋으면 다 좋다고는 하지만요.
피터피터
09/01/17 17:46
수정 아이콘
피나님// 네 그렇습니다. 야구도 그렇고 모든 팀경기는 일단 승장이 모든 것을 가져갑니다. 몇번의 작전이 실패했더라도 최종적으로 승리를 가져가면 그 승장은 칭송받게 되는 것이고 (완전히 선수의 역량으로 승리를 가졌갔다 할지라도 승장은 왠만해서는 비난을 받는 일은 없죠.) 반면에 몇번의 작전이 성공했다고 할지라도 예상외로 선수들이 삽질을 해서 승리를 놓치게 되면 결국에는 그 선수를 기용한 감독이 욕을 먹게 되는 것이 이런 프로팀 경기의 속성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것은 도박과 비슷하죠. 최종적으로 이긴자가 다 가져가는 거라고 이해하시면 나름 속이 편하실듯.

그리고 오늘 경기는 삼성 김가을감독의 방심이 KTF의 올킬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허영무 선수가 2킬을 하고 난 다음에 차명환 선수를 기용함으로써 삼성은 엔트리가 완전히 꼬여버렸죠. 그런점에서 볼때 박찬수 선수가 2경기에 나왔다면 반드시 올킬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점도 생각은 해봐야 할것 같은데요.
목동저그
09/01/17 18:08
수정 아이콘
결과론적으로는 그렇게 되었지만 김가을 감독의 용병술이 그렇게 나빠보이지는 않더군요.
좀 뻔한 감은 있지만 이겼으면 그럭저럭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보였을텐데요.
밑힌자
09/01/17 18:10
수정 아이콘
멘탈적인 면이 보다 부각되는군요. 정말 이제는 야구같아졌다는 느낌이 드는데...
코세워다크
09/01/17 18:13
수정 아이콘
오늘 승리한 것은 박찬수 선수의 놀라운 경기력 때문이지, 엔트리덕은 전혀 보지 못했죠 (2)
피터피터
09/01/17 18:13
수정 아이콘
목동저그님// 네 이겼을 경우에는 엄청난 잭팟이죠. 삼성의 3에이스 외에도 차명환카드를 공고히 하게 되니까요.

하지만 그건 김가을 감독이 이길때 너무 크게 이길려고 한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포커를 할때에 초반에 좋은 카드가 들어오면 자기도 모르게 판을 크게 키우는 경향이 있죠. 나중에 크게 먹을려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 카드가 메이드가 안되면 오히려 크게 독박을 쓰게 되죠. 초반에 카드가 좋으니까 뒷카드도 반드시 좋게 들어올것이라고 생각하는것은 도박에서 가장 금해야 할 금기사항이죠.

그런면에서 오늘 김가을 감독의 엔트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좀 무리수였다는 느낌입니다. 이길때만 생각했다고 해야할까요? 졌을때 뒤로 이어지는 카드들을 보면 뒷수습을 너무 생각안하고 있었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네요.
피터피터
09/01/17 18:15
수정 아이콘
코세워다크님// 저는 오늘 엔트리가 박찬수 선수가 대박을 터뜨리는데 나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도세어, 도틀이라는 말들이 커뮤니티에 떠도는데.. 그것과 같은 효과라고 해야할까요? 너무 잘나간다는 생각에 김가을 감독이 순간적으로 방심하고 그것이 박찬수 선수의 기세로 이어져 오늘의 올킬이 나왔다고 저는 느껴지는데요.
papercut
09/01/17 18:24
수정 아이콘
대체적으로 오늘 엔트리는 거의 대부분 에이스를 뒤에 아껴두는 구성이었던 것 같습니다. 공군은 한동욱 선수 - 오영종 선수를, SKT는 김택용 선수, 그리고 나오지 않았지만 거의 확실하게 도재욱 선수를, KTF는 박찬수, 그리고 역시 나오지는 않았지만 분명 이영호 선수를, 삼성은 송병구 선수, 이성은선수를 3,4번째 주자로 보냈지요. 이건 아무래도 '에이스는 에이스로 잡는다.'라는 인식이 깔린 것 같습니다. 바꿔 말하면 괜히 에이스를 초반에 내보냈다가 스나이핑 당하면 상대 에이스를 잡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즉, 상대가 끝까지 몰려서 에이스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우리도 에이스를 내보내지 않겠다는 운영이었을까요.

