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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2/21 12:13:57
Name DarkSide
Subject 김택용 vs 이재호 Katrina 가벼운 분석
흔히 스타크래프트에서
테란은 저그에게, 저그는 토스에게, 토스는 테란에게
종족 상성이 앞선다고 하는 게 일반적인 공식이다.

유닛 개개의 특성이나 정면싸움을 하면 오히려 역상성 종족이 많이 이기는 경우가 나오는데,
왜 정면 싸움에서 역상성 종족이 더 많이 이기는 경우가 나오는 것일까?

토스가 테란에게, 저그가 토스에게 종족 상성이 앞선다는 이유로는 "기동전"을 꼽고 싶다.
(테저전의 경우는 기동전이라기 보다는 멀티싸움 또는 센터싸움의 양상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제외함. 오히려 하이브 테크 이후에는 나이더스 커널의 활용으로 저그가 기동전에서도 테란과
대등해진다고 생각함.)

정면 싸움으로 토스의 질럿-드라군-아칸-하템 병력에 피떡이 되는 저그와
잘 자리잡고 있고 업글 잘된 메카닉 병력에 꼴아박다가 산화하거나 녹는 토스를 생각해보면

종족 상성이 앞서는 이유는 유닛 개개의 구성이라기 보다는 "기동력의 우위"라고 생각한다.

저그가 토스를 상대할 때 왜 질럿-드라군이 아드업 저글링을 못 따라가는지,
테란이 토스를 상대할 때 왜 탱크 부대가 질드라 지상군에 비해서 전진이 무딘지를
잘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이러한 경기 양상은 여러 경기에서 나오지만,
나는 한 경기의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다.


김택용 vs 이재호 in Katrina
Gom TV Star Invitational 16강 풀리그 D조 4경기

<초반>
Starting Point 김택용 9시, 이재호 6시.
러쉬거리는 카트리나에서 가장 짧은 거리.

김택용은 8파일런 이후 뒷마당에 더블넥

이재호는 8서플 이후 뒷마당에 더블컴

둘 다 초반은 동등한 입장에서 시작.
그러나 뒷마당을 가져가는 타이밍은 김택용이 5~7초 정도 더 빠르다.
이 정도는 프로브의 scv에 대한 자원 채취의 비교적 우위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김택용은 뒷마당 넥서스 소환하면서
곧바로 게이트 하나를 올리면서 프로브로 정찰 시도.

이재호 역시 뒷마당 더블컴 건설하면서
곧바로 배럭 하나를 올리면서 나머지 scv 1기로 정찰 시도.

김택용은 노게이트 더블넥 이후 게이트 하나를 더 추가.
코어-아둔-템아카 테크를 올리면서 "셔틀 다크 드랍"을 생각한다.

이재호는 노배럭 더블 이후 무난히 팩토리를 올리는 선택을 취한다.

이 때, 김택용은 질럿 1기와 드라군 1기로 이재호의 본진에 찌르기를 하러 나간다.
그러나 이재호는 그러한 플레이를 미리 예상한 것인지 입구쪽에 벙커를 건설해 무난히 막는다.

그러면서 이재호의 scv는 김택용의 본진 난입에 성공한다.
그 scv가 본 것은 코어와 아둔, 그리고 로보틱스였다.
(템아카 건물은 아랫쪽 뒷마당에 위치)

이재호는 셔틀 다크를 예상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카데미와 아모리를 동시에 올리는 선택을 취한다.

이런 상황에서 김택용은 과감한 결단을 한다.
스타게이트와 아비터 트리뷰널을 동시에 올린다.

원체 일반적인 토스 유저라면 셔틀 다크로 견제만 하면서
추가 확장을 가져가거나 게이트를 올리거나 빠른 캐리어 전환을 선택하겠지만
김택용은 비교적 덜 무난하고 약간은 모험적인 아비터를 선택한다.

역시 예상대로 셔틀 다크는 이재호의 빠른 대처에 무난히 막힌다.
본진에 이어서 앞마당 쪽에서 2차 드랍을 시도하지만
이 역시 잘 갖춰진 탱크와 터렛으로 무난히 막힌다.

