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6/01/17 07:07:01
Name 비롱투유
Subject " 난 [아직도] 천재니까 ! "

공유된 기억이 있다는 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중학교때로 돌아가 이야기를 했습니다.

잘 삐지던 친구놈 이야기.
터질 듯한 바지가 인상 깊은 살찐 송혜교라고 불렀던 학원 선생님 이야기.
밤 늦게 까지 농구하면서 속으로 (난 지금 행복하다)라고 외쳤던 이야기등을 주고 받았습니다.  

근데 왜 이렇게 오래 지난 이야기들 같죠?
이제 겨우 21밖에 되지 않았는데 말이죠.
사실 오늘에서야 안 사실인데 민법상으로는 생일이 지나지 않아서 미성년자랍니다.
그 소리 듣고 아직 난 정말 어리구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친구놈과 옛 이야기를 하니까 아주 먼 곳으로 훌쩍 떠나온 기분이네요.      










그렇죠.
정말 멀리 떠나온게 맞겠죠.
21살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벌써 8년이 지난 이야기들로 결코 다신 돌아갈 수 없으니까요.
어찌 표현하지 못할 거리를 지나왔기에 그 시절이 더욱 그리운 것이겠죠.





오랜만에 앨범을 봤어요.
다들 어쩜 그렇게 앳되보이든지..
그러다가 내 사진을 봤는데 정말 어색하더군요.
거울 속에 비추는 나의 모습과 사진 속의 저 어린애가 동일인물이라는게 믿기 힘들 정도로 이질감이 느껴지더군요.
하긴 많은 것이 달라졌죠.
키도 20센티 이상 더 커졌고 얼굴엔 까끌까끌한 수염도 나고 이젠 정말 어른이 된거죠.




그것 뿐이면 좋으련만 몸 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바뀐 것 같아 더욱 우울해 집니다.
그 시절보다 점점 나약해지고 겁이 많아져가는 날 느낀다고 푸념하자 친구놈이 그러더군요.

[너 그떈 말빨도 참 쎗잖아]
[나도 중학교때 니가 더 인상 깊고 좋았다]

......

오랜 친구인 만큼 내 마음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는 듯 했습니다.
가슴아플 정도로 너무나도 잘..      












                    
그 시절 난 천재인 줄 알았어요.
우습지만 정말로요 ^ㅡ^;;
모든지 다 할 수 있을줄 알았고 불가능은 없을 꺼라 믿었으며 세상은 쉽게 생각하면 한없이 쉽다고 말이죠.
선과 악으로 나뉘어서 난 언제나 선의 쪽에서 내 모든걸 바칠 수 있다고 굳게 믿었었죠.

단순한 공상이 아니라 마음 속으로 다짐했죠.
지금 살고 있는 이 동네에 나의 이름 석자로 된 기념비가 세워질 것이라고..
이 마을의 이름은 나의 이름으로 바뀔 것이라고.. 다짐했고 또 그렇게 믿었죠.





어쩌면 커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하는 초등학생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몰라요.
원래가 늦게 자라는 만큼 중학생이 되도록 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일 수도 있고요.
그런데 그때가 정말 그립네요..          








친구놈 만큼이나 그때의 내가 좋았고 그때로 너무나도 돌아가고 싶네요..
불이 꺼진 농구코트위에 친구랑 누워서 하늘의 별을 보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네요.
가슴 속으로 다시 한번 외치보고 싶어요.      

[나는 지금 행복하다!]












그래도
돌아갈 순 없죠..












어느 덧 2006년..
처음이네요.
나이 먹는게 이렇게 서글퍼지기는..
어느새 나이 먹는게 무서워지게 되었군요.






천재인줄 알았던 소년은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울적해 하지만 다시 걸어가겠죠.
걷기 싫어도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싶어도 현실이란 괴물은 다시 소년을 일으켜 세우겠죠.
이미 물들어버린 어른의 길로 천천히 걸어가겠죠.              




그렇다고 지금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건 아니에요.
그 어느때보다 안정되어 있고 편한 생활이죠.
하지만 가끔 이런 생각을 해요.



(그때의 나였으면..
14살 중학교 1학년때의 나였다면..)    


