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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2/12 23:07:25
Name kama
Subject [연재소설]Daydreamer - 1.new challenger
   수많은 그림자들이 움직인다.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아무리 입체적으로 꾸며놨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수많은 프로그램들로 만들어진 영상 일뿐. 그림 속의 풍경처럼 눈으로 보이지만 손에 쥘 수는 없는 구상화된 상상의 공간. 하지만 그 안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것은 결코 0과 1로 만들어진 컴퓨터 언어만이 아니다. 사각의 마우스 패드와 키보드 위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손들은 운동이라 이름 붙여진 다른 종목들의 시선으로는 그저 작은 흔들림에 불과하겠지만 그 움직임으로 그들은 모니터 속의 세상을 움직인다. 누르고 두드린다. 가로 세로 1cm의 작은 건반과 150g의 반구형 물체로 두 명은 서로의 얼굴을 보지 않은 상태로 마주 앉아 서로에게 명령어로 만들어진 칼을 휘두른다.
  하지만 움직이는 것은 그들만이 아니다. 그들이 펼치는 작은 상자 속의 서사시는 수많은 선과 전파를 타고서 전 세계의 모니터에 연결되어져 그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눈과 입도 바삐 움직이게 만든다. 20세기에 만들어진 통신체계는 한없이 넓었던 세계를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었고  여기서 발달한 각종 매체들은 세계의 한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디서라도 같이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로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궁궐에서 치러지는 두 명의 플레이를 그 곳에 들어가서 관람을 하는 수천의 인파는 물론 컴퓨터를 키고 인터넷을 연결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볼 수 있게 되었다. 홀로 화면을 바라보며 마우스를 움직이는 외로운 싸움은 더 이상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게 되었다. 그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전 세계 사람들이 탄성을 지르고 침을 삼키는 하나의 축제가 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 축제가 끝이 났다. 가상의 공간에서 사투를 벌이던 한 명은 고개를 흔들면서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앉았고, 그 반대편에 앉아있던 다른 한 명은 의자 등받이에 사뿐히 몸을 기대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와 동시에 전 세계의 사람이 사람 수 만큼이나 다양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수를 치는 사람,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 가만히 앉아서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 의자에서 일어나 가볍게 물을 한 잔 마시는 사람까지. 월드컵처럼 전 세계를 뒤흔들 정도의 활발함은 아니었지만 밑에 집 사람의 입에서 ‘어째 시끄럽네.’라는 의문 섞인 한숨을 들을 정도의 소동들이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가운데,
  홀로 박수치며 소리 지르다가 뒤로 넘어지는 화려할 정도의 행동을 몸소 보여준 소년은 같이 방을 쓰는 룸메이트의 핀잔을 들으면서 몸을 일으켰다.

  [기예단(技藝團) 공연이냐? 조우렌(周連)?]

  말을 건 사람은 그 소년과는 나이 차이가 있을 법한 연령대로, 안경을 쓰고 몸이 마른 것이 전체적으로 날카로운 인상을 주는 청년이었다. 조우렌은 뒤로 넘어진 상태에서 고개를 치켜들어 청년을 쳐다보았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순수한 열정과 환희의 표출이라고 생각해주면 안될까요?]

  [......말을 말아야지.]

  [참나, 리허(李賀) 씨. 승자에게는 환호를, 패자에게는 위로를. 관람의 기본이 아닌가요?]

  [그런 원론적인 설명은 안 해줘도 잘 알아. 쳇, 난 이 또 Idle녀석이 우승한 것이 맘에 안 든다고.]

  [헤에, 침착한 척 하면서 속으로는 열심히 저주라도 퍼붓고 있던 모양이군요.]

  [뭐, 거리가 워낙 멀어 아직 도착도 못한 것 같지만.]

