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06/10 15:15:39
Name 글장
Subject 여인(펌)
이글은 중국 산문가 주자청의 글입니다.

글 자체도 대단한 미문이지만 특히,

여인을 좋아하는 남자분들이 읽으면 좋을 거 같아서...

지나간 자료 정리하다가 발견해서 올려봅니다.

이분의 글 중에 '초등학교 때부터 일관되게 여인을 좋아했'다는 대목에선

무릎을 치며 공감했다는--;

피지알 눈팅의 보답을 가끔 이런 글을 퍼올리는 것으로..대신하려고..죄송(__)


여인 (원제: 女人)


백수(白水)는 성실한 사람이다. 그리고 또한 재미있는 사람이다. 그가 입을 한번 열었다 하면 콸콸 흐르는 황하의 물처럼 대단한 이야기를 해댄다. 이번에 면자(勉子)가 일본 어느 잡지에 실린≪여인?≫이란 제목의 글을 보았는데, 문인들 몇이 여인을 주제로 담화한 내용을 기록한 것이라며 소개했다. 백수가 말했다.


"이거 재미있겠군. 우리도 한번 해보지 않을래?"


우리는 대답했다.


"네가 먼저 시작해."


백수는 머리를 긁적이고는 입을 열었다.


"좋아! 내가 먼저 하지. 너희들 차례가 되었을 때 뒤꽁무니 빼서는 안되는 거야."


예전의 예로 보건대 우리는 그가 일단 입을 열었다 하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번 입을 열자 다른 사람들은 그저 옆에서 장단이나 맞출 뿐 끼어들 여유가 없었다. 당시 나는 임시 서기를 맡았는데 탁자에서 나왔던 이야기를 되는대로 기록하였다. 이제 그것을 정리한 것이 다음 글이다. 80%는 백수의 의견이므로 제1인칭을 사용하여 그가 글을 쓴 것처럼 만들었다. 이렇게 해도 백수는 별 의견을 달지는 않겠지?


솔직히 말해서 나는 여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는 일관되게 여인을 좋아하고 있다. 비록 '여인 때문에 당한 일'은 없지만 여인의 힘은 내가 항상 느끼고 있는 터이다. 여인은 곧 자석이고 나는 쇠붙이다. 나는 가공의 여인이나 현실의 여인을 생각하며 한 두시간은 보통 몽상에 빠지기도 하는데 심지어는 일주일 이주일을 헤매며 고기 맛도 잊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길을 걷다가다도 멀리서 여인이 오면 나의 눈은 꽃 향기를 맡은 꿀벌처럼 곧장 달려간다. 그러나 나는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 보통 여인은 그저 한두번 눈길을 주는 것으로 만족한다. 욕심을 낸다면 그저 고개를 한번 돌려주는 정도일까. 내 친구는 이성을 보기만 하면 그 자리에 차려 자세를 하고 좌향좌 우향우 하고 근시안경 아래로 한나절을 뚫어지게 보고는 여인의 모습이 사라진 다음에야 비로소 걸음을 옮긴다. 나는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우리 고향에 '똘똘한 애는 한눈에 보고, 맹꽁이는 종일 본다' 이런 속담이 있는데 나는 항상 똘똘한 축에 들었다.

나는 어디를 가든지 눈동자를 굴려 제일 먼저 여인을 찾는다. 기차간이라면 나는 반드시 몇칸이고 돌아다니며 여인을 보러간다. 여객선이면 꼭 배를 샅샅이 뒤져 여인을 찾고야 만다. 만일 여인을 찾지 못했을 때는 오락장이나 절을 찾아간다. 내가 대담하게 한마디 하겠는데, 여학교에 가는 수도 있다. 거긴 여인 천지가 아니겠는가. 여학교라면 내 눈은 더욱 바빠진다. 나는 다리를 끌며 여인들을 뒤쫓아가는데 지쳐 더 이상 걷지 못할 때까지 따라가곤 한다.


내가 뒤쫓는 여인은 어떤 유형일까? 내가 여인에게서 발견한 것은 무엇일까? 그건 예술적인 여인이다. 옛날 사람들은 여인을 꽃이나 새 혹은 어린 양에 비유했다. 그들은 단지 이렇게 말한다.


"여인이란 자연이 창조해낸 예술품으로 우리를 기쁘게 하고 감탄하게 만든다."