가장 안정적인 운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삼성의 패배는 확실히 좀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저는 3라운드에서 삼성은 전승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에이스 카드를 4장이나 보유하고 있는 팀은 없습니다. 1,2,3펀치가 우열을 가릴 수 없을만큼 강한데다가 한 명 한 명이 거의 리그 정상급이고 4카드 차명환도 어지간한 팀에 가면 최소 2펀치 이상은 차지할 수 있는 성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적어도 차명환 선수가 '스나이핑'이라든지 '일단 이겨보자' 등의 카드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삼성 입장에서는 박찬수 선수와 동급으로 생각해도 이상할 게 없는 카드였지요.

다만 송병구 선수가 이성은 선수 보다 먼저 나온 것은 조금 의아하긴 했습니다. 물론 송병구 선수가 상성 비상성을 가리는 선수는 아니지만, 이성은 선수가 박찬수 선수를 잡아내고 이영호 선수와 동족전을 하는 것이, 그리고 설령 지더라도 송병구 선수가 버티고 있다면 이영호 선수가 물론 슈퍼 에이스급의 선수이긴 하지만 만만치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송병구 선수가 출전한 맵이 메두사 였다는 건 어떤 의도를 가진 구성이었을지 약간 의문스럽기는 하더군요. 이성은 선수가 박찬수 선수 - 이영호 선수를 상대로 지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을까요. 아니면 6경기 맵이 안드로메다이기 때문에 송병구 선수가 이긴 경우에도, 설령 진 경우에도 상성 종족으로 붙기 때문에 그걸 염두해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그 모든 것을 다 깨끗히 무시해버리고 그냥 다 이겨버린 박찬수 선수가 참 대단하긴 했습니다.
Judas Pain
09/01/17 18:25
수정 아이콘
팀리그의 경우 감독의 입장은 연속 확률게임에 가깝습니다.

즉, 도박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확률게임에서 실력이 없고 강자가 없고 판단의 기준이란게 없지 않습니다. 그게 리스크관리와 핸드관리입니다.
케텝은 뻔하게 한 반면 김가을 감독은 이번 한판에 한해선 확률게임에서 좋은 선택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오가사카
09/01/17 18:27
수정 아이콘
중계글보니 차명환선수이야기가 많던데요
이젠 스나이핑해서 지면 다 감독탓이죠.
감독님들 머리좀 빠지겠네요
!ArMada!
09/01/17 18:30
수정 아이콘
좋은글이긴 한대.. 좀 결과론적인 얘기 같네요.
09/01/17 18:30
수정 아이콘
적절한 비유의 좋은글인듯 아 필력이 딸려서 부러워요 ^^;
피터피터
09/01/17 18:30
수정 아이콘
오가사카님// 감독의 권한이 커지는 대신 그만큼 책임도 커지는 시스템이죠. 대신 열악한 선수구성으로도 환상적인 스나이핑을 보여줄수만 있다면.. KTF같이 감독직이 흔들흔들하는 팀이 존재하는 지금 상황에서는 감독의 몸값이 치솟게 될 좋은 환경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yellinoe
09/01/17 18:31
수정 아이콘
삼성칸 팀리그 악몽의 재림이라는 말은 너무 섯부르고 현재까진 당치 않지만.
삼성과 팀리그 하면 떠오르는 가장 불쌍한 선수..
김근백 선수 ㅠ.ㅠ
그때 출천했던 미등록 아마추어 선수가 누구였기에. 참으로 협회가 너무 미웠죠,
회전목마
09/01/17 18:35
수정 아이콘
yellinoe님// 혹시 삼성전자 몰수패 때라면 주영달 선수인걸로 알고 있네요(당시 아마 신분에서 출전할려다가 몰수패 ;;;)
피터피터
09/01/17 18:36
수정 아이콘
!ArMada!님// 네 맞습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팀경기는 항상 경기 결과가 뒤의 평가를 만들어냅니다.

월드컵의 히딩크 효과, WBC 4강, 올림픽 야구 금메달... 그 이후의 모든 평가와 분석들중.. 결과론적이지 않은 이야기가 있는지요? 팀경기라는 것은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의 분석이 오히려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닌지요?

