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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3/11 15:01:12
Name
Subject 소설 홍진홍 1~6.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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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특정 인물의 심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까는 글 아닙니다.
****

1.

"..이제 스겔 좀 꺼라."

정 감독이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홍진홍에게 던진 말이다. 하지만 홍진홍은 얼굴에 비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대꾸했다.

"가소로운 글들을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풀려요. 이들이 어떤 말을 해도 제가 억대연봉자라는 사실, 이 친구들이 몇만원에 벌벌 떨어야 하는 서민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어요. 이 친구들은 하룻밤 자고 나면 잊혀지고 무엇이 사실인지 모르게 되어버릴 것에 집착해요. 이를테면 가치관, 말, 감정, 같은 거 말이죠. 아직 뭘 몰라요. 뭐, 어리니까 그런 거죠. 이해해요. 뭐 그렇다고 해서 제가 항상 화가 나지 않는다는 건 아니구요.."

이미 등을 돌려 자기 방으로 돌아가고 있는 정 감독을 향해 홍진홍는 끝이 어딘지 정해놓지 않은 말들을 토해놓았다. 그리고 한숨을 쉬며 일정표를 바라보았다. 내일은 팀플만 한 경기 출전이다. 팀플은 분명 프로리그의 핵심이다. 팀플이 약한 팀은 우승권에 있을 수 없다. 팀플에 출전하여 고승률을 올리는 선수들에게조차 팀플전용선수라며 비난을 가하는 이들은 분명 팀 전력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 것이 분명하다...

'...언제부터 이렇게 생각이 많아진걸까.'

코크배 결승 4경기 라그나로크에서 저그를 선택하던 홍진홍이 있었다. 수많은 준우승에도 포기하지 않던 홍진호가 있었다. TG삼보배 전승결승진출의 홍진홍이 있었다. 1년간의 슬럼프끝에도 다시 재기하여 Ever 2004 4강까지 올라갔던 홍진홍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곁엔 임용환이 있었다.



2.

'GG.'

그 날 3경기, 마음속으로는 0:3 패배를 인정하지 못했지만 어쨌든 항복 표시를 해야 했다. 그는 억울함과 분노를 억누른 채 조용히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좀 너무한 거 아냐? 난 최선을 다했어. 내가 어떻게 연습했는지 너도 알잖아. 이런 결과가 나올 수가 있는 거야? 맵 제작자들의 실험정신에, 블리자드의 치밀하지 못한 밸런스 설정에 내가 희생당한 거야. 정말 난 몇 년간 부끄러움없이 행동했어. 엘리당하는 순간에도 꼭 GG를 쳤고, 재경기를 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패배를 승복하거나 매너 빌드를 쓰곤 했었지. 그리고 남들이 아무리 저그가 암울하다고 하는 맵에서도 나는 내 종족을 포기하지 않았어. 이럴 수 있는 거야? 정말 이럴 수 있는 거냐고?"

모니터를 향해 악을 쓰다시피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팀원들은 말없이 자리를 비워줬다. 패배와 정당성은 관련이 없지만 언어의 동물인 사람은 가끔 논리에 종속된 언어로 자신의 감정을 풀어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하지만 그 인간이 그 순간 진정 좇고 있는 것은 논리가 아닌 패배 그 자체를 향한 반감이기에, 반감을 공유할 수 없는 사람은 그와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이 낫다. 그리고 적지않은 세월을 승부사의 삶으로 살아온 팀원들은 패배자를 내버려둬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노련한 팀원들도 하나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3.

"홍진홍, 어디 가나?"

"아, 잠시 밖에 다녀오겠습니다."

"...요즘 외출이 잦구나. 잠시 얘기 좀 할까."

정 감독은 담담한 표정으로 걸어오는 홍진홍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는 무언가 달라져 있었지만 정 감독은 그것을 쉽게 찾아낼 수 없었다. 그래서 정 감독은 첫마디를 어떻게 꺼내야 할지 다소 고심해야 했다.

"...감독님께서 무엇을 생각하시는지 알고 있습니다. 왜 열심히 연습하는 것을 그만뒀냐는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거겠지요. 하지만 열심히 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바로 선택입니다. 사람은 항상 불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숙명을 가진 존재니까요. 저는 그것이 지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감독님께서도 아시겠지만 스타크래프트 시장은 연예산업과 스포츠의 속성이 다소 뒤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경기의 밀도보다는 드라마와 홍보효과가 더 중요하지요. 저는 이미 그런 위치를 얻었습니다. 오히려 저는 우승으로서 제 드라마의 이어지는 줄거리를 끊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아, 그리고 남은 제 선수 생활은 이벤트쪽으로 집중할 생각입니다. 저는 홍보효과를 낼 수 있는 지위에 올랐고, 그것을 최대한 누릴 생각입니다."