과연 이런 편한 길을 택했을까..?
글이 쓰고 싶다면 무엇이 되었든 그 쪽으로 가야지! 라고 소리치며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지 않았을까..?
분명 그랬을텐데.
미래가 불확실하다 해도 겁먹지 않고 이까짓 현실쯤이야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어라고 외치며 나의 뜻대로 했을텐데.                


부질없는 생각.




교사보단 작가가 되고 싶었고 평범한 사람보단 비범한 사람이.
아니 천재이길 바랬던 소년은 이제 어른이 되는 걸까요?













정말 어른이 되기는 싫은데..
정말 싫은데..                                                                          
하루하루 나약해지고 겁쟁이가 되어가는 날 느낍니다.








그래도.
광고 카피처럼 인생은 길기에..                    
그 시절 그토록 열광하며 봤던 만화책의 맨 마지막 장면에 한 글자만 더 넣어 봅니다.     






        "       난        [아직도]         천재니까 !        "

        "   ...............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막시민리프크
06/01/17 07:52
수정 아이콘
죄송할 말이지만..저는 제가 아직도 천재라고 생각합니다.
노력만 하면 이까이거 까짓거..(니 미친거니?)
게레로
06/01/17 08:15
수정 아이콘
"이제 겨우 21밖에 되지 않았는데 말이죠."
이부분읽으면서 속으로 '나보다 나이가많네..' 했는데
생각해보니 제가 21살이더군요 ....쩝...
세월참빠릅니다...ㅠㅠ
06/01/17 08:32
수정 아이콘
훗.. 21이면 아직 난 한참 멀었네~ 했는데
생각해보니 저도 내년이면 21...
아직 20대라는게 믿기질 않네요;;
게레로
06/01/17 09:05
수정 아이콘
막시민//
저도 제가 아직 천재라고 생각합니다.
노력만 하면 그까이거...
BeAmbitious
06/01/17 09:16
수정 아이콘
후후후...모두들 군대갖다오면 20대 중반이죠.-_-
양정민
06/01/17 09:22
수정 아이콘
음... 저도 올해로 20살이 되네요.
피쟐 가입할때만해도 고1이었는데...
세월 정말 빠릅니다.
ForEveR)HipHop
06/01/17 09:37
수정 아이콘
BeAmbitious // 그게 문젭니다.
분명히 20대 초반에 군대에 갔는데...왜 갔다오니까 중반이죠-_-;;;
WizardMo진종
06/01/17 10:14
수정 아이콘
삼년전에 저도 그랬습니다.
06/01/17 11:28
수정 아이콘
어릴적의 자신감이지요. 나쁜건 아니잖아요^^ 하나둘 나이 먹을수록 자신감이 없어져서 그런다고 생각해요.
올해 스물셋. 친구들이 자꾸 꺾인 나이라고 합니다..하지만 이제 새싹이라고 우기고 다녀요. 꺾였다고 하기엔 너무 젊은 나이 아닙니까 ㅠ.ㅠ!!
그나저나..윤열선수 이야기인줄 알고 들어왔습니다-0-;;
06/01/17 11:30
수정 아이콘
군대갔다와서 제대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20대가 꺽여버린 내 모습을 발견하곤...OTL
06/01/17 11:40
수정 아이콘
21살이면 아직 창창한 나이죠.
06/01/17 12:19
수정 아이콘
쇠도 씹어먹을 수 있는 나이네요.
부럽습니다.
강하게 사십쇼.
터치터치
06/01/17 12:35
수정 아이콘
31살때는 21살이였으면 이라는 생각을 안할 것 같나요??? 21살이면 대통령 되겠단 꿈을 꿔도 늦은것 아닙니다.
06/01/17 12:57
수정 아이콘
인생 별 거 없습니다.
이제와서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서 지금의 나보다 나을거라는 생각을 하신다면, 그건 착각이라 말씀드리고 싶네요. 뭐, 어차피 몇년 뒤면 다시 지금의 나이를 돌아보게 될겁니다. 너무나도 흔한 경구가 있지요, '가장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이른 때이다.'라는...
Jay, Yang
06/01/17 13:35
수정 아이콘
좋은 말씀들 많이 해주셨네요.. 20대에 뭘해도 됩니다! 화이팅!!
GunSeal[cn]
06/01/17 13:41
수정 아이콘
음... 저도 아직 천재라고 생각해요... 평범한 시츄에이션에 갖힌 천재...-0-;;
06/01/17 14:06
수정 아이콘
jay,yang니임//아직 늦지 않으셨지 않사옵니까. 프로토스의 천재가 되세요!
06/01/17 14:08
수정 아이콘
저는 지금도 제가 천재라고 생각합니다. 난 언제나 천재다.
Den_Zang
06/01/17 14:57
수정 아이콘
.. 늦었다고 생각할때가 가장 빠를때다.. 라구 누가 그러더라구여
06/01/17 16:57
수정 아이콘
이 사람들! 25세나 되고서 그런 소리 하세요.