  조우렌은 열심히 태평양을 헤엄치며 건너가는 한자들을 상상하고선 그대로 누운 상태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하긴 확실히 멀기는 멀다. 프랑스 파리와 중국 천진은. 비행기로 타면 몇 시간이나 걸리려나. 아니 몇 십 시간 일지도. 그 머나먼 거리를 뛰어넘어 같은 시간대의 시합을 볼 수 있게 해준-비록 많이 끊기기는 했지만-세계 IT기술의 발전과 중국의 발 빠른 발전에 잠시 감사의 인사를 보내면서 그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막 다 마신 커피잔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리허를 살짝 살펴보았다. 으음, 표정이 좋지 않군. 그는 예전부터 ESWC(E-Sport WorldCup) 2연패를 이룬 군나르 페데르센과 사이가 좋지 못하였다. 온라인 대회에서도 몇 번 다툰 경험도 있기 때문에 이런 둘의 관계는 꽤나 유명한 편이기도 하고. 더욱이 방금 결승에선 자신의 종족인 언데드가 패배를 했으니 더욱 기분이 나쁘겠지.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번 일을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써먹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젠장, 하긴 여기서 떠들어봤자 소용없겠지. 난 이번엔 비행기도 못 탔으니 할 말 없다.]

  [이런, 자폭해버리다니.]

  아차차, 조우렌은 얼른 입을 다물었다. 입 밖으로 내놓아서 건강에 이로운 말과 해로운 말은 엄연히 구별해야 하는 법이다. 평상시에 점잖아 보이는 사람이 한 번 앙심을 품으면 당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괴로운 법이며 특히나 난카이대학(南開大學)이라는 중국내 명문대학교 출신에 팀 주장을 맡고 있는 이 인간이 맘을 제대로 먹으면 그로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지능적이고 악랄하게 상대를 괴롭힐 것이 분명할 것이니 조심하는 게 좋다. 리허가 그의 말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워3를 가동시키자 그는 살짝 한 숨을 쉬었다.

  [뭐해, 얼른 들어와. 방금 전 빌드 기억하고 있지? 복기 해보자.]

  [물, 물론이죠. 빌드 자체는 크게 특이한 게 없었잖아요.]

  [그래, 하지만 그 안을 보면 확실히 차이가 난다는 점이 문제지. 그러니까 대충 넘기지 말고 그런 것 좀 보고 배우라는 말이다, 랭킹 19위. 네가 좀 빨리 커줘야 나도 제대로 연습을 할 것 아니야.]

  [쳇, 성적은 랭킹 순위대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요.]

  조우렌은 얼마 전 자신이 중국 랭킹 7위를 이겼던 시합을 떠올렸다. 그리고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리허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기대와는 달리 리허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으윽, 저 미소는......아차차, 이 사람 지금 기분이 나빴지. 하지만 쏜 화살처럼 나온 말은 다시 담을 수 없는 법. 언제나 그렇듯이 이번에도 후회는 너무 늦은 일이었다.

  [그래서 너도 예선탈락을 당했지.]

  악몽과 같던 과거 일을 거론하다니.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다.

  [리허 씨도 마찬가지로 결국에 유럽 못 갔으면서 저에게만 그러기에요? 랭킹 4위 씨.]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항상 이길 수는 없는 법이잖아. 그래도 난 CIG(China Internet Gaming)에선 본선에 올라왔다고. 누가 또 다시 예선 탈락했던 그 대회를 말이야.]

  [......게임이나 얼른 해요.]

아무래도 시비 거는 것은 자살 행위가 될 것이다. 그동안 천전으로 상경해서 수없이 당했던 고행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자 조우렌은 얌전하게 있는 것이 지금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을 내렸고 조용히 IPX에 만들어진 방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그를 맞이하고 있는 것은 GreatWall. 흔히들 만리장성이라 불리는 장성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그는 새삼 깨달았다. 자신이 천진에 와서 처음 사귄 친구이자-본인은 부정하지만-같은 방을 쓰면서 항상 생활을 함께하는 이 사람이 누구인지를.
  지금 세계 워3계를 셋으로 나누고 있는 세력을 굳이 나누자면 한국, 유럽, 중국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전체적인 선수들의 실력이나 선수층의 두께를 생각했을 때 가장 뒤처지고 있는 것은 아직은 중국이다. 대표를 뽑기 힘들만큼 최상급 실력자들이 우글우글한 한국, 비교적 탄탄한 기반을 바탕으로 세계대회를 지배하며 있는 유럽. 이에 비해서 중국은 홈에서 치러지는 ACON을 제외하면 이번 WCG 우승 외에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그러한 역학 관계를 뒤집을 선수를 뽑으라면 당연히 XuánWu, 조우렌을 지목할 수......는 없겠지만 리허라는 남자는, 'GReaTWaLL'은 그에 뽑힐만한 선수인 것이다. 물론 아직은,

  ‘그도 가능성으로 판단 받는 시기이지만.’

