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12/21 14:43:09
Name p.p
Subject (잡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동안 pgr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으니까,
여러분들 그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란 인사는 하지 않겠습니다.
항상 글들을 읽고 있었고,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어떤 분들이 새로 들어 오시고, 어떤 분들이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나 가셨는지, 다 알고 있었으니까요.


가림토가 은퇴했다고 해서 게임계를 떠난 것이 아니고, 게임에 관심이 있으니까 앞으로도 여전히 pgr에 들어 올 것이고, 그리고 언제라도 글을 올릴 것이 분명하듯이
저 또한 지노선수의 팬이고 게임을 즐겨 보니까
pgr 싸이트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pgr을 떠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이제 글을 잘 못 올리는 이유라고 한다면
원래 잘 쓰지도 못하는 작문(수준) 가지고 어느새 엄청나게 회원이 많아진, pgr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게 좀 부담스러웠다고 할까요?  ^^
과분하게 환대받는 것도 조금... 부담스러웠습니다.

원래 여기 pgr은 게임관련 사이트인데, 전략은 커녕 유닛 이름도 잘 모르는 제가
게임에 관한 글은 못쓰고 일상생활 얘기만 늘어 놓게 되는 것이,
괜히 게시판 지면만 어지럽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자조가 있었던 것도 한 이유였습니다.  

전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즐기지 않고 소수의 사람들과 깊이있게 사귀는 걸 좋아하는 타잎입니다.
매니아적인 성격이 강했던 pgr에서 게임을 잘 모르는 제가 다소 엉뚱한 소리를 하더라도
웃으며 받아 주시는 pgr 가족들이 좋아서 때로는 동문서답식의 댓글을 달고는 했었지요. ^^



괜찮다면,
잡담을 좀 늘어 놓아 볼까요?  ^^



어제 가림토의 마지막? 경기가 있었지요.
그 시간에 아내는 제가 있는 부산으로 기차를 타고 내려 오고 있었습니다.

오늘 토요일 저녁, 부산의 벡스코란 곳에서 박효신의 콘서트가 있는데,
제가 박효신의 팬이거든요?
부산에서 박효신 콘서트 있다는 광고 보자말자 인터넷 들어가서 R석 두장을 티케팅해 버렸습니다. ^^

그리고는 아내를 살살 꼬셨지요.
주말에 부산 내려오라구요.

첨에는 이 남자가 무슨 주책인가, 하면서 깔깔거리더니
넘어 오더군요.  ^^


어젯밤 아내에게 박효신이 누군지 아느냐고 물었더니,
모른다고...  그럼 왜 내려 왔냐고 했더니,
데이트하러, 그냥 데이트하러 내려 왔다고 하더군요.  ^^


우리 부부는 가림토가 비록 게이머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어도
승부에 너무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자식의 일이라 관심은 가지되, 너무 승패에 집착하는 모습은 부모로서 보이지 않으려고 했지요.


얼마 전, 가림토와 제가 전화로 한바탕 했습니다.
가림토가 삭제하기는 했지만,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를 지지하는 마왕 신해철의 글을 가림토가 여기에 퍼 온 적이 있는데, 보신 분도 더러 계실 겁니다.
저는 pgr 사이트가 대선 관련 공방으로 어지럽혀 지는 건 바람 직 하지 않으니 자진 삭제 하는 게 좋겠다고 전화했습니다.