맨유가 올해 EPL에서 우승할 수 있을까요? 그럼 그 우승을 달성하는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되는 요소들은 무엇일까요? --- 이런 글들은 솔직히 리그가 끝나보면 뻘글이 되는 수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리그경기란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죠. 따라서 팀경기. 리그경기는 나온 결과를 역으로 분석해서 변수들을 파악하고 그것들을 앞으로의 전망에 참고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죠.

따라서 제글은 당연히 결과론적인 글입니다.
Nothing better than
09/01/17 19:16
수정 아이콘
일리가 있습니다. 상대는 여유가 있고 나는 마지막으로 몰리면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여유로운 플레이를 못하게되죠.

박찬수선수는 뒤가 있었지만, 이성은 선수는 뒤가 없었죠. 말씀하신대로 평소와는 전혀 다른 플레이..

김가을 감독의 선수 기용에 화살이 돌아가는게 아쉽지만 ...
스쿠미츠랩
09/01/17 23:08
수정 아이콘
물론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러시아워에서 차명환 선수를 내보낸 판단이 아쉽네요.
전 당연히 이성은으로 마무리를 짓겠거니 싶었는데 차명환..
다음세트인 메두사에선 송병구??? 감독이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런가 싶었는데 흠..
제재님
09/01/17 23:29
수정 아이콘
<반면 오늘 KTF는 자신의 에이스 앞에 믿을맨 저그 박찬수를 내보내서 ALL KILL이라는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박찬수 선수가 위치한 자리 에이스 바로 앞에 포지션... 내가 지더라도 뒤에 아직 에이스가 남아있다는 안정감과 함께 1승, 2승을 쌓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마음의 여유로 인해서 송병구와 이성은을 잡아내는 박찬수의 플레이는 엄청나게 자유로웠습니다. >
-박찬수선수가 3경기 나온게 감독의 역할이 뛰어나보이게 한 엔트리였나요? 그냥 2번째 에이스이자 저그인 박찬수선수가 3번째에 기용된 것 그이상도 그이하도 아니죠 저그카드가 2장이나 날아가고 나서 말이죠. 이 비유는 이해가 안되네요.
삼성의 경우에 차명환카드에 대한 비판이 상당히 크신데, 케텝의 2번째 저그에는 그럼 문제가 없나요? 케텝도 박찬수를 냈어야죠 그런 논리라면.
6룡을 상대로 비교적 약한 저그를 내보낸건 문제가 안되나요?

케텝과 삼성의 엔트리는 비교적 차이가 없었다고 봅니다 에이스카드를 2장을 아꼈죠
그리고 각 2번째 선수는 상대선수를 잡을 '가능성' 있는 카드를 내보냈던 것이죠

삼성칸 입장에서는 이성은이든 송병구든 간에 대 박찬수 전은 자신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영호전은 장담할 수 없었을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영호 원맨팀이라고들 생각하는데 삼성칸프런트라고 다를까요?
차명환선수는 시즌중에 뛰어난 대저그전 기량을 보였습니다
이영호선수가 대저그전이 요새 약세라고는 하지만 차명환 선수를 대기는 좀 그렇죠
그렇다면 어차피 에이스 4장을 쓴다는 관점에서는 뛰어난 대저그전 기량을 보이는 차명환을 거기에 배치하는건
충분히 고려할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이영호 잡으려면 이성은이나 송병구였습니다 나머지 한카드는 소비해야 되는데 저그대저그 기량이 뛰어난 차명환이
배치된 것이죠

결과론 적으로 보자면 박찬수를 확실히 잡을 확률이 높은 이성은이 4경기에 배치되지 않은 것과 5경기 송병구 배치 등등의 것으로 인한
엔트리 미스라고 볼 수 밖에 없는데... 졌으니까요

글쓴 분의 오늘 김가을 감독의 용병술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이 말이 더 이해가 안가네요