정 감독은 홍진홍의 길고도 잘 정리된 말을 들으며, 그의 무엇이 달라져 있는지를 기억해냈다. 그래서 그는 미처 꺼내지 못했던 첫 마디를 시작할 수 있었다.

"...잃어버렸구나. 승리의 짜릿함을."


4.

  'Nul_Ra has left the game.
  [NC],,,Yellow has left the game.'

"야, 오늘 컨디션 좋아보이는데? 한 게임 더 하자."

'..승리의 맛을 잃어버렸다고?'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실상을 들여다보면 인생은 전투의 연속이고, 따라서 인간은 승리감과 패배감을 계속해서 맛보게 된다. 그리고 경쟁자가 많은 현대인들에게는 패배감이 좀 더 보편적이다. 패배감이 인간 정신의 내구력을 넘어서기 시작하면, 패배가 자신을 정의하는 단어가 되고, 정신은 자괴감과 패배를 향한 반감이 찢어놓은 탓에 너덜너덜해진다. 홍진호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Ever 2004의 0:3 패배는 그의 정신을 찢어놓았다.  가끔 찢어진 정신을 얼기설기 붙여서 살아갈 때도 있을테지만, 온전히 그것을 꼬매줄 승리라는 이름의 실은 너무나 아득해보였다.

"...그래."



5.

'..그런 거 다 소용없더라. 긍정적인 생각으로 패배감을 이긴다는 건 상처에 힘을 줘서 상처를 아물게 한다는 발상과 똑같아. 좋은 책 안에 있는 좋은 말... 글쎄. 차라리 분명한 건 우리가 책을 구매함으로써 그들을 손쉬운 승리자로 만들어주고 있다는 사실 아닐까.'

당시 은퇴를 앞두고 있던 송병선의 말이다. 수많은 조연 중 한 명. 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그렇게 흘러간다. 지배층은 주연과 조연과 엑스트라를 그들의 기준에 맞춰 평가하고, 돈을 지급한다. 물론 엑스트라가 주연과 지배층을 평가하기도 있지만 단지 입으로 할 수 있을 뿐이다. 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법에 위배되지 않지만 욕을 하는 것은 법에 위배된다.

'...형이 왜인지 그립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던 홍진홍의 두 눈이 잠시 그리움으로 젖어들었다.


6.

'결국.. 이렇게 되어 버리는 건가.'

인간 생리의 메커니즘 자체를 견딜 수가 없었다. 파스칼은 입으로는 천사의 말을 하고 몸으로는 악마의 행동을 하는 것이 인간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홍진홍은 자신이 인간이기 때문에 더욱 더 견딜 수가 없었다. 메커니즘 자체를 성립하게 한 책임을 누군가에게 지게 해야 했다. 신이 있다면 신을 저주해야 했다. 세계의 1인자가 있다면 그를 저주해야 했다. 국내의 1인자라도 있다면 그라도 저주해야 했다. 이게 다 신과 부시와 노무현 때문이라는 문장을 떠올리다가 그는 곧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는 물 한 잔과 수면제 한 통을 들이켰다.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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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11 15:16
수정 아이콘
사람을 멋대로 죽이셨네요-_-;
You.Sin.Young.
06/03/11 15:21
수정 아이콘
수면제 한 알이 아니라 한 통이었군요;;
말코비치
06/03/11 15:23
수정 아이콘
이런 글을 쓰는 게 왜 문제죠? 무개념하게 까대는 글도 아닌데??
06/03/11 15:25
수정 아이콘
홍진홍이라고 이름을 바꾸긴 했지만 누가봐도 프로게이머 홍진호 선수에 대한 글이군요. 홍진호 선수도 실제로 pgr에 자주 오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쪽이 (님자도 붙이기 싫네요.)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삭하시죠.
못된녀석
06/03/11 15:30
수정 아이콘
PGR을 잠시 안한동안 이런 소설이 올라왔네여..
저그의 한과 홍진호의 한을 의미심장하게 표현하신것같아서 좋습니다.
비밀편지-kity
06/03/11 15:37
수정 아이콘
마지막 한 줄이 문제네요. 그 부분만 수정을 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세츠나
06/03/11 16:12
수정 아이콘
06/03/11 16:32
수정 아이콘
말코비치 // -_-.. 이게 까는 글이 아니면여?;
제눈에는 잠님이 저번에 쓰신글도 있고 해서 하는 말인데..
피해의식에 젖어사나요?
제내들은 돈 많이 버는데 나는 왜이리 ㅉㅈ 할까? 머 이런식?
아크이브
06/03/11 17:09
수정 아이콘
말코비치님// 이 글은 님 생각처럼 소위 무개념하게 선수를 까는 글은 아닙니다. 그리고 제목에도 소설이라고 써있죠.
그렇지만 이글은 누가 봐도 특정선수를 연상하게 합니다. 헌데 소설 속의 선수의 심리표현과 결말은 무척이나 자극적이기까지 하죠.
소설 속의 선수는 '개념없는' 사람들의 글들을 비웃으며 오히려 즐깁니다. 또 패배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의 가치를 깍아내립니다.
그러다 무척이나 자극적인 결말로 끝이나죠. 문제는 소설 속의 선수가 특정선수를 연상하게 하는데 있습니다. 읽는 사람은 소설 속의 선수를 특정선수와 연상시켜 그 선수가 정말로 패배감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처럼, 마치 일부러 이벤트전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죠.
잠님 //
특정 선수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이런 글을 쓰실 수도 없겠지만 이 글을 읽고 사람들이 무엇을 느끼기를 바라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혹시 '이게 다 그분 때문이다.. '가 주제인가요?
특정인물의 심리와 관련다고 해놓고 실제 선수 이름에 ㅇ을 붙여 누가봐도 뻔히 그 선수를 연상하게 하다니요.
그저 저그의 한과 2인자의 고뇌를 표현하시려고 하신거였다고 해도 글을 읽은 저는 특정선수의 심리와 자꾸 연관이 되더군요.
자삭해주시길 바라지만 마지막 한줄이라도 반드시 수정해주시길 바랍니다.
06/03/11 17:22
수정 아이콘
그러나 그 마지막 한줄때문에 이 소설이 임팩트와 함께 묘한 여운을 가지게 됩니다.