이 때, 김택용은 특이한 선택을 한다.


<중반>
앞에서 말했듯이, 종족 상성이 앞서는 종족들의 특징은 "기동전"에서 앞선다.

그리고 김택용은 내가 여태까지 본 토스들 중에서
가장 "기동력의 우위"을 잘 활용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pain님께서 "야전사령관"의 이미지라고 생각하신 것일수도.)

토스 중 최고급의 eapm과 빠른 화면전환, 그리고 적절한 상황판단을
갖추고 있는 김택용에게 어떻게 보면 가장 잘 맞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경기에서도 김택용은 그러한 특성을 어김없이 보여주었다.
예전 경기들에서는 캐리어를 자주 이용하는 양상을 보여주었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김택용 본래의 스타일인 아비터를 대동한 백병전을 준비한다.



보통 일반적인 토스 유저라면 셔틀과 그 안에 탑승하고 있는 상위 고테크 유닛
(리버나 하템 또는 다크)들을 단순한 시간끌기용으로 사용하는데,
김택용은 그 사용범위를 더 늘렸다.

김택용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드라군 5기와 질럿 1기를 셔틀다크와 대동하여
이재호의 본진까지 도달해서 테란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이재호는 김택용의 의도를 조기에 알아차리고
모든 병력을 진출시킬 준비를 한다.

김택용은 직접 병력을 맞상대하는 대신 "히트 앤 런(hit & run)"같은
전술을 구사하면서 동시에 세번째 멀티를 활성화시키면서
게이트를 7개까지 소환하는 선택을 한다.

이재호 역시 김택용의 병력을 자신의 세번째 멀티 고지 지점까지 밀어내면서
동시에 팩토리를 6개까지 늘리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토스와 테란의 1차 교전이 벌어진다.
김택용은 여기서 테란의 병력과 고지에서 맞부딪치면서
테란의 제2멀티 활성화를 얼마간 늦추는 데에 성공한다.

김택용은 테란의 제2멀티에서 자신의 제2멀티로 모든 지상병력을 후퇴시키면서
11시 추가 확장을 가져가면서 스타게이트를 하나 더 올리는 선택을 한다.

그러나 이재호의 적절한 벌쳐 활용으로 11시쪽 프로브가 잡히면서 넥서스 소환은 실패하고
설상가상으로 이재호의 잘 갖추어진 메카닉 한방 병력은 김택용의 제2멀티의 턱밑까지
치고들어오기에 이른다. 보통 이 정도 상황이면 테란에게 승기가 기울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과연, 김택용은 이렇게 기울어져 있는 경기를 어떻게 역전할 것인가.


<후반>
김택용은 진출해 있는 이재호의 메카닉 한방 병력과 맞상대하기 보다는
카트리나 특유의 여러 갈래의 길이 나있는 지형을 이용하여
상대방의 뒷통수를 치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재호 역시 굉장히 빠르고 무난한 대처를 하여
김택용의 우회한 병력은 또 다시 막히고 만다.

이 때 중계진들은 왜 스테이시스 필드를 쓰지 않느냐고 했는데,
그 이유는 이 뒤에 펼쳐질 김택용의 포석 때문이었다.

김택용의 우회 병력을 무난히 막은 이재호는 결국 김택용의 제2멀티의
밑바닥까지 탱크를 배치하여 김택용의 제2멀티의 프로브들을 학살하기에 이른다.


이 때, 김택용의 선택이 빛을 발한다.

김택용은 이재호의 본진에 첫 리콜을 시도한다.
아비터가 빨피가 되면서까지 간신히 리콜에는 성공하지만,
첫 번째 리콜이 된 병력 대부분이 드라군 조합이었기 때문에
이재호의 본진에 있던 벌쳐-탱크 조합에 무난히 막힐 분위기였다.

김택용은 여기에서 굴하지 않고 두 번째 리콜을 시도한다.
이번 리콜은 질럿 다수가 대동된 리콜이었다.
결국 이재호는 전진해 있던 탱크를 병력을 제외한 모든 벌쳐를
본진으로 귀환시켜서야 겨우 막아낼 수 있었다.