그건 마치 어린이들의 예술성이 자연의 창작으로 우리를 기쁘게 하고 감탄하게 만드는 것과 같다. 그건 단지 남자만 감탄하는 것이 아니라 여인들 자신도 즐거워하고 감탄한다.


그런데 '질투'가 곧 기뻐하고 감탄하는 또 다른 측면이라 할 수 있다. 그건 마치 '사랑'이 기뻐하고 감탄하는 것이듯 말이다. 기뻐하고 감탄하는 그 대상이 꼭 여인만은 아니다. 남자도 대상이 된다. '이 버들가지 풍류스럽고 귀여워, 장서(張緖)의 전성기처럼' 이런 시구가 좋은 예가 된다. 더구나 '아름다운 풍채'라는 구절은 '역사서에 기록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남자의 예술적인 분위기는 아무래도 적은 것같다. 가보옥(賈寶玉)이 매우 적절하게 말을 했다.

(펀자 주; 가보옥은 홍루몽의 남자 주인공입니다. 여인을 숭배하는 남자죠. 중국 최초의 페미니스트라고 불리는 캐릭입니다. 남자는 탁물이라고 한 말은 명언입니다.--;)


"남자의 뼈는 진흙으로 만들어졌고, 여인의 뼈는 물로 만들어졌다."



이건 천명(天命)인가? 아니면 후천적인 것인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단지 사실이 그런 것 같다는 것 뿐이다. 잘 알다시피 인물 데생을 할 때 여인을 모델로 쓰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건 여인의 곡선이 더욱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유사이래 여인은 남자보다 더욱 예술적이라고 하는데 이말은 결코 틀린 소리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예술적인 여인이라고 한 것이다.


이른바 예술적인 여인이란 3가지 의미가 있다. 여인 중에 가장 예술적인 여인, 여인의 예술적인 측면, 우리가 예술적인 측면에서 관찰하는 여인, 이렇게 된다. 내가 '여인이란 남자보다 더욱 예술적이다'라고 했는데 이건 일반적인 이야기고, 여인 중에 가장 예술적인 여인이란 개별적인 이야기다. 그래서 예술이란 단어를 좁은 의미로 사용하면 시각적인 예술을 가리키는데 이건 그림, 조각, 무용 등과 같은 범주이다.


예술적인 여인은 아름다운 색깔과 윤곽 그리고 동작을 구비한 여인으로 용모 몸매 자태를 말하는데, 바라보는 우리를 '가슴 벅차게 해주는' 여인이다. 여기에는 자연의 법칙이 지배하는 경계선이 있는데 내가 가리키는 것은 처녀에 국한된다. 젊은 부인, 중년 부인, 할머니 등은 세월에 부식되어 이미 시들어 말라가는 길목에 접어들었기에 이미 낙오자라 할 수 있다. 여인의 아름다운 면모는 단지 그녀의 '인간이 지닌 여러 모습' 가운데 하나일 따름이다. 그녀에겐 큰 재주, 큰 지혜, 큰 자비, 큰 정조 등등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는 지장이 없다. 오히려 그러한 여러 덕목은 그녀의 아름다움을 더욱 완벽하게 해줄 따름이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아름다움은 오히려 그녀의 단점을 감추어줄 수도 있다.


우리가 여인을 볼 때 그녀의 완벽한 아름다움에 끌리게 되면 자기를 잊고 그녀의 모든 것을 잊고 단지 분위기에 도취되는데, 이러한 황홀감은 순간적이자 관심의 단계를 넘은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분위기는 침묵 속에 있다.

우리가 여인을 보는 것은 좋아할 따름이지 결코 연애하자는 것이 아니다. 연애는 전체적인 것이고 좋아하는 것은 부분적인 것이다. 연애는 나 전체와 상대 전체의 융합이며 굳고 깊으면서 오래 지속된다. 그러나 좋아함은 혼자만의 간헐적인 융합이므로 가볍고 얕고 종잡을 수 없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인생의 재미이자 인생의 모습이다. 연애는 한 인간을 대상으로 하지만 좋아함은 모든 인간과 사물을 대상으로 한다.


