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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2/10 16:57:24
Name 이직신
Subject 김택용에게 바치는 사과글.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김택용이라는 한 프로토스유저를 그저 그런 프로토스로 평가해버린것은.
프로토스의 강민,박용욱,박정석의 대를 이을..'결승까지의 길을 해낼수있는' 프로토스
유망주들의 이름에서 김택용이란 이름을 빼버린것은.


내가 가장좋아하는 선수는 이윤열,최연성이다.
그들의 등장부터 지금까지 너무나 좋아해왔지만,
만약 그 상대가 프로토스라면 특히, 강민이나 박정석같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토스 유저인 사람과 경기를 하면 아이러니하게도 난 프로토스 진영을 응원했다.
프로토스는 스타크래프트에서 저그,테란에게 많이 뒤쳐지는 종족인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암울함 속에서도 프로토스가 갖는 그 신비한 이미지만큼이나
신비하게 수많은 저그 테란을 꺽고 정상을 차지하는 단 한명의 프로토스 영웅은
언제나 존재했다.
뭔가 정상에 있는게 아니라 항상 도전자의 자세에서 한 고지를 이룩해가는데 수많은
역경을 물리치는 프로토스라는 종족은 나에게 너무나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난 언제나 프로토스와 타종족의 경기를 하면, 설사 그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윤열 최연성이라 하더라도 난 프로토스 진영을 응원해왔다.


이 프로토스에 대한 나의 애정을 반영해 나의 눈에 확 들어오는 선수 한명이있었다.
김.택.용.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당연히 너무나 시원한 이목구비를 가진 꽃미남형 얼굴이었고,
그 다음은 그가 지금과 같이 알려지기전 사설서버에서 경악스러운 저그전 승률을
보이는것이 꽤 크게 다가왔다. 프로토스로 저그를 이리도 잘잡다니..
나는 그를 강민,박정석의 바톤을 이어받을 No.1 유망주로 여기고 지켜봐왔고,
그는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신한은행 스타리그에서 황제 임요환을 엄청난 물량으로
제압하고 가장 주목받는 신인으로 스타리그에 안착했다. 나는 또 한명의 영웅의 탄생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가 온라인에서 보여주었던 경악스러운 저그전으로 저그들을
프로토스라는 종족으로도 무참히 밟을수있다는 것도 보여줬으면했다.


그러나..
그는 어이없게도 16강에서 이병민을 만나 1차전을 잡고도 2,3차전을 허무히 내주고
결국 탈락하고 말았다. 기대가 큰 만큼 난 김택용에게 너무나 큰 실망을 해버렸다.


그후부터, 내가 본 김택용이라는 보석은 빛을 잃어가는 듯 했다.
그리고 나는 차츰 김택용이라는 프로토스 기대주의 환상이 점차 흐려져가는것을
느끼고있었다. 이윽고, 그의 단점이 하나둘씩 내눈에 박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난 하나둘씩 기라성같은 프로토스유저들을 비교해가며 그를 비난했다.

자신의 상황이 안좋으면 아랫입술을 꽉깨물며 어떻게라도 상황을 뒤집겠다 라는 투지를 보여주었던 강민의 파이팅이 그에겐 없어보였다.

단지 힘만쓸줄 알뿐, 등장당시에는 힘이 주무기였으나 갈수록 고테크닉 플레이를
자주 선보여줬던 박정석의 플레이를 그에게 볼수없다고 생각했다.

초반에 프로브 하나부터 세세하게 신경써서 상대를 미치게 만들줄 아는 박용욱의 악착같은 괴롭힘이 그의 딱딱한플레이에선 찾아볼수 없다고 생각했다.


승부욕이 없어보였고,
염보성 이재호와 같은 어린 유망주들에 비해 임팩트없고 성장속도도 더디다고 생각했다.
후기리그 결승, 그랜드 파이널의 연이은 패배에 큰경기에도 약하다 생각했다.


...


나는 왜 김택용이라는 반짝거리는 보석을 눈여겨 봤음에도 그 보석이 순간 빛을 보이지 않는 이유로 나는 그렇게 그를 나의 눈밖으로 보내버렸다.



강민과의 일전에서 내가 언급한 위 세명의 프로토스 유저들의 플레이가 모두 녹아 있었다는걸 왜 난 눈으로 확인하기전에 생각치 못했을까.


그랜드파이널 결승에서 김성제의 스나이핑에 당하고 벤치에서 괜찮다는 팀원들의 위로에도 넋이 나간 얼굴로 뒷목을 잡고 금방이라도 울거같은 그의 눈망울 속에 그가 누구보다 지고싶어하지 않는 토스유저란걸 생각지 않았을까.


그가 이렇게 단기간에 결승에 오를만큼 안보이는곳에서 무섭게 성장하고있다는걸 난 왜 너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했던것일가.


비록 결승에 2연패가 있었지만, 이 모든 발판이 될수있었던 플레이오프 르까프전 마지막 7차전에서 르카프 에이스 오영종을 한방에 물려쳐버리는 큰경기에서도 당당할수 있었던 그의 배짱을 난 왜 눈여겨 보지 않았던것인가.



