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05/03 12:52:49
Name addict.
Subject 달라진 게임리그속에서의 명승부.

'추억의 명경기' 회고담들이 게시판을 많이 채우는 것 같습니다.
다 어제의 '명경기'에 자극받아서 나오는 것이겠죠.

굳이 오래전부터 게임방송-정확하게는 스타리그-을 시청해왔다고는
못하겠지만(스타 출시후 군입대로 인해. -.-;) 분명히 언제부턴가 스타리그는 많이 달라진듯 합니다.

간단히 말해, '상향 평준화'라고 할까요?
'임요환 신드룸'이 작년 상반기 내내의 화두로 떠오른 뒤 다른 프로들의 실력과 전략이
대부분 거기에 발맞추어 극상에 올랐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디서도 엄한 경기는 볼 수 없고, 한사람의 만만한 게이머도 없이
종이 한장의 실력차이, 약간의 실수, 세워온 전략의 상성에 의해
승패가 결정되는 게 일반적인 상황이 되버린.

항상 기발한 게임을 선보이며. 스타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임요환선수도
어느 순간부터는 '지지 않는' 게임을 하는 게이머로 변해있더군요.
이제는 '守城'의 위치에 오른 탓인지.
아니면. 맨날 '잔머리'만 굴린다는 각종 게시판에서의 비난때문인지.
물론. 가장 큰 원인은 그동안 자신이 이룩해 놓은 스타일에 대해
많은 파해법이 만들어 졌기 때문이겠죠.
예전엔 임요환 선수의 기적같은 역전승.을 몇번 볼 수 있었지만.
요샌 거의 그런 일이 없죠.
왜냐하면 상대 선수들이 역전의 빌미를
더 이상 제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암튼. 왠만해선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경기는 보기 힘들어 졌습니다.
대신 초반의 긴장감이 커졌죠.
이렇게 강한 선수들이 붙는다. 과연 어떤 전략으로 우위를 이끌어 낼 것인가.
그렇게 조마조마한 맘으로 관전하다 일단 페이스가 한쪽으로 기울면
아. 이렇게 되겠구나. 라는 예상이 머리속을 스치고.
승패는 크게 틀리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저의 편견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제는 무척 바삐 왔음에도.
이상하게 2경기가 시작되더군요.
흠. 임요환vs김동우는 무지 빠르게 초반에 끝났나 보군. --;
나중에서야 4경기로 밀린걸 알게 되었지만.
일단 알바는 가야 겠기에 잠시 나갔다 와서는.
또 다시 급하게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그 때가 다들 극찬하는 3경기 이재훈vs홍진호 가 끝나갈 무렵.

임요환 선수가 연습부족에 대한 부담감이 극심하다는 걸 보여준 4경기.
김동우 선수 정말 잘하더군요.
병력의 집중이 영토의 확장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
앞마당만 가지고 끝까지 몰아치는 모습에서.
16강 1경기에서 보여줬던 매서움을 다시 볼 수 있었죠.

그리고 나서 이어진 임효진vs임요환.
같은 소속팀이라 연습도 많이 했을테고.
임요환선수의 연습부족보다는.
임효진선수의 심리적 부담이 더 컷던 것 같은.
평범하게 붙어선 진다는 생각이 임효진선수에게 너무 강하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 쉽게 끝난 경기였죠.
그래서 마지막 경기 그렇게 기대 안했습니다.

홍진호선수가 최인규 선수 앞마당 저지할때.
흠. 홍진호 이겼군. 이제 여기 저기 드랍하면 끝이네.
그리고선 잠시 다른 일을 했습니다.
에효. 결과나 볼까?
하고 다시 티비로 고개를 돌린 순간.

좀 이해할 수 없었던 무모한 정면 돌파.
갖춰진 시즈탱크 수비진에 의한 히드라 러커 학살.
이런. 확실히 홍진호가 연승가도에 이은 슬럼프군.
타 방송사 경기에서도 슬슬 지기 시작하더니. 잠시 페이스를 잃은 모양이네.
최인규선수의 연이은 드랍에. 시즈 부대 몰고 나가는 러쉬.
성큰밭으로 도배한 앞마당 함락은 눈앞.
흠. 최인규 승이네. 천하의 홍진호도 저런 실수를.
이제 막 하이브 올리고. 앞마당에 포격이 시작될 때 올라가는 그레이터 스파이어.
왠. -.-; 변태할 뮤탈은 있나? 안보이던데. 안타깝군. is 수난의 날이네.

다시 티비에 신경을 끄고. 다른 일.
그래도. 역시 결과는 봐줘야지. 하고 다시 티비를 보니.
믿어지지 않는 가디언.
어어? 이거 오늘 왜 이러지? -.-;;;;;;
그러나 저 정도 가디언은 최인규 콘트롤이면 막지.
마지막 몸부림 정도지. 머.

그 때 갑자기 보여진 최인규 선수의 앞마당.
어느새 박혀진 럴커. 일 못하는 scv들.
헉. 이럼 모른다. 홍진호 정말 일 내는가?
땀으로 범벅이 된 최인규 선수.
급기야 허리를 짜르며 들어간 홍진호 선수의 앞마당 습격.
커맨드 센터까지 날리고.
어느새 돌아가는 홍진호 선수의 멀티.

통한의 gg.
바보.바보.바보.를 되뇌이는 최인규 선수.

스타하는 실력은 하수지만.
엄청난 시즈화력에 조여졌을 때의 그 답답함. 정신적 압박감이란.
하수들도 그런데. 업으로 게임을 하는 프로들에겐 얼마나 큰 데미지일까요.
그걸 미리 짐작하고. 홍진호 선수가 그레이터 올릴때 이미 제 스스로가
GG를 대신 쳐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강인한 정신력으로 버텨낸 홍진호 선수.
머든지 좀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는 저를 가르치듯.
이제는 더 이상 역전이 나오기 힘들다는 편견을 부서주었습니다.

흠. 오랜만에 느껴보는 뭉클함이네요.
정말 복잡한 맘을 다 풀어버릴 수 있었던 감동의 한판이었던 것 같습니다.
분명히 상금도 적고, 경험도 적은 KPGA TOUR지만. 선수들의 명경기로 인해.
다른 방송사들의 리그보다 더욱 빛이 나는 듯 합니다.
정말 훌룡한 경기는 게이머와 팬들 모두의 행복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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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gazer
02/05/03 13:12
수정 아이콘
저도 집에 늦게 들어와서 뒷부분만 보았었는데, 최인규선수와 홍진호선수의 경기 이래도 되냐 싶게 엎치락 뒷치락이더군요. 정말 끝났다라고 생각한 포인트가 3군데 정도 있었는데...홍진호 선수 지던 이기던 잼있는 경기를 보여주는 선수임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니 홍진호선수, 최인규선수한테 온게임넷에서의 패배를 갚았네요. 다음 경기가 정말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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