이밖에 사랑에는 '인애(仁愛)'라는 것도 있는데 이건 대중을 사랑하는 것이다.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면 '하늘과 땅이 나와 한몸이 되고, 삼라만상이 나와 혼연일체가 되는' 이른바 신(神)의 사랑으로 '대애(大愛)'라고 하겠다. 이렇게 나와 남이 구별이 되지 않는 사랑은 내가 이야기하려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단서를 하나 달고 싶다. 무릇 위대하고 장엄한 모습은 그것이 인간을 대상으로 하든 사물을 대상으로 하든간에 족히 감동시킬 수 있는 것은 틀림없이 이러한 대애(大愛)일 것이다. 그러나 아름답고 우아한 모습은 좋아함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이다. 연애라는 것은 인격의 흡인력을 중심으로 지극히 강력한 점유욕이 있어서 대애(大愛)나 좋아함과는 차이가 있다.


Y군은 인간과 물건을 연애와 좋아함으로 할당하여, 좋아함의 대상은 사물이고, 사랑의 대상은 인간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사람에 대해 좋아한다는 용어를 사용하면 그건 그 사람의 인격을 모독하는 것이라 한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여인을 꽃이나 새, 어린 양에 비유하는 것은 곧 여인을 모욕하는 것이며, 여인의 자태를 찬송하는 것도 역시 여인을 모욕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인격을 모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태의 아름다움을 인격의 범주에서 배척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와같이 말할 수 있다.


"아름다움이 일종의 가치라면, 그리하여 인격이 가치의 기초 위에 건립되는 것이라면 우리가 어떻게 그러한 '자태의 아름다움'을 배척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내가 여인의 예술적인 면을 예술로서 감상하려는 것은 기타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예술과 자연은 '비인격체'이므로 당연히 '모욕'여부를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인간을 사물에 비유하여 좋아하고 찬탄하는 것은 자연히 과거의 희롱적인 태도와는 그 차이가 십만팔천리라 할 것이므로 나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다. 설령 연애를 한다고 해도 여인을 단지 '장난감'으로 아는 것이야말로 진정 모욕적인 것이 아니겠는가. 예술적인 여인, 그렇다 예술적인 여인! 우리는 경이로운 눈으로 그녀를 보아야 한다. 그것은 일종의 기적이기 때문이다.


내가 여인을 눈여겨 본 지는 어언 16년째다. 그런 중에 한가지 사실을 발견했는데, 그건 여인을 예술로 감상할 때 낯선 여인이건 낯익은 여인이건 절대 그녀로 하여금 눈치채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자위적인 본능이라할 수치심 내지는 혐오감이 발동하여 그녀의 예술적인 아름다움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우리 또한 그녀의 수치심이나 혐오감으로 인해 신경이 쓰여 마음을 가라앉히고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비밀리에 감상해야 한다. 예술은 원래 비밀스러운 것이 잖는가. 자연의 창작도 원래 비밀스럽지 않던가.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예술적인 여인이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대는 응당 물어봐야 할 차례이다. 그대에게 말씀드리겠다. 나는 서양 여인도 봤고, 일본 여인도 봤고, 중국의 남쪽 북쪽 미인촌에도 가보았으며 중국에서 유명한 절강성의 여인들도 다 보았다. 그러나 내 눈이 너무도 높은 탓이겠지. 그렇게 많고 많은 여인 중에 내가 발견한 예술적 여인이란 불과 반 다스에도 못미친다. 게다가 그중에서도 서양 여인은 단 한명, 일본여인이라곤 단 한명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 서양 처녀는 Y 도시의 어느 골목길을 돌면서 마주쳤는데 마치 놀란 기러기가 스쳐지나가듯 순식간에 지나쳐버렸다. 그 외 두명은 기차간에서 보았는데 한명은 한나절을 쳐다보고 한명은 이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또 한명은 농촌에서 보았는데 무려 삼개월을 내리 감상하게 되었다.