두 번째 리콜 병력까지 모두 막아내고 이재호의 병력이 모두 진출했을 때
김택용은 다시 세 번째 리콜을 하기에 이른다.

이번 리콜로 인해서 이재호는 결국 진출해 있던 전 병력을 대동해서
본진으로 회군해서 김택용의 병력을 무력화시키려고 하였다.

그러나 여러 차례의 리콜 병력에 의해 야금야금 병력을 까먹은
이재호에게 김택용의 마지막 병력은 상대하기에 너무나도 벅찼다.

결국 김택용은 4회 연속에 걸틴 연타 리콜로 이재호의 본진 커맨드와
팩토리 지역을 장악하고 파괴함으로써 이재호에게 gg 선언을 받아내기에 이른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토스의 기동력.
대등한 회전력과 대등한 운영능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와의 대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토스의 지상군의 지속적인 우회 이동과 아비터의 리콜로 인한 기동력의 우위 때문에
경기가 뒤집어 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토스가 테란에게 가지고 있는 하나의 상성인 "기동력".



김택용을 "야전 사령관"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토스의 기동력의 우위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데에 타고난 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은 아닐까.

(이와 비슷한 경기로는
곰TV MSL 시즌3 4강 2주차 1차전 김택용vs서지훈 Zodiac,
곰TV MSL 시즌3 32강 1주차 A조 최종전 김택용vs이영호 Loki 2를 추천함.)





끝으로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자그마한 감사를 표합니다.




P.S. 까 주시는 건 좋은데, 너무 심하게 까면 아파요. 저도 인간이랍니다. 살살 까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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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2/21 12:29
수정 아이콘
뭐..나름대로 설득력있는 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08/02/21 12:39
수정 아이콘
어제 경기를 직접 봤는데도 이 글을 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그런데 야전사령관은... 혹 송병구 선수를 지칭했던 말이 아닌지요
DarkSide
08/02/21 12:42
수정 아이콘
깔루 //
송병구 선수는 "총사령관"의 이미지가 더 잘 어울리지요.
거대하고 큰 판을 짜놓고 그 안에서 모든 것을 잡아나가는 송병구 선수의 특성 때문에 그러한 별명이 붙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반대로 김택용 선수 같은 경우는
날쌔고 빠르고 정신없는 견제와 지속적이고 꾸준한 병력활용을 통해서 "야전 사령관"의 이미지가 붙은 것으로 알고 있고요.
08/02/21 12:43
수정 아이콘
아. 총사령관이었군요. 제가 헷갈렸나 봅니다. ^^
DarkSide
08/02/21 12:45
수정 아이콘
나폴레옹의 명언 중에 이러한 말이 있습니다.

"병력에는 절대 우위와 상대 우위가 있다. 절대 우위가 아니면 병력의 기동성으로 상대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 즉, 힘의 집중이다."