오늘 박찬수의 누구도 쉽게 예상못한 올킬에 당했지만
강한 에이스 카드들을 보유한 삼성칸의 입장에서 그리고 그들을 믿고 있던 김가을 감독의 입장에서
2경기 차명환카드를 내보낸건 3라운드 첫경기 2:1로 앞선 상황에서 당연히 선택할만 햇다고 봅니다
09/01/18 00:14
수정 아이콘
차명환선수가 저그전을 잘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그전 성적이 9승1패라고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그전에는 빌드와 서치운 등의 변수라는 게 크게 작용하고 상대인
박찬수선수는 프로리그에서 부진한 가운데에서도 저그전은 굉장히 잘했습니다.아마 김명운선수에게
당한 1패가 유일한 패배일 것입니다.차명환선수가 이길 수도 있겠지만 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차명환 선수가 이긴다면 KTF의 남은 이영호선수를 삼성칸의 에이스카드인 송병구,이성은으로
잡아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만약에 진다면 당장 다음맵인 메두사는 저그가 좋은 테란,토스를 상대로 좋은 맵이고
무엇보다 박찬수 선수는 2승을 거두면서 분위기를 탔기 때문에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삼성으로서는 러시아워라는 테란이 좋은맵에서 저그를 잘 잡는 이성은이라는 카드를 사용했다면 쉽게
갈 수 있는 경기를 어렵게 갔다고 봅니다. 저도 오늘 밤에 재방송을 보면서 러시아워에 당연히! 이성은선수가
나올 줄 알았는데 차명환선수가 나오더군요.아마 저와 같이 생각하시던 분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김가을감독은 생각을 꼬아서 차명환선수를 사용했는데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 같습니다.
피터피터
09/01/18 03:00
수정 아이콘
제재님님// 꽤 긴 글을 남기셨기에 답글을 드립니다.

경기를 분석할때에는 항상 승인과 패인을 분석합니다. -- 승인을 분석할때는 승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은 다른 요소들은 생략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만약 야구를 하는데 승리한 쪽에서 여러번의 작전을 실패하였지만, 결정적으로 9회에 찬스를 잡아서 경기를 승리하였다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경기를 분석하는 사람들은 실패한 작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습니다. 단지 승리한 부분만을 캐치하여 분석할 뿐이죠. 왜냐하면 실패한 경우의 수들이 승리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는 정확하게 분석해 낼 수가 없기때문입니다.

박찬수 선수를 3번째 기용한 것은 KTF 감독의 잘못이다 왜냐하면 박찬수 선수를 3번째 기용함으로써 쓸데없이 상대에게 2세트나 내주는 경기를 했다라는 비판을 할려면.. 솔직히 박찬수 선수가 1경기 또는 2경기에 나왔어도 역시 삼성 에이스들를 줄줄이 잡아내고 올킬을 할 수 있었을 거라는 가정을 증명해 내야하는데 그것은 불가능하죠.

박찬수가 1경기에서 허영무 선수와 상대했으면 박찬수 선수가 이겼을 것이다, 또는 박찬수 선수가 2경기에서 나왔으면 쓸데없이 1세트를 더 삼성에게 내주지 않고 4-1로 이겼을 것이다 라는 가정은 현재의 상태에서는 증명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승인을 분석할때에는 실패한 경우의 수들은 언급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법입니다.

-------------------------------------------------------------------------------------

그리고 패인을 분석할때에는 일반적이지 않은 즉... 보통 상식적이지 않은 경우의 수들을 지적합니다.

야구에서 좌투수를 상대할때 일반적으로는 좌타자를 대타로 내놓지 않는 것이 상식입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이번 올림픽에서 좌투수를 상대로 허를 찌르는 좌타자 대타를 일본전에 선보였고 그 대타작전을 성공시켜서 결정적인 승기를 잡고 경기를 승리했습니다. 이와같이 일반적이지 않은 작전을 승부처에서 감독이 사용할 경우, 이기면 그 작전에 대해서 감독은 찬사를 받게되지만, 그 작전이 실패하면 무리수라는 비판을 듣게 되는 것이 승부의 세계의 관례입니다.

바둑을 둘때에도 경기중에 기사가 전혀 엉뚱한 곳에 돌을 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럼 해설이 이렇게 말을 하죠 '아 저돌은 도대체 무슨 의미죠? 현재로서는 알수가 없네요.'라는 말을 합니다. 그렇게 어느순간 전혀 알 수 없는 의미 돌이 경기를 통해서 후반에 살아나서 승부를 결정짓는 결정적인 승부수가 된다면... 그 돌은 경기후에 소위의 '신의 한수'정도로 평가를 받고 찬사를 받게 되지만, 그 돌이 전혀 살아나지 못하고 오히려 승부의 갈림길에서 패인으로 작용한다면 그 돌은 그냥 의미없는 패착이 되어버리는 것이겠죠.