가림토는 고집을 부리더군요.
선거에 꼭 참여하자는 취지의 옳은 글이고, 신해철씨의 글을 일부만 노무현씨를 지지하는 부분을 삭제한 일부만 옮겨 온다는 것은 글쓴이에 대한 모독이어서 전문을 옮겨 왔을 뿐,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
(그래도 선거 날 제 어머니에게 노무현씨 찍으라고 그렇게 설득을 하더라고... ^^  선거하러 집으로 왔다갔다 하느라고 연습을 제대로 못한 건 아닌지...  하긴, 연습보다는 투표가 더 중요하지요. ^^)

아무튼 한참의 입씨름 끝에 가림토가 그 글을 삭제하기는 했지만,
그 일 이후로 가림토와 저 사이는 좀...  그렇습니다. ^^
아마 이번 선거 바람에 소원해진 부자 관계 많을 듯... ^^
(선거 끝났으니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전 권영길씨 지지합니다)



모두 알고 계시다시피 가림토는 고집이 셉니다.
그 엄청난 고집 때문에 이재균감독이 마음 고생 많이 했지요. ^^
(이감독, 언제 또 술 한잔 같이 합시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그 고집을 사랑해 주시듯이,
저희 부부도 아들녀석의 그 고집을 사랑합니다.
결코 꽉 막힌 고집이 아닌,
사내로서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한 소신있는 고집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가림토에 대해서 좋은 글들을 많이 써주셔서 참으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아마 상당한 시일동안 잊지 않아 주시겠지요.
아마, 가림토의 경기를 그리워하는 분들도 더러 계실거구요.  ^^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요 몇 년 동안 가림토를 응원하고,
가림토의 경기가 있는 날은 가슴을 졸였을...  고마운 분들...
승리했을 때는 같이 환호하고,  암울할 때는 같이 울분을 터뜨렸었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같은 추억을 공유한다는 건,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쓸데없이 잡담이 길었습니다.

모두 즐거운 주말, 연말 되시구요.
항상 건강하시기를
그리고 건전한 매니아 사이트 pgr이 되도록 모두 조금씩만 더 신경 써 주시고, 참여해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운영자님들도 건강하십시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2/12/21 14:54
수정 아이콘
아래의 daal님께서 저를 잊지않고 거론해 주셨길래, 용기를 내서 인사 드리는 글을 올립니다.
GotoTheZone
02/12/21 14:55
수정 아이콘
p.p님도 수고하시고 항상 즐넷하십시요 ^^
그럼 이만 (_ _)
물빛노을
02/12/21 14:59
수정 아이콘
아 p.p님의 글은 언제나 따스합니다.
황세웅
02/12/21 15:03
수정 아이콘
멋쟁이 p.p님! 글속에 묻어나는 소박한 정담들.
p.p님의 글을 좋아하는 하나에 이유가 되어버렸답니다.
항상 젊고 활기찬 분위기와 사람냄새가 풀풀나는 향기를 이곳에서도 많이 퍼트려 주세요.
바쁜 연말 연시 잘 보네시고,항상 건강하세요.
가림토는 스타를 사랑하는 모든사람의 마음속에 항상 기억되어지리라 봅니다.
가림토 화이팅!!
02/12/21 15:04
수정 아이콘
그렇다면 할 수없이
동수님께 pgr에 자주 들러주시오!! 라는
요구(?)를 할수 밖에 없네요 ^^:
02/12/21 15:34
수정 아이콘
p.p님의 글은 언제나 저에게 전율을 느끼게해주네요 ^^
02/12/21 15:59
수정 아이콘
저에게는 긴 시간이었습니다. 프리챌배때의 김동수 선수 모습을 잊지 못합니다만 어찌보면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로서의 마지막 그의 모습은 더 잊지 못할 듯 합니다. 게임 이외에 많은 자신의 모습을 이곳에서 드러내어 호감과 반감을 교대로 나눠 받았지만 그런 흔들기는 더이상 가림토선수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겠지요?
그래도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 당선이 됨에 따라 그는 후회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행동에 대해.
그는 이제 프로게이머에서 일상인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다음에 다시 그의 모습을 보게 될 때 보다 성숙한 모습의 GARIMTO가 되어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p.p님 어디서나 사람 사는 이야기가 가장 살맛나는 이야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말은 안하지만 늘 기억하고 사는 분수의 짧은 단상이었습니다.
02/12/21 16:33
수정 아이콘
가끔 p.p님의 잡담(? p.p님의 표현을 그대로 빌려서... )이 많이 그립답니다. ^^;
불멸의저그
02/12/21 21:06
수정 아이콘
님은 멋진 분이세요.. 그리고 솔직히 부럽습니다..
님의 아드님도 부럽지만, 님의 인격 자체가 몹시 부럽네요.
님의 인격이 글속에 녹아 들어가 있습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입니다. 소신있는 고집이라는 말 말입니다.