저는 바로 그 병력의 기동력의 우위를 활용한 힘의 집중을 가장 잘 하는 선수가 김택용 선수라고 생각하였기에
Judas Pain 님께서 "야전 사령관"이라는 별명을 붙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그 말에 동감하고요.
08/02/21 12:48
수정 아이콘
좋은 분석글 잘 읽었습니다. 헌데 이 경기가 끝나고 김택용 vs 이제동 블루스톰 경기가 생각난건 저뿐인가요? 플저전에서 블루스톰이 저그에게 기울어져 있듯이 플테전에서 플토에게 기울어져 있는 카트리나에서 경기력으로 인정받는 선수들끼리의 대결. 맵 성적이 좋은 종족의 승리. 물론 승자의 경기력이 뛰어났기에 거둔 성과지만, 패자 역시 다른 맵에서 겨뤘더라면 승부의 행방은 어찌됬을지 모르는 경기력을 보여줬기에 맵이 아쉽습니다. 과거 박지호vs고인규 러시아워 도 생각나고요. 맵에 대한 아쉬움이야 홍진호 vs 임요환 결승 시절 이전부터 쭉 거론됬었으니 그러려니 생각하는 쪽이 편하긴 하지만, 아쉬운건 어쩔 수 없네요... 이번 맵들의 실패를 거울삼아 다음시즌엔 더 좋은 맵이 나오기를 또 기대해 봅니다.
제3의타이밍
08/02/21 12:52
수정 아이콘
어제같은 경우에는 캐리어를 선택했다면 오히려 이재호 선수가 승기를 잡는 그림이었죠..
2스타게이트에서 꾸준히 마나를 모아준 아비터의 위력이 잘 드러난 경기였다고 봅니다.
아리아
08/02/21 13:45
수정 아이콘
김택용선수 어제 아비터가 테란본진쪽가다가 갑자기 돌아온 이유가 리콜업을 실수로 못해서 그랬다고 하네요
인터뷰를 보니 리콜업안되있는걸 보고 "망했다"고 생각했다더군요
근데 그걸 역전하다니... 역시 아비터가 좋긴 좋군요
08/02/21 14:24
수정 아이콘
좋은 분석글입니다. 포모스에서도 봤습니다 :)
카트리나란 맵이 토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김택용 선수가 보여준 플레이 자체는 카트리나에서 다른 프로토스들이 흔히 보여주는(가장 효과적이라고 볼 수도 있는)
운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아니, 위치운도 좋지 않았고 시작부터 약간 삐끗했다고 보는게 옳겠네요.
글쓴이의 분석대로 김택용 선수의 기동성을 이용한 경기력이 일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스테이시스 필드의 사용을 자제하고 병력을 쉴새없이 움직이면서 이재호 선수의 진출을 미리 저지하는 모습에서
김택용 선수의 승리를 예감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리콜이 적시에 떨어지는 순간 승리를 확신했고요.

좋은 분석글 감사합니다.

사족을 곁들이자면,
글 제목에 "허접한", 글 말미에 "졸작" 이라는 단어를 쓰셨는데, 그러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겸손함을 표현하실 때 굳이 자신의 글을 낮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있게 글을 쓰셨으면 하네요.
제3의타이밍
08/02/21 15:11
수정 아이콘
오히려 그시점에 리콜을 안들어간게 다행이었을 수도 있죠
실제로 리콜이 들어가는 방향에는 이재호 선수의 본진에는 탱크도 띄엄띄엄 박혀있었고
마인도 있었으니까요 게임에는 운이라는 요소도 작용하는 것이니..
08/02/21 16:32
수정 아이콘
묻지마 리콜이었죠.
이재호 선수가 상대의 3번째 가스멀티를 밀어낸후에.
첫번째 리콜도 별 피해없이 막아내고.
한번 나가볼까. 하고 나가려고 할때마다 리콜이 들어오니.
병력은 각개격파에. 보너스로 생산건물도 부시고. 커맨드도 부셔서 컴셋도 무력화 시키고.
계속해서 리콜이 들어올거라고 이재호 선수가 알고 있었다면 대응이 더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경기 였습니다.

카트리나에서 모처럼 캐리어 안쓰는 프로토스를 본것과.
카트리나에서 테란이 오랜만에 이기는 경기를 보는건 아닌가. 하고 잠깐 생각 했었는데.

마지막 탱크위에 떨어지는 리콜병력을 보고 '역시 김택용' '역시 토스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08/02/21 17:07
수정 아이콘
카트리나가 토스리나이지만 김택용 또한 대단하다;
도라지
08/02/21 18:39
수정 아이콘
토스리나이긴 하지만 어제는 김택용선수가 불리했었죠.
둘다 노게이트 더블넥, 노배럭 더블컴을 했던데다 김택용 선수가 다크드랍을 시도하다 걸렸으니...

마지막 탱크위에 질럿리콜 떨어지기 전까진 지는줄 알았습니다.
DarkSide
08/02/21 23:22
수정 아이콘
탐정 //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탐정 님 덕분에 제 글쓰기에 대해서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노력해서 더 좋은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P.S. "졸작" 과 "허접한"은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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