25세가 되어야, 미스 춘향이니 하는 미인 선발 대회 자격 요건을 벗어난단 말입니다. 사람은 25세가 되어야 꺽이는 겝니다.

-진지하게 받아들이시면 곤란해요~-
거부할수없는
06/01/17 19:34
수정 아이콘
21살이라... 천재고 아니고를 떠나서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는 나이죠. 뻥 1g도 안보태고 하는 얘기이옵니다.
청춘은 자칫하면 너무도 쉽게 낭비하기 쉬운 시간이라고 정신 바짝 차리라고 그렇게 샘께서 말해줬거만...
저는 너무 낭비하며 보낸것같아 살짝쿵 후회가됩니다.
대체 뭐가 잘났다고 선배들이 해주는 그 천금같은 충고들을 가볍게 흘려 들었는지 생각하면 어리석기만합니다.
20대때는 뭘 이루는 나이가 아니라 뭘 이루기 위해 준비하는 나이라고들 합니다. 맞는 말이죠.
더 냉정하게 말해서 요때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평생을 폼나게 사느냐 마느냐가 결정되버리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광석이옵빠에 서른즈음에라는 노래가 요즘들어 팍팍 가슴에 와닿는 사람의 잔소리였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0215 토스분들 아마추어 레벨에서는 암울하지않습니다 [47] suzumiya3660 06/01/18 3660 0
20214 90년대 가수들의 컴백! [23] Zealot3628 06/01/18 3628 0
20213 프로리그 후기리그결승 D-3 [18] 초보랜덤3862 06/01/18 3862 0
20211 왜 알게 되었을까?...몰랐다면 더 좋았을껄.... [22] kay_kissme3580 06/01/18 3580 0
20209 7전 8기 새로운 신화 Chojja 조용호~! [8] Signal-Terran4237 06/01/18 4237 0
20207 갑자기 생각이 나서 적게 된 다른 형태의 맵입니다. [21] doya3315 06/01/17 3315 0
20206 [스타 추리소설] <왜 그는 임요환부터...?> -47편(외전: 황제의 결승전에 관하여) [28] unipolar7118 06/01/17 7118 0
20205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임팀 홈페이지 방문기 [10] 시연3515 06/01/17 3515 0
20204 내일........ 과연,박지호선수랑 맞붙을 선수는 누구인가? [43] SKY924228 06/01/17 4228 0
20203 왜 pgr에 이글이 없었을까..?? (오리온스 농구 & 온게임넷) [17] Acacia3807 06/01/17 3807 0
20202 8년간의 의문 완결[?] [6] EZrock3493 06/01/17 3493 0
20201 잘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11] EzMura3353 06/01/17 3353 0
20200 2006프로리그 프리미어리그 팀과 접목시켜보자! 1)SKT [21] relove3652 06/01/17 3652 0
20199 자살하는 모습 목격하신적 있습니까? [40] 구라미남15003 06/01/17 15003 0
20198 대화를 하다보면... [10] LED_nol_ra3270 06/01/17 3270 0
20197 기념패와 공익광고 그리고 긴 추신 [17] homy3482 06/01/17 3482 0
20196 BWI 2006 공식 사이트 오픈! 자세한 행사 정보 공개! [10] 워크초짜5582 06/01/17 5582 0
20195 제안합니다. [5] 이정훈3647 06/01/17 3647 0
20194 광속의 정리술사 운영자분들 [7] EZrock4195 06/01/17 4195 0
20193 예의 - 칫솔만큼이라도 [7] 호수청년3830 06/01/17 3830 0
20190 토스 VS 테란. 토스는 언제나 불리한것이 아니다. [42] 달려라질럿4798 06/01/17 4798 0
20188 무서운 리플이 반? [19] Timeless3699 06/01/17 3699 0
20187 프로토스의 우수성 [111] 소년4764 06/01/17 4764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