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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11/23 14:53:19
Name 신촌졸라맨
Subject 공룡님의 군대이야기를 읽고 저도 하나 써봅니다.
공룡님의 글을 매우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아아 전 조금만 길게 글을 써도 몸에서 좀이 쑤시고 피곤한데 님은 보통이 몇페이지가 넘어가는 글을 쓰시는군요. 존경스럽습니다요^^
저도 강원도에서 군대 생활했지요. 저는 님보다 조금 일찍 갔다 온것같습니다.(님의 글의 시간적배경에서 유추해 보건대요) 하나 차이점이 있다면 전 님처럼 온갖 보직을 떠돌지 않고 오직 하나의 보직 "의무병"만을 했다는 점입니다. 앗 다들 "돌파리"라고 소리치는 함성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제가 의무병이라는 말만하면 전방에서 한다하는 군대생활하셨던 분들은 모두 그것도 군대냐고 말씀하시곤 합니다. 반쯤은 맞습니다. 사실 편한 보직이니까요. 하지만 나름의 애환도 있으니 그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1. 고래사냥
   군대에서의 의무체계는 보통 크게 군(1군 2군 3군)산하의 병원이 있고 군단및의 병원이
   있으며 사단별로 의무대대가 있습니다. 그것과 별개로 연대에는 의무중대가 있으며 의
   무중대원은 일부는 연대에 배속되고 일부는 대대별로 파견을 나가 근무합니다. 보통 일
   반 병과에 속한 군인들은 상급부대에 배속될 수록 풀린다고(군대용어로서 "편해진다"
   는 뜻입니다) 합니다만 의무병은 그 반대로서 하급부대로 내려갈수록 근무하기가 수월
   합니다. 그이유는 상급부대로 갈수록 중환자를 다루기 때문에 사소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병원군기가 생기고 또한 상급부대는 의무부대자체가 독립된 부대단위로서 위병,
   훈련, 취사, 유격, 기타 부대행위를 다른 일반 보병과 똑같이 실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급부대는 다르죠. 특히 대대의무대로 파견된 의무병은 일명 "승천"한 군인들로서 6명
   씩 의무지대장(보통 인턴이나 레지던트출신)아래 배속되기에 독자적인 훈련, 위병, 기
   타 부대행위가 없습니다. 물론 파견부대의 훈련에 동참해야 하지만 아무래도 소속부대
   원이 아닌이상 관심을 덜가지게 되지요. 따라서 저희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와집니다. 저
   는 7사단 3연대 의무중대에 2달정도 근무하다 대대로 "승천"하여 거의모든 군대생활을
   거기서 보냈습니다. 저희는 보통 진료행위라는 것을 하고 중환자는 연대나 사단으로 압
   송하며 기타 자질구레한 업무를 합니다. 또한 짬짬이 행하는 무료진료행위가 있으니 일
   명 고래사냥이라 불리는"XX수술" 입니다 보통 말년 병장이 되면 무료하고 할일없는 축
   들중에 사회에 나가기 전에 자신의 물건을 빨리 손보려고 서두르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이들이 의무대로 빵이나 담배등을 싸들고 와서 수술을 부탁하곤 하는데 그중 제대가 2
   주 정도 남은 병장이 수술을 신청한 적이 잇었습니다. 저의 부대의 의무지대장은 전북
   대 출신의 인턴이었는데 정말 무신경하기가 이루말할수 없는 사람이었지요. 환자보기를
   돌보듯이 했고 때로는 의사보다는 씨름선수같은 직업이 어울려 보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위의 병장이 수술을 받던날 저는 평소처럼 수술준비를 하고 장갑을 끼고 지대
    장 옆에서 수술보조를 하고 있었죠. 근데 이사람이 수술가위로 그사람의 부위를 크게
   한번 썬 순간 마루에서 큰 함성이 들려 왔습니다. 농구대잔치가 벌어진 거였죠. 결승인
   가 그랫을 겁니다. 순간 표정없던 지대장이 다급한 표정으로 "야 니가해 "하고는 마루로
   나가 버리는 겁니다. 농구보러 말이죠ㅠㅠㅠㅠ
    그순간 저는 하늘이 노래지는걸 느끼면서, 순간 수술대위의 병장은 얼굴이 바닷물처럼
   새파랗게 질리는 걸 보면서 떨리는 손으로 살을 자르고 꽤매고.,,,
   그사람이 묻더군요. "가끔씩 수술하시나요?"   저는 그병장 얼굴도 못보면서 "그냥 머
   한두번정도....."   처음한다는 말은 절대로 못하겠더군요.