  무엇보다 리허에게 가장 큰 단점으로 뽑히는 것은 오프라인 결승 무대를 밟지 못했다는 점이다. 평소에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있는 인간이면서 무대에 약하다니 참 희귀한 성격일듯. 어쨌든 그런 공통점에 살짝 기분이 좋아진 그는 입가를 살며시 올렸다. 적어도 그런 무대를 동경하는 입장은 둘 모두 같을 것이니까 말이다.

  [결승이라......역시 같은 게임이라도 결승 무대에서하면 느낌이 다르겠죠?]

  [아마 그러겠지.]

  컴퓨터를 키고 모니터를 바라보면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마우스를 움직인다. 프로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하루에 수십 번 넘게 하는 일상적이고 약간은 지겹기까지 한 반복적인 행동들. 하지만 이런 작은 방에서가 아닌 결승 무대라면 그런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기록이 되고 역사가 된다. 그런 장소에서 게임을 하면 같은 게임이라 하더라도 정말 색다르겠지. 그렇다면 그 느낌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언젠간, 아니 빠른 시일에 그 무대에 오르겠어요.]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다만 그 전에.]

  리허의 말이 끝난 순간 데스나이트의 코일이 날아가 에너지가 없던 라이더(Rider)에게 적중했다. 예상치 못했던 급습에 조우렌은 신음을 흘렸고 리허는 살짝 웃음을 내보였다.

  [유닛관리부터 제대로 하라고.]



  [젠장.]

  거친 걸음으로 선수 대기실 안으로 걸어 들어온 라이센 신(Reissen Shin)은 그대로 손목보호 용으로 차고 있던 밴드를 벗어서 내던지듯이 앞쪽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던져졌던 반동으로 밴드는 제대로 올라가지 않고 튕겨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그는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그대로 의자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너 답지 않네.]

  탁, 그는 갑자기 날아 들어온 음료수 캔을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잡아냈다. 그리고 그 손을 내렸을 때 그의 시야에는 긴 금발을 아무렇게나 늘어트린 날렵한 모습의 젊은 사내의 모습이 들어왔다.

  [나 답지 않다니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 게임에 졌다고 그렇게 열 내는 것은 처음 보는 것 같아서.]

  [지금까지 했던 게임 중에 최악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무엇보다,]

  조명이 내려쬐는 무대에서의 장시간 걸친 게임으로 많은 땀을 흘려서 갈증을 느끼고 있었는지 그는 말을 잠시 멈추고 상대가 건넨 음료수를 일단 마시기 시작했다. 후, 가끔은 좋은 일도 하는군.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인간에게 또 졌다는 게 맘에 안 들어.]

  말을 끝내고 자괴감에 고개를 숙인 그는 금발 머리의 청년, 로이 앤더슨(Roy Andersson)이 살며시 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이 자식아!]

  [우아앗! 뭔 짓이야!]

  [그래, 너 준우승이다, 너 잘났다! 지금 그걸 한탄이라고 하는 거냐! 1라운드에서 떨어져서 미안하다!]

  [그거야 네 한계고!]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일련의 소동이 마무리될 쯤-그러니까 로이가 갑자기 달려들어서 의자에 앉아있던 라이센의 목을 팔로 감싸며 조르기에 들어가고 이에 켁켁 거리던 그가 팔을 들어 상대의 목을 잡고 허리 힘으로 바닥에 집어던진 후 두 다리로 상대의 상체를 고정시킨 다음 팔을 꺾으면서 결국 급박한 탭아웃을 받아내기 직전에-라이센 신은 누군가가 대기실 입구에서 두 명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어라, 리더(Leader)?]

  [......여전히 친근한 사이로구나. 그러다가 안전요원 달려오겠다.]

