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6/10/02 11:07:15
Name sylent
Subject [sylent의 B급칼럼] 요환묵시록 上
[sylent의 B급칼럼]은 월드컵보다 스타리그를 좋아하며, 지루하기 짝이 없는 물량전 보다는 깜짝 아이디어가 녹아있는 ‘올인’ 전략에 환호하는 sylent(박종화)와 그에 못지않게 스타리그를 사랑하지만, 안정적인 그리고 정석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정착되는 그날을 꿈꾸며 맵과 종족의 밸런스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강조하는 왕일(김현준)이 나눈 스타리그에 대한 솔직담백한 대화를 가공해 포장한 B급 담론이다.


[sylent의 B급칼럼] 요환묵시록 上

삶은 어느 순간 원을 한 바퀴 돌아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저그 플레이어들을 학살하며 자신의 이름을 만천하에 알린 임요환 선수가 저그 플레이어들과의 마지막 결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나는 지난 글([sylent의 B급칼럼] ‘탈정치적’으로 바라본 임요환(클릭))에서, 임요환 선수를 ‘가변(可變)테란’으로 표현하였다. “규정짓기 좋아하는 사람들”에 의해 임요환 선수는 “소수 유닛 컨트롤에 능하여 저그를 곧잘 잡아내지만, 만성적인 물량 부족으로 프로토스에게 약한 테란 플레이어”라는 명예로운 불명예를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이 임요환 선수를 규정하려는 순간, 임요환 선수는 스스로 움직이는 타깃으로 변해왔”으며 “[스타리그]라는 생태계에 맞게끔 스스로 진화해왔”으므로 “임요환 선수의 특징을 하나의 문장으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정치적으로 불공정해 보일 만큼 테란에 특화된 변화무쌍하고 날카로운 전략과, 컨트롤에 대한 집착”을 “임요환적(的)이라고 부를만한 특징”으로 꼽았다.

그리고 글을 마무리하며 “상상의 갑옷을 입고 나선 이 로맨틱 테란의 환상록을 언제쯤 다시 맛볼 수 있을까”에 대한 내 자신의 질문에 “다음 스타리그”라고 스스로 답하였으나, 오늘 이를 번복해야 하는 부끄러운 지경에 이르렀다. 내일 오후 5시에 시작되는 [슈퍼파이트]야 말로 임요환 선수의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고 믿기 때문이다.


기대, 어떤 현실의 연장선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첫 번째 [슈퍼파이트]의 승자는 e-sports 팬들에 의해 끝없이 회자 될 것이다. 임요환 선수의 팬들은, 임요환 선수가 입대 전 마지막 무대에서 과거의 저그와 현재의 저그를 모두 박살내며 (적어도 저그전 만큼은) 아직 죽지 않았음을 증명하길 바랄 것이다. 홍진호 선수의 팬이라면, 홍진호 선수가 가장 인기 있는 저그 플레이어로 성장하는데 결정적인 몇 번의 도움을 주었지만 언제나 그 위에 군림하였던 임요환 선수를,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즈려밟아 주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마재윤 선수의 팬들은 당연한 승리를 예상하고 있겠지만, ‘전략제조기’ 임요환 선수의 무모한 재기발랄함에 대해 걱정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2006년 1월 1일부터 현재까지의 성적을 참고하여 대략적인 경기 결과를 짐작할 수 있다.



KeSPA 전적으로 본 임요환, 홍진호, 마재윤의 성적


임요환 선수와 홍진호 선수의 승률이 50%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과거’의 끝자락을 붙들고 놓지 않는 올드 팬들에게는 서글픈 현실이다. 세상의 흐름과 함께 발맞춰 변해가는 [스타리그]의 중심에 서 있는 마재윤 선수의 성적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임요환 선수는 여전히 ‘내추럴 본 저그 킬러’ 다운 면모를 유지하고 있지만, 폭격기 같은 맹렬함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홍진호 선수의 테란전 성적은 [슈퍼파이트]의 컨셉을 잘 반영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리고, 우연히도 임요환 선수의 저그전 성적과 마재윤 선수의 테란전 성적은 완전히 일치하고 있다.

경기 순서와 맵을 고려했을 때, 마재윤 선수의 무난한 승리와 홍진호 선수의 무난한 패배가 예상된다. 마재윤 선수를 상대하는 <알카노이드>, <블릿츠>, <롱키누스>, <타우크로스>는 현재 리그에서 사용 중인 맵인데다가, 1경기와 5경기에 쓰이는 <알카노이드>의 경우 ‘임요환스러운‘ 특단의 조치가 없을 경우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홍진호 선수가 맵 선택에 관한 권리를 <라그나로크>에 사용하지 않은 자신감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홍진호 선수의 최근 경기력으로는 마지막 무대에 나선 임요환 선수의 번뜩이는 전략과 전술을 감당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나의 진정한 바람은, 이 모든 예상들을 보기 좋게 조롱하며 마지막 세트까지 가는 처절한 승부 끝에 마재윤 선수를 꺾고, 홍진호 선수에게 패하는 극적인 무대이다.