오래전 겜큐게시판에서 아드님이 임요환선수와 송병석선수의 팬들사이에서 싸움이 벌어졌을때, 엄청난 파장의 글을 올린 적이 있었어요.
제가 복서빰이라도 때릴까요 하면서 말이죠.
게시판의 분위기를 봐서 그런 글이 올라가면 더욱 파장만 커질 것이라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아드님이 그래도 올리셨더군요. 주변프로게이머들이 삭제하라고 요구했다는데도, 아드님은 꿈쩍도 안 하시고요.
팬클럽사이트에는 그 사건때문에 막말이 마구 올라왔죠.
프로게이머 그만 두라는 둥, 프로정신이 없다는 둥,
가림토의 성격을 그때부터 알수 있었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고집 하나만은 대단하다는 느낌입니다.
제가 장황하게 이런얘기를 쓰는 이유는 한국은 고집 센 사람이 많은 것 같아도, 외외로 정작 사회 주요요직은 고집센 사람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이번 대선도 많은 것을 저에게 느끼게 해 주더군요.
누가 되었던 간에 한국사회 저변에서 얼마나 고집 센 정치인을 그동안 갈망했는지를 보여주는 대선이였습니다.
누가 뭐래도 아드님은 저희에게는 하나의 작은 영웅입니다. 앞으로 소신있는 고집센 영웅을 계속해서 기대해 봅니다.
님의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하나랑
02/12/22 16:49
수정 아이콘
나의 영원한 영웅 가림토!!!
02/12/22 20:55
수정 아이콘
콘서트에서 먼저 가셔서 약간 서운했더랬습니다..
제가 어머니께.. 커피 대접해 드리고 싶었었는데.. ㅠ0ㅠ
공연 대단했었었죠..?? ^__^
p.p님도.. 가림토 선수도.. 건강하십시오.. (__) kid 올림..
02/12/22 23:38
수정 아이콘
p.p님 오랜만이네요.. ^^
kid님하고 p.p님하고 같이 콘서트 가셨나 보네요.
저도 31일날 윤밴 콘서트 갈 생각에 기대가 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고 따뜻한 연말이 되세요. (__)hope 올림..
02/12/23 09:40
수정 아이콘
불멸의저그님의 아이디를 다시 보게 되다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kid님, 미안했습니다. 아내와 MBC의 마당극이나 영화는 더러 보러 다녔습니다만, 콘서트는 처음이었습니다.
사십대 후반의 여자가 박효신 콘서트장에서 근 4시간을 어떻게 지냈을 것 같습니까?
너무 힘들어해서, kid님 일행과 커피한잔도 못 마시고 그냥 나왔습니다. 그나마 그 때까지 간신히 버텨 준 아내가 너무 고마웠습니다. 아내가 집에 와서는 후회하더군요. 만나 뵙고 올걸 그랬다구요. ^^

불멸의저그님, 아버님께서는 좀 어떠신지요? 불멸의저그님을 생각하면 항상... 가슴이 아려옵니다.
불멸의저그님과 kid님, 모두 비슷한 시기에 사랑의 아픔을 겪었었지요.
kid님은 다행히 사랑을 되찾았지만 불멸의저그님은...
이국 땅에서 항상 건강하시기를 기원해 드리겠습니다. 불멸의저그님 앞날에 반드시 행복과 진정한 사랑이 찾아 오시기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인생은 긍정적인 사람의 편이라지요.
(hope님, 담에 또 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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