나는 예술적인 여인의 첫 번째 조건은 부드러운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그 분위기에 젖으면 마치 유장한 퉁소 소리를 듣는 듯, 장미꽃의 향기를 맡는 듯 그리고 백조털 카페트에 누워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한 여인은 물처럼 밀(密)하고 연기처럼 가볍게 우리를 뒤덮는데 우리가 어떻게 좋아하며 찬탄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이는 그녀의 동작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그녀가 발길을 한번 옮길 때마다, 허리를 한번 펼 때마다, 머리카락을 한번 쓸어올릴 때마다, 눈동자를 한번 돌릴 때마다, 머리를 한번 숙일 때마다, 심지어 옷소매가 바람에 살며시 들칠 때마다, 치마폭이 경쾌하게 춤출 때마다, 모두가 한결같이 꿀처럼 흐르고 바람처럼 출렁이는데 우리가 어떻게 좋아하며 찬탄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가장 귀여운 곳은 그 나긋나긋한 허리. 옛날 사람들은 바람결에 하늘거리는 버들가지라 했고, 《홍루몽(紅樓夢)》에서는 청문(晴雯)을 가리켜 '물뱀 허리'라고 했거늘 모두가 잘록한 허리의 부드러움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허리는 소주(蘇州) 지방의 카라멜처럼 입안 가득 달콤하고 이빨 가득 쫀득쫀득한 것이다. 허리가 이렇게 부드러우면 손과 발은 자연히 아름다운 선녀와 같은 모습일 게다.


보시다시피 그녀의 종아리는 또 얼마나 풍만한가. 무릎 아래로 서서히 융기된 모습은 마치 금방 쪄낸 도톰한 빵과 같으며 이어서 차츰 잘록해진다. 이 종아리에 마침 나이론 스타킹을 신었는데 옅은 파란색일까 혹은 흰색일까? 꽉 달라붙게 조이는 스타킹에는 단 하나의 주름도 없어 그 풍만한 곡선이 더욱 풍만해 보이며 반짝이는 싱싱한 광채는 거의 사람의 그림자까지도 비출 정도이다.


그대는 다시 위쪽으로 눈길을 돌려보라. 그녀의 양 어깨는 그 얼마나 가지런한가. 쌍둥이로 태어난 어린 양의 어깨처럼 또한 두개의 옥으로 만든 봉우리처럼 가을철의 산처럼 여리면서도 가을철의 호수처럼 그렇게 평탄하지 않은가?


어깨 위로는 바로 일반 사람들이 노래하고 찬송하는 '얼굴'이다. 내가 가장 잊을 수 없는 것은 그녀의 비들기같은 눈동자로 영리한 기운이 금방이라도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려는 듯 싶었다. 눈꺼풀이 약간 풀려 나른할 때는 더욱 귀여워 막 잠이 든 갈색  비들기와 흡사하다. 윤기가 흐르는 옅은 분홍색의 뺨, 사과처럼 빛나고 있는데 그건 마치 여명과 석양이 묘하게 비추어주는 것같다. 게다가 이마를 덮은 머리카락은 조밀하면서도 적당히 성기어 마치 하늘의 흑구름같이 수놓아 더욱 정취를 더해준다. 그리고 그녀의 달콤한 미소 역시 귀엽고 아름답기만 하다. 미소는 절반 정도 피어난 꽃봉오리, 그 속에는 시와 그림과 소리없는 음악이 흐르고 있다.


그렇다, 내가 너무 말이 많았다. 내가 보았던 여성의 아름다움을 하나 하나 그대에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같다. 단지 그녀들을 합쳐서 스케치하여 그대에게 내가 발견한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그것은 곧 내가 말하는 예술적인 여인의 모습이다. 그러나 내 눈이 너무 높다. 결국 내 눈이 너무 높은 것이다.


여성이 모인 자리에서 종종 부드러운 공기를 느끼게 된다. 그러나 단지 막연한 공기일 따름이지 자세한 내용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것은 멀리서 감상해야 하는 것으로 개별적인 관점과는 다르다. 만일 가까이 가서 본다면 그 막연한 공기는 아마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예술적인 '여인들의 모임'을 꺼내게 되니 몇 년전의 일이 떠오른다. 그것은 구름처럼 연기처럼 나로 하여금 창연(愴然)한 기분에 젖어들게 한다.


P도시에서 일어난 일이다. 어느 일요일 아침, 나는 웅장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그 교회에 여인들이 많다는 소문이 있어 나는 여인들을 예배하기 위해 간 것이다. 그 교회는 남녀가 구분해서 앉는 곳이었다. 내가 갔을 때는 여성석은 아직도 빈 자리가 있었는데 아득하게만 보였다. 나의 상상의 날개는 교회안 빈 자리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었다. 불현듯 눈앞이 아득해졌다. 옅디 옅은 향기 속에 백색 상의에 검은 조끼 그리고 검은 치마를 입은 일군의 여인이 조용히 멀리서 걸어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나는 여태 하나님을 뵌 적이 없다. 그러나 순간 날개 달린 천사를 보았던 것이다.