요환묵시록 上

여러 가지 제도적인 절차를 통해 입대 후에도 게임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임요환 선수의 기량이 유지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긍정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e-sports는 많은 부분을 아이디어에 의존하고 있지만, 게임에 대한 이해와 연구만으로 성적을 내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 물론 임요환 선수가 이런 나의 의견조차도 무참히 짓밟으며 정상급 선수로 복귀해 주기를 바라지만, 역시 바람은 바람일 뿐. 그렇기에 [슈퍼파이트]는 임요환 선수의 전투력이 유효한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한다.

불확실한 승부는 스릴을 선사한다. 아무리 과거의 성적이 좋더라도 우승 확률이 그대로 들어맞지는 않으며,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꼭 승리하는 것도 아니다. 불확실한 승부가 주는 스릴을 즐기려는 심리는 지성과는 무관하다. 우리의 머리가 임요환 선수의 승리를 확신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심장의 박동이 멈추지 않는 이유이다.

참여하지 않으면 헌신이란 없다. e-sports를 사랑하는 우리들은 황제의 마지막 길을 똑똑히 지켜봐야 한다. 그 채널이 무대이든, TV이든, 인터넷이든 상관없다. 나는 e-sports를 젊은이들의 놀이문화에서 대안 스포츠로 이끌어낸 임요환 선수의 마지막 무대를 지켜보기 위해, 코엑스로 향할 것이다.


by sylent, e-sports 저널리즘.


p.s <요환묵시록 下>는 [슈퍼파이트] 관전 후 작성하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희애래
06/10/02 11:34
수정 아이콘
칼럼이란 단어가 너무나 어울리는 글들을 보여주시는군요..

계속 기대하겠습니다..쭈~욱
제갈량군
06/10/02 11:35
수정 아이콘
저의 바람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네요.. 마재윤 선수 만큼은 꼭 이겨주시길 박서..

박서의 END가 되는 경기가 아닌 AND가 되는 경기를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김주인
06/10/02 11:44
수정 아이콘
스릴하면 또 임요환 선수입죠...
넘후 스릴이 넘쳐서 문제여서 그렇지...하하..;;;

그나저나...죽으러가는 것도 아닌데. 사랑니 4개나동시에 빼고.
팀원들이 다 고향내려가서 연습상대도 구하기 힘들다고 하던데...
암튼..황제니까. 또 기대할렵니다.~~~
막강테란☆
06/10/02 11:45
수정 아이콘
대부분 마재윤 선수가 이긴다고 생각하시더라구요. 전 오히려 임요환쪽인데.. 요환 선수의 저그본능과 1대1 스나이퍼 능력때문에 요환 선수가 이기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뭐 두고봐야 알겠죠..

근데... 마재윤 선수 vs T 확률이랑 요환 선수 vs Z 확률이 똑같다니 이런 우연이...~~!!!!!
여자예비역
06/10/02 11:45
수정 아이콘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선수 모두 화이팅이에요!!
06/10/02 11:56
수정 아이콘
sylent의 'S'급 컬럼..
언제부턴가 독자가 되어버린..
비롱투유
06/10/02 12:32
수정 아이콘
코엑스에서 봐요 +_+ ~
My name is J
06/10/02 13:21
수정 아이콘
좋겠습니다 코엑스..ㅠ.ㅠ
전 일해요..ㅠ.ㅠ.
Lavender
06/10/02 13:49
수정 아이콘
저 역시 같은 바람을 하고 있었습니다..
경기도 기대되지만, <요환묵시록下> 도 무척이나 기대되네요^^
분발합시다
06/10/02 18:12
수정 아이콘
음... 임요환선수가 사실 흔히 말하는 당대 대테란전 포스 본좌저그들인 박성준,박태민,마재윤을 그들의 전성기 시절에 5판3선승제에서 만나본적이없죠. 임요환선수가 5판3선승제에서 만난 저그라면 대표적으로 홍진호,박경락,조용호 등인데 임요환선수가 저그전 잘하는것은 맞으나 마재윤선수에게는 좀 힘들어 보이는게 맞는듯합니다. 더구나 단판제도 아니고 5판3선승제이기때문에
06/10/02 18:25
수정 아이콘
전부터 생각해왔던건데 sylent님에 칼럼글을 ES포스에 실는것두 괜찮을지두 모르겠네요~ 혹시 편집장님이 보고 계시다면 투고 형식으로 실어보는건 +ㅅ+
06/10/02 23:53
수정 아이콘
그가 이기든, 그가 지든,
입대 전 마지막 경기를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러 내일 코엑스로 향합니다.