단지 결말이 과격할뿐... 글 내용은 전혀 홍진호 선수를 까대는 글은 아닙니다.
말코비치
06/03/11 17:33
수정 아이콘
잠님은 아까 밑에 "소설 홍진호"라고 글을 올리셨다가 홍진홍으로 고친 것입니다.
홍진호 선수의 현재 모습에 대해 소설 형식으로 풀어낸 것이 무엇이 잘못이죠??
저는 '못된녀석'님과 비슷한 느낌을 가졌습니다. 저그 종족과 홍진호 선수의 광팬인 적은 없었지만,
항상 2인자로 남게 되는 아픔이 느껴졌죠.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폄하하는 듯한 글이 올라와있다고 해서 무조건 없어지길 바래서는 안됩니다.

소설에 대한 개인평 : 6부가 없었다면 오히려 더 좋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지
비밀....
06/03/11 17:34
수정 아이콘
솔직히 말하면 까는 글 맞습니다. 저도 이런 식으로 임요환 선수나 최연성 선수, 서지훈 선수 등 유명 선수 비꼬는 글 충분히 쓸 수 있겠는데요??
청수선생
06/03/12 09:10
수정 아이콘
많이 비꼰다고 생각은 됩니다. 소설이 짧기도 짧구요. 이분 예전에 뭐 글 하나 적고 엄청 다굴 당한걸로 기억합니다.

선수들의 심정을 이해 한다던가에 대한 글이었는데
영웅의물량
06/03/12 20:59
수정 아이콘
이 분이 그 분 인가요? '저는 KTF 선수들을 이해합니다' 이런 식의 글?
그렇다면.. 이 글도 특정선수를 까는 글이 아니라고 보기도 힘들겠군요..
06/03/14 03:39
수정 아이콘
이거 먼가요.
까고 싶으면 스갤가심 될것을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06/03/28 11:52
수정 아이콘
YoORin // 생각이 있는 사람이면 그 리플 좀 자삭하시죠. 중학교 가서 소설의 정의부터 다시 배우고 오든가.

sOrA // 까고 있네요

아크이브 // 특정 선수의 상황을 따온 글은 맞습니다. 하지만 심리 상태와는 연관이 없어요. 본인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실제 KTF 프론트에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런 건 제 능력밖의 일이지요. 저는 그저 소설로서 상상하고, 패배에 관한 일련의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싶었을 뿐이지요.

비밀.... // 풉 써 보세요 님 글이랑 제 글이랑 어디 들고 가서 비교분석이라도 받아보죠

청수선생 // 일부 케텝빠들이 알아서 달려들던데요 일부 케텝빠 개악질인 건 알았지만 Pgr 서식하면서 아주 제대로 하더군요

영웅의물량 // 아니라니까 그러시네

elsyddl // 아니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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