   그날 수술이 탈없이 끝난것은 기적이엇습니다. 저는 그후 수술할땐 꼭 쫄다구 시켜 티브
   껏는지 부터 확인하곤 했습니다. 어느날 저의 명령을 어기고 티브이를 켰다가 수술후
   저에게 허벌나게 맞은 쫄다구는 왜 맞아야 하는지 이유나 알고 싶다구 하더군요.
   제가 그랬죠 "야 너 고래잡아봤어? 잡아봤냐고?"   아아 생각하기 싫은 추억입니다.
2. 재물조사
   어느 부대나 그렇듯 저희부대도 재물조사가 1년에 1번씩 있죠. 그때마다 장비를 꺼내
   닦고 손질하는게 큰 일입니다만 의무대는 특히 재물조사가 중요합니다. 보통의 총같은
   장비들 외에도 의무장비가 있기 때문이죠. 특히 전투물자(전투시를 대비해 비축해두는
   물자 및 장비)의 관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재물조사때마다 숫자를 확인하고 다
   손질하곤 하죠. 그중 의약품을  보관하는 커다란 금속상자가 있는데 케이스와 대부분의
   내용물들이 미제였습니다. 저희는 우선 상자안의 물건숫자와 내용을 확인하고 파손된  
   물품을 분류하고 마지막으로 케이스의 더러워진 칠을 벗겨내고 도색을 새로하는작업
   을 합니다. 대부분의 작업을 끝내고 부하 한놈한테 칠을 벗겨내라고 시키고는 저는 약
   병들을 꺼내 약알 을 세는 작업을 하고 있었죠. 약을 전부 일일이 세야하기 때문에 시간
   이 걸리는 작업이었는데 한참을 세고 있는데 갑자기 그 부하놈이 뛰어들어오는겁니
   얼굴색이 하얗게 됬더군요. "왜?" 보지도 않고 제가 물었습니다. "서병장님 잠시만 나
   오셔야 하는데요"  "왜에~" 전 짜증을 부리며 따라 나갔죠. 그리고는 밖의 풍경을 보
   곤 비명을 지를수 밖에 없었습니다. "야 이 개쉐 야 이게 도대체 머야"
   세상에 그 케이스가 하얀 재로 변해 있는겁니다. "그게 말이죠..."
   그녀석이 케이스를 일일이 사포로 미는게  귀찮은 나머지 싸리를 모아서 케이스를 불
   로 달구어서 칠을 벗겨내려 한겁니다. 근데 케이스가 철이 아니라 합금이라서 생각
    보다 불에 약한탓에 한순간에 갈라지더니만 재가 되더라는 겁니다.
   아아 한숨밖에 안나오더군요. 선임하사에게 전화를 거는 제손이 떨리는게 보이더군요
   연락받은 선임하사는 저와 부하를 모두 영창에 보내겠다구 길길이 뛰고. 너무 큰일을
   당하니 화도 나지 않았습니다.  이글을 읽으시는 분중에 그깐케이스 하고 생각하시
   는 분 이 있겠지만 군대에서 전투장비란 생명같은 것이고 특히   미제 장비는 어디서
   도 구 할수 없는 희소성이 있어서 매우 중요시되죠
   결국 선임하사는 저를 영창에 보내지는 않았지만(아무    래도 사고가 커지니까 아예
   쉬쉬하는 분위기가 되더군요)
   저는 그사건으로 그후 6개 월을 갈굼당하고 군생활을 피곤하게 보냈지요.
  가끔씩 생각나는 추억입니다.  
  
" 야 김유 혹시 이글 읽으면 연락좀 해라. 제대하더니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거야?"
     (김유는 그때 장비를 태운 제 부합니다. 저랑 동갑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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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
02/11/23 15:50
수정 아이콘
6개월을 갈굼 당하다니 고생하셨겠네요. ^^.
저는 25 사단 수색대대 통신소대 에서 근무했었는데요.
무전병은 아니구요. fm 무선 정비 주특기로 무전기, 전화기,등등..
고치는 거였는데요. 그래서 말만 통신병이지 무전 용어는 하나도 몰라요.
기본적인 알파 브라보 찰리 델타 정도일거에요.
제대 말련에 심심해서 81mm 박격포 화력시범 하는데 지원 갔는데,
이건 솔직히 포탄 터지는 장면을 생생한 현장 감동으로 느끼고 싶어서
였습니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되는데 좀 심심했거든요.)
사격연습장에 도착해서 위치 배정 받았는데 저는 포탄 떨어지는 탄착지점에서 가장 가까운곳을 골랐습니다.
후임 무전병하고 포탄 터질때 가장 잘보일곳을 골라 자리 잡고 앉았는데,
지루하더라구요. 그래서 후임병에게 포탄 언제 터지는지 알아봐라 했더니
무전 용어는 잘모르므로 생각나는데로 쓰겠습니다.