이겨도, 져도,
자꾸 눈에서 눈물이 날것 같아서,
아무래도 마음 무장 단단히 하고 보러 가야될거 같아요.

어떤 경기이든, 그가 원하는만큼 경기를 했으면 합니다.
맵을 조각조각내는 몰래건물 혹은 건물조이기이든,
컨트롤의 극한을 보여줄 벙커링이든,
최소 4군데 난전상황에서 드랍쉽 두 방향으로 날리는 현란함이든...
그 어떤 것도 그가 하고싶은만큼 보여주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06/10/03 00:02
수정 아이콘
마재윤선수의 팬입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마재윤선수가 이겼으면 좋겠고, 이윤열선수가 그랬듯이, 임요환선수를 이김으로써 '최고'라고 인정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그건 그냥 소망일 뿐이고, 임요환선수가 무서운건 사실입니다. 독하게 마음먹고 덤비는 임요환선수의 무서움을 알기에...말입니다. 마재윤선수. 당신도, 독하게 마음먹고, 후회없이, 황제를 보낼수 있기를. 화이팅!!!


그리고 홍진호선수의 승리를 기원합니다(응?-_-;;;)
06/10/03 07:09
수정 아이콘
홍진호선수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이기고 갑시다!(.....)
그나저나 해외에서 끊기는 넷으로 새벽에 관전이 가능할것인가, 그것이 포인트(...) 라서 슬픈 현실에 울먹이는 한 팬이였습니다.
열심히 보시고 오셔서 좋은글 써주시면, 그것이야말로 저에겐 경기를 보는것이나 다름 없으니까요-... 라는거죠.
잘 읽었습니다-
카고아이봉
06/10/03 08:43
수정 아이콘
임요환 선수의 완승으로 끝나버리길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6061 슈퍼파이트 경기시작!압도적인 연출,그리고 기대감!곰 제대로! [189] 엠케이6649 06/10/03 6649 0
26060 더블넥 상대로 몰래해처리는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5] 최종병기그분4018 06/10/03 4018 0
26059 시작된 메인이벤트! 슈퍼파이트! [657] SKY928517 06/10/03 8517 0
26058 오늘의 1탄! 프링글스 8강 패자전! [290] SKY924866 06/10/03 4866 0
26057 가을의 강림(降臨) 3편 [1] 김연우24773 06/10/03 4773 0
26056 요환의 마지막 경기 보러 가기 전 [3] Calvin4344 06/10/03 4344 0
26055 슈퍼파이트 기사를 읽고 느낀 E스포츠 [8] G.s)TimeleSs4073 06/10/03 4073 0
26054 본좌론1편 ☞ 본좌의 6가지 기준과 마재윤 [52] 카고아이봉4994 06/10/03 4994 0
26053 오늘 슈퍼파이트에서 내가 요환선수에게 바라는 점 [18] 창이♡4022 06/10/03 4022 0
26052 스타리그는 있는데 스타는 없다? [3] 쩌비3591 06/10/03 3591 0
26049 프로리그 BEST & WORST [12] 백야4184 06/10/03 4184 0
26048 드!디!어! 바로 오늘 슈퍼파이트가 개최됩니다. 다들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49] 김주인4190 06/10/03 4190 0
26047 PGR의 알수 없는 매력? [12] Melody3805 06/10/03 3805 0
26046 e스포츠와 바다이야기 (잡담) [5] 개척시대3760 06/10/02 3760 0
26045 미스테리한 그녀는 스타크 고수 <열두번째 이야기> [11] 창이♡3938 06/10/02 3938 0
26044 손은 눈보다 빠르다- 영화 타짜 관람 후기 (스포일러 없음) [21] 지포스4852 06/10/02 4852 0
26043 개천절에 벌어지는 개인리그 더블 데이!(하루에 개인리그가 두개 있는것) [20] SKY924912 06/10/02 4912 0
26041 오늘 프로야구 최대의 하이라이트 [50] Ace of Base4475 06/10/02 4475 0
26040 지겹고 지루해지는 경기 [19] 그래서그대는4209 06/10/02 4209 0
26037 옛날 인기 있었던 맵들을 다시 사용해 보면 어떨까? [39] 케타로4053 06/10/02 4053 0
26036 [L.O.T.의 쉬어가기] `요환개시록!!!` [7] Love.of.Tears.4814 06/10/02 4814 0
26035 [sylent의 B급칼럼] 요환묵시록 上 [15] sylent5679 06/10/02 5679 0
26033 나가자,마재윤! 이기자,홍진호! 싸우자,임요환! [8] 여자예비역4207 06/10/02 420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