감독의 작전도 그와 같습니다. 이성은이라는 저저전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테란카드가 있는데도 그것을 선택하지 않고 굳이 저저전을 선택했다면 감독은 자신의 생각이 옳았다는 것을 결과를 통해서 증명해 내야하는 의무가 있는겁니다. 그녀의 작전이 성공했다면 찬사는 그녀의 몫입니다. 하지만 그 작전이 실패하고 그 이후부터 분위기가 꼬이면서 삼성은 어이없게 박찬수 선수에게 올킬을 당해버렸습니다. 그럼 그 패배에 대한 비판도 당연히 그녀의 몫이 되는 겁니다.

패배는 할 수 있습니다. 이성은이 3경기에 나왔어도 박찬수에게 패배할 수 있고, 그 후로도 차명환이 메두사에서 무너지고, 최종적으로 안드로메다에서 박찬수가 송병구를 꺾고 어찌되었든 올킬을 성공시킬 수 도 있다는 가정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가정이라면 외부인이 그녀의 용병술을 비판할 근거는 없어지겠죠. 왜냐하면 그녀는 지극히 상식적인 선에서 용병술을 펼쳐낸 것이니까요.

승리하기 위해서 과감한 용병술을 사용하는것은 승부사로서, 감독으로서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입니다. 하지만 그 경우에 이기면 찬사를 지면 비판을 받게 되는 것 역시 감독으로서, 승부사로서의 숙명이겠죠.
낭만토스
09/01/18 05:04
수정 아이콘
저도 중계글에 댓글을 썼는데 제 의견와 120% 일치하네요.
선수기용에 대한 것부터 팀리그의 장점까지요. 200%공감합니다.

이성은은 러시아워에서 기용되어야 했다. 지더라도 메두사에서 차명환
오영종은 3번째로 나왔어야 했다.

그대로 댓글에 썼었죠. 팀리그는 이런 실시간적인 용병술이 팀의 승리에 직접적인 연관을 미치기 때문에
경기도 다이나믹하고 살아있으며 경기가 끝난 시간에도 긴장을 늦출수가 없네요. 정말 최고입니다.
낭만토스
09/01/18 05:10
수정 아이콘
제재님님// 글쎄요. '저저전이 좋은 차명환으로 박찬수를 잡겠다' 라는 것은 문장 하나만 놓고 본다면 타당합니다.

또한 이겼을 경우 다음맵은 메두사이므로 2킬을 기대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삼성은 저그가 강한팀이 아닙니다.

만약 차명환선수가 졌을 경우를 생각했어야 했습니다. 왜냐면 다음맵은 메두사니까요.

동족전은 항상 변수가 있지만 저그대 저그전은 빌드빨도 많이 받고 가장 도박적인 경기입니다.

최고의 저저전 스폐셜 리스트인 이제동도 김명운에게 무너진지 며칠 지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1위 르까프는 웅진에 3:0으로 셧아웃당했죠

결국 토스,테란카드는 풍부하지만 저그카드가 빈약한 삼성으로는 최대한 차명환카드가 메두사에 나오는 것으로 엔트리의 초점을 맞췄어야 했습니다.

물론 결과론적이지만 러시아워에서 차명환선수가 무너지면서 메두사 경기는 붕 떠버린 결과가 되었고

게다가 메두사에서 송병구 카드를 꺼내들면서 송병구가 할만한 안드로메다 경기까지 그르치게 되어버렸죠.

결국 '박찬수를 차명환으로 잡는다' 라는 것은 그것만 본다면 맞는 선택이지만 뒤를 생각한다면 좋지 않은 판단이었죠.
09/01/18 11:39
수정 아이콘
낭만토스님// 이건 제 생각입니다만, MSL 경기때문에 이성은 선수를 내보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김가을 감독이 맵 전적이나, 맵에서의 종족 유불리를 모를리는 없다고 생각해요.
박찬수 선수와 이영호 선수를 동시에 이길 수 있는 선수는 송병구 선수와 허영무 선수인데, 허영무 선수는 이미 진 상태이고, 이성은 선수를 이영호 선수와 만나지 않게 하려면, 송병구 선수가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러시아워에서 플토를 기용할 수는 없으니, 차명환 선수를 내 보낸것 같습니다.
그리고 중견에서는 위 두 선수를 모두 상대할 수 있는 송병구 선수가 나갔구요.

뭐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만, 판단 미스라기보다는 다른 요인이 겹쳐 있었던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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