  다른 두 명과는 다르게 말끔한 양복에 잘 정돈된 외모를 지닌 20대 후반의 남자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리더, 그런 망발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고.]

  [어쨌든 그만 나줘라. 그러다 손목 다치겠다. 하긴, 1라운드에서 떨어져버린 넘버 투라면 큰 문제는 없을까나.]

  [으윽, 리더~]

  로이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리더는 손에 쥐고 있던 둥글게 말린 팜플렛으로 그의 머리를 가볍게 치고 좀 전까지 라이센이 앉아있던 자리에 몸을 앉혔다.

  [농담이 아니니까 가볍게 넘기지 마. K.D의 넘버 투라는 녀석의 실력이 점점 하락세를 보이면 되겠어?]

  [그나저나 어쩐 일이야?]

  [너 응원해주려, 라고 하면 믿지 않겠지.]

  [물론. 어디 하루 이틀 같이 지내나. 스웨덴이면 모를까 먼 프랑스까지 단지 그 이유만으로 당신이 왔다고는 생각되지는 않거든.]

  [뭐야, 난 말 그대로 팀 K.D의 리더라고.]

  [후원사 계약 때문에 바빠서 못 온다고 통보한 사람이 누군데.]

  [하하, 그렇군. 뭐, 솔직히 이야기 할 수밖에 없나. 그래도 응원하러 왔던 건 사실이야. 원래 목적은 일에 대한 연장으로 볼 수 있지만.]

  [일에 대한 연장?]

  [응.]

  잠시 말을 멈춘 리더는 살며시 로이를 노려보았다.

  [......뭐야? 갑자기.]

  [이게 다 너 때문이다, 이놈아. BenQ 쪽에선 신의 최근 성적에는 흡족해하지만 그 외에는 인기나 실력에서 뛰어난 선수가 없다고 지적했다고. 스폰서를 할 때의 메리트가 좀 부족하다는 것이지.]

  [뭐야, 그쪽이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거겠지. 나만큼 스타성 있는 선수가 어디 있다고.]

  라이센은 살며시 고개를 돌리면서 한 숨을 내쉬었지만 로이는 당당히 그런 반응들을 무시했다. 리더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면서 품속에서 담배곽을 꺼냈지만 방 한 쪽에 크게 박혀있는 금연 마크를 쳐다보고선 입만 다시면서 다시 품속으로 집어넣었다.  

  [어쨌든 그로 인해 조건으로 새로운 선수의 영입을 조건으로 내세웠어. 그 일 때문에 여기 왔던 거지. 계약이나 이런 건 온라인상으로 처리해버릴 수는 없는 법이니까.]

  라이센은 살짝 손을 들어 올려 턱에 괴었다.  

  [흐음, 신 멤버인가. 프랑스에 괜찮은 녀석이 누가 있더라.]

  [설마 다프네? 그 여자 이름 가진 얼간이 녀석을 들여온 건 아니겠지?]

  [얼간이라니, 최근에 잘하고 있던데. 어쨌든 아니야. 아직 대회에선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응? 그쪽에서 조건을 걸었다면 꽤나 명성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뭐, 당연히 그 쪽에서도 수락한 안건이지. 가까운 시일에 크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여기고 있더라고. 하긴 그건 나나 에스트로스 씨도 동의한 사실이니. 너희들도 아마 이름을 들으면 알 수 있을 거다. 아실 고메(achille gomet)라는 이름을.]

  아실 고메? 주로 온라인으로 활동을 하는 유럽의 워3게이머들은 대부분 게임에서 사용하는 아이디로 널리 알려져 있어 어떨 때는 이름이 굉장히 낯설게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회에 출전한 적이 없는 신인 선수라면 더더욱 그러겠지. 라이센은 즉시 머릿속에 입력된 인명부의 구석구석을 뒤졌지만 그런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하긴 프랑스 이름은 외우기 힘드니 웬만해선 기억에 남아있을 리가......있군. 희미하지만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꽤나 오랜 시간 전에 입력이 되었고 더 이상 꺼낼 필요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쉽게 기억해내지 못한 것이겠지. 라이센은 리더를 바라보았다.