" 콩볶는 큐탈 시간 큐탈시간을 알려달라??"
그랬더니 바로 머리위로 쓩하는 소리가 들리는겁니다. 81mm 포는 곡사화기 이므로 빠른속도가 아니라서 스릴있습니다.
소리가 쓩하면서 나면서 날아가서 떨어집니다.
그쾌감을 느끼면서 보고있는데 " 10 길다" 라는 무전이 날라오고 제 2탄이 날라왔는데 이게 문제였습니다.
아무도 떨어진걸 못봤는데 저희들은 봤습니다.
바로 100미터 앞에 떨어지더군요.
죽을뻔했습니다. 하지만 3발까지 연습탄으로 쏘았기 때문에 연기나는 지점 알려주고 숲에 떨어졌기 때문에 산불 진화 부탁하고 저하고 후임병은 관측소 즉 안전지대로 이동했습니다. 그다음 부턴 대대장님 옆에서 구경하는걸로 만족하고 하루일과를 접었는데요. 연습탄에도 놀래는 겁쟁이가 실탄 터지는걸 보겠다고 했으니
말련은 사람에서 제외 한다는 말이 생각 나는군요. ㅋㅋ
공정거래
실탄이라고 해봤자...전 155mm자주곡사포 부대 출신입니다... 걍 떨어지고 연기 피식나고 끝납니다..-_-;; 영화에서 보이는 엄청난 화염은 대포를 제대로 세척안하고 포탄쏠때나 간간히..
귀족테란'정민
02/11/23 22:29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 글이군요^^ 나도 군대가고싶당... (근데 ... 나라에서 안보내줍니당;;)
02/11/24 21:39
수정 아이콘
하핫... 옛날생각 나는군요.
전 장교로 지냈습니다(외출은 비교적 자유롭지만, 복무기간은 깁니다. 39개월 -_-)만, 숙소(BOQ라고 하죠)가 영내에 있어서 거의 부대 안에서만 지냈습니다.
어찌어찌 하다가 군의관들과 친해지게 되었는데, 어차피 퇴근해 봐야 영내이니 당직서는 군의관이랑 바둑둬주고, TV도 같이 봐주는 등 취침 전까지 같이 놀아주는 날이 많았습니다.
뭐 서당개 3년이면 글월을 읊는다고, 하다보니 이것저것 많이 알게 되더군요.
(덕분에 제대 후 웬만한 돌팔이의사보다는 실력이 낫다고 자평하게 되었습니다. 아, 물론 의료행위는 안합니다. -_-;;;)
어느날 당직 같이 서주고 있는데, 갑자기 머리 깨진 병사가 급히 후송되어 온겁니다. 급히 꿰메야 하는데, 하필이면 그날 당직군의관은 치과의사였습니다. -_-;;;
둘다 매우 난감한 표정으로 서로 쳐다보고 있던 중,
이 치과의사 왈, "어이 김부장(당시 제 직책이 검찰부장이었습니다), 나보다 나을 것 같은데 한번 꿰메볼래?" -_-;;;
"뭐시라? 지금 나보고 불법의료행위를 하라고라? 그런 식으로 사니까 지난번에 음주단속 걸려서 나한테 오는거 아냣! -.-++++++"
투닥투닥 ...
결국 솜 들고 소독해주면서, 데려온 병사에게,
"어이 쟤 구타당해서 깨진 거 아니지?"
(밤에 사고나는 것은 구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닌데요."(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보아 약간 수상했음)
"거짓말이면 안꿰메준다."
뭐 급한 상황이라 더 추궁하지는 않고, 급히 영외까지 나가서 열심히 자다가 깨서 툴툴거리는 외과군의관 데려와서 해결은 했습니다만, 아직도 군인시절 이야기가 나오면 그때 생각이 난답니다. 지금도 그 군의관들 만나면 하는 얘기이기도 하지요.
아마 저도 글쓰신 분처럼 병의 신분이었으면 꼼짝없이 직접 꿰메야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
02/11/25 14:15
수정 아이콘
저랑 같은 부대 출신 이시군요...ㅋㅋㅋ 저도 7사단 3연대...3대대에서 지냈답니다...3대대 아시죠? 신병교육대...우리 7사단 식구를 여기서 또 보게 되다니 반갑군요...게임쪽에 7사단 제대 하신 분들이 많아서요...^_^
신촌졸라맨
02/11/27 14:40
수정 아이콘
7사단 제대하셨다니 반갑습니다. 신병교육대는 몇번 못가봤지만요..
저는 4대대에서 근무했답니다. 아시죠? 2대대랑 붙어있죠.
아무튼 정말 반갑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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