그저, 단순히 나보다 어리고 잘생겼다는 이유의 유치한 질투로 삐딱한 시선으로 널 바라봤던 것일까?




성급한 판단이였다, 김택용.
프로토스를 좋아한다는 놈이 너무나 프로토스 유저를 보는 눈이 없다.
난 니가 윤용태, 박대만, 송병구보다도 떨어진다고 생각했지만 넌 이렇게 결승이라는 큰길을 걷기 시작했다.



미안하다,김택용. 난 너라는 존재를 믿지못했다.
하지만 난 이제 너를 확실히 알았다. 니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토스게이머인 강민을 3:0이라는 스코어로 넘었을때 내가 느낀것은 슬픔이 아니라 깨달음이였다.
넌 결승에 오를 자격이 있다. 그리고 상대가 만년유망주의 설움을 무섭게 풀고있는 진영수라 할지라도 혹은 강민을 몇번이나 울리고 프로토스 게이머들의 수많은 기회를 앗아갔던 마재윤이라 할지라도.. 난 니가 그들을 넘어설 자격이 있다고도 생각한다.


미안하다,김택용.
하지만 이 미안한 감정만큼 난 결승에서 최선을 다해 널 응원할것이다.
강민에게 보냈던 환호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너에게 환호를 보낼것이다.
져도 좋다. 결승에서 니 안에 아직도 남아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패기를 보여다오.









PS: 이번 강민선수와 김택용선수의 경기는 제게 여러모로 너무나 큰 충격을 줘서 이렇게 뒤늦게라도 글을 남겨버립니다. 반말체 양해바랍니다.
PS2: 김택용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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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10 17:00
수정 아이콘
모든건 결승에서의 결과가 말해주리라고 봅니다. 상대가 마재윤 선수가 됬건 진영수 선수가 됬건 우승만 한다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아레스
07/02/10 17:06
수정 아이콘
강민선수를 3:0으로잡고 결승에 간것만으로도 이미 플토의 새판도를 구축했다고 보입니다..
swflying
07/02/10 18:17
수정 아이콘
전 현재 마재윤을 다판제에서 상대해줄만한 프로토스는

강민, 박정석, 오영종등의 기성 프로토스가 아니라고봅니다.

오히려 김택용, 윤용태, 허영무등의 저그전 신흥 강호들이
가능성이 더 높다고봅니다.
특히나 위선수들은 저그전에 대한 두려움이 없습니다.
심하게 패배한 경험도 없고요(즉 트라우마가 전혀 없습니다.)

특히나 저들의 강점은 운영입니다.
후반으로 치닿으면 치닿을수록 하이브 저그한테 강합니다.
저들이 땡히드라에 당하는 모습은 봤어도
후반 힘싸움해서 지는 모습은 못봤죠.

일단 pgt에서 저그전 90퍼센트를 기록했던
김택용 선수이니 만큼
현 프로토스중에선 윤용태와 더불어 최고의 저그 킬러라고 생각하기에,
이번 msl 결숭 마재윤 선수가 올라와서 진검승부 펼쳐보이길 바라고

모두가 마재윤의 우승을 예상할 때
김택용이 뒤엎을 수도있다고 생각합니다.

말그대로 비수를 꽂을 수 있는 선수죠. 김택용.

믿어봅니다. 플토의 로망
07/02/10 18:28
수정 아이콘
전.. 신3대 구3대 이런 식의 규정은 참 싫어하는 편이지만, 다전제를 포함한 토너먼트제에서 결승까지 간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실력이라고 보기에, 현재의 3대 토스를 강민, 오영종, 김택용이라 생각합니다. (순서는 상관없어요) 물론 다른 토스들도 다들 소중한 선수들이고 언젠가는 바뀌겠지만 말이죠.
김택용 선수도 이번을 전환점으로 삼아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물론 그 계기가 이번 엠에셀의 우승이라면 더 좋겠죠)
개인적으로는 (가을의) 오영종 vs 마재윤을 보고 싶은데, 최근에 둘이 붙었던 적이 없었죠? -_-;
07/02/10 18:33
수정 아이콘
김택용 선수가 피지에서 저그전을 90%씩이나 찍었었군요 -_-;; 새롭게 알았습니다.
모또모또
07/02/10 20:24
수정 아이콘
저도swflying님 말처럼 윤용태 김택용 그리고 아직은 검증은 안됐지만 허영무 등등의 신예 토스들이 그나마 할만하다고 보긴 합니다만 요 선수들은 말 그대로 신예들이라서 다판제에서는 마재윤선수에게 농락을 당하지 않을까 싶네요 단판제를 붙었을 때 그나마 이길 확률이 높은 선수들이라 하고 싶습니다
물빛구름
07/02/11 21:00
수정 아이콘
어찌하여 토스가 테란전보다 저그전을 좋아한단 말입니까?
결승도 기대할꺼에요~
sway with me
07/02/12 11:07
수정 아이콘
상대가 누구든, 김택용 선수의 우승을 조심스럽게 점쳐 봅니다.

강민 선수를 꺾고 올라와서, 강민 선수 이후 최초의 프로토스 우승을 한다라...
멋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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