  [설마 그 Benissant를 말하는 거야?]

  그 말을 들은 리더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떡였다. 계속해서 이름에 대해 고민을 하던 로이도 그 단어를 듣자 살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조금 위험한 도박인 것 같은데.]

  [알고 있어. 하지만 너도 직접 만나게 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어차피 계약 마감됐고 이제 한 팀으로 활동하게 될 것이니 이따가 만나보라고.]

  그 순간, 대기실의 문 너머로 많은 사람들의 환호성들이 복도를 타고 흘러들어왔다.

  [이런, 카운터 스트라이크 결승도 끝이 났나보네. 시상식 시작하겠다. 얼른 준비해라. 자자, 인상 펴라. 준우승이야.]

  리더는 씩 웃으면서 의자에서 일어나 라이센의 어깨를 탁탁 두드렸다. 그래, 준우승이다. 다시 정상에 오르는 데는 실패했지만 적어도 작년에 비해서 떨어진 것도 아니라는 말이 되기도 한다. 아직 리그는 많다. 온라인, 오프라인. 유럽과 미국과 중국과 한국. 그렇다면 거기서 정상에 오르면 되는 것이다. 그는 옆에서 ‘그래 준우승이지, 준우승이라고, 준우승이잖아!’라고 중얼중얼 거리는 로이를 애써 무시하면서 리더에게 웃음으로 보답했다.

  [그럼 난 관람석 쪽에 나가 있지.]

  리더는 양복을 한 번 점검하더니 손을 흔들면서 대기실 밖으로 나갔고 그와 교차하듯이 목에 ‘ESWC STAFF'라는 큼지막한 명찰을 달고 있는 여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라이센 신 선수. 곧 시상식 시작합니다. 무대 뒤로 나와 주세......]

  하지만 그녀는 곧 말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한 모습으로 멍하니 대기실 안을 바라보았다. 둘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움직였고 아까의 난리 동안에 말 그대로 난장판이 되어버린 대기실의 모습을 보게 되자 로이는 헛기침을 하면서 천장을 바라보았고 라이센은 그런 로이의 무릎 뒤쪽을 가볍게 걷어찼다.  

  [......시상식 준비하기 전에 정리부터 해야겠군.]
  






Romance - 1. Boy meet 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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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nce - 2. Boy meet G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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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nce - 3. 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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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nce - 4.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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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nce - 5. 발을 내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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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nce - 6. 예선 7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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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nce - 7. 끝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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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nce - 8. Log B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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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nce - 9. 그리고  
https://pgr21.com/zboard4/zboard.php?id=war3&page=1&sn1=&divpage=1&sn=on&ss=on&sc=on&keyword=kama&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742
Daydreamer - prologue  
https://pgr21.com/zboard4/zboard.php?id=free2&page=7&sn1=&divpage=4&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0721




......네, 죽지 않고 또 왔습니다. 뭐 달리 할 말은 없고 먼저 부족하나마 즐겁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일단 어쨌든 후속작이니 전작을 링크를 하려고 했는데 아는게 없어서 붙여넣기만 했습니다.(잘 될려나) 그리고 Romance에선 리그 이름가지고 이런저런 장난을 쳤는데 딱히 생각나는 것도 없어서ㅡㅡ; Daydreamer에선 그냥 실제리그명을 쓰기로 했습니다.(비상업용이니 상관없겠죠......) 물론 현실의 인물이 등장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고요. 고스트 바둑왕에서 본인방전이니 삼성화재배니 하는 단어들이 그대로 등장했던 것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BenQ는 그냥 WEG 후원해줬던 게 고마워서 써봤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디 사용 허가를 해주신 Daydreamer님께 감사를~ㅣ^^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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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미
06/02/13 17:31
수정 아이콘
하이퍼링크 깔끔하게 고쳐드리고 싶은 마음이 마구마구;; 그래도 연결은 잘 되네요. 오랜만에 전편도 읽어 볼까요. ^^
그나저나 이젠 중국에 프랑스입니까! 무대가 넓어져만 가는 와중에 전작의 주인공은 아직 등장을 하지 않고 있군요. 계속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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