또 한번은 황혼의 호숫가에 저녁 안개가 퍼지던 날, 한 줄기 작은 홍화(紅花)를 꽂은 유람선에 여덟 아홉 송이 희디 흰 눈처럼 하얀 옷을 입었던 처녀들이었다. 호수 바람이 그녀들의 옷을 간지럽히며 온통 흰색으로 변했던 모습. 순간 나는 그녀들이 호수의 여신이라 생각했다. 잠시 노는데 빠져 인간 세계에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라고.


그리고 또 한번은 호수를 가로지르는 어느 다리 위에서 으스름한 달이 구름에 살짝 가렸는데 십여명의 처녀들이 교각에 기대선 채 몽롱한 월광(月光)과 한빛이 되었다. 물 흐르듯 가만히 퍼지는 노래 소리에 나는 달의 여신을 만났던 것이다. 이상 세 가지 경우는 내가 발견했던 아름다움의 또 다른 하나의 모습이었다.


그렇습니다, 예술적인 여인, 그것은 하나의 기적이었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물빛노을
03/06/10 15:20
수정 아이콘
우우~ 대단합니다^^
03/06/10 17:45
수정 아이콘
제가 좋아하는 한시 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 사람은 목석이 아니므로 미인은 아니본 것 만 같지 못하다' 뭐 한마디로 미인을 보면 좋다는 이야기지요 ^^
Cool-Summer
03/06/10 18:14
수정 아이콘
미인~~~
좋지요*^^*
온리시청
03/06/10 19:14
수정 아이콘
좋습니다~~~
저도 이제 '백수'가 되었는데...쿨럭~~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9923 도진광 선수 3년만의 스타리그 진출 빛이 보이나요? [14] 남자의로망은1615 03/06/10 1615
9922 안녕하세요. 온겜넷 직장인스타대회 진행 김창선입니다.[펀글 첨부] [3] 김창선2397 03/06/10 2397
9920 cu@k리그....라는 슬로건... [4] 꽃보다질럿1187 03/06/10 1187
9919 가끔 아주 작은 것에 감동 받고는 합니다. [4] 안전제일1221 03/06/10 1221
9918 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16] StimPack1470 03/06/10 1470
9917 잡담성의 글이지만 축협이 미쳐가는 것 같습니다. [21] 꽃보다질럿1353 03/06/10 1353
9916 여인(펌) [4] 글장1192 03/06/10 1192
9915 Zileas 에 관해서... [12] 최형선1395 03/06/10 1395
9914 자 모두모두 이리 모이세요~ [21] WizardMo1395 03/06/10 1395
9913 임요환과 이윤열.... [3] 로베르트1563 03/06/10 1563
9911 [펌]유승준 입국여부에 대한 100분토론 요약 (개그콘서트를 뛰어넘는 개그 토론;캐릭터) [15] 플토매냐4263 03/06/10 4263
9909 [듀얼]핵심체크사항...! [3] 왕성준1153 03/06/10 1153
9908 본진-미네랄-가스 맵의 PvsZ 고찰 [7] 김연우1292 03/06/10 1292
9907 [잡담]노래를 듣다가....-_- [4] Zard1325 03/06/10 1325
9905 기우(온게임넷 첼린리그 방식 변경)이길...... [7] [찬바람]은곡령1655 03/06/10 1655
9904 [잡담]조용호 선수에 대해서 [3] 곽태근1637 03/06/10 1637
9903 프리첼배를 기억하십니까? [8] 꽃보다질럿1543 03/06/10 1543
9902 피지알에 가입한 후.... [1] 불꽃실드질럿1267 03/06/10 1267
9899 [잡담]온게임넷 게시판.. 답은 없는가?? [13] 낭만드랍쉽1579 03/06/09 1579
9898 우승에 근접한 선수가 아닌 우승할 수 있는 선수 [5] 김범수1851 03/06/09 1851
9897 듀얼토너먼트 그 곳에서 [15] 해원2295 03/06/09 2295
9895 [D-7프리뷰]계몽사배 KPGA 팀리그 Pre-Final (KTF vs Soul) [2] Dabeeforever1768 03/06/09 1768
9894 붉은 옷을 입은 그대들이여 CU@K리그를 기억하는가! [8] 박아제™1166 03/06/09 116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